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주말아침. 아무 약속 없는 가벼운 날이다. 좋은 친구를 옆에 두고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것은 내 탓이다. 무수골을 품고 있는 도봉산 자락. 국립공원 속에서 시민 모두에게 사랑 받는 도봉산이지만, 일년에 두 세 번 정도 오를까말까 하는 도봉산. 친구가 옆에 있으면 무엇하랴. 사랑도 정도 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친구는 나에게 뭐라고 핀찬과 잔소리 한 마디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더욱 사랑을 주고 싶고 옆에 늘 끼고 싶다. 어젯 밤 충분한 잠을 자고 이리저리 뒤척 거리다가 그만 11시 50분이 되서야 집을 나섰다. 11시 정각에 나서야 우이암 까지 한 시간 정도 잡고 정오를 전후하여 친구의 아름다움과 건강한 여러모습을 담아야 제이 멋진 장면을 알기에 말이다. 가벼운 옷차림에 물 넣은 팻트병 한 개와 사과 한 개 그리고 손수건과 과도를 챙겨 작은 배낭에 넣고 무수골이 시작되는 다리 밑으로 향했다.
며 칠 전 상당한 강수량이 도봉구 일대에 내려 올라가는 작은 계곡에 큰 수초들이 넘어져 있는 모습이다. 조금 더 올라가니 개울의 안전시설인 콩크리크 바닦이 물살에 깨져 있었고 치우지 못한 쓰레기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그런 가운데 젊은 부부와 가족들이 일찌감치 넓은 바위ㅔ 돋자리를 깔고 주말을 줄기고 있는 모습이 간간히 보인다. 몇 발짝의 계곡 산책을 하다가 등산로로 올라섰다. 주말 농장도 가을을 준비하는 주인들이 심은 채소들을 가꾸며 잡초를 뽑고 상추 등 먹거리들을 따고 있는 모습이다. 애호박과 상추 간간히 심어 놓은 파를 비롯 이름도 모르는 먹거리 야채들을 작은 바구니와 비닐봉투에 열심히 넣고 있는 모습이 마치 시골 아낙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저마다의 취미와 하루를 보내는 행복의 바구니를 보며 말이다.
이층 양옥집에 늙은 호박이 진짜 가을 풍경 첫 모습이다. 서민주택 벽에 벽화가 여러 장면이 보인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무 그림과 함께 지나 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모습이 서정적이다. 노랑 빨강 파랑 색 벽으로 지어진 도봉초교의 아름다움과 학교 건물 뒷편엔 마치 숨어서 물고기 턱 밑처럼 보이는 도봉산 자운봉의 자태가 강한 햇볕에 허옇게 드러낸 모습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잘도 어울린다. 몇 발 을 더 걸으니 새빨간 고추 말리는 풍경이 그렇게 예쁘게 보인다. 제각기 명찰을 달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말 농장을 뒤로 한채 원통사 방향을 가리키는 안내표시가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원통사 까지 1.9Km 표시가 선명하다.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상큼한 모습의 등산로 초입은 오늘의 산책을 예비한 듯 마치 파마를 한 기분이다. 어! 외곽으로 나가야 볼 수 있는 연녹섹의 벼의 모습은 가을이 익어가는 풍요의 모습이다. 불과 두 마지기 정도의 논인데 말이다. 왼편에 밤나무의 붙어있는 파란 밤송이 두 놈이 나를 보고 가라며 두 눈 처럼 방긋하고 있다. 와! 정말 오늘 산책 하기를 잘했다는 스스로의 칭찬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일행 없는 홀로 산행인데.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섰다. 산책로 옆에 장사하는 집에 심은 백일홍은 빨강 노랑 빛으로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우뚝 서서 큰 얼굴로 반기는 해바라기 한 그루와 자주색의 맨드라미는 나를 외면하며 고개를 돌렸지만 무궁화는 국화라고 나를 차별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산행에 들어섰다. 지난 몇 일 전 큰 비로 인해 나무다리 등 안전시설이 좀 망가져 있다. 9월의 산책로의 나무 그늘이 정말 싱그럽다. 양편에 그늘을 주며 도열한 나무들이 차렷 총 자세로 나를 맞이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작은 담장 넝쿨 한 그루가 밑둥이 굵은 나무를 휘갑으며 햋볕에 받고 둘레를 감으며 오르는 것이 마치 아기같은 모습이다. 수량이 끊어질 듯 하지만 소량의 물이 계곡이랍시고 졸졸거리며 맬로디를 낼 줄 안다. 얄밉게 생긴 작은 폭포모양을 내며 소품이 되어 내린다. 무등산 정성 입석대 처럼 줌을 맞춰 세워 놓은 듯 보이는 모습도 잠시 내 눈을 멈추게 한다. 작은 물소리가 멈추더니 넓은 표지석 처럼 생긴 바위를 덮으며 기어 오르는 담장 넝쿨도 보고 가라고 한다, 하늘을 향해 죽 뻗은 나무사이로 파란 하늘은 푸른색의 거울이다. 한 작품 담았다.
