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리되는 꿈
임계점에서, 시간 위에서 두 사람의 운명이
헝클어지는 폭탄이 예고없이
터졌다고 하자
그건 에너지의 충돌이랄 수도 있고 누적된
에너지의 분출이랄 수도 있다
지금의 그대를 인정하는 것, 그러나
이런 추상은 자본주의 앞에
허약하다
사랑한다면, 연민의 정이 남아 있는 동안
풀어줘야 한다는, 풀어 달라는
이 도저한 아우성
해체의 수순은 이러하다
헤어지는 연습을 하라
관계가 해제된지는 오래 되었다
순간 언어는 빛을 잃고
나는 너를, 너는 나를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정화의 시간이다
사랑은 침몰하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나보다 더 큰 나에게 빠지는 것이다
외로운 사람은 더 외로워지고
내가 만든 하느님처럼 내 안의
우상과 싸워라
에고도, 습성도, 원망도, 분리되는
꿈도
2009. 6. 27
탄트라*
라즈니쉬의 탄트라를 읽었다
존재의 이유는 비밀의 통로를 지나야 한다고
했다 性은 영적인 통로라?
나에게 그곳에 이르는 길이 至難하다
나는 그 신비의 宮에 들어가 본 기억이 없다
푸르른 날은 그냥 지나갔으며 Mentor가
없었다는 것, 새로 올 영혼을 맞아 들일
준비없이 그냥 부모가 되었다는 것,
지금 우리는 Sexless 부부라는 것, 그때는
몰랐다는 것에 대하여 나는 초조하거나
서운하지 않다 시간은 영원하고 그 영원 때문에
생은 언제나 미완성이니까
지금 내가 쓰는 말과 상상을 가지고
탄트라로 간다
2009. 4. 22
* 탄트라 Tantra 산스크리트語로 '베틀'이라는 뜻
힌두교·불교·자이나교의 여러 종파에서 행해지는 밀의적
수행법을 다루는 다양한 종류의 경전
* Mentor
그리스 신화에서 Odysseus가 아들의 보호와 교육을 맡겼던
좋은 벗. 현명하고 성실한 조언자, 지도자
- 라즈니쉬는 말한다
'그녀에게서 모성의 신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벌거벗은 여자가
앞에 있는 것을 보아도 그저 신성한 에너지로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때, 어떠한 탐욕도 일지 않을 때, 그녀의 형상이 신성하게
될 때, 그리고 모든 생각이 멈추고 오직 경외만이 느껴질 때
사랑을 나누라'
길 위에서 25
원죄를 논하지 마라,
사람은 역사를 쓰려 하고 神들은
개인史를 쓴다
2009. 7. 15
틀니
솔직히 나는 대통령보다 내 틀니가 고맙다
한때 감추고 싶었던 틀니, 나는 종종 선사시대
인류의 치아문제를 생각하며 齒痛과 拔齒와
義齒에 대한 상념에 빠져드는 것이었다
지금 나는 당당히 내 치아가 전체 틀니임을
밝힐 수 있지만 아직도 필리핀의 그 치과의사
말고는 틀니를 착용하지 않은 내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다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아내도
본 적이 없다 그것은 수치이기도 하였거니와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름답고 싶으니까
무덤까지 가지고 갈 계획인 데, 오늘도 씹는
일의 부실함에 대하여 고통을 분담하는 내
몸의 각 器官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지금 내가 누리는 의술과 문명의 利器여,
2009. 4. 11
길 위에서 19 - 시간여행
지난 밤 나는 연속으로 첫사랑의 꿈을 꾸었다
(나는 꿈 이야기를 아내에게 해준다)
시기하지 않는 아내가 예쁘다
40년 묵은 첫사랑의 꿈은 얼마나 신선한가,
내가 정체되어 있을 때 간단없이 나를 부르는
소리. 신새벽 나는 다른 이에게는 시시할
이 시를 쓴다
시간여행을 하는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생,
관계의 거울, 꿈은 우리의 시간여행을
도와주는 도구는 아닌 것인지,
이 꿈은 일종의 생의 장치일까, 언제나
작동의 원리는 오묘했으니까
탈고하지 못하는 생, 길은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나는 과격해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격한 생각 과격한 말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겠다는 반성을 하는 것이다
종교도 마찬가지 였다
너의 믿음을 존중하지 않는 내 종교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시는
가보지 않은 곳을 말하지 않을 것이며
만나지 않은 사람의 말을 하지 않을 것이며
증거보다 더 강한 내 편견을
버리기로 하였다
나를 지배해온 그 선입견을 버리는 일은
어렵다. 보이지 않은 내 길 위의 표지를 읽어
내는 일, 유전자 지도를 알고부터
나는 변했다
우리는 신이다. 나는 신이다. 아, 이 생각도
과격하다. 우리에게 神性이 있다는 말로
바꾼다
2009. 2. 17 아침
길 위에서 22 - 존재의 이유
사랑은 말하자면 그 무엇을 인정한다는
것인데, 그 부피가 그 무엇의 자존심이
된다 존재는 이유를 가진다
생물도 무생물도 내 안의 記號도 가족도
이 부피만큼 존재하는 이유를 가진다
아내의 자존심은 내가 사랑하는 부피,
詩도 내가 사랑하는 부피의 총량, 모든
대상은 그 부피의 자존심을 갖는다
권태는 일시적으로 그 존재의 이유가
무너져 내리는 현상이다
2009. 4. 7
순종의 이유
12월 마지막 주일 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30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에게 신기한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나는 한번도 그 사람이 남의
말을 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 이 맑은
습성에 존경을 바치며 급기야 나는 이 신비한
덕목을 아내에게 순종하는 이유로 삼아버렸다
남의 흉을 보는 일, 일종의 해방과 위안 실로
그는 이런 일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동이 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세상을 재단하고 있었던
것 그 세월 동안 끊임없이 나는 당신이 알아
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엄살,
끙끙 앓아도 좀체로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은
그의 권위가 있었다
|
첫댓글 일과를 시작하면서 곳곳에 배인 사랑을 읽으며 과격해지는 습성을 내려 놓습니다.
감사합니다, 花雲님
오늘도 한 줄 시에 기대어 봅니다
동산도 <의치노조>의 자격증을 가질 만한 분이군요.
선생님, 저는 정회원 자격이 충분합니다...
탄트라에 이르는 과정, 자신을 정리해 가는 삶이겠지요?
짧은 지식과 독서로 이런 주제를 쓴다는 것이 늘 분에 넘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는 이런 주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신기하고 부럽기만 합니다.
아내의 자존심은 내 사랑의 부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