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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8~2004년)
[1]
세월이 흘러 총살형을 당하게 되었을 때, 아우렐리아 부엔디아 대령은 오래전 어느 날 오후에 아버지와 함께 난생처음 구경했던 일을 떠올렸다. 당시 마콘도는 흙벽돌로 지은 집이 스무 채쯤 자리 잡고 있는 초라한 마을이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집시들이 나팔을 불고 큰북을 울리며 찾아와서는 마을 근처에 천막을 치고 사람들한테 진기한 물건을 보여주었다. 텁석부리인 멜키아데스라는 집시는 자석으로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재주를 보이며, 자석을 마케도니아의 연금술사들이 여덟 번째로 만들어낸 불가사의한 물건이라고 소개했다. ~~모든 물건에는 영혼이 있고, 이 자석은 그 영혼을 움직이게 합니다.
자연의 섭리를 터득하여 상상력이 초인적 경지에까지 이르렀다고 알려진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집시의 자석을 갖게 되면 땅속에 숨겨져 있는 황금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직하기로 소문난 멜키아데스가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결국 그는 자기 고집대로 나귀 한 마리와 염소 한 쌍을 주고 자석을 받았다. ~~우린 이제 마루를 가득 덮고도 남을 만큼의 금을 갖게 될거야.
이듬해 봄이 되자 집시들이 또다시 마을로 찾아들었다. 그들은 망원경과 커다란 렌즈를 가지고 왔다. 그들은 그것을 암스테르담에서 사는 유태인들이 최근에 발명한 것이라고 소개하며 보여주었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다는 렌즈를 보고는 훌륭한 전쟁 무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자석 두 개와 금화 세 닢을 받고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다에게 렌즈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 금화는 그녀의 아버지가 평생 동안 모아 물려준 것으로, 다급한 일에 쓰려고 침대 밑에 감춰둔 비상금이었다.
그 당시 다섯 살도 안 되었던 아우렐리아노(대령)는 그날 오후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땀을 흘리며 지켜본 그 집시의 모습을 평생토록 잊지 못했다. 아우렐리아노의 형인 호세 아르카디오 역시 그날의 신비로운 추억을 자손들한테 전해주었다. 하지만 우르슬라 만큼은 그 집시에 대해 결코 호의적일 수 없었다. 실험실에서 멜키아데스가 실수로 제2염화수은을 담은 유리병을 깨뜨린 순간 마침 그녀가 들어섰다. “악마의 냄새처럼 지독하군요.” 우르슬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다.
황금을 두 배로 늘린다는 방법에 입맛이 당긴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감춰둔 금화를 꺼내주면 그것을 몇 배로 만들어주겠다고 우르슬라를 설득했다. 늘 그랬듯이 그녀는 지칠 줄 모르는 남편의 성화를 견디지 못하고 금화를 내주고 말았다. 호세 아르키디오 부엔디아는 금화 세 닢을 냄비에 넣고 구리, 석황, 유황, 납 등을 함께 섞었다. 그리고 그것을 피마자기름 솥에 넣고 걸쭉하게 될 때까지 끓였으나 그것은 아무리 봐도 값비싼 황금이라기보다는 흔하디흔한 캐러멜 같았다.
집시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우르슬라는 마을 사람들한테 그들을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집시들을 싫어하기보다는 신기하게 생각했으므로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 집시들은 온갖 신기한 악기를 귀가 먹먹할 정도로 쿵쾅거리고 돌아다니면서 나시안 세네스로부터 가져온 놀라운 물건들을 구경하라고 떠들어댔다.
마을 사람들은 입장료를 내고 멜키아데스의 천막 안으로 들어가 이가 새로 나고 주름살이 펴지고 청년처럼 젊어진 멜키아데스를 구경했다. 멜키아데스의 괴혈병으로 문드러진 잇몸과 홀쭉한 뺨과 쪼글쪼글한 입술을 기억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그가 보여주는 초인적인 능력에 잔뜩 겁을 먹었다. 멜키아데스가 잇몸에 가지런하게 박힌 틀니를 뽑자 그의 모습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구경꾼들은 두려움으로 파랗게 질려 있는 사이, 그가 다시 틀니를 끼우고 살짝 웃어보이자 순식간에 그의 얼굴에는 젊음이 깃들었다.
지금 바깥세상에서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아내한테 말했다. 우리가 여기에서 당나귀같이 아무렇게나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 강 건너 저쪽에서는 온갖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p16
마콘도 마을이 세워질 무렵부터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를 알았던 사람들은 그가 멜키아데스 한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알게 되었다. ~~~예전에 그는 마을의 족장과 같은 역할을 담당했었다.
우르슬라는 몸집이 작아도 대가 센 편이었다. 단 한순간도 노래를 부르며 노는 법이 없었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빳빳하게 풀을 먹인 사라사 치마를 펄럭이며 성실하게 일했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마을에서 가장 똑똑하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지도력과 봉사정신은 자석에 대한 열정과 천문학적인 상상, 물질의 변화에 대한 기대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신비로운 감화 때문에 사라지고 말았다.
주민 삼 백 명이 살고 있는 마콘도는 어느 이웃 마을보다도 질서 있고 부지런한 마을이었다. 마을 사람 중에 서른 살이 넘은 사람도 없었고, 죽음을 맞이한 사람도 없었기에 모두 행복하기만 했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젊었을 때 친구들과 여자들, 아이들과 가축, 온갖 세간을 짊어지고 산을 넘어 바다로 통하는 길을 찾아 나섰다가 이 년 이 개월 동안 헛고생만 한 채 길 찾기를 포기해야 했다. 그 다음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막막해지자 마콘도에 정착하여 마을을 세웠던 것이다.
그는 마콘도를 개척한 사람들과 함께 길 닦는 도구와 사냥 도구, 나침반과 지도를 배낭에 챙겨가지고는 대담한 모험 길에 올랐다.
일주일 만에 그들은 사슴 한 마리를 사냥하여 절반은 구워 먹고, 나머지 절반은 앞날을 위해 소금에 절였다.
그는 나침반에만 의지해 북쪽을 나아갔다. 마침내 주술에 걸린 듯한 악마의 땅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사방은 별 하나 없는 암흑 세상이었지만 공기는 상쾌하게 느껴졌다.
탐험에서 돌아온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그린 지도를 보고 사람들은 오랫동안 마콘도가 반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험실에서 몇 달 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마콘도 마을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옮겨야겠다고 작정했다. ~~~아무도 떠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니 우리끼리라도 갑시다. 우르슬라가 냉정하게 말했다. “나는 떠나지 않겠어요. 우리는 이곳에서 자식을 낳았어요. 그런데 어디 가서 산단 말에요.” ~~~좋소, 애들을 불러 짐 푸는 일을 거들라고 해요. 그때 벌써 큰 아들인 호세 아르카디오는 열네 살이었다.
마콘도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아이가 둘째아들 아우렐리아노인데, 다가오는 3월이면 여섯 살이 된다. 그 애는 말이 없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아우렐리아노가 세 살이 된 어느 날이었다. 우르슬라가 끓고 있는 국 냄비를 식탁으로 옮겨 놓는 순간, 마침 부엌으로 들어서던 아우렐리아노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말했다. “ 엄마, 냄비가 없어지겠어요!” 아우렐리아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식탁 한가운데 멀쩡하게 놓여 있던 냄비가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밀어내기라도 하듯이 식탁 가장자리로 미끄러지더니 손쓸 사이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엎어지고 말았다.
아버지의 공상에서 비롯된 환상적인 이야기는 한창 보고 듣고 배울 나이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깊이 남았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먼 훗날 사형대에 서서 사격 명령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순간에도 그 당시의 아버지를 회상했다. 아이들한테 물리 수업을 하다 말고 무엇에 홀린 듯 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멍하니 손을 쳐들고 있던 모습, 어느 날 오후 또 다시 마을을 찾아온 집시들의 피리 소리와 북소리에 귀 기울이던 아버지를 꿈결처럼 떠올렸던 것이다.
그 마을에 온 집시들은 낯선 사람들로 자신들 말밖에 할 줄 몰랐다. ~~~~소란 속에서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아이들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양 손에 한 이이씩을 붙들고서 멜키아데스를 찾아다녔다. ~~~“멜키아데스는 죽었소.“ ~~~싱가포르에서 열병에 걸려 죽었고, 그의 시체는 자바 해의 가장 깊은 곳에 수장되었다고 했다.
[2]
16세기 무렵 해적 프란시스 드레이크가 리오하차로 쳐들어왔을 때, 우르슬라 이구아란의 고조할머니는 비상 종소리와 대포 소리에 혼비백산하여 뻘겋게 달아오른 화덕 위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입은 화상으로 그녀는 남은 생애 동안 아내로서는 쓸모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앉았을 때에는 베개를 받침삼아 괴어야만 했고, 걸음걸이도 뒤틀려 박으로 다닐 수가 없었다.
아라곤 상인이었던 남편은 그녀와의 사이에서 두 아이를 낳았는데, 그런 일이 있은 뒤 남편은 그녀의 불안감을 고쳐보려고 그녀를 위로하는 놀이기구와 약을 사는 데 재산을 반이나 써버렸다. 결국에는 장사마저 집어치우고는 식구들을 데리고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산촌의 평화로운 인디언 마을로 이사를 했다.
한적한 산촌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돈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라는 담배 재배업자가 살았다. 우르슬라의 고조할아버지는 그 사람과 동업을 해서 수년 만에 큰 재산을 모았다. 그 뒤로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담배 재배업자의 4대 손자와 아라곤 상인의 4대 손녀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르슬라는 남편이 터무니없는 일을 벌일 때마다 지난 삼백 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해적 프란시스 드레이크가 리오하차에 쳐들어온 날을 저주 하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화가 풀릴 일은 아니었다. 그들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보다도 더 질긴 인연의 매듭이 있었는데 그것은 마로 두 사람이 사촌 간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조상들이 열심히 일해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가꿔놓은 마을에서 함께 자랐다.
