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 속에 낭만적인 게 많다면 이는 그래도 축복받은 인생이 아닐까. 낭만은 커녕 죽지못해 살아가는 삶의 과정이라면 이는 고난의 길일 게다. 허나 고난의 가시밭길을 걷는다해도 의지할 곳이 있다면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참고 인생을 노래하게 될 거다. 이러한 예는 세계 곳곳에서 에델바이스 꽃처럼 피어나고 있음이다.
난 폴란드 작은 도시를 여행하면서 이런 유적들은 만났으며 그들이 만들어낸 벽화들을 촘촘히 살펴보며 살아있다는 그 자체로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었다. 지하 300미터 이상을 파고 들어간 막장에 이렇게 아름다운 성당을 만들다니 말이다. 소금광산의 막장에 인간의 손으로 만든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예술품이 있다는 것을 보면서 하느님은 참으로 공평하신 분으로 칭송받기에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광부들은 고단한 삶의 한 부분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삶으로 바꾸어 낸 것이다. 요즘처럼 기계문명이 발달했던 시절도 아닌데 그들은 정을 들이대고 망치로 때려서 암염을 조각해냈다. 철근도 하나 없이 오직 암염동굴에 바위처럼 박혀있는 암염을 이용하여 성당을 만든 것이다. 중앙에 암염제대를 만들고, 벽면에 성모님 상을 정으로 쪼아서 입체화하였고, 그리스도 고난상을 조각해 내고, 하느님의 성소를 만들었다. 광부들이 미사를 봉헌하는 자리 양쪽 옆 벽에는 '최후의 만찬' '이집트로 가는 성가정' 등 성경 이야기를 정으로 쪼아내 암염벽화를 조각해 낸 것이다. 성당 바닥을 장식한 정사각형의 암염타일은 너무나 아름답다. 어디 이 뿐이랴. 암염을 조각조각 기워서 만든 상들리에는 킹카성당의 백미이다. 이게 어디 하루 이틀만의 일인가. 광부 4명은 평생을 바쳐서 킹카성당을 만들어 낸 것이다. 최근에는 폴란드 출신 교황 바오로 2세의 입상을 암염으로 만들어 놓았다.
소금광산 광부들은 햇볕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지하갱도 속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난 후 남은 힘을 모아 하느님께 봉헌하는 미사를올렸던 것이다. 그들은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살아갔던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지하에 들어왔지만 그들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 의탁하고 살았던 것이다. 이게 오늘날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한 소금광산 막장에 있는 킹카 성당이다. 지금은 이성당은 예식장과 콘서트홀로 사용되기도 한단다. 마침 우리가 갔던 그 날 저녁에 이곳에서 예식이 있나보다. 흰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웨딩촬영을 하러 왔다. 지상의 아름다운 곳을 마다하고 지하성당에서 예식을 하는 그들 부부는 하느님의 축복 속에서 부부로서의 삶을 시작할 거다. 지하 성당 옆에는 피로연을 할 수 있는 큰 공간이 있어 많은 하객들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소금광산 관리인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예식과 피로연준비로 연회장의 고정식 암염탁자 위에는 테이블보가 깔리고 꽃장식이 진열된다. 지하 300미터의 막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 누가 예측이나 했을까.
킹카성당 한모서리에 앉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인간이 마지막 한계에 봉착했을 때 나타나는 힘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극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광부들이 마지막을 포기했다면 그들은 죽음덩어리로 남아졌을 것이다. 마지막 남은 생의 일부를 하느님께 봉헌하기로 결정한 광부들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아름다운 성당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천부적으로 받은 재능 달란트가 있다. 이를 발견하지 못하여 사장시켜 놓고 죽어간다. 천부적 재능을 찾아 영혼 구원을 위한 아름다운 곳에 사용해보자. 난 어떤 재능을 물려받았을까. 폴란드를 떠나기 전에 찾아보련다. 분명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주신 그 무언가가 있을텐데. 이는 나만의 숙제가 아닐 게다. 우리 모두가 겪는 몸부림으로 확장되어야 할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