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치카와 사토미 작가의 <존 선생님의 동물원>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치카와 사토미 작가는 일본인이지만 20살 이후 프랑스에서 살아온 유럽 그림책 작가다. 그래서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통해 그녀의 인터뷰를 접할 수 있었다.
부끄럽기보다는 성적에 연연하게 만드는 그 풍경이 좀 우습게 느껴졌어요. ‘난 어차피 공부에 뜻이 있는 게 아닌데, 성적을 꼭 잘 받아야 하나? 왜 다들 저러지?’ 이런 생각을 어릴 때부터 했어요. 성인이 되면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리라 수없이 다짐했고 성인이 되자마자 실천한 것입니다. 나는 내 삶을 창조하며 살고 싶었어요. 8개월째 돈이 떨어져 일자리를 구하던 중에 프랑스에서는 학생 비자로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죠. 그래서 파리로 왔습니다. 한 프랑스 가정의 입주 보모로 들어가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불어 공부를 시작한 게 프랑스 생활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떤 확신이 있어서 프랑스로 온 게 아니라 저에게 탐험할 시간을 주려고 온 것이에요. 일본에 있을 땐 요리도 좋아했고 피아노도 쳤어요. 이게 내 길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면 모르겠는데 라는 답이 돌아왔죠. 그땐 제가 그림을 그릴 줄 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요. 꿈이 뭔지 잘 모르겠으니까 손에 잡힐 때까지 탐험하는 데 시간을 쓰기로 결정한 거예요. 257
시키는 대로 할 것 같은 외모와는 달리 그녀는 공부에 뜻이 없어 공부하지 않았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 자신의 삶을 창조하고 싶었다. 어른들이 보면, 참 쟤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하기 딱 좋은 캐릭터다. 그녀의 위대함은 자신의 소망을 소망으로만 두지 않고,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실천에 옮긴 것이다. 말도 낯선 프랑스에 건너가 해본 적 없는 입주 보모 일을 시작하고, 그림에 끌려 그림을 시작했지만 제대로 그려지지 않자, 또다시 어떻게 해야 잘 그릴 수 있을지 자신만의 방법들을 찾아 수련의 시간을 쌓아나갔다. 힘들게 버티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겁게 해나간 게 놀라웠다.
뛰어다니느라 셔츠가 삐져나오고 머리칼이 흩날리는 아이를 그린 역동적인 일러스트를 보면서 어쩌면 나도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날부터 책을 끼고 혼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곧 한계에 부딪혔어요. 사람 얼굴을 어떻게 표현해야 화난 감정이 전달되는지, 강아지는 어떤 포즈로 뛰는지 머릿속에 저장된 이미지가 없으니 그릴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사람들의 움직임과 표정을 관찰하기 좋은 댄스 스쿨, 제가 사랑하는 동물을 실컷 구경할 수 있는 동물원과 식물원에서 크로키 연습을 했어요. 그런데 그 순간이 그렇게 행복하더군요. 그래서 아 난 그림 그리는 것이 하고 싶었구나 깨달았죠. 261
제가 동물을 관찰하며 그림 그리는 것을 본 선생님은 그 뒤로 무려 18년 동안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해 저를 초대해 그 농장에서 2~3개월씩 머물며 그림 연습을 하게 해주셨어요. <존 선생님의 동물원>과 노라와 친구들 3부작에 등장한 그림이 다 그때 만들어진 거죠. 그렇게 18년의 시간을 연습하며 보내고 나니, 그제야 그림 속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더군요. 265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무슨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 나머지를 잊어버릴 수 있다면 그게 당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이라 말하는 이치카와 사토미 작가. 회원들 각자가 어떤 걸 경험할 때 심장이 뛰고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그렇게 작가의 이야기와 회원들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 함께 했는데, 특히나 한 회원의 삶의 이야기는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한 분은 눈물을 흘리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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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지십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