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 심사평
권대근
문학박사, 수필비평가, 문학상 심사위원장
A good essay is a transformer
좋은 수필은 트랜서포머다.
제1회 연암박지원문학상
아시다시피 연암은 박지원의 호이고, 연암의 ‘열하일기’는 고문체를 따르지 않고 패관소품체를 따랐다는 이유로 정조대왕에 의해 ‘금서’로 지목될 정도로 문체론적 차원에서 당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수필의 생명은 문장에 있다는 거 아시죠? 잠시도 쉬지 않고 변신의 극한을 보여주는 문장이 참 문장이라고 할 때, 연암의 문장은 여기에 부합합니다. 나무가 그냥 서 있을 때는 나무였지만, 강으로 첨벙 뛰어들자 배가 되고, 구르면 바퀴가 되고, 타오르면 횃불이 되는 놀라운 변신을 보여주는 문장을 우리는 연암의 ‘열하일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수필’이란 말을 쓴 연암 박지원 선생의 문학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저는 2006년 에세이문예 여름호에 연암박지원문학상 제정을 공표한 바 있습니다. 호탕한 기개로, 변화무쌍한 문장력으로 시대정신을 주무르는 작가를 찾느라 1년을 헤매다가 올해 연암문학 정신을 작품 속에 투영시키고 있는 두 분의 작가를 지근 거리에서 찾을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그리고 에세이작가연대 모임자리에서 두 분에게 제1회 연암수필문학상을 안겨드리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수상자 : 이성대 교수님
수상 작품집은 “한살이 어른아이”입니다. 저는 수필집의 제목을 보면, 전체를 알 수 있습니다. 고정 관념과 통념이란 낯익은 것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낯선 것으로 변용시키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와 시선이 담긴 이 수필집은 에세이의 진수가 담겨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2005년도 발간한 수필집, ‘한 살이 된 어른아이’라는 수필집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 책에는 삶을 돌아보고 인생을 관조하는 고도로 세련된 철학적인 사유가 물결치고 있고, 다양한 것에 대한 관심과 하찮은 것에 대한 사랑, 사회와 정의에 대한 열정, 진실을 찾아 나서는 노 교수의 올곧은 지성이 알알이 맺혀 있었다는 데 있습니다.
교수님은 아주 오래 전부터 ‘소설’ 그리고 ‘수필’을 써왔습니다. 좋은 작품은 절대 고독 속에서 작가가 전력을 투입할 때만 생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신념으로 이런 저런 문학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창작에 몰두한 까닭으로 수필문단에 늦게 알려져서 1993년도에 문인협회에 들어왔지만 작품 이력으로 보면 사실 우리 수필문단의 최고 원로작가입니다. 연세가 많아서, 작품을 일찍 쓰셔서가 아니라 작품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이는 에세이의 본고장인 영국의 캠브리지대학에서 수학하셨고, 에세이의 진수가 담겨있는 영문학을 전공하신 배경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믿습니다만은 무엇보다도 문학가로서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수필을 창작하고 있다는 데서 교수님의 위대성이 빛난다고 봅니다.
■ 수상자 : 송명화 주간
송명화 주간은 한국 수필가 중에서 문장론적으로 기본기가 가장 튼튼한 작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녀의 수필들은 문법적 측면에서 완벽성을 자랑합니다. 작가적 인식 차원에서도 연암의 풍자 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송명화 수필의 우수성은 ‘있어야 할’ 당위적 가치가 작품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발상의 측면에서 작가가 보이는 비범성은 수필을 전략적 글쓰기의 본보기로 삼는 데 충분하다고 하겠습니다. 미적 경로를 거쳐 진술되는 한 마디 한 마디 문장은 깔끔하게 절제되어 있으면서 변화무쌍하여 긴장감을 주는 것도 송명화 수필의 장점입니다. 그녀의 글솜씨는 수필비평가로부터 평가받아. 이미 신춘문예 당선, 부산수필학회상, 풀꽃수필문학상, 국제문화예술상에 빛납니다.
문장론을 전공했다고 누구나 결속성을 갖춘 수필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지요. 신춘문예 출신의 글이라고 해서 글이 반듯하게 체계화되어 있는 건 아니죠. 송명화 수필가의 글은 바른 글로서 세상을 보는 독자의 시선을 변형시키고 말겠다는 현실에 대한 따가운 인식이 문장과 같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송명화의 수필은 진부한 잡담으로 또는 지루한 잡문으로 폄하되기 쉬운 우리 수필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을 단순에 뛰어넘는 문학성과 시대성이 글의 배면에 깔려있어 감동을 줍니다. 그녀의 수필들은 사물들의 감각적 현존 속에 숨겨져 있는 본질의 양상을 끄집어내는 동시에 작가의 의식 속에 각인된 선연한 기억들을 체험과 인식으로 호명하며 길어 올린 한마디로 본격수필의 전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에세이문예작가상
에세이문예 작가상은 본격수필의 이론 완성과 보급을 그 정체성으로 내세우며 출발한 대한민국 1등 수필 전문지 계간 에세이문예사가 본지 출신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2006년도 여름에 신설한 상으로 따뜻한 인간미와 작품성 그리고 자신의 문학적 고향이기도 한 에세이문예와 한국에세이작가연대에 대한 참여성을 두루 고려하여 수상자를 선정해서 계절마다 두 분씩 선정하여 발표하고, 한국에세이작가연대 전국대회에서 시상하는 작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