예전에 오를 때 기억나는 상수리 나무를 만났다. 그렇게 많이 달렸던 상수리 열매. 사람들이 오르면서 가지를 꺽어서 그런지 열매는 별로 달리지 않아 있었고, 이파리도 찌든 더위에 지쳐 많이 말라 신음하고 있는 모습이다. 숨이 차게 오르고 보니 원통사에 도착했다. 보수공사를 하는지 오르기 직전부터 망치소리가 들렸다. 몇 명의 등산객들이 무슨 말을 주고 받으며 오르며 내려오고 있다. 우이맘 밑에 다달았다. 잠시 몸을 식히며 수락산 불암산 일대를 휴대폰에 담았다. 여러명에 등산객이 우이암에 올랐나 보다. 말소리가 많이 들린다. 별거 아닌 산행인데도 런닝은 다 젖었다. 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전신을 시원하게 해 준다. 심호흡을 하며 몸을 추수렸다. 상쾌한 기분이다. 일대에 가장 좋은 전망대. 우이암에 올랐다. 야호!
여성 등산객 두 명이 우이암 앞에서 조용한 대화를 나누며 먼 앞에 펼쳐진 상계동 일대를 조망하며 헹복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건너편에 드러난 조금 낮은 산들을 모도 담았다. 의정부 시 방향을 시작으로 수락산 정상 조금 펑퍼짐한 불암산을 비롯해 망우산과 아차산 일대까지 모두 찍었다. 세계 제1위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인 상계 중계 하계동 일대를 위시로 월게역과 초안산까지 모두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 뿐이랴. 한강 건너 제2롯데월드와 잠실 일대, 비록 멀지만 남산과 관악산 일댂지 모두 볼 수 있었다. 팔당댐 일대 검단산과 양수리 인근 운길산은 물론 천마산 까지 모두 시야에 들어왔다.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 싼 서울은 아마 모르긴 해도 세게에서 자연풍경으로는 가장 아름다운 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흐르는 한강은 함께하는 우리의 아름다운 자산이다.
==동서남북을 한참 바라보고 내려오다 보니 한개의 개구멍도 있다. 우이암 아래에. 도봉산에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삼형제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서울에 북쪽을 멋진 모습으로 서울을 지키고 있다. 조금 내려오니 오봉이 내려오며 멋진 자태를 뽑내고 있다. 몇 년 전 우이령을 한 해에 철따라 산책하며 걸어 본 적이 있는데 어느곳에서 조망해도 정말 아름답다. 북한산 뒷쪽도 아낌없이 담았다. 어연 세 시간이 지나 네 시가 넘었다. 해는 아직 많이 남았지만 망음껏 힐링 했으니 도봉산 친구의 고마움을 나누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조금 내려오다 돌아보니 우이암 뒷모습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고개숙인 모습의 우이암 뒷태는 무릎을 당기고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무수골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마음 먹었다. 간간히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도봉산을 보면서.
하산하며 도봉산의 모든것을 담으려고 계속 좌측방향만 보고 내려오다 마침 나무가지의 방해를 받지 않는 좋은 위치를 찾울 수 있었다. 한 번은 바위 위에 올라서 찍고 또 한 번은 시야를 가리지 않는 산책로 옆을 찾기도 했다. 남자 등산객 한 명이 나처럼 좋은 위치를 잡으려고 그러는지 카메라를 요리조리 방향을 바꾸며 찍으려고 하길래 요 아래 조금 내려가면 도봉산 정상을 확실히 찍을 수 있다고 안내도 했다. 그 후 그 등산객이 앞으로 먼저 하산 하더니 내려오지 말고 잠시 멍추라고 했다. 왜요? 조가 아래 맷돼지 어미가 나타났단다. 조심조심 나도 내려갔다. 맷돼지가 숨어 있단다. 그 사람이 먼저 내려간 후 왼편을 보니 나무 그늘 밑에 주둥이만 보이고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 얼른 한 장 찍었다. 몇 걸음 더 내려오니 새끼 세 마리가 풀숲을 움직이며 숨어 있었다. 철저히 위장한 체. 잊을 수 없는 좋은 산책이었다.2019년 9월 8일
첫댓글멋진 등산이었읍니다.모든 산들과 지명들의 이름을 다 외우시니 멋진 글을 쓰실수가 있으십니다. 참 부럽습니다. 나도 요즘 찬민아빠를 따라서 불암산두레길을 돌아 오기도 하다가 어느 날 서울시내가 다 보이는 곳까지 올랐지만 병풍처럼 산에 싸인 서울이 참 아름답다는 것외에는 어디도 알아 볼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지명을 모르니 참 답답하더라구요. 그래서 집사님이 참 부럽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나갑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멋진 등산이었읍니다.모든 산들과 지명들의 이름을 다 외우시니
멋진 글을 쓰실수가 있으십니다. 참 부럽습니다. 나도 요즘 찬민아빠를 따라서
불암산두레길을 돌아 오기도 하다가 어느 날 서울시내가 다 보이는 곳까지 올랐지만
병풍처럼 산에 싸인 서울이 참 아름답다는 것외에는 어디도 알아 볼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지명을 모르니 참 답답하더라구요. 그래서 집사님이 참 부럽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나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