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유배문학 「해상월(海上月)」 퇴지(退之)의 하지수(河之水)를 읽고>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거제유배문학 「해상월(海上月)」은 조선후기 문신이자 학자인 죽천(竹泉) 김진규(金鎭圭 1658~1716)가 거제유배 생활 중에 지은 연작시 「독퇴지하지수 유감우회 효작해상월이수 억종자춘택(讀退之河之水 有感于懷 效作海上月二首 憶從子春澤)」를 간략히 줄인 글의 주제어다. 즉, 이 시는 “퇴지(退之, 한유)의 「하지수(河之水)」를 읽고 마음에(于懷) 느끼는 바가 있어(有感), 그 형식과 정서를 본받아(效) ‘바다에 떠오르는 달을 보며’ 「해상월(海上月)」 두 수(二首)를 짓고 한양에 있는 조카(從子) 춘택(春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읊은 작품이다.”
그리고 이 글의 내용에서 언급했듯이, 저자 김진규가 1689년 기사환국에 연류되어 거제시 거제면 동상리 반곡서원 인근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중, 2년째가 되던 1690년 경에 쓰여진 작품이 「해상월(海上月)」이다. 육친의 이별과 조카(金春澤)에 대한 그리움, 달을 보며 느끼는 회포를 2수(二首)에다 담아놓았다. 김춘택(金春澤)은 작가의 장조카로, 당시 한양(한성)에서 노모를 봉양하고 있었다. 작가는 타지(바닷가)에 있고 조카는 한양에 있어 겪는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을 달을 매개로 하여 표현하였다.
이 작품의 한문 문체는 본래 노래 가사로 생겨난 점에서 악부사(樂府詞)로 불렸던 ’사(詞)‘이다.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長短句)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조는 쌍조(雙調) 전단(前段, 첫수(首)) 9구(句) 337796544, 48자 / 후단(後段, 둘째 수(首)) 9구(句) 337794444, 45자, 총 93자로 되어 있다. 또한 사(詞)는 다른 운문과 마찬가지로 압운을 한다. 그래서 이번 「해상월(海上月)」도 ‘陽’과 ‘庚’ 운목(韻目)을 사용해 운문(韻文)을 이루었다.
○ 요약건대, 이 「해상월(海上月)」은 저자가 당나라 시인 한유(韓愈, 退之)의 「하지수(河之水)」를 읽고 가족과 조카를 그리워하며 지은 걸작이다.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 유배지에서 집안의 제사나 노모 봉양을 조카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당시 사대부의 책임감과 미안함이 깊게 배어 있다. 바다에 뜬 달(海上月)은 천리를 가로질러 작가와 조카가 함께 보는 매개체이면서, 동시에 자유로움(달)과 속박(사람)을 서로 대조했다. 당시 저자 김진규는 당쟁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로, 이 시기에 겪은 가족과의 이별이 작품 전체에 냉소적이면서도 애틋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결국 이 시는 낯선 바닷가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운 귀양살이에서도, 한양에서 집안을 돌보는 조카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신뢰를 달에 의탁하여 표현한 명작이다.
*덧붙여 이 글은 죽천(竹泉) 김진규(金鎭圭 1658~1716)의 죽천집(竹泉集) 권3(卷之三) 시(詩)편에 실려있으며, 그의 약력(프로필)은 앞서 소개한 바가 있어 생략한다.
○[한문 문체 사(詞)] 보통 사(詞)의 별칭 장단구(長短句)는 매구(每句)의 자수가 전편에 걸쳐 일정한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제언체(齊言體)의 시(詩)와는 달리, 사(詞)는 형식상으로 구법(句法)의 장단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따서 장단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여(詩餘) 전사(塡詞) 악부(樂府) 등의 별칭도 있다. 또한 운문(韻文)인 사(詞)는 중국 근세에 유행하던 서정시를 통칭하는 용어로서, 한문(漢文) · 당시(唐詩) · 송사(宋詞) · 원곡(元曲) 등으로 불린다. 그러나 송나라에서 가장 유행하여서 송사(宋詞)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 · 명에 이르러서는 쇠퇴하였다가 청 대에 이르러 다시 유행하였다. 본래 악곡의 가사(樂府詞)로 불리던 것이었으므로 곡자사(曲子詞)라고 불리었으나, 점차 사(詞)라고 약칭하게 되었다.
