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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며칠을 더 있었든가 당장이라도 다시 비행기 타고 떠나든가 해야지 우리 병아리들이 자꾸 눈에 밟혀서 못살겠다. 병아리들 데리고 어디 캠핑이라도 떠나면 안 될까?’
세리할망구 지병이 또 돋았다.
베트남 나짱에서 태리랑 세리를 일주일 동안 혼자 독차지 해놓고는 집에 돌아 온지 불과 2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병아리 타령을 또 늘어놓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나짱 여행이 너무나 좋았어. 그냥 황홀했다니까? 언제 또 그렇게 신나고 오붓하게 우리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가 있겠어? 한겨울이다보니 물놀이하는데 좀 불편했지만 그럼에도 하나도 춥지 않았다니까?'
'그러게? 그래서 내가 한 이삼일만 더 연휴 끝까지 길게 가자니까 그때는 아니라고 해놓고?'
‘그때는 혹시 우리 병아리들이 지루해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니까 그랬지. 엄마하고 너무 오래 떨어트려 놓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되었고, 애들을 우리가 너무 오래 데리고 있으면 병원에 입원중인 외할머니가 더 적적하게 느끼시지 않을까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솔직히 들기도 했고.......’
‘그럼 겨울캠핑을 한 번 준비해 볼까?’
‘캠핑한다고 하면 아들이 병아리들 안 내놓을 거야. 캠핑장 이산화탄소 사고가 너무 자주 있어서....... 그리고 너무 빨라. 너무 자주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 희소성 가치가 점점 떨어진다니까? 당장 태리가 조금만 더 커봐. 할머니 할아버지랑 노는 거 이젠 별로 재미없어요. 안 따라 갈래요 한다니까? 아마도 머지않아 곧 그런 날이 닥친다니까?’
그건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하면 되고....... 지금 당장은 다시 돋은 할머니 지병을 어떻게 치료한다?
사실은 그게 어디 할머니 지병뿐이겠는가? 이 할아버지도 똑같은 증세가 나타나는 동병상린의 처지인 것을........ 나도 우리 병아리들이 보고 싶다. 집에 돌아 온 지 이틀 지나 여행사진을 정리하면서 벌써 나도 그랬던 것을.........
이를 어쩌지?
구정 연휴가 이제 1주일 남았고, 비록 잠깐이지만 겡구랑 짱구랑 태리랑 세리가 금방 오기는 또 올터인데.......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테고......
어쩌긴 뭘 어째? 다시 국립공원 관리공단 사이트와 숲 나들이 싸이트를 열심히 들여다보는 수밖에......... 그리고 언제나처럼 우리의 최고 애착 포인트랄 수 있는 연곡 솔향기 캠핑장 싸이트도 습관처럼 다시 검색을 해본다.
한겨울이다 보니 솔향기 캠핑장 예약 싸이트는 완전 한산하다. 차라리 ‘널널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다만 D존의 카라반 구역과 H존의 고급 카라반 구역만은 열외다. 적어도 이곳만은 1년 365일 언제나 만원을 넘어서 조상님의 은덕까지 필요한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아주 특별한 지역에 해당한다. 한 달 전에 연동식으로 인터넷 선착순 접수가 가능한 유일한 방법인데, 개시와 동시에 전산망이 다운될 정도로 인기다. 오죽하면 ‘최신형 컴퓨터로 15초 안에 모두 끝’이라는 신조어가 다 생겼을 정도다. 우리가 연곡 솔향기 캠핑장을 드나든 세월이 유수하건만, 카라반 예약 시스템에 도전은 이루 다 헤일 수 없을만큼 도전을 해보았지만....... 이제껏 성공해 본 기억이 아예 없다.
연곡 솔향기 캠핑장의 카라반 싸이트(D존)는 총 8개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중에 하나는 장애인 우선제도에 포함되어 있다. 작년인가 새로 등장한 최고급 카라반(H존)은 3개인데 그중헤 하나는 호텔처럼 주방 시설이 없게 만들어져 있다. 크기도 크기이고 사방이 통유리로 만들어져 전망이 끝내준다는 소문이 파자하게 퍼져있어서, 전국의 뷰포인트를 찾아다니는 젊은 셀럽들에게 열화와 같은 선망의 대상이 되어 있다. 공립 캠핑장임에도 불구하고 최고급 카라반의 사용요금은 인기 휴양지의 고급 펜션이나 리조트에 버금갈 만큼 비싸 보인다.
우리의 최애 캠핑장인 연곡 솔향기 캠핑장의 A존과 B존의 데크가 한산하다 못해 텅 빈 채 그냥 널려있다.
다른 때 같으면 무작정 하나 덥썩하고 물어버렸을 텐데........ 한겨울 텐트는 병아리들을 데려오지 못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럼 할망구랑 예전처럼 단 둘이? 새삼스럽게? 에이. 아무래도 그건 좀......... 재미가........
그런데 얼씨구???????