우르슬라의 고모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삼촌이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의 몸에는 나사못처럼 꼬여 있는, 거친 털에 덮인, 물렁뼈로 된 꼬리가 달려 있었다. 그는 평생토록 통이 넓은 헐렁한 바지만 입었고, 동정을 간직한 채 마흔 두 살까지 살았다. 차마 신부한테 그 돼지 꼬리를 보일 수 없다며 친한 푸줏간 주인한테 꼬리를 잘라달라고 했다가 출혈로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열아홉 살 나이에 걸맞은 낙관적인 기분으로 그런 우려를 단번에 잘라버렸다. “말만 할 줄 알면 돼지새끼로 태어난 들 무슨 상관이에요.”
결국 그들은 악단의 연주와 폭죽 소리를 사흘 내내 잔치를 벌이며 결혼을 했다. 하지만 행복한 결혼은 첫날밤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우르슬라의 어머니가 그들 사이에 태어날 아이에 대해 무시무시한 예언을 해대며, 남편과 육체관계를 맺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하지 않았더라면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당신이 만일 이구아나를 낳는다면 우리는 이구아나를 기르면 되는 거야, 하지만 당신 때문에 다시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해.
그러던 어느 일요일,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내기 닭싸움에서 푸르텐시오 아귈라 한테 이기고 난 다음에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자신의 닭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른 부르텐시오는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곁을 떠나며 닭싸움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다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떠들었다. “축하하네, 이 싸움닭이 자네가 마누라한테 못해준 구실을 대신해줄 거야.”
어서 가서 무기를 들고 와라. 너를 살려 두지 않겠어. 십 분 뒤에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할아버지가 쓰던 창을 들고 나타났다. 프르텐시오 아귈라는 마을 사람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모인 닭 싸움장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프르텐시오 아귈라는 손쓸 틈도 없이 당하고 말았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황소 같은 힘을 모아 집어던진 창이 푸르텐시오 아귈라의 목을 꿰뚫었던 것이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나타나겠어. 양심의 가책 때문에 헛것이 보이는 거야. ~~~~좋아 푸르텐시오. 우리가 마을을 떠나겠어. 아주 먼 곳으로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 마음 편히 잠들게나. 그리하여 그들은 산멕을 넘었던 것이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나이가 비슷한 몇몇 젊은 친구들과 함께 모험심에 들며 식구들을 이끌고 무작정 미지의 땅을 찾아 떠났다.
그들은 아무런 계획도 없이 길을 떠났다. ~~~~십사 개월 후, 원숭이 고기와 뱀 구이만을 먹고 살아 속병이 있지만 우르슬라는 다행히도 사지가 멀쩡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이 년을 헤매 다니던 어느 날 아침, 그들은 산맥의 서쪽으로 뻗어 내려간 경사진 기슭에 닿았다.~~인디언 마을을 마지막으로 지나고 난 뒤에 몇 달 동안 늪지대에서 헤매던 어느 날 밤, 그들은 얼어붙은 유리처럼 맑은 물이 잔잔히 흐르는 바위투성이 강가에서 야영을 했다.
몇 해가 지난 뒤 두 번째 내란이 일어났을 때,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리오하차를 공격하려고 같은 길을 육 일 동안이나 헤매고 다녔지만 모두 부질없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때까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그의 일행은 구조될 길이 막막한 조난자의 몰골을 하고 있었으나 어쨌든 여행하는 사이에 사람 수는 늘어났고 죽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날 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그들이 멈춘 바로 그곳에 거울로 벽을 장식한 집들이 죽 늘어선 변화한 도시가 세워지는 꿈을 꾸었다. 그가 도시의 이름을 묻자 사람들은 이제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인 ‘마콘도’라고 대답했다. 아무 의미도 담겨 있지 않은 것 같은 이름이었지만 그의 꿈속에서 그 말은 신비로운 울림으로 다가왔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처음으로 얼음을 보고서 그 수수께끼 같은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그는 가까운 장래에 풍부한 강물로 많은 얼음덩이를 만들어 그것으로 새로운 집을 지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문고리와 경첩이 녹아내릴 듯이 무더운 마콘도의 집들도 이제 겨울처럼 서늘한 집이 될 것이다.
멜키아데스의 기록을 세밀히 검토하면서 끈기를 가지고 냄비 밑바닥에 눌러 붙은 찌꺼기에서 우르슬라의 황금을 다시 얻어내려고 애를 썼다. 큰아들 호세 아르카디오는 그 일을 전혀 도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빠른 성장으로 어엿한 청년이 되어갔다.~~~어느 날 밤, 호세 아르카디오가 잠자리에 들려고 옷을 벗고 있을 때 무심코 방 안으로 들어선 우르슬라는 부끄럽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 무렵 입담이 세고 남자를 잘 유혹하는 여자가 집 안 일을 도와주려고 집에 드나들게 되었다. 그 여자는 카드점을 볼 줄 알았다. 우르슬라는 그 여자한테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며..... 사촌의 돼지 꼬리와 같이 기형적인 것은 아닌지 물었다.
그 여자의 이름은 필라르 테르네라였다. ~~~식구들 한테 이끌리어 마콘도로 왔었다.
1월의 어느 목요일 새벽 두 시에 아마란타가 태어났다.
토요일 밤에 호세 아르카디오는 머리에 빨간 수건을 뒤집어쓰고 집시들과 함께 마을을 떠났다. ~~~“그 애가 집시가 되었어요!.“
행방불명된 지 거의 다섯 달 만에 우르슬라가 돌아왔다.
[3]
필라르 테르네라가 낳은 아들은 태어난 지 이 주일 만에 아이의 할아버지 집으로 보내졌다. 우르슬라는 자신의 피가 섞인 어린 것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는 남편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받아들였지만, 그 아이의 태생이 남들한테 밝혀져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두 사람은 아이의 이름을 호세 아르카디오라고 지었지만 아버지의 이름과 혼동하지 않도록 그냥 아르카디오라고만 부르기로 했다.
일요일이 되자 여자아이가 도착했다. 그 아이의 나이는 겨우 열한 살이었다. 아이는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앞으로 된 편지를 들고 피혁 상인들을 따라왔던 터라 편지를 적어주며 아이를 부탁한 사람이 누군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아이는 잊을 수 없는 친구인 니카노르 울로아와 그의 현숙한 아내인 레베카 몬티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며, 우르슬라한테는 조카뻘이고,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한테도 먼 친척뻘쯤 된다고 씌어 있었다.
그들은 어쩔 도리없이 아이를 맡기로 했다. 아우렐리아노가 아이의 이름을 지으려고 성인의 이름을 모두 불러보았지만 아이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할 수 없이 편지에 씌어 있는 그녀 어머니의 이름을 따서 레베카라고 부르기로 했다. ~~~레베카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한 식구처럼 그곳 생활에 익숙해졌다. ~~~레베카는 마당의 젖은 흙과 벽에서 손톱으로 긁어낸 석회를 즐겨 먹었다.
그제야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찾아온 손님을 알아보았는데 그 노인은 다름 아닌 멜키아데스였다. ~~~그는 정말로 죽었지만 저 세상이 너무 외로워서 다시 돌아왔노라고 말했다.
몇 달 후, 자신이 지은 노래를 부르며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아다니는 현인 프란시스코가 오랜만에 마콘도에 돌아왔다. 나이가 거의 이백 살이나 되는 그는 노래를 통해서 그가 그동안 거쳐 온 여러 곳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다시 묻자 돈 아폴리나르 모스코테는 책상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나는 마콘도의 시장으로 임명되었소.” ~~~정부의 도움이나 다른 나라의 힘을 조금도 빌리지 않고 어떤 간섭도 받지 않은 채 마을을 발전시켜왔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경고하는데 나는 권총을 가지고 있소. 그의 말을 듣는 순간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맨손으로 말을 쓰러뜨리던 젊은 날의 기운이 불끈 솟아올랐다. 그는 돈 아폴리나르 모스코테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높이 치켜들며 소리쳤다. “당신을 죽이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쯤 해두는 거야.
일주일이 지난 후 아폴리나르 모스코테는 맨발에 누더기를 걸치고 엽총으로 무장한 병사 여섯 명과 함께 아내와 딸 일곱을 태운 마차를 끌고 돌아왔다.
[4]
비둘기처럼 하얗게 칠을 한 새집의 집들이로 댄스파티가 열렸다. 우르슬라가 처음 댄스파티를 열려고 생각한 것은 레베카와 아마란타가 성숙한 처녀로 자랐다는 걸 깨달은 바로 그날이었다.
피아노 판매상은 자기들이 비용을 부담하여 이탈리아 사람인 피에트로 크레스피라는 조율기사를 보내주었다.
어느 날 오후, 시장의 딸인 암파로가 별 볼일 없이 찾아와 집 구경을 시켜달라고 했다. ~~~두 시간쯤 지나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가라앉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자 암파로는 아마란타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레베카한테 편지 한 통을 내밀었다.
암파로와 레베카 사이에 갑자기 싹튼 우정은 아우렐리아노한테 희망을 불어넣었다. 그는 어린 레메디오스를 생각하며 괴로워하기만 할 뿐 만나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개척민의 자손이면서 가장 친한 친구들인 마그니피코 비스바르와 헤리넬도 마르케스와 함께 길을 걷다가도 바느질 가게 안쪽을 유심히 살피곤 했지만, 그곳에는 언제나 그녀의 언니들만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암파로가 자신의 짐에 왔으니 그만큼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었다. 언젠가는 언니와 함께 이곳에 올 거야.
그날 오후부터 아우렐리아노는 참아왔던 인내심을 잃고 레메디오스와 만나게 되기만을 바랐다.~~~그는 소녀의 언니들이 일하는 바느질 가게와 그들 집의 창문을 기웃거렸고 시장의 사무실까지 살펴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레메디오스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우렐리아노는 필라르 테르네라 한테서 레메디오스가 결혼을 결심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이 소식이 오히려 부모의 마음만 불편하게 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우렐리아노의 청에 의해 응접실로 나온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는 아들의 이야기를 무표정하게 들었다. 그러다가 상대 여자의 이름을 듣고는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화가 나서 얼굴을 붉혔다. “도대체 그놈의 사랑이 뭐야. 예쁘고 참한 아가씨들이 않고 많은데 하필 원수의 딸과 결혼을 하겠다니!”
우르슬라는 아들의 선택을 찬성했다. 그녀는 모스코테 집안의 일곱 딸들이 상냥하고 예의 바르다고 생각했으며, ~~아들의 안목을 칭찬했다.
