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 고소하고 정겨운 부침개 나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준비>
#사회적 거리 두기?
사람과의 만남이 조심스럽습니다. 거리를 두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회사업가라면, 마냥 거리를 두자는 말이 안타깝습니다.
가까워야 할 관계는 더욱 가까이하면 좋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았던 일상에서의 만남이 더욱 소중해지면 좋겠습니다.
“더 잦은 안부, 더 잦은 대면·비대면 만남을 통한 소통에 대해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적 관계의 회복을 말합니다. 지역과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꾸준한 실천 노력의 반복이 결국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신념에 든든한 바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위기가 기회를 만들 듯, 개별적 관계의 촘촘한 회복을 통한 단단한 사회적 통합 또한 가능해 보입니다.”
<똑똑도서관 김승수 관장> 코로나 블루의 시대, 안전하게 연결되기 가운데
김승수 관장님의 이야기로,
더욱 지역으로 나가 주민들의 삶의 공간에서 일상적인 만남을 지원하고 주선하는 게
우리의 역할임을 확신했습니다.
#딱 좋은 때
제 마당, 제 삶터, 자기 일상생활 속에서, 확인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을 상상하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마침 복지관에 매달 후원물품으로 들어오는 밀가루가 눈에 보였습니다.
마침 한 달 내내 장마라는 소식이 들립니다.
자연스레 부침개가 떠올랐습니다.
밀가루에 김치, 양파만 있어도 부침개 한 접시 뚝딱 부칩니다.
나눠 먹기에도 참 좋습니다.
복지관에서 밀가루를 드리면, 각 가정에서 부침개 만들어 먹고,
하는 김에 한 접시 더 부쳐서 이웃과 나누면 어떨까?
부침개 나누면서 잠깐이라도 서로 안부 묻고,
어려운 때이지만 우리 잘 이겨내 보자는 응원 주고받으면 어떨까?
마음을 나누면 어떨까?…
부침개 부쳐 먹기에 딱 좋은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담 없는 제안
무엇보다 주민들이 느끼기에 부담이 없어야 합니다.
나도 해볼 만하겠다 여기실 수 있도록 과정을 나누어 자세히 적었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고~소한 부침개 생각이 절로 납니다. 김치전, 파전, 감자전…
돌아온 장마철! 복지관에서 밀가루를 드려요.
맛난 부침개 가정에서 부쳐 드시고, 한 접시는 이웃과 나눠 먹어요.
코로나로 자주 만나지 못해 보고픈 이웃과 부침개 한 접시에 마음을 나눠요.’
‘1) 김치, 양파, 당근… 집에 있는 재료로 취향껏 부침개를 만들어요.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요.
2) 맛있게 부쳐 먹고
3) 한 접시 더 부쳐서, 가까운 이웃에게 전해요.
4) 부침개 한 접시에 인사와 마음을 나눠요.
5) 복지관에 부침개 만들어 먹은 사진과 이웃에게 나눈 후기를 전해주세요. 참~ 쉽죠?‘
#가장 좋은 선전
함께 할 주민들 섭외에 앞서, 동료들의 도움을 구했습니다.
흔쾌히 해보겠다고 말씀하실 주민들을 주선해줬습니다.
처음엔 30가정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가 가기도 전에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먼저는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사업의 의미와 의도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같이 먹는 건 아니니까 괜찮겠어요. 복지관이 이렇게 해주니까 참 좋네요.”
감사하게도 다들 그쯤이야 해볼 만하다고 여기셨습니다.
가장 좋은 선전은 구전이라는 말이 딱 맞았습니다.
목표로 세웠던 30가정이 훌쩍 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제안하고, 중년 남성 동아리로 만나왔던 분들께도 제안했습니다.
아이들은 재밌겠다며 엄마랑 만든 적 있어서, 쉽게 만들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중년 남성 주민들께는 부침개가 쉬운 음식이 아니었나 봅니다.
혹은 이웃과 나눠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습니다.
어렵겠다고 하시면서도, 이렇게 생각하고 얘기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중년 남성에게 더 쉽게 다가올 만한 일들을 궁리해봐야겠습니다.
콧노래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들려 올 주민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니 신났습니다.
<진행>
#이렇게 만나니까 환장하겠어~
다음 날 곧장 만났습니다. 어머님들께서 서로 오는 때에 시간 맞춰 오셨습니다.