이월 초순의 금요일에 카라반 사이트 하나가 (예약 가능) 상태로 화면에 떠오르는 게 아닌가? 누군가가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 부득이 예약 취소를 해 버린 모양이다. 이걸 날름 잡아야 하는 건가 아닌가? 하루로는 별 쓸모가 없음이요, 그렇다고 하늘의 별따기인 이 기회를 그냥 놓치기도 그렇고.......... 누가 앞으로든지 뒤로든지 하나만 더 취소 안하나 하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검색부터 하고, 출근하면서 또 하고, 퇴근하자마자 다시 하고,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또 검색을 해 본다.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또 어떤 여행객의 일정에 부득이한 사정이 생겼음인지 같은 카라반의 하루 전날인 목요일이 (예약 가능) 상태로 떠올랐다. ‘이거 혹시 누가 나를 위해서 일부러 연출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다 들 정도였다. 그야말로 여간해서는 좀체 보기 드문 현상이 아니겠는가?
무조건 날름 6일 7일(이박삼일) 솔향기 캠핑장 카라반 702호 예약을 해 버렸다.
그래놓고 챠밍 여사에겐 일체함구 시침을 뚝 떼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생활한다. 혹여 내가 먼저 실토를 했다가는........ 가니 안가니....... 병아리들이 시방 학원과 어린이 집이 어쩌니 저쩌니...... 온갖 꺼리를 찾아 철없는 할아버지라고 힐책을 할 테니 말이다. 40년을 함께 살아왔는데 그 속을 어찌 모르겠는가? 할망구가 구미호가 되었으면 아무리 이빨 다 빠지고 색이 바랜 무늬뿐인 늑대 처지라고 해도 눈치 하난 8단쯤 되지 않았을까? 이럴 때 미리 고해바쳤다가는 면박 내지는 구박이 돌아올게 뻔하다. 그저 시침 뚝 떼고 침묵으로 고수하다 보면 병아리들이 올 것이고, 병아리들을 보면 또 당연하게 여행 생각이 나서 푸념을 늘어놓게 된다. 그때 가서 깜짝쇼 선물처럼 사실을 고백하면 나머지는 그냥 순순히 일사천리로 풀어져 나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깜짝쇼라는 것도 글쎄....... 횟수가 늘어날수록 강도를 점점 더 세게 만들어야 한다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내가 곧 잘 깜짝쇼를 부리는 편인데...... 이젠 웬만한 강도로는 전혀 감동이 먹히질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깜짝쇼가 병아리들 앞에서 터진다면 당연히 아이들이 먼저 기절할 정도로 좋아할 것이고...... 그러면 할망구 감동쯤이야 당연히.......
그랬는데...... 그런 간절한 바람으로 저질렀는데........ 세상 일이 다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는 진리가 이번에도...... 왜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를 않는 것일까?
‘아빠. 이번 구정 연휴에는 어디 안가세요?’
느닷없이 아들에게서 구정 이틀 전쯤에 문자가 날라 온 것이다.
‘왜? 너희들 무슨 계획 있니? 그냥 편하게 지내. 추위가 너무 여러 날 지속되어서 우리 병아리들이 어찌하고 있나 하고 걱정하고 있었어. 눈도 내린다는데 오지 말고 병아리 외할머니 병원 다니시는데 신경 좀 더 쓰고 연휴 기간 동안 가서 지켜보아 드리고 너희들 계획대로 그냥 잘 보내도록 해. 정 애들 보고 싶으면 우리가 갈게.’
‘그래도 집에는 가야지요. 태리가 할아버지 뭐하실 건지 궁금하다고 물어봐달라고 해서요.’
‘그랬냐? 태리한테는 할아버지가 직접 문자로 이야기 해주마. 우린 따로 비밀이 있거든.’
저녁을 먹고 나서 서재에서 몰래 숨소리까지 죽여 가면서 손녀에게 문자질(?)이란 것을 해본다.
‘우리 큰 공주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방학이니까 저는 주로 집에서 혼자 보내고 있고요. 어제는 같은 아파트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함께 자고 조금 전에 돌아왔어요. 세리는 어린이 집 다니느라 오전엔 집에 없어요. 설날 전에 할아버지 집에 갈 생각이라고 아빠한테 들었어요. 얼른 충주 가면 좋겠어요. 놀이터랑 키즈 카페도 가고 싶어요. 여름에 갔던 동굴이랑 천문대도 가고 싶어요.’
‘할아버지랑 눈 쌓인 곳으로 겨울 캠핑 가고 싶지는 않니?’
‘완전! 정말로 겨울캠핑 꼭 가보고 싶어요. 그럼 언제요?’
‘지금은 밖의 날씨가 너무나 추워서 많이 힘들 것 같아. 내일부터 명절연휴인데 명절엔 차가 엄청 막히고 사람들이 몰려다니니까 어디든 움직이는데 크게 불편하단다. 그래서 일단 명절 연휴는 끝나고 좀 조용해 졌을 때....... 열흘쯤 지나서 바닷가 캠핑장으로 여행을 떠나볼까 하고 할아버지가 준비를 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희들 감기 조심하고 조금만 기다려 주렴. 알았지? 대신 할아버지랑 태리만의 비밀로 하고 준비가 다 되었다 싶으면 할아버지가 다시 알려줄게. 알았지?’