아마란타는 겉으로는 부모님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척해서 열도 차츰 내렸지만 속마음으로는 자기가 죽기 전에는 결코 레베카가 피에트로 크레스피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고 앙심을 품었다.
토요일에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지난번 파티때 입었던 검정 양복을 입고 셀룰로이드 칼라를 달고 사슴가죽 구두를 신고서 레메디오스와 아우렐리아노의 결혼을 상의하러 집을 나섰다. 그가 갑자기 찾아온 이유를 모르는 시장 부부는 반가우면서도 얼떨떨한 채 그를 정중히 맞이했다.
[5]
3월의 어느 일요일에 아우렐리노 부엔디아와 레메디오스 모스코테는 응접실에 마련된 제단 앞에서 니카노르 레이나 신부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아직 아이 티를 벗지 못한 레메디오스가 어른이 된 증거를 보여서 모스코테 집안에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고, 그 뒤로 사 주일 만에 결혼식이 치러졌다.
결혼식 날 여러 악단의 연주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돈 아폴리나르 모스코테는 딸의 손을 잡고 꽃과 화환으로 장식된 길을 따라 걸었다.
아우렐리아노는 뒷날 총살대에 섰을 때에도 신게 될 쇠장식이 달린 가죽 구두를 신도 검정 양복을 차려 입었다. 그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목구멍에 딱딱한 무엇이 걸린 것처럼 가슴이 울렁거렸지만 신부를 맞이해 함께 제단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들은 신부가 없이도 풍요롭게 살아왔으며, 영혼의 문제는 신과 직접 타협하여 해결했고, 원죄 따위에서는 깨끗하게 벗어났다고 대답했다.
설교가 끝나갈 무렵 사람들이 흩어지려 하자 신부는 두 팔을 번쩍 쳐들어 주의를 집중시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지금부터 여러분은 하나님의 무한한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직접 보게 될 것이오.”
그는 미사를 돕던 복사 소년한테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걸쭉한 초콜릿을 한 컵 가져오게 하여 단숨에 쭉 들이켰다. 그러고는 소매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을 닦고는 두 팔을 벌리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니카노르 신부가 땅 위로 한 뼘쯤 솟아올랐다. 그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초콜릿을 먹고 공중으로 떠오르는 시범을 되풀이 했다. 그의 뒤에서 복사 소년이 자루를 들고 따라다니며 돈을 받았다. 그는 한 달이 채 못 되어 성당을 지을 만큼 돈을 모았다.
공중으로 떠오르는 신부의 시범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달랐다. 어느 날 아침에 신의 계시를 다시 한 번 보려고 밤나무 앞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신부의 시범을 본 그는 신부를 비웃었다. 니카노르 신부가 앉아 있던 의자와 함께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보고는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의자에 앉은 채 어깨를 쭉 펴면서 말했다.
“그거야 아주 간단한 일이지. 저 사람은 물질의 사차원 세계를 발견했으니까.” 그의 말을 듣고 난 신부는 두 팔을 쳐들어 의자의 네 다리가 땅에 닿게 한 다음 대답했다. “아니오, 이 사실은 신이 틀림없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오.”
그제야 사람들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지금까지 중얼거리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라틴어라는 걸 알았다. 니카르노 신부는 그와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점을 이용해 그의 마음에 신앙을 심어주려고 했다. 신부는 저녁마다 밤나무가 있는 곳에 와서 자리를 잠고 앉아 라틴어로 설교를 했다. 하지만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듣기 거북한 설교나 초콜릿으로 잔재주를 부리는 짓은 믿을 수 없다며, 신을 은판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 달라고 했다.
어느날 니카노르 신부는 장기판을 가져와 밤나무 아래에 펼치며 한 판 두자고 했다. ~~~한 판을 둔 다음 신부는 다시는 장기를 두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만나볼수록 호세 아르카디오 붕네디아의 정신이 멀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신부는 왜 사람들이 그를 미친 사람으로 여겨 밤나무에 묶어놓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아마란타는 뜨개질을 했다.하지만 정신을 집중하지 못해 연신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면서도 애써 냉정을 잃지 않으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녀는 결혼을 막는길은 결혼식을 며칠 앞둔 금요일에 레베카가 마실 커피에 아편으로 만든 독약을 타는 방법밖에 없다고 결론 내렸던 것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큰 사건이 터져 결혼식은 자연스럽게 또다시 연기되고 말았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어린 레메디오스가 한밤중에 일어나 뜨거운 커피를 마신 다음 구역질을 하며 괴로워하다가 사흘 만에 죽고 말았다. 뱃속에는 쌍둥이가 뒤엉켜 죽어 있었다. 아마란타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몸집이 거대한 사나이가 나타났다. 그의 어깨는 대문이 좁아서 들어오기가 힘들 정도로 떡 벌어졌다. 들소처럼 굵은 목에는 성모상이 새겨진 메달을 걸었고, 팔과 가슴에는 보기에 섬뜩한 문신을 새겼으며. 오른쪽 팔목에는 호신을 위한 부적인 청동 팔찌를 차고 있었다.
잘 지내셨어요? 영문을 모른 채 그의 눈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던 우르슬라는 비명을 지르며 그의 목을 와락 끌어안고 기쁨에 넘친 눈물을 흘렸다. 그가 누군가 하면, 다름 아닌 큰 아들 호세 아르카디오였던 것이다.
우르슬라는 집시를 따라간 자신의 아들이 한 끼 식사로 돼지 반 마리를 먹어치우며, 방귀를 뀌어 꽃을 부러뜨리는 거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선거가 있던날 밤, 평소 자주 드나들던 도청에 다녀온 돈 아폴리나르 모스코테는 자유파가 전쟁을 일으킬 준비가 되어 있다는 소식을 가져왔다. 그당시 아우렐리아노는 자유파와 보수라의 차이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장인이 자세히 설명해주어야만 했다.
제가 만약 자유파의 일원이었다면 이 투표용지 사건만으로도 전쟁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마을 개척자들의 자손들은 거의 모두 자유파에 가담했지만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자유파 한 사람이 보수파 한 사람을 암살하는 계획을 전국적으로 확대시켜 어린 아이를 포함한 모든 보수파들의 가족을 몰살하려고 했다. 그 대상에는 돈 아폴리나르 모스코테와 그의 여섯 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전국에 걸쳐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밤이 으슥한 화요일에 식칼과 날을 세운 쇠붙이로 무장한 서른도 안 된 스물한 명의 청년들은 아우렐리아노의 지위 아래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기습 작전을 감행했다. 계엄사령부를 점령하고 무기를 빼앗은 다음 미친개에 물린 여인을 살해한 병사 네 명과 지휘관인 대위를 광장에서 처형했다. 그날 밤 총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아르카디오가 새 사령관으로 임명되었다.
「줄거리:
<1세대>호세 아르키디오 부엔디아: 부인 우르슬라 이구아란(먼 친척뻘).
호세 아르키디오 부엔디아는 어떤 살인사건을 계기로 마을을 떠난다. 함께 떠나온 사람들과 정착한 곳에서 마콘드가 세워진다. 외부와 단절된 마을을 에덴동산처럼 일구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떠돌이 집시 멜키아데스 무리가 마을에 와서 외부세계의 신기한 물건들을 보여주고 이를 계기로 마을의 지도자인 부엔디아는 평생 연금술 연구에 몰두하다가 미쳐버리고 결국 나무에 묶인채 죽음을 맞는다.
집시 멜키아데스는 신적인 존재로 그려지며 이 집안에서 함께 기거하다 죽음을 맞는다. 죽은 후에도 다시 살아나는 등 신적인 요소가 그려진다. 그가 기거하던 방에는 암호화된 양피지 문서들이 남겨져 있어서 부엔디아 후손들은 수세대에 걸쳐 문서를 해독하려고 애를 쓴다.
<2세대>호세 아르카디오: 배우자 레베카(외부에서 들어온 여자) 그리고 또 다른 여인 필라르(카드점을 보는 동네 여자)
필라르와의 사이에서 불륜으로 임신한 사실을 알고 동네를 떠났다가 나중에 거친 뱃사람이 되어 마을로 돌아와서 누이동생인 레베카와 결혼한다. 이후에도 거칠게 살다가 총에 맞아 죽는다.
아우렐리아노 대령: 배우자 레메디오스(시장의 딸) 그리고 또 다른 여인 필라르(카드점 여인)
32회에 걸친 민중 전쟁의 선봉장으로, 후에는 전쟁의 의미와 목적을 잃고 ,집안에 운둔하며 직접 만든 황금 물고기를 팔아 연명하다가 죽는다. 전쟁 중에 각기 17명의 여자로부터 17명의 아이를 낳았고, 형의 여인 필라르와 관계를 맺고 아들까지 얻었다.
아마란타 : 질투와 미움의 화신으로 평생을 살아가며, 같이 자란 먼 친척뻘 되는 레베카를 사랑 때문에 죽이려다 실패하고 이유 없이 레메디오스를 독살한다.
조카와 불륜을 저지르며 그래도 자신은 처녀를 지켰다며 정신병자처럼 굴다가 외롭고 쓸쓸하게 홀로 살다 죽는다.
<3세대> 아르카디오: 배우자 산타 소피아
아버지와 함께 전장에 나갔으나 결국 사형 당하고 만다.
아우렐리아노 호세: 아우렐리아노 대령과 필라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중 하나.
고모인 아마렌타와 불륜을 저지른다. 어느 날 암살 당한다.
17명의 아들들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반란군 아우렐리아노 대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하룻밤 사이에 모두 암살을 당한다.
<4세대>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 배우자 페르난다.(마을 카니발에 나타난 여왕으로 세군도와 결혼.) 첩 페트라 코테스는 동생인 아우렐리아노의 첩이 되기도 했다. 이 여인은 의리가 있고 책임감도 강한 여인으로 세군도가 살아 있을 때나 죽은 후에도 페르난다를 먹여 살렸다.
아우렐리아노 세군도: 배우자 페르난다. 첩 페트라 코테스와 함께 사업을 해서 많은 돈을 모았고 낭비하는 생활을 했다. 후에 마콘도에 장기간 계속된 비로 사업이 망했고 어려운 노년을 보내다 죽었다.
