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개
추억의 영화
로마제국의 멸망 (The Fall of the Roman Empire, 1964)
1960년대 우리가 초등시절일 때 극장가에는 할리우드의 스펙타클 사극이 유행했다. 그 시기는 한국에서 시끄러웠던 홍콩무협과 스파게티 웨스턴이 나오기 전이다. 당시 수많은 사극과 그 아류작들이 나왔는데 대표적인 작품들은 <벤허>, <스팔타카스>, <엘 시드>, <로마제국의 멸망>, <쿼 바디스>, <십계> 등이다. 그 외에도 <성의>, <데미트리아스>, <크레오파트라> 등도 있었다. <벤허>와 <스팔타카스>는 워낙 유명한 사극이라 더 말할 것이 없지만 <로마제국의 멸망>이 기억에 남는다. 이 작품은 뒤에 리들리 스콧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글래디에이터>로 리메이크하여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어린 시절에 본 추억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로마제국의 멸망>은 안소니 만 감독이 만들었는데 그는 로마 최전성기를 스토아학파의 대 철학자이자 로마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시대로 보고, 전성기가 있으면 그 뒤는 바로 내리막길인 멸망이 시작된다는 역사의 순리를 단정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마르쿠스 황제의 치세에 로마는 온 세상을 지배하는 팍스 로마나를 이루었지만, 그는 곧 아들인 코모두스에게 독살을 당하고 코모두스 시대가 시작되자 덕과 지략을 갖춘 최고의 통치자 이후 무능한 후계자의 등장으로 인한 리더쉽 부재로 혼란기로 변하고 만다. <벤허>와 <스팔타카스>에 못지않은 스케일과 대형 세트, 다국적 캐스팅으로 막강한 스펙타클을 과시하면서, 로마의 전반적인 면들, 정치의 혼란, 외부와의 전쟁, 내부로 곪아 들어가는 음모들을 보여주는 동시 거대 제국이 안정적인 황제위 계승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비극이 발생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알렉 기네스)는 로마의 번영과 안정을 위해 자신의 황제위를 아들 코모두스(크리스토퍼 플러머) 대신 양아들인 리비우스(스티븐 보이드)에게 물려주려 한다. 하지만 그 사실은 안 코모두스는 아버지 마르쿠스 황제를 독살하고 황제가 된다. 리비우스 장군을 사랑하는 마르쿠스 황제의 딸 루실라(소피아 로렌)는 동생에게 왕좌를 요구하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로마의 위기를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코모두스는 점점 더 폭군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영화 제목이 말하듯, 왜 로마제국은 멸망했을까? 그 시작은 Pax Romana(로마에 의한 평화)이다. 힘으로 유럽 전체를 정복하여 군림하던 로마제국은 그 막강한 힘을 외부에 치중하지만 내부로부터 서서히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썩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문제의 발생은 언제나 생존의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외부의 가장 큰 문제는 남하하는 북방 야만족 게르만족이다. 황제 코모두스는 그들을 제압하고 노예화하자고 하고 리비우스파는 그들도 로마인으로 만들어 동화시키자고 한다. 갈등은 극을 달리고 이제 검투사(글래디에이터)로 전락한 리비우스와 실제 검투사 황제였던 코모두스 황제와의 실제 결투가 벌어져 리비우스가 승리함으로 막을 내린다.
안소니 만 감독은 이 작품 외에도 <엘 시드>로 스펙타클 사극의 중요 감독으로 우뚝 선다. 캐스팅이 다양하여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황제의 멘토로 나오는 티모니데스 역의 제임스 메이슨, 황제의 암살자 멜 화라(오드리 헵번의 남편), 아르메니아왕 역의 오마 샤리프, 검투사 안소니 퀘일 등 수없이 스타들이 등장한다. 할리우드의 사극을 말하자면 내겐 <벤허>부터 떠오른다. 그리고 <스팔타카스>, 그 다음이 <로마제국의 멸망>이다. 그리고 <엘 시드>, <데미트리아스>, <쿼 바디스>, <왕중왕>, <십계> 등으로 이어진다. 이 영화에서 인상에 남는 배우는 단연 코모두스 역의 크리스토퍼 파르마다. 평소 선한 연기로 유명한 그가 광기의 폭군인 코모두스 연기를 해내는데 발군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트랍대령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로마제국의 멸망>! 역사는 언제나 절정기에서부터 멸망이 시작되는 법이다. 우리 인간사도 그와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