‘네. 할아버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리고 이건 모두 비밀이에요?’
개뿔!!!!!
비밀은 무슨........ 아들이 뒤에서 몰래 문자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그럼, 손녀와 할아버지 사이의 비밀 다짐을 아들이 훔쳐보았으면 그 비밀이 아들 선에서 지켜졌어야만 정상일진데......... 아들이란 놈이 태어난 순간부터 오로지 엄마 신봉자가 아니었던가? 그 비밀은 서너 시간도 되지 않아서 할머니는 물론 며느리 겡구에게까지 전달되고 말았던 것이다.
비밀은 무슨?????? 다 개뿔이여. 개뿔!!!!!! 알간?
비교적 간촐하게 캠핑장비를 꺼내서 싣고 부랴부랴 이천의 한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아마도 작은손녀 세리가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도착해서 할머니가 세리를 데리러 사무실로 들어가고 내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어린이집 미니버스가 들어오더니 차에서 내리는 숙녀분이 낯선 방문객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 온다. 손여가 이곳에 다니고 있고 오늘 집안 행사로 점심시간 마칠쯤에 데리러 오기로 약속되어 있다고 전했다.
‘세리 할아버지시군요? 집에갈 준비를 하고 있을거예요. 겨울 캠핑을 가신다고요?’
헐!!!!!
숙년분은 여기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이셨고, 이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곳에 왜 자주 찾아오는지까지 모두 잘 알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혹 참 이상한 할아버지로 오해를 하고 계신 것은 아닐까? 엄마 아빠도 없이 손녀들만 데리고 가끔 캠핑이나 여행을 떠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리 흔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것도 하필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날이거나, 한파 경보가 일주일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한겨울에 어린 꼬맹이들을 데리고 캠핑을 떠난다니 말이다. 얼핏 전해 듣기로는 이곳 어린이집 꼬맹이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캠핑 여행’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베트남 나짱 여행 통에 방학이 끝나고도 사나흘 뒤에야 어린이집에 갔으니 더더욱 잘 알게 되었을 것이다. 태리는 2월 말까지 방학이지만 말이다. ‘세리가 매번 무척 좋아하고 여행에서 돌아와서 친구들에게 열심히 자랑하는 것을 지켜보면 그럴 때마다 세리가 쑥쑥 자라고 있는 것이 느껴져요. 참 보기 좋아요. 이번에도 안전하게 좋은 여행 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착하고 씩씩한 어린이로 자라도록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지금 시기가 녀석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해서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서 여행을 주로 다니고 있습니다. 태리때도 그랬고 지금 세리도 그렇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출입 자동문이 열리고........ 우리 꼬맹이 병아리가 달려나와 할아버지 품속으로 뛰어든다.
‘할아버지는....... 바로 이런 맛에 산다!!!!!!’
세리를 태우고 이젠 태리를 태우러 일단 아들네 집으로 향한다.
우리집도 아파트이지만 이넘의 고층아파트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뭔놈의 차가 이렇게 많고 지하 주차장이 몇 층까지여? 거기다가 드나드는 게 뭐 이렇게 어렵고 복잡해? 올 때마다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고 심지어 짜증이 날 정도이다. 하지만 어쩌겠어?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고......... 병아리들 보려면 이 정도는 당연한 것처럼 감수할 수 밖에........ 그나저나 엘리베이터 점검일이라도 되면 우리 집 5층도 불편한데, 아들 집 23층은 어떻게 오르내리냐? 어쨌거나 우리 집보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전망은 훨씬 좋기는 하더만........ 암튼 요즘 아파트는 일단 너무 절차가 복잡하고 불편해서 나는 싫어.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는 태리가 달려와 품에 안기며 뽀뽀까지 해준다. 특별 써비스다.
‘애들아. 캠핑 가자고 했지 해외여행 가자고 했니? 이게 뭐야? 완전히 공항가는 분위기네? 지난번처럼 대형 캐리어에 기내용 미니 캐리어까지 하나씩 손에 들고? 아예 이대로 인천공항으로 갈까?’
‘할아버지. 이번엔 텐트가 아니라 카라반이라면서요? 그래서 짐 정리가 쉬우라고 배낭 가방이 아니라 그냥 캐리어에 담았다니까요? 베트남처럼 캐리어 열어놓기만 하고 그냥 쓰려고요. 저는 2층 침대만 주시면 돼요.’
‘언니야. 그럼 1층은 내꺼야?’
