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감상문
주제: 30년 후 미래의 아들과의 대화
아들: 엄마. 나 요즘 고민이 있어요.
나: 응, 어떤 고민이야?
아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승진을 하는 길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평사원으로 남을 것인지 고민돼요.
나: 그렇구나. 엄마도 과거에 그런 고민을 했던 것 같아. 넌 어떤 선택이 끌리니?
아들: 아무래도 사회생활 하다보면 남자는 승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승진 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낙오자라는 생각을 갖는 것 같기도 하구요.
나: 그러니? 엄마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데.
아들: 저도 그렇게 보지는 않는데, 막상 제가 연차가 쌓여가면서 승진하지 못하고 후배가 치고 올라오는 것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해요.
나: 그렇구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이 들지. 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했으면 좋겠어. 그게 승진이라면 그렇게 하고, 승진이 아니라도 그 현실에 만족하고자 선택한다면 그 순간이 천국이 된다고 생각해.
아들: 엄마라면 나 같은 상황에 어떻게 하시겠어요? 확실히 승진하기로 선택한다면 가족이랑 시간을 더 적게 보내야하고, 승진하게 되면 명예는 따라오겠죠? 그런데 승진하지 않으면 가족이랑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추억도 쌓을 수 있지만 회사생활을 할 때 스스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있거나 후회가 될 것 같기도 해요.
나: 엄마가 30년 전에 본 영화가 기억나는구나. 그때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에는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하면서 어이없다고 생각했는데, 살면서 가끔씩 이 영화의 할아버지가 생각이 났어.
아들: 어떤 영화인데요?
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영화야. 한 요양원에 있게 된 100세의 노인이 자신의 생일에 창문을 넘어서 도망치기로 결정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면서, 그 노인의 과거 이야기도 다루고 있지.
아들: 그렇구나. 그 노인은 왜 도망갔어요? 100세 노인이신데.
나: 글쎄? 아마도 그 할아버지께 똑같은 질문을 하면 ‘그냥.’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아들: 그냥요? 에이, 그냥이 어디 있어요. 뭐든지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요?
나: 이 할아버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계획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왔고 그랬기 때문에 100세가 되고서도 자신의 직관에 따라 행동한 것 같아. 처음에 엄마가 이 영화를 봤을 때에는 잔인한 장면도 많고, 할아버지가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표현한 영화의 표현방식이 불편했었어. 심지어 인간이 죽어나도 별 반응이 없는 할아버지의 반응에 화가 나기도 했지.
아들: 헉, 할아버지가 사람도 죽였어요?
나: 여러 방면으로 의도치 않았지만(?) 죽이게 된 적이 있었지. 그런데 그의 표정에는 미안함이나, 후회 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었어. 그래서 그 부분이 날 화나게 했었지. 감독이 제정신인가? 생각하기도 했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가볍게 여기는 영화의 스탠스가 굉장히 불편했었어.
아들: 그렇구나. 저라도 그랬을 것 같아요.
나: 그런데, 이 이야기를 실화가 아니라 가상의 이야기로 보다보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경험을 했어. 실제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짜의 이야기를 통해서 감독이 우리에게 주고자하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보다 보니 어느샌가 할아버지를 응원하게 되었지.
아들: 엄마, 그런데 왜 이 영화 얘기를 꺼내신 거예요?
나: 이 영화의 할아버지는 마음 내키는 대로, 되는대로 살거든. 난 처음 그 할아버지의 태도가 그닥 편하진 않았는데, 살다보니 할아버지가 선택하는 삶의 태도가 굉장히 나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많단다.
아들: 예를 들어서요?
나: 예를 들어서, 널 가지게 된 일?
아들: 날 되는대로 가지게 된 거에요?
나: (웃음) 그건 아니고, 어쩌다보니 네가 생겼던 때가 결혼한 후이긴 했지만 시기적으로 아기를 원하던 때는 아니었었지. 아기를 가졌을 때에는 굉장히 놀라고, 마음이 혼란스러웠었어. 그런데, 그 영화의 할아버지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들: 그래서요?
나: 그냥 되는대로 살기로 했지! 아기가 온 것은 그 이유가 있겠거니 하면서 살다보니 처음에는 상황적으로 힘들었지만, 돌아보니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었어. 네 아빠의 삼촌이 우리가 젊을 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아빠의 삼촌 기억나니?
아들: 네, 기억나죠.
나: 그때 삼촌이 신혼부부인 우리에게 밥을 사주면서 인생은 어차피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 되는대로 살라고 하더라고. 삼촌은 아기를 갖고 싶었지만 8년이나 못 가져서 힘들었다고, 아기가 주어지면 주어지는 대로 또 열심히 살면 된다고 하시더라.
아들: 삼촌이 그 때 그런 말씀을 하셨구나..
나: 응.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널 가진 일은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니? 너도 때로는 별 생각 없이 살다보면 일이 잘 풀리기도 하고, 꼬인 것 같은 일이 때로는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단다.
아들: 맞아요. 승진 고민도 사실 어렵긴 하지만, 지금 현재에 충실하게 살다보면 나중에 기회가 올 것 같기도 해요. 혹시나 승진을 하지 못하더라도 늘 현재에 최선을 다했으니 나중에 후회도 없을 것 같고요. 엄마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