미녀 레메디오스 : (호세 아르카디오→아르카디오→미녀 레메디오스)백치의 미녀로 온 동네 사내들을 사로잡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5세대> 호세 아르카디오: 페르난다의 아들로 모친이 교황으로 키우고자 유학을 보냈지만 모친이 죽은 후 고향으로 돌아와 난잡한 짓을 저지르다 욕조에서 살해되었다.
메메: 마우리치오 바빌로니아의 연인. 사랑의 열병으로 아들 아우렐리아노를 낳지만, 모친 페르난다의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수녀원에 감금되어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아마란타 우르슬로라: 부모가 어린 시절 유학을 보냈으나 부모가 죽은 후 남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서 6세대 조카인 아우렐리아노와 간통하여 돼지꼬리 달린 아이를 출산하고 하혈로 죽음을 맞았다.
6세대 아우렐리아노: 메메의 아들로 페르난다가 모친을 알려주지 않고 그를 키웠다. 페르난다가 죽고 빈 집에서 혼자 살다가 아마란타 우르슬라 부부가 오고, 이모인 아마란타 우르슬라와 간통후 부부의 연을 맺고 아이를 낳는다. 후에 그는 부엔디아 집안의 비밀을 간직한 양피지 문서를 해독하고, 자신과 돼지꼬리 달린 아이의 운명을 모두 알게 된다.
멜키아데스 양피지 문서 에는 부엔디아 집안의 모든 난잡하고 복잡한 역사와 신화적 마을 마콘드의 운명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최종 암호를 해독한 6세대 아우렐리아노는 비밀에 적힌 자신의 삶을 이미 다 경험 한 후였고, 허무하게도 환상의 마을 마콘도와 함께 역사에서,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이야기가 끝이난다.
7세대 돼지꼬리달린 아이: 5세대 아마란타 우르슬라와 6세대 아우렐리아노 사이에서 태어나 개미에게 먹힌다. 」
[6]
아우렐리아 부엔디아 대령은 서른 두 차례에 걸쳐 반란을 꾀했으나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는 그 사이 여자를 열일곱 명이나 사귀었으며, 그들한테서 하나씩 열일곱 명의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가장 큰 아이가 서른다섯 살이 되던 해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을 제외하고 하룻밤 사이에 모두 암살되었다.
6월의 폭우가 허름한 지붕을 금방이라도 무너뜨릴 것처럼 쏟아지는 속에서 우르슬라는 남편한테 하소연하듯 말했다. “아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져버리고 집안은 텅 비었답니다. 이제 옛날처럼 우리 둘만 남았어요.
아우렐리아노가 전쟁터에 나간지가 벌써 넉 달이 지났는데 소식 한 번 듣지 못했어요. 그녀는 남편의 등에 비누칠을 하며 말했다. 호세 아르카디오가 어른이 되어 돌아왔어요. 당신보다도 훨씬 몸집이 커요. 온몸이 문신투성인 데다 늘 말썽을 피워 집안을 욕되게 하고 있어요.
우르슬라가 성당의 일요 미사를 부활시키자 피에트로 크레스피는 독일제 풍금을 성당에 기증했다. 그리고 어린이 성가대를 조직해 그레고리안 성가를 준비하여 딱딱한 분위기를 풍기는 니카노르 신부의 의식을 빛내주었다. 아마란타가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훌륭한 남편감을 만났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혼을 앞두고 피에트로 크레스피는 친자식처럼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아우렐리아노 호세를 자기의 큰아들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의 청혼은 10월의 어느 비 오는 날에 찾아왔다. 피에트로 크레스피는 아마란타의 무릎에서 뜨개질 바구니를 내려놓고 그녀의 손을 답싹 잡았다. “우리 다음 달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지.” 아마란타는 얼음처럼 찬 그의 손길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작은 짐승처럼 날렵하게 손을 빼내 뜨개질을 계속했다.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군요. 나는 죽으면 죽었지, 당신하고는 결혼하지 않겠어요.
11월 2일에 가게 문을 열던 피에트로 크레스피의 동생은 책상 위에 엎드려 잇는 형을 발견했다. 램프마다 불이 켜져 있었고, 음악상자의 뚜껑은 모두 열려 있었으며, 모든 시계가 한꺼번에 울리고 있는 시끄러운 불협화음 속에 피에트로 크레스피는 면도날로 손목의 동맥을 끊고 안식향 그릇에 손을 담근채 엎드려 있었다.
우르슬라는 자신의 집에서 피에트로 크레스피의 장례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우르슬라는 마을 사람들의 뜻을 하나로 모아 성대한 장례식을 치렀다.
호세 아르카디오는 그 무렵 결혼의 멍에를 충실히 메고 있었다. 레베카의 강인한 기질과 충동적이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욕구가 여자나 밝히는 게으름벵이 남편을 소처럼 일하는 부지런한 사람으로 바꿔버렸다.
마콘드의 통치자가 된 아르카디오가 어느 날 문득 그들을 찾아왔다. 집을 나온 이후로는 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아르카디오가 언제나 자신들한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줬기 때문에 그들은 아르카디오한테 저녁을 함께 먹자고 했다.
우르슬라는 아르카디오의 집이 완성될 무렵에서야 아르카디오가 비엔나산 가구까지 주문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가 공금을 유용하고 있다는 막연한 의심을 사실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어느 일요일 오후 미사가 끝난 다음에 우르슬라는 새로 지은 집에서 관리들과 노름을 하고 있는 아르카디오한테 소리치며 말했다. 아르카디오는 그녀의 말에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았다. 우르슬라는 그제서야 아르카디오한테 태어 난지 여섯 달 된 딸이 있으며,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동거생활을 하는 산타 소피아 드 라 피에다르가 둘째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월 하순경 빗자루를 가득 실은 나귀를 타고 남루해 보이는 한 여자가 마콘도에 찾아왔다. ~~~나는 그레고리오 스티븐슨 대령이다. 여자로 변장한 그는 좋지 않은 소식을 가지고 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혁명군이 점령하고 있던 거점들이 정북누에 의해 차례로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그 역시 리오하차 부근의 전투에서 패하여 후퇴하던 가운데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을 만나 그의 전달 사항을 전하러 아르카디오를 찾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파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아무 정항 없이 정부군한테 마콘도를 인도하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아르카디오는 피난길에 오른 지친 노파 같은 그 전령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믿을 만한 명령서 같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까?
사령부 공격을 지휘한 적군의 대위는 전투가 끝난 다음 폐허 더미 속에서 속옷만 입은 시체 한 구를 발견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기저기 찢겨져나간 그의 손에는 탄환이 들어 있지 않은 소총 한 자루가 쥐어져 잇을 뿐이었다. 죽은 사람은 길게 늘어진 여자 가발을 뒤집어쓰고 있었고, 목에는 황금 물고기가 달린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동이 터올 무렵, 약식 재판이 열렸고 아르카디오는 총살형을 선고받았다. 사형을 앞두고 생애 마지막 남은 두 시간 동안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를 괴롭히던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어떻게 말끔히 사라져버렸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르카디오는 블랙커피를 한잔 마신 다음 총살 집행 명령에 따랐다. 총살대를 지휘하는 사람은 약식 군대재판과 사형집행을 전문으로 하는 대위였는데 공교롭게도 그의 이름은 백정이라는 뜻을 지닌 로케카르니세로였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처형장인 공동묘지로 향하는 길에 아르카디오는 먼 지평선에서부터 밝아오는 수요일의 새벽빛을 바라보았다. 삶에 대한 아쉬움은 새벽안개처럼 풀려버렸고, 그 대신 죽음에 대한 신비감이 강하게 솟구쳤다. 사형집행관의 명령에 따라 담장을 등지고 돌아섰을 때 아르카디오는 젖은 머리에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레베카가 창문을 열어젖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자기가 여기에 와 씨다는 걸 그녀한테 알려주고 싶었다. 무심코 담장 쪽으로 고개를 돌린 레베카는 깜짝 놀라서 얼이 빠진 얼굴이 되었다. 그녀가 힘겹게 정신을 가다듬고 작별의 손을 흔들어 보일 때 총구들이 일제히 그를 겨누었다. 그 순간에 아르카디오는 멜키아데스가 외우던 주문들이 귓전에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어두운 교실을 더듬거리던 처녀 때의 산타 소피아 드 라 피에다드의 발소리도 들었다. 자신의 콧구멍에서도 시체가 된 레메디오스의 콧구멍에서처럼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것 같았다. “이런!” 그는 뒤늦게 떠오른 한 생각 때문에 자신한테 속삭이듯 말했다. “딸을 낳게 되면 이름을 레메디오스라고고 지으라고 할 걸 그랬어. 그러자 일생동안 그를 괴롭히던 알 수 없는 고통이 다시 밀려들었다. 대위가 발포 명령을 내렸다. 가슴을 내밀고 고개를 들 사이도 없이 어디에서 흘러내리는 것인지 모를 뜨거운 액체가 그의 허벅지로 흘러내렸다.
야, 이놈들아!
그는 소리쳤다.
자유파 만세!
[7]
전쟁은 5월에 끝이 났다. 정부가 반란의 주모자들을 모조리 잡아서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선포하기 이 주일 전에,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인디언 주술사로 변장을 하고는 서쪽 국경을 넘으려다 체포되었다. 글르 따르던 스물한 명의 부하들 가운데 열 네 명은 전사했고, 여섯 명은 부상을 당해 낙오했으며, 마지막 패배의 순간까지 그의 곁에 남아 있던 사람은 헤리넬도 마르케스뿐이었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은 특별 발표문을 통해 마콘도에 알려졌다.
그 애가 살아 있답니다. 우르슬라가 남편에게 말했다.
날이 새면 아들이 총살당할 거라는 생각에 초조하던 우르슬라는 아들한테 갖다 줄 물건을 싸가지고 감옥으로 갔다.
이 시는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마세요. 집으로 가져가자마자 아궁이에 넣고 불살라버리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우르슬라는 약속을 한 다음 아들한테 작별의 입맞춤을 하려고 일어섰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권총을 한 자루 가지고 왔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보초가 눈치 못했다는 걸 확인하고는 역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두고 가세요. 나가시다 보초들한테 몸수색이라도 당해 발각되면 곤란하니까요. 우르슬라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 재빨리 나무침대 매트리스 밑에 감추었다.