아들네 아파트가 우리집보다도 좀 더 크지만 한참 나대는 병아리가 두 마리나 되다보니 언제나 너저분하게 그냥 늘어놓고 살기가 십상이다. 겡구 또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애들 뒷바라지에 집안 살림까지 완벽하게 하기엔 당연히 무리라고 생각해서..... 내가 먼저 애들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그냥 대충 늘어놓고 쌓아놓고 살라고 권하기도 한다. 어쩌다 집안 행사라도 생기게 되면........ 할머니를 일일 가정부로 파견해서 집안 정리와 대청소는 물론 장을 보아다가 밑반찬까지 만들기도 한다. 아주 어쩌다 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번엔 어느 정도 정리가 잘된 편이다. 명절 연휴 뒤라서 시간과 여유가 좀 있었나 보다. 며느리 겡구가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지고 보여진다.
병아리들 각자가 방이 따로 있음에도 아직 어려서 안방에서 주로 기거하다시피 하는 막내 세리가 요즘 독립을 연습하는 중이라며 거실에다 임시 거처를 마련해 따로 자면서 자기 방에 이층 침대를 사달라고 조른다고 하더니, 거실이 세리 방으로 변해 있다. 이럴땐 그냥 모르는 척한다. 엄마와 세리 사이에, 혹은 아빠와 세리 사이에 어떤 신경전이 되었던, 거래가 되었던, 한참 교섭 중이라고 하니 좀 더 기다려 볼 수빡에 없지 않겠는가. 하여 간..... 우리 세리란 녀석은 참 특이하고 여간내기가 아닌 당돌한 녀석이다.
어쨌거나 이렇게 저렇게 병아리 두 마리하고 녀석들 짐을 싣고서 다시 강릉을 향해 줄발을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계서에 들려서 뽑기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면서 쉬고, 또 달리다가 평창 휴게소에 들렸는데 ‘모야 모야’ 하는 전화기 벨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벨 소리가 울리면 아들이거나 며느리거나 태리 중에 하나다. 그런데 지금 태리는 우리와 같이 차에 타고 있으니 아들 아니면 겡구일 것이다.
‘아빠 운전 괜찮아? 여긴 지금 폭설이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해서 난리도 아니예요. 천천히 가세요.’
‘폭설이 내리고 있다고? 우리가 출발할 땐 분명히 해가 있었는데? 여긴 약간 흐리기만 하고 날씨는 말짱해. 일기예보에 오후에 약간 눈이 흩날릴 것이라고 하기는 했었어. 우리가 떠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여기는 벌써 제법 쌓이고 있어요. 지금 전국적으로 대설 주의보까지 내렸고요. 곧장 내려가실거지요? 운전조심 하세요.’
헐!!!!!
도대체 이게 무슨 난리란 말인가? 눈이라니? 그것도 엄청난 폭설이라니?
그래서 이번엔 오늘 현장일을 대신 맡아주고 있는 후배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형. 대관령 넘어갔어? 넘어 갔으면 다 녹을 때까지 아예 서둘러 넘어 올 생각을 하지마. 현장 근처 비닐하우스마다 지금 난리가 났어. 순식간에 쌓이는데 이번 눈이 축축하고 무척 무겁대. 잘 안 쓸려나간다고 해. 공단 도로도 지금 염화칼슘 뿌리고 난리가 났어. 우리도 서둘러 지금 퇴근하려고 해. 작업차는 두고 차 하나로만 나갈 거야. 이렇게 눈이 무섭게 쏟아지는 거 처음 보는 것 같아. 조심조심해서 움직여. 뉴스나 일기예보 꼭 보고.’
아니 이게 시방 무슨 황당한 씨츄에이션이란 말인가?
대관령 올라서면서 흩날리는 눈 방울 몇 개정도 느낌상으로 본 것이 전부인데 말이다.
시방 눈 때문에 온 대한민국이 난리가 났다고 하지만, 하늘을 올려다 보지만........ 여기는 절대 아닌데? 그냥 말짱한데? 우리나라 땅덩어리가 그렇게 큰가? 그렇다면 우리가 아들네 집에서 나와 이천 톨게이트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문막쯤 지나면서부터 중부지방 이남으로 폭설이 쏟아지고 심지어 대설주의보까지 내렸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핸디폰으로 SNS 검색을 해 보니 정말로 모든게 사실이다. 대한민국이 지금 눈 때문에 크게 난리가 났다고 한다.
가자. 일단 대관령을 넘어가서 생각해 볼 일이다. 그래서 다시 박차를 가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애초의 계획에는 평창에서 첫날 스케줄을 무엇이던가 하고 넘어가는게 맞는 순서였다. 삼양 목장을 가던 예쁜 예배당을 찾아 멋진 사진을 찍던, 이색적인 갤러리를 들려보던, 중간에서의 프로그램이 분명히 있었는데 당장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폭설이라는데 혹여 길이라도 막히면 어떻게 하나? 일단은 대관령부터 넘고 무조건 주문진 (솔향기 캠핑장)까지 일단 가고 볼 일이다.
