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과 한라산의 중간에서
강화도(江華島)는 원래 섬이 아닌 김포반도의 일부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친 침식작용으로 평탄화가 되고 침강작용에 의하여 떨어져 나왔습니다. 인천시 강화군에 속하는 섬으로 크기로는 우리나라에서 네번째에 해당됩니다. 한강하류에 있으며 임진강과 예성강이 에워싸고 있는 형상입니다. 서남쪽에는 섬에서 제일 높은 마니산(469m)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니산(摩尼山)은 바다 위에 우뚝 솟은 고가도라는 섬이었습니다. 강화도와 둑으로 연결되어 지금의 마니산이 된것이지요. 마니산은 한라산과 백두산의 일직선상의 중앙에 위치합니다. 정상에는 단군왕검 때 부터 하늘에 제(祭)를 지내는 참성단(塹星壇)이 있습니다. 강화 뿐 아니라 전 국민 전 국토의 머리 구실을 한다 하여 머리산으로도 불리우며 해마다 10월 3일이면 단군천제를 드립니다. 일년 마다 개최하는 전국체전의 성화를 채화(採火)하는 곳이기도합니다. 강화도는 관광지로서 유네스코에 등재된 유물을 비롯한 곳곳이 유물의 보고가 산재되어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하여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했던 외규장각 등이 설치되었던 곳입니다. 고구려 신라 백제의 삼국시대에는 서로 공방을 벌이던 격전지이기도 합니다. 몽골의 침략, 미국과 프랑스와 격전을 벌인 신미양요와 병인양요 , 일본과의 강화도조약 등으로 침탈과 굴욕적인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한강하류를 경계로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민족의 한(恨)을 품은 미완의 현장입니다. 오늘의 산행지는 지난(至難)한 역사의 중심지였던 강화도에 있는 혈구산(466m)입니다. 5호선 송정역에서 위짜추 씨모우 또파파 서류바 조단서 까토나 여섯명의 지기(知己)들이 버스에 오르고 강화버스터미날에서 하차를 합니다. 또 다시 일반버스로 안양대학교 강화캠퍼스 앞에서 내립니다. 캠퍼스 뒷편에 솟아 있는 혈구산을 바라보면서 경내로 발길을 옮깁니다. 우거진 숲을 헤치며 정상(頂上)만을 마음 속에 그리며 없는 길을 산길로 받아들입니다. 또파파의 합류가 예상 밖이지만 오늘의 산행대장은 그에게 맡길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4년 전부터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기(知己)입니다. 고교 시절에는 밴드부원으로서 활동을 한 별로 말이 없는 벗입니다. 한 때는 가구공장도 운영하며 가구업계에서 일칭 잘 나가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부도의 고통과 그늘을 벗어나지 못 하고 모든 것을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친구 사이도 요원해지고 신용불량자의 나락으로 추락하기도 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보다 심적인 부담과 주위로 부터 따가운 눈총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그러기를 세월은 이십여년 흐르고 어느새 70대 중반의 노객이 됩니다. 신체의 모든 관절과 근육과 혈관과 신경이 굳어지고 좁아지고 찌그러지고 퇴화하는 외길로 접어듭니다. 오늘의 의약학 과학이 눈부신 발전과 최첨단을 향하고 있습니다.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물체는 영원한 것은 없이 유한(有限)하며 언젠가는 사라지는 존재입니다. 지금에사 생각하니 그의 친구로서 약국의 약사로서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팔년 전부터 관절통증약을 시작으로 배뇨곤란증 약을 복용하였습니다. 아마도 이 때부터가 파킨슨병의 전조증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친구인 약사는 물론이고 전문의사도 가볍게 간과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 4년 후에야 파킨슨병으로 진단되어 오늘까지 왔습니다. 계속되는 투약에도 손떨림 부자연스런 걸음걸이 무표정 등의 증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 시간도 안 되어 도저히 산행이 불가 하답니다. 하산을 생각합니다. 잠시 더 앉아서 쉬게합니다. 조금씩 다시 오르고 쉬고 주저앉고 더 이상 못 오르겠다고 포기합니다. 정상과 들머리의 중간 쯤입니다. 등산로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걱정이 앞섭니다. 119에 구조 요청도 마음에 준비를 합니다. 다시 또 오르고 미끄러지기를 계속됩니다. 바로 뒤에 붙어서 미끄럽지 않도록 발목도 잡아주며 앞에서 붙들어 주기를 반복합니다. 드디어 강화도 읍내가 한눈에 전개되는 바위에 올라섭니다. 정상이 바로 저기인데 하산 밧줄을 잡으며 조심스레 내려갑니다. 하산시에는 또파파가 맨 앞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제는 괜찮다고 한숨을 내려 놓습니다. 오전 11시경에 출발하여 15시 30여분경에야 버스길에 도착합니다. 버스에 오르고 벗들이 원하는 갯장어 맛집을 향합니다. 버스기사님의 친절한 안내로 강화대교 건너서 다리 밑으로 접어듭니다. 한 사람 당 오만원하는 갯장어구이를 난생 처음 접합니다. 갖가지 반찬과 노릿노릿하게 익어가는 갯장어가 식욕(食欲)과 주욕(酒欲)을 자극합니다. 씨원한 한잔의 알콜로 완샷의 짜릿함이 말초신경의 노폐물까지 씻김굿을 하고 있습니다. 또파파의 얼굴에도 노객 모두의 얼굴에는 취기와 웃음꽃이 만발합니다. 곁들이는 권주가에 갯장어가 놀래서 춤을 추며 노객들의 합창은 신바람이 납니다. 송정역으로 이동하여 부족한 알콜농도를 추가합니다. 시원한 생맥과 장작 통닭구이로 헤여짐의 아쉬움을 달랩니다.
강화도가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심으로 진정한 머리산(마니산)이 되는 날 통일의 그 날을 이 밤도 기원해 봅니다.
2017년 6월 3일 무 무 최 정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