“아이고~ 너무너무 반가워서 어떡해.”
“이렇게 만나니까 환장하겠어~”
“오늘 다 만나서 이제야 잠 잘 오겠네.”
“집에만 있어서 심심하니까 이 사람한테 전화하고 저 사람한테 전화하고 전화만 했는데, 너무 보고 싶었지.”
순식간에 만남의 장이 열렸습니다.
전화로 꾸준히 서로 안부를 물어오셨지만,
이렇게 만나니 정말 좋다며 연신 팔꿈치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웃음이 내내 가득했습니다.
#작은 잔치
어머님마다 삼삼오오 만남을 계획하셨습니다.
“뒷산에서 모이자고~”
평소에는 집에 초대해 같이 부쳐 먹곤 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 각자 집에서 부쳐온 뒤 뒷산에서 나눠 먹자고 하십니다.
“우리 집으로 와~ 두세 명이면 괜찮지.”
어떤 분은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나눌 이웃이 없다고 걱정하셨습니다.
“잘됐네. 그럼 이참에 부침개 주고 하는 거지~ 나도 이사 와서 감자랑 쪄서 돌렸어. 그렇게 하면 돼~”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습니다.
벌써 부침개 만들어 이웃과 나누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사업가인 저는 낄 자리도, 할 일도 없습니다.
밀가루 전해 드린 게 다입니다.
주민들이 자신의 일상으로 다 꾸려갑니다.
이번 장마철, 우리 동네에는 소담스레 모인 작은 잔치들이 열립니다.
고소~한 냄새, 웃음과 위로로 가득할 겁니다.
동네 어르신, 아이들, 주민들이 나눈 정겹고 고~소한 다음 이야기, 무척 기대되지 않나요?
<이어지는 이야기>
#각양각색 이야기
곳곳에서 이웃들과 나눈 소식을 들려주셨습니다.
만들어 먹은 음식도, 나눈 이야기도 정말 각양각색입니다.
꽃 모양 부침개, 매운맛 순한맛 반반 부침개, 시원한 콩국수, 달콤한 빵, 김치전, 해물파전, 감자전, 호박전…
각자 집에서 부침개 부친 뒤 뒷산에서 나눠 드셨다는 이야기,
경비 아저씨께 직접 만든 부침개로 인사드린 아이의 이야기,
여럿이 재료들을 조금씩 보태어 부침개 반죽을 만든 뒤, 부쳐서 나눠 먹고 이웃들에게도 나눈 이야기,
이웃에게 한 접시 나눴더니 더 풍성하게 접시가 돌아왔다는 이야기…
다양한 이야기에는 한결같이 이웃을 향한 고마움과 따뜻함이 담겨있었습니다.
“오이소박이 만들고 남은 부추랑 호박 감자 양파 넣고 전을 만들어 양파 장아찌랑 아파트 이웃 서진이네 주었더니, 오징어를 넣어 더 맛있게 만들었더라고요. 잘 먹었다고 사진 보내왔어요.”
“아직은 요리초보이지만 이 밀가루로 여러 번 부쳐 이웃과 나눠 먹다 보면 저도 요리사 되겠죠^^”
“잘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어요. 이웃들이 어찌나 고맙다고 하는지~ 제가 다 고마웠어요.”
“처음에는 불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점점 하다 보니 극복하는 것 같았어요.”
“덕분에 따뜻한 나눔 시간이었어요. 소소한 나눔에 기뻐해주는 이웃들이 있기에, 오늘 하루도 알차네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오후~~ 우리 아저씨와 이웃과 함께 맛나게 저녁을~ 부침이를 먹었어요~~”
“오늘 부침개 부쳐서 이웃에 전달했습니다. 아들이 친구에게 전해주고 왔는데 굉장히 뿌듯해 하더라고요~~^^”
“옆집에서 고맙다고 잘 먹는다고 했어요.”
“비가 올 듯 말 듯 한 날씨의 연속이다. 장마전선의 영향권이라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지금 중부지방은 비가 많이 오지는 않는다. 그냥 쏴~아 하고 소나기라도 내리거나 아님 주룩주룩 장맛비라도 내렸음 좋겠다.