평창을 들려서 강릉으로 넘어오면 중앙시장엘 들려서 뭔가 푸짐하게 주전부리를 한 보따리 사던가, 아니면 주문진 수산시장에 들러서 방어회라도 떠야만 했었는데, 눈 때문에 지금 사단이 나도 크게 날 판에 중앙시장은 뭐고 수산시장은 또 뭐겠는가? 강릉 IC도 그대로 통과하고 연곡 IC에서 빠져서 곧장 연곡 솔향기 캠핑장에 도착해서 체크 인 수속부터 밟는다.
그렇게 해서 어찌되었던 일단 무사히 솔향기 캠핑장 카라반 702호에 무사히 입실이란걸 하기는 했는데......... 사방 어디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눈은 한 방울도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미치겠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 대설주의보란게 도무지 안 믿겨 져.
더군다나...... 난리가 났던 말던 여행은 이미 떠나왔겠다, 학수고대하던 카라반에 일단 도착은 하고 났으니....... 우리 병아리들 표정은 마냥 행복해 보이는 표정에 마냥 감동에 들뜬 외침 소리뿐이 아닌가?
‘할아버지. 제 짐은 일단 이층 침대에 올려 주세요.’
‘할아버지. 우리 바다구경 가요. 나가고 싶어요.’
하이고야. 시방 강릉은 눈이 아니라 엄청나게 거센 바람 때문에 난리가 났다. 정말로 자칫하면 바람에 밀려 사람이 자빠질 지경이다. 대관령 저쪽은 눈사태로 난리고, 대관령 이쪽은 강풍으로 난리가 나도 단단히 난 형국이다.
카라반에 설치된 TV를 켜보니 긴급 뉴스에 온통 눈폭탄을 맞아 난리가 난 대한민국 소식으로 가득하다. durlls 눈이 한방울도 없는데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동지방에 강풍 주의보를 넘어 강풍 경보가 발령되었다.
그럼에도....... 아무리 그렇다해도....... 정말로 못말리는 우리 병아리들께서 기어코 바다 구경을 하려 출동하셨다. 솔향기 캠핑장 솔숲 속으로 산책을 나갔는가 싶더니만 벌써 태리가 저만치 파도가 점점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해변 백사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가 기겁을 하고 쫓아나갔는데..... 얼씨구???? 작은 세리까지 덩달아 파도 가까이 내려 선다. 부리나케 달려가 잡아 채다시피 부둥켜 안고 파도에게서 무사히 탈출을 하기는 했는데......... 기어코 그새 우리 태리양께서는 까불며 놀다가 벌써 한 쪽 발을 파도에 빼앗겨 버렸다.
하여간 못말린다. 못말려. 도애체 얘들이 누굴 닮아서 이렇게 물이라면 환장을 한단 말인가? 그래놓고도 신이난듯이 웃기만 할 뿐이다.
허겁지겁 카라반으로 데리고 들어와 옷을 갈아입히고.... 이젠 다른 놀이로 종이찰흙 놀이와 윷놀이와 보드게임을 번갈아 가면서 해보는데........ 이번엔 그야말로 넘치는 승부욕 때문에 또 한바탕 난리가 아닌 전쟁이 벌어진다.
지금 밖의 세상이야 눈 때문에 난리가 나던 강풍으로 세상이 떠내려가던 우리는 그냥 지금 이 순간이 즐겁다. 너무너무 행복하다. 에미와 애비는 퇴근하느라 지금 생고생을 옴팡지게 하고 있겠지만...... ‘아들. 우리는 잘 있다. 아무런 걱정하지 마. 너희나 잘보내.’
그나저나....... '애들아 우리 지금 먹을것 가진게 아무것도 없어. 늦기전에 마트에 장보러 가야해?'
그런데 이미 파도에 빠져서 신발이 젖어버린 태리가 따라 나서길 꺼리고....... 장은 보아야 하겠고....... 녀석들만 두고 나가긴 또 그렇고........ 결국 할아버지 혼자 다녀오겠다고 나서는데......... 얼래? 세리가 할아버지 도와주겠다고 따라 나서는 것이 아닌가? 오늘도 할아버지 가슴은 세리에게 녹아내리고 만다. '내가 누구라고? 내가 이래도 윤 세리 할아버지여. 세상에 하나뿐인 할아버지가 바로 나여!!!!!' 할아버지 계 탔다!
세리를 데리고 연곡 하나로 마트를 향한다.
내가 거듭 반복해서 하는 말이지만.......... 대한민국 캠핑문화를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 발전시키는데 최고 일등 공신은 (하나로 마트)다. 바리바리 짐 싸고 챙기는데 별반 신경을 쓰지 않아도 하나로 마트에만 들르면 모든것이 저절로 다 해결된다. 거기다가 전국적으로 행정구역상 면단위만 되면 무조건 있는것이 바로 하나로 마트가 아닌가. 그 다음은 (자연 휴양림)의 대중화를 꼽겠는데...... 그게 요즘 하늘의 별따기가 되다보니........
“모야모야!?!?!?”