금요일이 되어서도 그들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을 처형하지 않았다. 그의 처형이 미루어지고 있는 까닭은 병사들이 그를 총살하는 걸 꺼려하기 때문이었다. ~~~월요일 아침 정식 명령서가 우편으로 마콘도에 도착했다. 스물네 시간 내에 사형을 집행하라는 명령이었다.
자 갑시다 부엔디아, 이제 가야할 시간이오.
그때 양손을 높이 쳐들고 있는 로케 카르니세로 대위와 로케 카르니세로 대위를 향해 당장이라도 쏠 준비가 된 엽총을 겨누고 길을 건너오는 호세 아르카디오 한테 말했다. 당신은 하나님이 보내신 분이오. 그 자리에서 전쟁은 다시 시작되었다. 로케 카르니세로 대위와 그의 부하 여섯 명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부하가 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리오하차에 수감 중인 혁명군 빅토리오 메디나 장군을 구해내려고 길을 떠났다.
그들이 리오하차가 내려다보이는 어느 산등성이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빅토리어 메디나 장군이 총살된 뒤였다. 그러자 부하들은 아우렐리아노를 카리브 해 전역을 관장하는 혁명군 총사령관으로 추대하고 그의 계급을 장군으로 승진시키기로 결정했다.
석 달쯤 지났을 때 인원이 천 명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부대의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그들은 거의 전멸되고 말았으며, 그들 가운데 생존자들는 동부 국경지대로 몸을 숨겼다.
열여섯 차례의 패배 끝에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완전무장한 부하 이천 명을 이끌고 구아히라를 출발하여 한밤중에 리오하차를 기습 공격하여 적군을 파멸시켰다.
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키가 후리후리한 아우렐리아노 호세는 혁명군 장교복을 입고 군대식 경례로 그를 맞았다. 하지만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총살 집행을 호세 아르키디오가 막았다는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폭풍우가 몰려올 듯한 9월 어느 날에 호세 아르카디오는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식당을 향해 자신이 돌아왔노라고 레베카한테 소리 친 뒤 마당에 사녕개를 묶어놓았다. 그러고는 사냥한 토끼들을 소금에 절이기 위해 부엌에 걸어놓고는 옷을 갈아입으려고 방으로 들어갔다. 레베카가 나중에 말하기를 그때 자신은 화장실 안에 있었기 때문에 남편이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딘지 꺼림칙한 구석이 있었지만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남편을 살해할 만한 동기가 전혀 없었으므로 그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그 사건은 마콘도에서 영원히 풀리지 않는 유일한 사건으로 남았다.
호세 아르카디오가 방문을 닫는 순간, 권총 소리가 집 안을 뒤흔들었다. 피가 흘러내려 문틈으로 새어나오더니 거실을 가로질러 바깥으로 나와 울퉁불퉁한 테라스를 곧장 지나 층계로 흘러내렸고, 보도를 지나 터키인의 거리로 뻗어나갔다. 그러고는 다시 길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돌았고, 다시 왼쪽으로 돌아 곧장 부엔디아 집 쪽으로 흘러갔다. 닫힌 대문 밑으로 스며든 피는 깔아놓은 양탄자를 적시지 않으려는 듯 벽 아랫부분을 따라 응접실과 거실을 지났고 식탁을 피해가려는 듯 크게 원을 그리기도 하면서 베고니아가 줄지어 선 발코니 쪽을 지나갔다. 그러고는 아우렐리아노 호세한테 산수를 가르치는 아마란타의 눈에 띄지 않으려는 듯 의자 밑으로 해서 광을 지나 우르슬라가 있는 부엌에까지 이르렀다. 맙소사 이게 뭐야! 우르슬라가 소리쳤다.
그녀는 피가 어디서부터 흘러왔는지 알아보려고 핏자국을 거슬러 따라 갔다. 광을 지나서 아우렐리아노 호세가 장단에 맞춰 셋 더하기 셋은 여섯, 여섯 더하기 셋은 아홉이라고 외우고 있는, 베고니아 화분이 늘어선 발코니를 지나 거실과 응접실을 통과해 거리로 나섰다. 그러고는 오른쪽으로 돌고 다시 왼쪽으로 돌아 터키인의 거리를 지났다. 그녀는 자신이 빵을 구울 때 입는 앞치마를 두르고 집 안에서 신는 슬리퍼를 신고 있다는 사실 따위는 까맣게 잊은 채 핏자국을 따라가는 데에만 정신을 쏟고 있었다. 그녀는 광장으로 나선 뒤 아직까지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집으로 들어가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코를 찌르는 화약 냄새가 숨이 막힐 정도로 밀려들었다. 우르슬라는 방바닥에 풀어놓은 각반 위에 엎어져 오른쪽 귀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호세 아르카디오를 보았다. 그의 몸 어디에도 상처는 없었으며 흉기도 찾을 수 없었지만 시체에서는 화약 냄새가 짙게 풍겨왔다. p179
주민들이 시체를 밖으로 끌어내자마자 레베카는 모든 문을 닫아걸고 세상 어떤 유혹도 깰 수 없는 두꺼운 운둔의 껍질에 싸여 산 채로 무덤 속에 들어간 것같이 생활했다. 그 뒤로 그녀가 집 밖으로 나온 것은 딱 한 번, 유태인 떠돌이들이 마을을 찾아들며 몰고 온 찌는 듯 한 무더위에 새들이 창문을 뚫고 집 안으로 들이치던 때였다. 늙어버린 그녀는 녹슨 은빛 신발을 신고 작은 꽃으로 장식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틀 후 누군가가 블랙커피 한 잔을 당번 병사에게 주었다. 당번 병사는 그 커피를 다른 병사한테 주었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집무실까지 오게 되었다. 그는 아무한테도 커피를 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았지만 눈에 띄는 곳에 커피가 놓여 있어서 별 생각 없이 마셔버렸다. 하지만 그 커피 속에는 말 한 마리를 충분히 죽일 수 있는 분량의 스트리크닌이 들어 있었다.
사람들이 그를 집으로 옮겼을 때 그의 몸은 웅크린 채 뻣뻣하게 굳어 있었고 혓바닥은 이 사이로 빼물고 있었다.~~~나흘 만에 그는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됐다.~~~그는 그때 우르슬라에게 건네준 자신의 시가 불태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밤 그는 헤리넬도 마르케스 대령에게 물었다. 이건 친구로서 물어보는 거라네, 자네는 왜 전쟁에서 싸우고 있는 건가?
그는 건강을 되찾는 동안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고는 우르슬라를 설득하여 숨겨둔 돈과 상속 재산을 받아냈다. 그런 다음 헤리넬도 마르케스 대령한테 마콘도의 행정 및 군사 통치권한을 위임하고 국내 반란군들과 접촉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다는 영영 깨어나지 않았다. 목수가 그의 관을 짜려고 치수를 재는 사이에 창밖에서는 노란 꽃들이 비가 내리듯 쏟아졌다.
[8]
아마란타는 등나무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하던 손을 멈추고 일감을 무릎 위에 놓았다. ~~~면도날을 갈고 있는 아우렐리아노 호세를 바라보았다.
[9]
전쟁이란 무모한 짓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느낀 사람은 헤리넬도 마르케스 대령이었다. 그는 마콘도의 행정 및 군사 지도자로서 일주일에 두 번씩 전신국에 들러 키를 두드리며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과 전보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 무렵 반란군 지휘관들은 두 번째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모인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었다. 이상주의자, 모험가, 야심가, 사회에 불만이 많은자, 그리고 시시한 범죄자들이 섞여 있었다. 또한 공금횡령죄로 체포될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도망을 쳐온 보수파 관리도 있었다.
권력의 도취는 파도처럼 쉼 없이 밀려드는 불안감 때문에 모래알처럼 부서져 내렸다.
다음날에 헤리넬도 마르케스 대령은 반역죄가 인정되어 사형을 선고받았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그물침대에서 잠만 잘 뿐 처벌을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사람들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그를 감싸고 있는 고독의 올가미를 벗어 던지려고 몸부림을 쳤다. 아버지를 따라 처음 얼음을 구경하러 갔던 날부터 지금까지 그가 행복을 느꼈던 순간들은 실험실에 틀어 밖혀 세상사를 잊고 황금 물고기를 만들 때뿐이었다. 그로부터 사십 년이 지난 지금,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참가치를 깨닫기까지 그는 서른 두 차례나 전쟁을 벌였고, 많은 약속들을 혁명의 이름으로 파기했고, 승리의 영광이라는 깊은 늪에 빠져 돼지처럼 허둥거렸다. 고통으로 뒤틀린 밤을 하얗게 세운 그는 사형집행을 한 시간 앞둔 이른 새벽에 감옥으로 찾아갔다. 친구여 엉터리 희극은 이제 다 끝났다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헤리넬도 마르케스 대령에게 말했다.
자네의 비참한 꼴을 지켜보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네. 무슨 소리, 내가 어떻게 그런 꼴을 볼 수 있겠나. 자, 어서 신을 신고 나와서 무모한 전쟁을 빨리 끝장낼 수 있도록 나를 도와주게.
거의 이십 년 동안 전쟁을 치러오면서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차츰 낯선 사람이 되어갔다.
[10]
여러 해가 지나 죽음을 눈앞에 둔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첫아들을 보려고 방으로 들어갔던 6월의 어느 비 오는 날 오후를 떠올렸다. ~~~이 아이는 이제부터 호세 아르카디오야.
한 집안의 역사를 돌아보건대 비슷한 이름이 너무 자주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어떤 단정적인 결론을 얻게 되었다.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머리가 좋은 대신 내성적이고, 호세 아르카디오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은 충동적이며 모험심이 강한 대신 비극의 그림자가 따라 다닌다고 여겼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점심 무렵에 원고를 보느라 정신이 없던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한순간 방안에 누군가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개를 돌리자 창문에서 들이치는 햇살을 안은 채 두 손을 무릎 위에 얹고 말없이 앉아 있는 멜키아데스가 보였다. 그는 마흔 살이 채 안 되어 보였다.