○ [퇴지(退之, 한유)의 「하지수(河之水)」] 당나라 문인 한유(韓愈, 退之 768~824)가 조카 '노성(老成)'에게 보낸 두 편의 연작시가 「하지수이수 기자질오성(河之水二首 寄子侄老成)」이다. 이 시는 한유가 타향(서주)에서 관직을 마치고 낙양을 거쳐 장안으로 부임하러 갈 무렵, 3년 동안 보지 못한 외로운 조카(孤侄)를 절절하게 그리워하며 지은 작품이다. 관직을 버리고 조카와 함께 고향에서 소박하게 농사짓고 낚시하며 살고 싶다는 시인의 궁극적인 바람을 담고 있다. 퇴지의 「하지수」는 《시경(詩經)》의 전통적인 작법인 중장첩구(重章疊句, 구절을 반복하여 변주하는 방식)를 사용하여 소박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김진규(金鎭圭) 또한 이 형식과 정서를 본받아 바다에 떠오르는 달을 보며, 한유(韓愈, 退之)와 똑 같이 조카(侄) 춘택(春澤)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슬픈 정서를 읊었다.
●**「퇴지(退之, 한유)의 「하지수(河之水)」를 읽고 마음에 느끼는 바가 있어, 그를 본받아 「해상월(海上月)」 2수(首)를 짓고 조카 춘택을 그리워하다.(讀退之河之水 有感于懷 效作海上月二首 憶從子春澤)」** 김진규(金鎭圭 1658~1716)
(1) 제1수(其一) ‘陽’ 운목(韻目)
海上月 바다 위에 뜬 달,
明明光 밝고도 밝은 빛.
人不如月徧四方 사람은 달만 못해, 사방을 두루 다니지 못하네.
有姪奉母在漢陽 조카 놈은 어머니를 받들어 한양에 있는데
骨肉分離兮心不能忘 골육이 헤어져 있어, 이 마음 잊을 수가 없구나.
月又圓月又缺 달은 또 둥글고, 달은 또 이지러지네.
二歲空見月 두 해(二歲) 동안 허무하게 달만 보았구나.
嗟我所思 아!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조카),
曷月而覿 어느 달에나 만나볼 수 있으려나.
[其一 해설] 처음 1~2행(海上月 明明光)에선, 바다에 뜬 밝은 달을 묘사하며 시상을 전개했으며, 달은 고고하고 밝은 존재로 설정했다. 3행(人不如月徧四方)에선, 달은 사방을 자유롭게 비추지만, 인간은 한곳에 얽매여 이동하지 못하는 한계를 대조하여 유배나 이별의 상황을 암시하였다. 이어 4~5행(有姪奉母~~心不能忘)에선, 한양에 홀로 남은 노모(작가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봉양하는 조카 춘택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을 '골육분리(骨肉分離)'라는 단어를 사용해 떨어져 사는 슬픔을 드러냈다. 6~7행(月又圓月又缺 二歲空見月)에선, 시간의 흐름(달이 둥글었다 이지러지는 것)과 함께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떨어져 지내며 달만 바라보는 공허함을 표현했다. 마지막 8~9행(嗟我所思 曷月而覿)에선, 조카를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탄식하며 재회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했다.
(2) 제2수(其二) ‘庚’, ‘遇‘ 운목(韻目)
海上月 바다 위에 뜬 달,
光明明 빛이 밝고도 밝네.
人不如月千里行 사람은 달만 못해, 천 리 길을 행하지 못하네.
有姪奉母在漢城 조카 놈은 어머니를 받들어 한성(한양)에 있는데
骨肉分離兮我何爲情 골육이 헤어져 있으니, 이내 마음 어찌할꼬.
晨昏于堂 새벽과 저녁으로 당(堂)에 (인사)하고
拜掃于墓 무덤에 가서 절하며 묘소를 돌보네.
昆弟皆遠 형제들은 모두 멀리 있으니
唯汝是付 오직 너에게 이 일을 맡기노라.
[其二 해설] 1~2행(海上月 光明明)에선, 1수(其一)와 유사하게 달을 묘사하며 시작했다. 1수의 '明明光'을 '光明明'으로 도치하여 운율의 변화를 주었다. 3행(人不如月千里行)에선, 천 리(거제도와 한양의 거리)를 자유롭게 다니는 달과 달리, 갈 수 없는 인간의 무력함을 강조했다. 이어 4~5행(有姪奉母~~我何爲情)에선, 조카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느끼는 비통한 심경('어찌할꼬')을 토로했다. 6~7행(晨昏于堂 拜掃于墓)에선, 조카가 한양에서 노모를 봉양하고(晨昏定省), 조상의 묘를 성묘하는(拜掃) 역할을 하고 있음을 언급. 이는 조카에 대한 칭찬이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주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8~9행(昆弟皆遠 唯汝是付):에선, 형제들이 모두 흩어져 있기에, 집안의 대소사를 오직 너에게만 맡긴다는 책임감과 신뢰를 표하며 마무리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네, ㅎ 가끔씩 댓글 보니 반가운 마음 그지없습니다^^ ㅎ 주말 잘 보내세요. 전 내일 전주 구경갑니다. 금산사도....
저는 전주 이씨ᆢ
본향입니다ㆍ^^
아, 네...그렇군요^^ 풍패지관, 조선 왕실의 본향....많이 구경하고 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