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참패 누구 탓인가
경상도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동시지방선거에서도 늘 기호 1번을 좋아 했다. 기호 1번은 국회의원 숫자가 많은 당이 차지하도록 정해져있다.
필자는 30년 전인 1988년 만 38세 때 대구 중구에서 유승민 의원의 부친 유수호 변호사, 김현규 의원 등과 같이 13대 총선에서 5명이 경쟁 한 바 있다.
그 후 15대, 17대 국회의원선거와 초대 2대 대구 중구청장에도 출마했으나 늘“묻지 마라 1번” 바람 때문에 엄청난 돈만 날리고, 17대 총선을 끝으로 정치를 깨끗이 졸업했다. 속기학원에만 전념하고 정치 욕심을 버리니 마음이 너무 편하다
30년 동안 정당 이름도 참 많이 바뀌었고, 정당을 나타내는 색깔도 확 바뀌었다.
과거 전보정당 대구시장 후보자의 정당색깔이 빨간색이었는데, 현수막에 “파란색에 질렸다. 이제 색깔을 바꾸자!”였다. 그런데 박근혜가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당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 색깔도 빨간색으로 바꾸었다. 반공 교육을 받은 어린시절부터 빨간색은 피와 북한과 빨갱이를 연상하는 무서운 색깔로 여겨졌다.
2년전 20대 총선때도 기호 1번을 달고 빨간 유니폼을 입고, 선거운동을 한 대구 경북과 부산 경남 후보자들은 대부분 금배지를 달았다.
이번 제7회 동시지방선거 운동 시작 한 달 전 까지만 해도 빨간 색깔을 받으려고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한테 줄을 서서 경쟁이 치열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확 달랐다. 기호 1번이 파란 색깔인 더불어민주당 이고, 빨간색은 2번 자유한국당, 3번은 하늘색인 바른미래당 이었다.
개표결과 광역단체장은 17명 중 한국당은 2명뿐이고, 제주지사가 무소속으로 당선 되었을 뿐, 나머지는 14명은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특히 동시에 실시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12곳 중 자유한국당은 김천 송언석 후보 1명뿐이고 나머지 11명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기초단체장도 대구는 김문오 달성군수가 무소속으로, 나머지는 자유한국당이 힘겹게 모두 차지했다. 그러나 경북은 구미시장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선 되었고, 안동시장 권영세와 최기문 영천시장, 김충섭 김천시장은 무소속으로 당선 되었다.
대구는 27년만에 4명의 민주당 시의원을, 경북은 23년 만에 7명의 민주당 도의원을 배출했으며, 무소속 경북도의원도 8명이나 당선되었다.
서울은 25개 구청장중 24개가 민주당이 차지하고, 자유한국당은 고향이 청송인 前, 영남일보 기자 출신인 조은희(趙恩禧) 서초구청장이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했다.
또 대구 수성구 전역에서 민주당 구의원 출마자가 모두 당선돼 수성구의회 제1당이 되었다. 정의당 엄정애 후보는 경산시의원 3선에 성공했다.
한국당은 17개 시 도지사중 대구 경북을 빼고는 한군데도 이기지 못했다.
부산 울산 경남도 졌다. 부산의 구청장도 16명중 민주당이 14명, 한국당은 1명, 무소속이 1명 당선되었다. 기호3번 바른미래당도 전국적으로 기초단체장 1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DG당’(대구경북당)으로 전락한 자유한국당과 또 ‘난임(難姙)정당’으로 추락한 바른미래당은 집안싸움 밥그릇 싸움을 계속할 경우 2년 뒤 총선도 불을 보듯 뻔하다.
제발 누구 탓, 남 탓하지 마라. “모든 게 내 탓이고 내 큰 탓이다”라고 진정으로 가슴을 치며, 통렬하게 반성하기 바란다.
이수만 언론인/한국컴퓨터속기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