새벽부터 울려대는 카카오 톡 알림소리에 허겁지겁 안경을 더듬거려 찾아 쓰고 도착한 문자 확인을 한다. 이 알람 소리를 사용하는 사람은 아들과 며느리와 태리 세 사람 뿐이다. 태리는 지금 내 위에 2층 침대에서 자고 있으니 아닐 터이고, 그렇다면 아들 아니면 며느리일 텐데 이 꼭두새벽에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빠. 별일 없어요?’
‘일? 무슨 일? 거기는 어제 눈이 엄청 쏟아졌다지만 여긴 한 방울도 안 왔어? 바람만 험악하게 불었었는데 새벽부턴 아주 잠잠해 졌어. 우린 아무 일도 없는데 왜?’
‘모르셨어요? 지진이 났잖아요?’
‘지진? 언제? 우린 아무것도 몰랐고 여긴 아무 일도 없는데?’
‘새벽 2시쯤에 충주에서 지진이 났어요. 엄마 집은 별 일 없겠지요?’
‘충주에? 별일이네? 태어나서 지진이 충주에 났다는 이야긴 처음 들어본다.’
‘충주 북서쪽 21km 지점에서 발생했다 네요.’
‘거긴 앙성 쪽인데? 거긴 지각판이 부딪치고 뭐고 할일도 없을 텐데 별일이네? 3.1이면 조금 흔들리다 말았을 정도일텐데 집에 무슨 일이 있겠니? 너희 집이 23층 이라는 게 당장 아빠는 걱정이다. 여기는 별일 없다. 너희도 괜찮니?’
‘뭔가 흔들리는 느낌에 잠이 깨기는 했어요. 그랬더니 재난 문자가 와서 저희도 알았어요. 폭설은 일단 그쳤는데 아침에 조금 더 내린다고 하네요.’
‘그럼 나도 뉴스를 한 번 보아야 하겠구나. 막 일어나려고 하던 때였어. 모닝커피나 마셔야겠다. 우리는 아무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금요일이네? 주말 잘 보내렴.’
티비를 켜고 뉴스를 보니 강도 3.1에도 재난 경보가 울리고 한반도가 밤새 야단법석을 떨었나 보다. 이상 기온으로 한파가 연일 계속되고 폭설이 쏟아진데다가 지진까지 발생이라니...... 그것도 충주에 지진이라니...... 헐!!!! 그래도 우린 모두 이상 무!
커피 끓인다고 부산떠느라 그 소리에 할머니 일어나고 지진 뉴스를 보면서 이른 모닝커피를 마신다. 하긴 집에서도 늘 이때쯤 새벽이면 일어나서 커피부터 마시는 우리의 평소 습관이 아니었던가.
태리가 깨어서 아이폰으로 어수선한 뉴스를 확인하고 있고, 세리가 깨어나서 잠결에 뭐라고 하더니만 이내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만다. 큰손녀는 일정 시간이 되면 팍 쓰러져 잠들고 일찍 일어나는 편인데 반해, 작은손녀는 도무지 잘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어른들을 괴롭히다가 늦게 잠이 들면 아침 늦게까지 잠자리를 지키는 타입이다. 병아리는 딱 두 마리뿐인데 얘들이 완전히 극과 극으로 다르다. 거의 모든 면에서 다 제각각이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티비 뉴스에서 나오는 소리 빼면 온통 파도소리 뿐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블로그에 솔향기 캠핑장 카라반이 바다가 그대로 내다보이고 좋기는 하지만 밤새 파도소리에 많이 시달리는 걸 각오해야 한다고 했나보다.
서서히 밝아오는 밖을 살펴보니....... 어제 같은 바람은 전혀 불지를 않고 밤새 내린 눈도 한 방울도 없는 것이 분명한데 차량 지붕에 내린 서리를 보니 밖이 지금 춥기는 엄청 추운 모양이다.
‘병아리들과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지?’
외설악에 가서 권금성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다녀오는 게 오늘 1순위 스케줄이었고, 속초에 가서 맛난 거 먹고 오가면서 카페 투어도 하고, 주문진 시장에서 회를 구입하거나, 강릉으로 나가서 중앙시장에서 맛집 투어 내지는 주전부리를 한 보따리 사서 캠핑장으로 돌아오는 것들이 오늘 스케줄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속초지역에는 눈이 내렸고 올 들어 최고의 한파가 여기는 물론 한반도 전체를 덮치고있다는 암울한 소식이 티비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어쩌지?’
‘계획은 다양하게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이것을 실행에 옮길 방법이 없네?’
솔향기 캠핑장에서 맞는 새아침이 밝아오기 시작은 했는데, 이래저래 어수선한 이른 아침이어서 그랬을까?