백 년이 될 때까지는 누구도 이 원고의 내용을 알아서는 안 된단다. ~~~너도 네 증조할아버지를 닮은 모양이구나. 그 양반도 늘 혼자서 중얼거리곤 했지.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가 닭싸움에 미쳐 있고, 아우렐리아노 세군도가 정부 집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쾌락 파티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우르슬라는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는 두 아이가 집안 핏줄의 가장 나쁜 점만 골라 닮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누구에게도 아울렐리아노나 호세 아르카디오라는 이름을 지어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이제 백 살이 넘었고, 백내장으로 시력을 거의 잃었지만, 활동력이며 부지런했고 무엇보다도 현명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부엔디아 집안을 몰락하게 만든 네 가지 원인인 전쟁과 싸움닭과 바탕이 좋지 않은 여자들과 터무니없는 일에 몰입하는 기질 등에서 벗어나 덕망 있는 자손을 키워 손상된 가문의 전통과 명예를 되찾게 할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는 앞으로 신부가 될 거야. 그녀는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를 닮아 몸집이 크면서도 즐거운 마음, 쾌활한 성격으로 인생을 사는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가축을 돌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페트라 코테스를 말에 태워 우리를 한 바퀴 돌면 가축들은 다산증에 걸린 것처럼 맹렬한 속도로 번식했다.
그는 아우렐리아노 대령이 뜨거운 실험실 안에 들어앉아 더위를 이겨내며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미녀 레메디오스는 카니발에서 여왕으로 뽑혔다. 증손녀가 지나치게 아름다운 게 늘 마음에 걸렸던 우르슬라도 그런 결과만은 막을 수가 없었다.
사실 미녀 레메디오스는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달랐다. 그녀가 사춘기로 접어든 뒤에도 산타 소피아 드 라 피에다드(모친)는 그녀를 목욕시키고 일일이 옷을 입혀주어야만 했다. 그러고는 미녀 레메디오스가 자기 배설물을 막대기로 찍어 벽에 동물 그림을 그리지 못하도록 감시해야만 했다. 그녀는 스무살이 되어서도 글을 읽거나 쓸 줄 몰랐고, 밥을 먹을 때 포크와 나이프를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우르슬라는 카니발이라는 광란의 축제에 그녀를 내보낼 생각도 없었고, 더욱이 그녀가 카니발에서 여왕이 뿝히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미녀 레메디오스 부엔디아가 카니발의 여왕이 되어 그의 성이 다시 사람들의 기억속에 떠올랐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때 늪지대 쪽 길을 따라 눈이 부실 wdj도로 아름다운 여인을 태운 황금빛 가마를 메고 가장행렬을 하는 무리가 나타났다. 마콘도 주민들은 싸구려 금박종이로 만든게 아닌 위엄이 절로 우러나는 진짜 에메랄드가 박힌 왕관을 쓰고 하양 모피 옷을 입은 매혹적인 미녀를 자세히 보려고 가면을 벗었다.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곧 정신을 차리고 방금 도착한 일행을 손님으로 맞이하기로 하고, 솔로몬의 지혜를 짜내어 미녀 레미디오스와외지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여왕을 나란히 앉게 했다.
그때였다, 달아오른 축제의 분위기를 뒤흔들며 누군가가 소리 높여 외쳤다. “자유당 만세!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댈령 만세!” 그와 동시에 폭죽 터지는 소리는 총성으로 바뀌었고, 음악은 군중이 내지르는 비명에 묻혀버렸다.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극도의 혼란 속에서 미냐 레메디오스를 아무 탈 없이 구해냈다. 또한 드레스가 찢어지고 흰 모피 옷에 피가 얼룩진 외지의 여왕을 안아 집으로 데려갔다. 그녀의 이름은 페르난다 델 카르피오였다. 그녀는 전국에서 모여든 오천여 명의 미녀와 함께 경합해 여왕으로 뽑혔으며, 마다가스카르의 여왕 자리에 앉게 해줄 카니발에 참석하기 위해 마콘도로 오게 되었다고 했다.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페르난다가 살던 도시로 가서 그녀의 아버지한테 결혼 허락을 받아냈다. 두 사람은 마콘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무려 이십 일 동안이나 잔치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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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페르난다 델 카르피오와 결혼한 지 이 개월 만에 이혼할 뻔했다. 아우렐리아노 세군도가 페트라 코테스를 달래주려고 그녀를 마다가스카르 여왕으로 분장시켜 사진을 찍게 한 일 때문이었다. 페르난다는 그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시집올 때 가져온 물건들을 꾸려가지고 말 한마디 없이 집을 나가버렸다.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늪지대로 빠지는 길목까지 허둥지둥 쫓아가서는 겨우 그녀를 붙잡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거듭 빌고서야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문고리를 따자 사내 열일곱 명이 서 있었다. 얼굴 생김새와 피부색은 다르지만, 세상 어디에서 만나더라도 당장 알아볼 수 있는 고독한 분위기를 지닌 그들은 모두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아들들이었다.
우르슬라는 그동안 레베카에 대한 불쾌한 기억을 다 잊어버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옛날 부모의 유골이 담긴 자루를 끌고 찾아온 레베카의 모습만 떠오를 뿐 한집안 식구로서 저지를 레베카의 그릇된 행동들은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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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신기한 발명품들을 일시에 접하게 된 마콘도 주민들은 계속되는 놀라움에 정신을 차릴 겨를이 없었다. 그들은 아우렐리아노 트리스테가 두 번째 기차 여행 후에 가져온 창백한 불빛을 뿜어내는 전구를 밤을 새워가며 바라보았다.
마콘드 주민들은 돈을 많이 번 부자 상인 브루노 크레스피가 운영하는 매표소 입구가 사자머리처럼 생긴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다. ~~~신기한 축음기를 직접 보고 싶은 욕심에 허름한 차림으로 꾸미고 찾아가는 양가집 여인네들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철도가 정식으로 개통된 뒤로 수요일 열한 시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기차가 도착했다.
마콘도는 기차의 좌석과 통로뿐 아니라 지붕 위에까지 올라타고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각양각색의 수많은 외지 사람들로 빠르게 인구가 불어났고,~~~~아내들을 데리고 온 미국인들은 기찻길 건너편에 터를 잡고 그들만의 도시를 세웟다.
정신 바짝 차리고 조심해야 한다. 우르슬라는 미냐 레메디오스한테 주의를 주었다. 저 애들 가운데 누구하고도 일을 저지르면 너는 돼지 꼬리가 달린 아이를 낳게 될 꺼야.
그때 미녀 레메디오스의 몸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거의 장님이나 다름없는 우르슬라만이 그 신기한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이해하고 있었으며, 그래서 바람이 이끄는 대로 담요가 날아갈 수 있게 내버려두었다. 미녀 레메디오스는 펄럭이는 담요에 올라탄 채 공중으로 떠오르며 작별을 고하는 손짓을 했다. 오후 네 시에 그녀는 딱정벌레와 달리아가 활짝 핀 정원을 남겨두고 아무리 높이 나는 새도 올라갈 수 없는 높은 하늘로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실험실에 틀어박혀 고독과 침묵 속에서 보낸 지 몇 해 만에 처음으로 바깥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자기가 전쟁을 끝까지 하지 않고 휴전 협정을 맺은 것이 큰 잘못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안 지방 각지에 흩어져 살던 열일곱 명의 아우렐리아노들은 이마에 표시된 재 십자가를 겨냥한 암살자들 손에 차례로 토끼처럼 사냥을 당했다.
어느 날 아침에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우르슬라가 밤나무 아래에서 죽은남편의 무릎에 엎드려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버지한테 인사나 하려무나. 우르슬라가 말했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밤나무 앞에 서보았지만, 텅 빈 공간에서 애정을 느낄 만 한 것은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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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혼란을 겪느라 우르슬라가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사이, 호세 아르카디오는 어느새 신학 공부를 위해 진학을 준비해야 할 나이에 이르렀다. 페르난다의 엄격함과 아마란타의 구박을 받으며 자란 그의 누나 메메 역시 클라비코드 연주자를 길러내는 수녀원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다.
호세 아르카디오가 wql시들을 따라 마을을 떠난 뒤 온몸에 푸른 문신을 하고 돌아와 천문학자들이나 떠들법한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고, 아마란타와 아르카디오가 구아히로 말을 잊고 스페인어를 익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떠올리면 그 세월이 얼마나 깊었는지 쉽게 증명이 되었다.
우르슬라는 자기가 장님이라는 사실을 사람들한테 말하면 자신을 쓸모없는 인간으로 취급할까봐서 그 사실을 비밀로 덮어두었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에 대한 생각을 달리했다. 그가 식구들한테 애정을 보이지 않는 것은 극심한 전쟁을 겪는 동안 마음이 모질어진 탓이 아니며, 처음부터 그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전쟁터에서 하룻밤의 인연을 맺었던 수많은 여자는 물론이고, 심지어 자기 자식들을 비롯한 그 누구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가 악착같이 전쟁에 매달린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었기 때문이 아니었으며, 그가 마지막 승리를 포기한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전쟁에 지쳐서가 아니라 전쟁의 승패와는 상관없는 단 하나의 이유, 저주와도 같은 자존심 때문이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우르슬라는 자기 인생의 전부를 걸었던 아들이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르슬라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뱃속에 있었을 때,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울음소리가 어찌나 또렷하게 들렸던지 옆에서 자다가 잠이 깸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아이가 태어나면 틀림없는 복화술사가 될 것이라고 크게 기뻐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예언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르슬라는 그 처연한 울음소리야말로 아이가 돼지 꼬리를 달고 태어날 무서운 징조라고 생각하고서 제발 아이가 뱃속에서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런가 하면 우르슬라는 아마란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했다. 아마란타의 차가운 마음에 질리기도 하고, 자신을 학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아마란타야말로 이 세상 누구보다도 부드러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무렵 우르슬라는 자기 젖을 먹고 자라지도 못하고, 마당에서 흙과 벽의 석회를 긁어 먹고,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달그닥 거리는 유골의 주인한테 피를 물려받은 레베카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는 때늦은 후회와 갑작스레 닥친 감탄에서 되살아난 사랑을 느끼면서 레베카의 이름을 부르곤 했다. 충동적인 감격에 뜨거운 몸을 지녔던 레베카만이 우르슬라가 자손들의 피 속에 흐르기를 바랐던 자유의지에서 솟구치는 진정한 용기를 지녔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담요를 머리 위까지 끌어올리고 빗물에 젖은 수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오줌을 누려고 앞마당으로 나갔다. 그때 해가 뜨려면 시간이 좀 있어야 했기 때문에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빗물에 썩은 야자나무 잎으로 엉성하게 지붕을 엮은 오두막에서 졸고 있었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눈에는 아버지의 유령이 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뜨거운 오줌줄기를 아버지의 신발 위에다 갈겼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깜짝 놀라 잠이 깨서는 투덜거렸지만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열한 시에 쓰레기를 버리려고 마당으로 나온 산타 소피아 드 라 피에다드가 독수리들이 날아 내려오자 그것을 이상히 여겨 둘러보다가 밤나무 밑에 쓰러져 있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을 발견했다.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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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메의 마지막 방학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 시작되었다.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약속대로 딸의 방학 기간 동안 집에 와서 지냈으며, 페르난다는 아내의 자리를 되찾으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다음 해에 메메의 여동생이 태어났다. 아이의 이름은 페르난다가 반대했지만 아마란타 우르슬라라고 지었다.
