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식으로 말하기 외 1편
윤 은 영
대낮에 도로변에서 폭탄이 터졌다
정지된 버스 밑으로 나는 숨어버렸다
어느 소녀의 초경 같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우리는 똑같이 찍힌 화폐의 얼굴을 하며 살고 있었다
‘버티고’를 만 번 외쳤고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아우슈비츠의 철문을 스스로 세웠다
자본이라는 주문에 이끌려
모두들 이름이 있지만
벚 목련 개나리 도로에 도열해 있는 것들은
낡은 이름들이었다 반복되는 것들은 늘 무서웠다
평범의 가면을 쓴 나는 만다린*
4월의 첫 빗줄기를 찍어 바르며 천둥의 신호를 기다렸고
드디어 세 시 방향으로 수류탄 꼭지를 물어뜯었다
화염 같은 대원들이여! 다그친다
위대한 성전 완수를 위해 계절의 지령을 받은 그들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 영화 '아이언맨 3' 극중 테러리스트.
학원별곡
― 병명 : 중2
나무를 뿌리째 뽑아서 던져버리고 싶다
골목길 외등을 마저 부숴 버리고 어둠을 뻐끔뻐끔 삼키겠다
만일 별이 흘러 들어와 목구멍에 걸려 사레가 든다면
손가락을 넣어 다 게워내겠다
웅웅 치이이익 칙칙 공부하라 공부하라 치이이익 칙칙
대남방송처럼 들려오는 무시무시한 데시벨의 잔소리
반 고흐처럼 타락한 천사처럼
연필을 부러뜨리고─엄마 앞에서
머리로부터 잘 도려낸 달팽이를 푸른 숲에 놓아 주겠다
어떤 학자는 지랄총량의 법칙이라는 말로 우리를 지목했다
어른들이 다 살아보니까 그렇더라는 것
모두 한때라는 것
이유가 안 돼, 이 형편없는 울타리 안에서는
커터칼을 갖고 논다 살에 글자를 새기자 장미가 피어난다─살아 있다는 것이 느껴져
학교라는 지루한 상자를 누가 갖다놨는지
참 고리타분한 선물이야, 뜯어보고 싶지도 않게 생겼지─반송하고 싶은 생애
단숨에 가방을 싸
오 사 삼 이 일
딩동댕동─거봐, 시계 딱 맞췄잖아
윤은영 2010년 『미네르바』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