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의 한 마을회관에서 소주를 나눠 마신 60대 주민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이들이 마신 소주와 소주잔에서는 맹독성 농약인 메소밀(methomyl)이 검출됐는데 지난해 상주에서 발생해 2명의 노인을 숨지게 한 '메소밀 사이다' 사건의 모방 범죄일 가능성도 커 큰 충격을 주고 있다.
9일 오후 9시 40분쯤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에서 회관 내 김치냉장고에서 꺼낸 소주를 나눠 마신 이 마을 이장 박모(62) 씨와 전 이장 허모(68) 씨가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안동성소병원으로 이송된 박 씨는 10일 오전 8시 10분쯤 독극물 음용 의심 증세로 숨졌고, 안동병원으로 이송된 허 씨는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의식불명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박 씨와 허 씨를 포함해 주민 13명이 경로당에 있었으며, 이들 중 허 씨와 허 씨 부인, 박 씨 부인 등 3명이 경로당 한 방에서 김치냉장고에 든 소주 1병을 꺼내 나눠 마셨다.
이후 뒤늦게 합류한 박 씨가 오후 9시 30분쯤 김치냉장고에서 소주 1병을 더 꺼내와 허 씨와 나눠 마시다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이들이 술을 마실 때 같은 방에는 모두 8명이 있었고, 이 가운데 4명은 화투를 치고 있었다. 나머지 5명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이들이 나눠 마신 소주 2병과 소주잔, 음식(마른 멸치), 김치냉장고 안 소주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식을 의뢰했고, 박 씨와 허 씨가 나눠 마신 소주와 소주잔에서 원예용 농약으로 쓰이는 메소밀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소주에 농약이 들어갈 수 없는 만큼 누군가 고의로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일어난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의 모방 범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찰은 박 씨가 김치냉장고에서 꺼낸 소주가 이미 개봉됐는지 여부를 이날 경로당에 있던 모든 주민을 상대로 조사했지만 확인하지는 못했다. 김치냉장고에는 이들이 마신 소주 2병 외에 36병의 소주가 더 있었고, 개봉된 소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메소밀이 검출된 것은 맞지만 11일 부검을 통해 메소밀이 사망 원인인지부터 최종 확인해야 한다"며 "마을회관 주변이나 마을에는 CCTV가 없어 마을회관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있는 CCTV 영상을 분석하는 한편 이 동네 40여 가구 주민 90여 명 전체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메소밀은 진딧물 방제에 주로 쓰이는 살충제로 체중 1㎏당 치사량이 0.5~50㎎에 불과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그동안 메소밀 음독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 지난 2012년 이후 제조`판매가 중단됐다.
이농약성분은 지난해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에서도 범행 도구로 사용됐었다. 상주 사이다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박모(83) 할머니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대구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