아마란타가 죽어서 또다시 상을 치르느라 집안 식구들이 문을 닫아걸 때에야 메메는 겨우 클라비코드의 뚜껑을 닫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가라앉아 있던 부엔디아 집안에 모처럼 찾아든 평화와 행복은 갑작스런 아마란타의 죽음으로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녀의 죽음은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비록 많이 늙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해도 그녀는 나무랄 데 없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속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옛날 헤리넬도 마르케스 대령의 청혼을 거절하고 방에 틀어박혀 흐느껴 울었던 어느날 오후부터 그녀의 마음은 바깥세상과 차단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미녀 레메디오스가 하늘로 솟아올랐을 때에도, 아우렐리아노의 이름을 가진 형제들이 학살을 당했을 때에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시체가 밤나무 아래에서 발견되었을 때에도 결코 눈물을 흘리는 법이 없었다.
남자는 낡아빠진 옷에 함석을 덧대 기운 구두를 신고 지난 토요일에 새로 산 밀짚모자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처음 그러한 행동을 하듯 몹시 수줍어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듯한 차분함과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힘든 일을 해서 거칠어진 손과 갈라진 손톱만 아니라면 충분히 기품 있는 사람으로 보엿을 것이다. 페르난다는 그를 흘끗 보고는 그가 한 벌뿐인 외출복을 입고 온 바나나 회사의 직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돌아가요. 페르난다가 쏘아붙였다. 당신 같은 남자가 우리 집을 기웃거려서는 안 돼. 그의 이름은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였다. 그는 마콘도에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살았으며 바나나 회사의 공장에서 견습공으로 일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간 토요일에, 그녀는 극장에서 허름한 복장으로 몇 칸 건너에 앉아 있는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를 보았다.
그 무렵 메메는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가 나타나는 곳에는 노랑나비들이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에 마당에서 장미 가지치기를 하던 페르난다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미녀 레메디오스가 하늘로 솟아오른 자리에 메메가 서 있었던 것이다.
경비원은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한테 총을 쏘았고, 총알은 그의 척추를 관통해버렸다. 그는 평생 동안 침대에 누워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한마디 불평도 신음 소리도 없이, 한 번도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지 않고, 잠시도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나비들과 사랑의 추억에 시달리며, 닭 도둑의 누명을 쓴 채 늙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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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메 부엔디아의 아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쯤에는 마콘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사건들이 조금씩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페르난다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사용하던 실험실에 아이를 넣고 문을 잠가버렸다. ~~~우르슬라는 죽는 순간까지 아이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그 아이가 집 안에 있다는 것을 삼 년이 지난 뒤에야 알았다. 그는 페르난다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갇혀 있던 방에서 뛰쳐나온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칠면조의 벼슬처럼 축 늘어진 이상한 모양의 고추를 덜렁거리며 백과사전에서 식인종을 소개해놓은 것과 비슷한 모습으로 현관에 서 있었다. 페르난다는 수없이 되풀이되어온 자기의 고약한 운명이 다시 찾아들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 아이의 느닷없는 출현은 그녀가 자기의 집에서 영원히 몰아냈다고 생각한 지독한 수치심을 되살려주었다.
페르난다는 척추가 부러진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가 실려 나가자마자 치욕스런 사건을 깨끗이 지워버리려고 남편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그녀는 자기의 짐과 딸의 옷 세 벌을 챙긴 다음 기차가 출발하기 심십 분 전에 메메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레나타, 어서 가자.” 페르난다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메메는 어머니가 어디로 끌고 가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지만 설사 그곳이 도살장이라고 해도 따라갔을 것이다. 뒤뜰에서 울린 총성과 더불어 마우리시오 바빌로니아의 비명을 듣고 난 순간부터 그녀는 입을 굳게 다물어 버렸다. 죽는 날까지 평생토록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메메는 온갖 사연이 담겨 있는 고향 땅을 무심히 스쳐 지나갔다. ~~~메메는 페르난다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 내렸다. ~~~메메는 수녀의 손에 끌려 말없이 따라갔다. 페르난다가 메메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수녀를 놓칠세라 바빠 따라가는 그녀의 뒤로 수녀원 철문이 닫히는 모습이었다.
수녀가 돌아간 뒤에 페르난다는 아이를 물통에 빠뜨리려 했지만 차마 그럴 만큼 모질지는 못해서 신의 뜻으로 아이의 운명이 결정 나는 날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들은 완전히 포위된 채 물여울처럼 제자리를 맴돌았으며 기관총에 의해 바깥쪽에 있는 사람들부터 마치 양파 껍질이 벗겨져 나가듯 떨어져 나갔다.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는 아이를 내려놓고는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야만스러운 군대는 무릎을 꿇고 있는 여자와 높은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과 우르슬라 이구아란이 그토록 많은 동물과자를 팔았던 어수선한 세계를 빗자루로 쓸듯이 깨끗이 쓸어버렸다..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둠이 내려 있었다. 그는 조용히 미끄러지는 기차에 실려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맨 앞쪽 칸까지 건너간 그는 어둠 속으로 뛰어 내린 다음 기차가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옆 구덩이에 몸을 숨겼다.
자기가 뛰어내린 곳이 어디쯤인지 알 수 없었지만 기차가 가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가면 마콘도에 닿으리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여자는 딱하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았어요. 당신의 할아버지인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님이 휴전에 동의한 뒤로 마콘도는 평화롭기만 했죠.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들른 다른 집의 부엌에서도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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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사 년 십일 개월하고 이틀 동안 쉼 없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십 년 동안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 가뭄이 계속되었다. 마콘도는 황폐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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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슬라의 몸이 조금씩 쪼그라들더니 어린 아이만 하게 줄어들었다. 마침내는 살아있는 시체처럼 되어 죽기 몇 달 전에는 잠옷 속에 묻힌 살구씨 처럼 되어버렸다. ~~그들은 성 금요일 아침에 죽어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그해 말쯤에 레베카가 죽었다.
마지막 소란이 벌어지는 동안 관을 나르던 사나이들이 술에 취해서 관을 헷갈리는 바람에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와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무덤이 바뀐 채 묻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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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에 유학 가 있는 아마란타 우르슬라와 로마에 있는 호세 아르카디오는 그런 불행한 사건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페르난다는 그들한테 보내는 편지에 자기가 마냥 행복하다고만 적었다.
산타 소피아 드 라 피에드라가 문법책을 사다 준 지 어언 삼 년이 지났을 때에야 아우렐리아노는 겨우 양피지 원고의 첫 장을 읽어낼 수 있었다.
아우렐리아노는 그것을 풀어낼 능력이 없었지만, 멜키아데스가 양피지 문자의 뜻을 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카탈로니아 학자의 책방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그는 책을 사오기 위해 페르난다한테 외출을 허락해달라고 부탁하기로 했다.
호세 아르카디오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아우렐리아노는 그가 무척 먼 곳에서 왔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백단 향기가 감도는 그 상자 안에서 페르난다가 보여주지 않은 모든 진실이 담긴 두툼한 편지를 찾아냈다. 그는 선 채로 차분하게 편지를 읽어나갔다. 세 번째 장을 읽던 그는 잠깐 눈길을 돌려 새삼스레 아우렐리아노를 쳐다보았다. “그랬군” 그는 면도날처럼 섬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바로 그 사생아였군.” ~~~저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입니다. “네 방으로 가 있어.” 호세 아르카디오가 말했다.
페르난다가 죽고 나자 아우렐리아노는 두 개밖에 남지 않은 황금 물고기 가운데 하나를 꺼내가지고 필요한 책을 사려고 카탈로니아 학자의 책방으로 향했다.
호세 아르카디오는 피를 더럽히는 거리의 여자들과 돼지 꼬리가 달린 아이를 낳는 집안의 여자들과 사람 목숨을 빼앗고 평생토록 죄의식을 심어주는 닭싸움과 한 번 손대게 되면 이십 년 동안이나 전쟁을 해야 하는 무기와 환멸과 광란을 몰고 오는 무모한 모험처럼 애초에는 하나님이 선하게 창조했으나 악마의 손에 의해 타락해버린 모든 것을 두려워했다.
어느 날 아침 우연히 멜키아데스의 방문을 열어보게 된 아이들 둘은 책상에 앉아 양피지 원고를 읽어내느라 골몰해 있는 지저분하고 머리가 헝클어진 사나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아이는 호세 아르카디오와 깊은 사이가 되어 ~~~그와 함께 집 안을 서성거렸다. 그러던 어느날 밤에 그들은 갈라진 세멘트 바닥의 틈새로 땅속의 태양이 마룻바닥을 유리처럼 비추듯ㅇ이 샛노란 빛이 뿐어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방 안에 불을 켤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옛날에 우르슬라의 침대가 놓여 있었고, 샛노란 빛이 강하게 흘러나오는 곳으로 가서 시멘트 조각을 드러냈다. 그러자 아우렐리아노 세군도가 황금을 찾으려고 그토록 찾아 헤맸으면서도 끝내 알아내지 못한 비밀 지하실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구리철사로 주둥이를 묶은 자루 세 개개 있었고, 자루 안에는 어둠 속에서도 불빛처럼 밝게 빛나는 금화 칠천이백사 개가 들어 있었다.