큰손녀가 슬며시 할머니한테 다가가더니만 ‘할머니. 배가 고파요. 샌드위치 해주실래요?’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의 여행에서 사계절 내내 가장 어려운 숙제로 항상 싸가지고 다니는 것이 바로 병아리들의 먹거리 문제(?)가 아니었던가? ‘가만, 우리 병아리들이 어제 저녁을 무엇으로 해결했지? 간장 계란밥인가 아니면 짜파게티였나? 인스턴트 피자를 먹었나?’ 암튼 잘 모르겠다. 캠핑을 왔으면 최소한 삼겹살을 먹던지 쪽갈비를 뜯던지 그것도 아니면 부대찌개나 떡볶이라도 끓여야 하는 게 정상일터인데, 우리 두 마리 병아리들의 합창은 언제나 한결같이 ‘싫어요!’ 이니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할머니가 귀찮아서 해주기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한결같이 대충대충 얼떨결에 때우고 넘어가기 일쑤다. 거기다가 둘이 취향과 입맛까지 상당히 다르다. 여행이 힘든 것이 아니라 녀석들과 매 끼니를 어떻게 해결할까가 더 어려운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의 심정을 누가 알랴?
그러고 보니 어제 밤에 피자 쪼가리는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소맥 하느라 안주 삼아서 먹었던 것 같은데? 캠핑장 인근에 통닭도 배달해 주고 모듬회도 배달을 해주는데........ 우리끼리만 안주삼아 캠핑회식을 했다가...... 병아리들이 집에 돌아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만 술 파티 하고 지들은 배가 고픈 채로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고 고해바치면......... 헐!!!!
‘할머니야, 뭐하니? 태리 배고프다 하잖아? 샌드위치 내가 할까?’ 냉장고에서 얼른 콜라를 꺼내서 컵에 따라 건네준다. 큰애는 콜라 매니아인데 작은애는 콜라라면 기겁을 한다. 작은애는 모든 과일을 무척 좋아하는데 큰애는 또 과일이라면 질색을 한다.
헐!!! 또 헐!!!!! 우리가 이런 손녀들과 여행을 함께 다니고 있다. 둘이길 천만 다행이지 만약에 셋인데 지금처럼 개성이 확실하게 다 다르다면.......... 할머니 할아버지 사표를 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얼씨구???
작은 세리에게 이른 아침은 아직 한밤중이나 마찬가지인데....... 얼씨구?
눈을 부비면서 침대서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아내 얘가 식전댓바람부터 무슨 일이지?’
다짜고짜 창문으로 다가가 밖을 내다본다. ‘파도 소리에 잠이 깨서 바다를 보려고 저러나?’ 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할아버지. 고양이 소리가 났어요. 한 마리가 아닌가 봐요? 어디 있지? 고양이들이?“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럼 그렀지? 반려동물이던 야생동물이던 귀여운 동물만 보면 무작정 직진으로 돌격부터 해버리는 우리 작은 손녀를 나짱 빈원더스에서도 절실하게 겪어보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런데 또 얼씨구???
창문을 통해 고양이들의 새벽 산책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 투가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잠옷 위에다 외투를 껴입고 있다. 지금 당장 외출을 하시겠다는 뜻이다.
하이고야. 우리 세리를 누가 말릴 수 있단 말인가? 할머니 부랴부랴 양만부터 신기고 외출차림새 챙겨주느라 그야말로 난리다. 그렇다고 할아버지는 그냥 망연한 자세로 쳐다만 보고 있느냐? 천만에 만만에 콩떡이라고...... 할아버지도 대충 외출 준비를 허겁지겁 하고 난리다. 우리 병아리가 외출하면 24시간 비상대기 보디가드인 할아버지 역할이 무엇인지는 이미 하늘이 알고 땅이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부리나케 서둘러 귀여운 작은 손녀의 무척이나 이른 아침 산책을 따라 나선다.
쫄쫄....... 쫄래쫄래....... 또 쫄쫄쫄........ 쫄래쫄래 쫄래.........
얼룩점박이 고양이들이 여덟 마리쯤 되는 것 같고, 갈색 고양이 숫자는 그 보다 더 많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까만 고양이도 저만치 떨어져 있는데 야성이 아직 강한지 다가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넓은 솔향기 캠핑장에 사람이라고는 오로지 우리 둘 뿐이다. 한 겨울이라 한산한데다가 한파에 폭설에 지진까지 겹쳤으니 아마도...... 예약을 포기하고 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카라반 예약이 꽉 찬 것을 분명 내가 확인을 했음에도 8대 카라반 중에서 3대에만 여행객들이 입실을 했다. 꽁꽁 언 세리의 손을 잡고 캠핑장 산책을 한다. 할머니랑 내가 예전에 머물렀던 가장 명당이라고 생각하는 A구역 128번. 130번. 135번 대형 데크에도 올라가 과거 캠핑을 떠올려 본다. 또 초가을에 머물렀던 G구역 글램핑장 5번 룸도 슬며시 들여다본다. 한 곳을 제외하고는 글램핑장도 모두 비어있다. 그렇게 생각하자니 지금 여기저기 데크 위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로 위대하게 느껴진다. 우리도 많이 저런 상황이거나 혹은 더 험악한 상황에서 캠핑을 즐긴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말이다.