마침 복지관에서 거대한 양의 밀가루를 나누어 주셨다. 장보기를 하면서 부추도 사놨다. 이제 비만 오면 된다. 비가 와야 부침개가 먹고 싶어지고 자연스럽게 만들고 싶어진다.
밀가루 반죽에 부추와 애호박 송송 썰어 넣고, 양파와 고추는 쫑쫑 썰어서 집에 있는 몇 가지 푸성가리를 찾아 넣고 보면 어느새 반죽이 한가득이다. 신경통이 엄마의 무릎을 괴롭히기 전에 따뜻한 부침개를 만들어 드렸다. 오랜만에 드시니 맛나다고 맛있게 드신다. 이왕 부치는 김에 몇 장 더해서 옆집 202호와 209호에 사시는 어르신께도 드렸다.
오랜만의 별식은 간편하고 쉽게 한 끼 때우는데 좋다. 비록 산해진미는 아니어도 부침개는 누구나에게 정감 있는 음식이기에 옛 추억을 더듬으며 먹기에 딱이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하는 노래를 자동적으로 흥얼거리기도 한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집에서 밥해 먹기 힘들어질 때 부침개 한 접시는 이렇게 나의 한 끼를 책임진다.”
<평가>
#부침개 나눔은
코로나로 여러 사업의 진행이 어렵게 됐습니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시름이 깊어가던 때에
이웃과 정답게 나눈 우리 주민들의 이야기에 감사했습니다.
부침개 나눔은 특별하거나, 창의적인 프로그램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주민들이 잘해오던 일이기도 했고,
나도 해볼 만하다 여길 수 있는 소박한 여느 일상이었습니다.
곧, 지역 중심의 실천입니다.
복지관이라는 공간에 메어있지 않고, 지역주민의 일터와 삶터에서 이루니
주민들이 자연스레 실천의 주체가 되었습니다.
칭찬과 감사, 공이 오롯이 주민에게 돌아갔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정겨운 이야기는 덤으로 얻었습니다.
사회사업가의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니,
이루어가는 방법도 지역주민마다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들려올까, 기다리는 내내 정말 신나고 설렜습니다.
사람의 마음 가운데는 이웃과 나누고자 하는 선한 마음이 있습니다.
사회사업가는 이를 꺼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주선하고, 지원하는 사람이고,
이를 실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주민들 삶의 공간입니다.
서로 잠시 떨어져 있자고 말하는 때에, 마음을 더욱 가까이하려 애쓰는 이야기.
각자의 삶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지켜가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동네에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정답고 풍성하게 나눠주신 어르신, 아이, 주민들께 고맙습니다.
<강감찬종합사회복지관 홈페이지 원문 바로보기>
고소하고 정겨운 우리동네 이야기1
고소하고 정겨운 우리동네 이야기2
첫댓글 와~ 매월 후원들어오는 밀가루 보며 사회사업을 구상한 박세경 선생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사회사업가인 저는 낄 자리도, 할 일도 없습니다.' 말 속에서 주민 분들께서 당신의 일로 여기며 재미나게 펼쳐가셨을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그저 주선했을 뿐인데, 이렇게 고소하고 정겨운 이야기로 이어지다니! 감사하네요:)
선생님의 글을 보며 사회사업은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 속에서 이루어가는 것임을 확인합니다.
소소한 일상 누리시도록 거들어주시고, 기록하여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은경 선생님, 고맙습니다.
직접 만나 나누면 좋겠어요.
최은경 선생님~~
그 풍경을 떠올리며, 마음으로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답글로 사회사업은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 속에서 이루어가는 것임을 다시 새깁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글을 읽는 지금도 비가 추적추적 내려요.
비오는 날에는 역시 부침개지요. ^^
그래서인지 더 세경 선생님 이야기가 반가워요.
맛있는 부침개도 먹고,
우리 동네 이웃도 오랜만에 만나고,
참말로 정겹고 고소~하네요!
세경 선생님 이야기 듣기만해도
마음이 훈훈해져요!
감동 감사가 가득한 일 잘 이뤄주어 고맙습니다.
계속될 이야기 기대합니다 :)
예림 선생님!!
듣기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진다니요~~
고맙습니다^^
위기가 아닌, 기회로! 선생님이 나눠줬던 말 늘 마음에 품고 기억합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