우연히 보물을 찾아 벼락부자가 된 호세 아르카디오는 간나 속에서 오랫동안 간절히 바랐던 것과는 달리, 로마로 돌아가지 않고 대신 집을 향락의 천국으로 바꿔놓았다.
그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열일곱 아들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로서, 오랜 세월 도망자로 살다가 안식처를 찾아 마콘도로 온 아우렐리아노 아마도르였다. ~~~자기를 숨겨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호세 아르카디오와 아우렐리아노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들은 그를 떠돌이가 틀림없다고 생각하고는 밖으로 내쫓았다.
몇 해에 걸쳐 아우렐리아노 아마도르의 뒤를 사냥개처럼 쫓아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다닌 경관 두 명이, 길 건너 아몬드나무 그늘에서 나타나 모젤 구너총 두 발을 쏘았고, 그 탄환들이 재 십자가를 정확히 꿰뚫었던 것이다.
9월의 어느 날 아침에 아우렐리아노와 함께 부엌에서 커피를 마신 호세 아르카디오는 평소 버릇대로 목욕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 넷이 지붕의 기왓장을 들추고 목욕탕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호세 아르카디오가 미처 방어할 틈도 주지 않고 옷을 입은 채로 욕조 안으로 뛰어들어 그의 머리채를 틀어쥐고는 물속에 처박았다.
[19]
아마란타 우르슬라는 남편의 목에 비단 밧줄을 걸고 12월의 천사와 함께 바닷바람에 실려 돌아왔다. ~~~여섯 달 전에 결혼한 그녀의 남편은 가냘픈 몸매에 뱃사람처럼 보이는, 나이를 먹은 플랑드로 출신의 벨기에 사람이었다. ~~~그녀는 기숙사로 갈 때 짐을 담아갔던 페르난다의 낡은 트렁크 말고도 새 트렁크 두 개와 커다란 여행가방 네 개와.... 등을 가져왔다.
고향으로 돌아온 지 일 년이 지나도록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하고 파티에 초청할 사람 하나 없었지만, 아마란타 우르슬라는 아직도 불행에 잠겨 있는 마콘도를 옛날의 모습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의 남편인 가스통은 ~~~아내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20]
출산일이 가까워질수록 그들은 둘만의 사랑을 키우며, 바람만 살랑 불어도 무너져버릴 것처럼 황폐화된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탯줄을 끊고 나자 산파는 아우렐리아노 한테 등불을 비추게 하고는 아기의 몸에 덮여 있는 푸른 양수를 헝겊으로 닦아냈다. 아기를 엎어놓은 뒤에야 그들은 아기한테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아기한테 돼지 꼬리가 달려 있었다.
산모가 흘리는 피를 막을 길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순간에 그는 갓난아이의 모습을 보았다. 온 세상에서 다 모인 듯 거대한 개미 떼가 물기가 마르고 살갗이 자루처럼 부풀어 오른 아기의 시체를 마당 자갈길을 지나 그들의 굴로 끌어가고 있었다. ~~~그는 양피지 원고에 적혀 있던 인간이 사는 시간과 공간의 맥을 짚어낸 글귀를 떠올렸다. “처음의 것은 나무에 묶일 것이며, 마지막 남은 것은 개미한테 먹힐 것이다.”
그는 그 순간에 아마란타 우르슬라가 누나가 아니라 이모라는 사실을 알아냈으며, 프란시스 드레이크 경이 리오하치를 공격한 것은 두 집안의 핏줄을 복잡하게 뒤엉키게 한 다음 집안의 대를 마감하게 할 운명적인 괴물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우렐리아노는 자기가 결코 지금 있는 방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고에는 아우렐리아노가 양피지 원고를 다 읽는 순간 신기루의 도시인 마콘도는 바람에 날아가 인간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며 원고에 기록된 모든 것은 다시 되풀이되는 일이 없을 것이니, 백 년 동안의 고독에 시달린 집안은 영원히 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씌어 있었던 것이다.■
[마르케스의 생애와 작품]
1928~2004년. 콜롬비아 태생,
1967년 발표된 소설<백년 동안의 고독>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현대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마술적 사실주의란 하루하루의 생활 혹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의 역사성과 토속 신화나 전설과 같은 환상적 요소를 혼합하여 간단하고도 쉬운 문장으로 사건의 상황이나 움직임을 분석이나 설명 없이 붓 가는 대로 서술해 놓은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마르케스는 대중적인 이야깃거리를 가장 순수하고 단순한 소설 형태로 성공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작가이다. ~~~천일야화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구상에서 완성까지 15년이라는 세월이 걸릴 만큼 이 책은 마르케스가 환상과 현실을 격리시키고 있는 벽을 제거하는 데 무척 고심한 작품이다. ~~~그는 이 책으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다.
[Review]
어떤 책은 재미로 읽고, 어떤 책은 읽기가 힘들어도 새로운 지식을 얻는 기쁨으로 읽는다. 문학작품은 스토리보다는 작가의 표현이 마음에 들면 재미있다. 마르케스의 소설은 환상적인 내용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재미있다. 이 소설은 어느 가문에서 4대를 거치며‘ 마콘도’라는 신비의 마을에서 후손들이 겪게 되는 여러 모습을 환상적인 꾸밈으로 그린 작품이다.
“16세기 무렵, 우르슬라 이구아란의 고조할머니는 해적들이 쏜 대포소리에 혼비백산하여 뻘겋게 달아오른 화덕 위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입은 화상으로 그녀는 남은 생애 동안 아내로서는 쓸모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아라곤 상인이었던 남편은 그녀와의 사이에서 두 아이를 낳았는데, 그런 일이 있은 뒤 남편은 그녀의 불안감을 고쳐보려고 재산을 반이나 써버렸다. 결국에는 장사마저 집어치우고는 식구들을 데리고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산촌의 평화로운 인디언 마을로 이사를 했다.”(본문)
그 마을에는 ‘돈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라는 담배 재배업자가 살았다. 두 가문은 함께 살며 동업해서 많은 재산을 모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 두 가문의 4대 손자, 손녀가 결혼하게 되었다. 남편인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사색적이고 충동적인 사람으로 낙관적이며 가정보다는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몰인정한 사람이다. 반면 아내인 ‘우르슬라‘ 는 가정적이며 가문의 명예에 집착하는 형이었다. 두 가문 사이의 결혼은 처음부터 불행의 역사를 안고 있었다. 일찍이 우르슬라의 고모와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삼촌이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는데 돼지 꼬리처럼 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났다. 이 일로 우르슬라는 행여나 자신들의 후손들에게서 지난날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늘 걱정하게 되었다.
마르케스는 소설 속에서 이 불행한 만남에서 두 사람이 고향 마을 떠나 미지의 땅 ‘마콘도’에서 새로운 마을을 개척하고 출발하도록 한다. 부부 사이에는 두 아들과 두 딸이 태어났다. 자녀들에게는 우르슬라가 걱정한 것처럼 불행의 씨는 없었지만, 형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는 성 지향적으로 여성 편력이 많았으며, 동생인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는 부친의 성향을 그대로 물려받아서 내성적이고 신비적인 태도를 보였다.
두 형제는 자라면서 한 여자를 두고 서로 사랑하는 갈등도 겪게 되지만 각자의 길을 간다. ‘마콘도’ 마을에 이주민들이 늘어나고 번성해지자 집시들이 마을에 찾아오게 되었고, 사람들은 외부 세계에 대한 눈을 뜨게 된다. 형은 아예 집시들을 따라 마을을 떠났고, 동생은 집시들이 가져온 진기한 물건들을 보고 허황한 과학적 연구에 몰두하는 망상에 빠지게 되었다.
집시들을 따라 떠났던 형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마을은 더욱 번성해지며 정부에서 시장을 마을로 파견했다. 그러나 마을 개척자인 주민들은 정부의 태도에 반감을 갖고 반정부 조직에 가담한다. 동생인 ‘아우엘리아노 부엔디아’ 는 혁명 조직의 대령으로 임명되었고, 여러 차례의 전쟁에서 죽을 고비와 여러 여성으로부터 열일곱 명의 자녀를 낳았으나 자녀들은 끝까지 추격당하여 모두 죽음을 맞았다. 결국 후에는 총사령관의 지위까지 얻었으나 그는 자기 행동에 대한 보람보다는 회의에 빠지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다가 죽음을 맞는다. 형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여러 자녀를 낳았고, ‘우르슬라’는 백 살이 넘도록 살면서 자손들에게서 어떤 희망을 품어 보지만, 그들은 학업을 포기하고 근친상간으로 타락한 인생을 사는 모습만을 보다가 살구씨처럼 쪼그라들어 생을 마감한다.
“우르슬라의 몸이 조금씩 쪼그라들더니 어린 아이만 하게 줄어들었다. 마침내는 살아있는 시체처럼 되어 죽기 몇 달 전에는 잠옷 속에 묻힌 살구씨처럼 되어버렸다.”(본문)
소설의 마지막은 우르슬라가 생전에 그토록 두려워했던 가문의 수치인 돼지 꼬리 아이가 근친상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자손들이 비명횡사하며, 가문에 대대로 내려온 집시 멜키아데스의 예언이 담긴 비밀문서가 해독되는 것으로 소설은 마친다.
“아우렐리아노가 양피지 원고를 다 읽는 순간 신기루의 도시인 마콘도는 바람에 날아가 인간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며 원고에 기록된 모든 것은 다시 되풀이되는 일이 없을 것이니, 백 년 동안의 고독에 시달린 집안은 영원히 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씌어 있었던 것이다.”(본문)
저자는 콜롬비아 태생 작가이며 중남미를 대표하는 ‘마술적 사실주의’(역사, 토착신화, 미신을 환상적인 이야기로 꾸민 소설) 작가 중 대표적 인물이다. 이 책<백년 동안의 고독>은 그의 나이 39세(1967년)에 쓴 작품으로 198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30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많은 저술가들이 인용하여 널리 알려졌다.
마르케스는 이 책을 이십대 중반에 구상해서 15년간에 걸쳐 썼다고 한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 사이의 관계로 약간은 혼란스럽다. 작가가 어떤 주제를 의도적으로 나타내고자 한다기보다는 그저 어떤 이야기, 사건들을 듣는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작가 특유의 표현 방식이 재미있고, 남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를 돋구는 대중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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