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부족?
어려서부터 난 땅부자집에 자랐다.
결혼을 해서 보니 이 집은 더 심했다.
새댁시절 모내기를 한다기에 갔다.
새참을 들고 논에 나가니 모를 심던 사람들이 말했다.
"얼마나 복있는 사람이면 이런집에 시집을 왔을까?"
그러나 정작 땅만 많았지 시부님은 변변한 와이셔츠 하나 없었다.
어느 때 몇 푼 안 되는 월급으로 사는데 아버님이 오셨다.
와이셔츠 깃이 날강날강 떨어진 옷이었다.
내일 굶을지라도 그걸 그냥 볼 수 없어서 모시고 시장으로 나갔다.
와이셔츠 두 벌을 사드리니 엄청 좋아하셨다.
그 달 나는 와이셔츠 두벌 값을 메꾸기 위해 눈물나게 뜨게질을 했다.
엄마는 말했다.
땅부자는 일부자란다.
딱 맞는 말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밭에 엎드려 땅을 일궈야 입에 밥이 들어가는 현실이었다.
일은 엄청나게 많은데 손에 쥔 현금이 없으면 그리 팍팍하게 사는 것이다.
지금은 정작 내 이름으로 된 땅은 한평은 고사하고 한뼘도 없다.
그래서일까?
마당 깨진 틈에서는 토란이 나서 자라주고
상추밭도 만들었다.
내 이름의 땅은 한뼘도 없지만 상추밭은 지적도 없는 내 땅이다.
오늘 아침에는 올라가서 상추 한줌을 수확했다.
오늘 회의차 오시는 손님들과 점심 때 먹으려고 식초물에 칼칼히 씻어서 담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