왜 그렇게 힘들게 캠핑을 꼭 해야 하냐고?
힘든 캠핑에는 그 나름의 힘든 만큼 이상의 맛이 있거든....... 그건 아는 사람만 알아.
지금은 병아리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일단 안전하고 다소 편리한 캠핑을 추구하고 있지만......... 언젠가, 평생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만큼 아찔한 여행이 또 우리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마음 또한 없지 않은걸? 그게 우리가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할 이유이기도 해.
스치는 바람결에 뺨이 시리고 세리의 고사리 손이 꽁꽁 얼어붙었을 즈음까지 녀석의 새벽 산책은 이어졌다. 끝내 우리가 산책을 마치고 카라반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이 너른 캠핑장에 사람의 자취라곤 우리 둘이 전부였다.
'What a wonderful day!!!!!!!!!!!!'
내 나름으로 생각하기에, 내 나이나 혹은 또래에 비교한다면 캠핑이면 캠핑, 비박이면 비박, 여행이면 여행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일가견을 갖추었다고 내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그 중에서 (연곡 솔향기 캠핑장)에 대한 나의 경험과 판단으로는 아마도 ‘내가 남에게 권장하고 싶은 대한민국 안에서 최고의 캠핑장이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더 좋은 최적의 장소에 최고의 시설을 갖춘 멋진 풍경의 캠핑장은 곳곳에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겠지만........ 캠핑이라는 국민 여가생활의 진정한 의미에 부합하며 위치와 주변 환경과 접근성과 주변의 여행조건이나 다른 시설들과 어우러지며 가히 최고의 가성비를 갖춘 누구나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진정한 국민여가의 성격을 갖춘 최고의 캠핑장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연곡 솔향기 캠핑장)을 꼽을 것이다.
그동안도 가장 여러 번 이용한 캠핑장이며, 비록 이제는 추첨제로 인하여 가고 싶다 해서 마음대로 갈 수도 없는 곳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내가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사는 동안에 가장 많이 찾아갈 곳이 바로 그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공립 캠핑장이라면...... 당연히 솔향기 캠핑장쯤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피안재.
한 달 전 인터넷 예약 선착순이 되어버리면서 겨울 시즌이 아니면 정말 피 튀기는 전쟁터나 다름이 없다. 거기다가 유독 사계절 D구역 카라반 시설은 연중무휴로 인기 상한가를 유지해 왔는데, 지난해에 새로운 초대형 카라반 신형이 3대 신설되면서부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 버렸다. 지리산 천황봉의 일출을 보려면 조삼님 삼대의 은덕이 하늘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내가 경험해 보니 솔향기 캠핑장 신형 카라반의 예약은 아마도 조상님 4대의 은덕은 있어야만 될 것 같다. 오죽하면 ‘최신형 컴퓨터로 15초 땡!!!’ 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까지 했겠는가 말이다.
“구글(GOGLE) 이미지를 통해 솔향기 캠핑장 카라반 위주의 사진 몇 장을 퍼 와서 위에 나열해 보았다. 어디까지나 참고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의도가 전혀 없음이니, 혹여 누군가 피해를 입었다 알려주시면 그 즉시 삭제할 생각임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그 사진들 덕분이라도....... 다들 꼭 한 번씩 찾아가 보시라고 강력하게 추천 드리고 싶다. 한여름 극심한 성수기만 피한다면 캠핑의 멋과 여유와 누리시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 거듭 추천 드리고 싶다.
‘세리는 아침식사로 뭐를 먹고 싶을까?’
‘짜파게티요.’
‘어제 저녁도 짜파게티 아니었어? 언니는 샌드위치 먹었는데 세리도 샌드위치 어때?’
‘아니요. 짜파게티 먹을래요.’
‘할머니. 그럼 나도 짜파게티 더 먹을래요.’ 태리까지 가세를 한다.
‘할머니, 저는 짜파게티 먹고 나서 냉장고에 아이스크림도 먹을래요.’
우리 병아리들은 평상시에 이렇게 지낸다.
열흘이나 지속된 한파주의보에 폭설이 내리고 강풍주의보가 내리고 기온은 영하로 뚝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바닷가 카라반에 들어앉아서 아침부터 짜파게티를 먹고 더해서 아이스크림까지를 먹어대야만 하겠다는 도무지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끝을 짐작할 수조차 없는 의지의 새끼 여우들이 바로 우리 손녀들이다. 할머니는 구미호, 엄마는 칠미호, 태리는 삼미호, 세리는 이제 여우 꼬리나 나기 시작했다.
에구에구 불쌍한 것은 등에 시퍼런 늑대 무늬뿐인 아빠와 할아버지뿐............
그래도 이쁜걸 어떻게 해!!!!!!
지금 우리가 좀 더 살아야겠다고 몸부림 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두 마리 병아리들 때문!!!!!!!!! 인걸.
--- 글 올리는 작업중입니다. 이래저래 좀 바쁘네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피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