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복의 신화는 조작된 것이 아니었다
며칠 전에 어느 자유기고가의 ‘이승복 신화’가 조작이라는 이의 제기로 시작된 이승복 신화 가 조작이 아니고 사실이었다는 내용의 글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아무런 생각 없이 조작설을 받아들이며 이승복과 그의 가족의 희생과 진실을 폄하하였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 참으로 죄송한 마음이었다. 또한 반공 국시에 대한 반발로 자유기고가와 오보전시회를 열었던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무조건 신뢰한 나 자신의 편향적인 자세와 태도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의 신념과 정의의 잣대로 나라의 경직된 반공국시와 싸우기 위해 순수하게 죽임당한 한 소년과 그의 일가를 난도질한 자유기고가와 언론개혁연대의 편견과 독선, 과오와 고의를 생각하며 경제적,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으면 진실을 묻어버리는 인터넷시대의 탈진실사회에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오늘날 말은 말이 아니라 소음이다.
사람들은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고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골라 듣는다. 거두절미하고 자기에게 유익이 되는 말만 편집해서 기억한다. 뿐만 아니라 자기 이념이나 가치를 지지하는 거짓과 진실이 뒤섞인 말들을 좋아 한다. 과거에는 그런 말들을 특정한 언론인들이나, 정치인들, 유명인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유포하였지만 소셜 미디어 사회에서는 누구나 다 왜곡된 정보, 거짓 메시지, 가짜 메시지, 가짜와 거짓이 섞인 메시지를 만들 수 있고 전파할 수 있다.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사는 것이 뉴스와 정보를 소비하는 일이 되었다.
현대인들, 특히 청년들은 쉴 새 없이 몰려오는 새 사건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어느 누구도 홍수에서 빠져 나오거나 홍수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1분마다 1억 8,700만 건의 메일과 3,800만 건의 문자 메시지가 발송된다. 유튜브에는 1분마다 4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 되고 구글에서는 검색 건수만 370만 건이 되며 트위터에서는 50만 건의 트윗이 작성된다. 같은 시간에 미국의 온라인 데이팅 앱인 틴더에서는 연인과 친구를 찾는 100만 장의 사진이 오른쪽으로든 왼쪽으로든 스와이프 된다. 1)
문제는 세계 구석구석에서 온라인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의 90퍼센트가 가짜인 것이다. 정보 소비자로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들은 게시물의 진위를 가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재미와 충격적인 내용과 대중성 그리고 자기에게 상업적인 유익이 되느냐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상에서 거짓은 진실보다 훨씬 빠르게 전파 된다.
이것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과학자들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 논문의 결과다. 연구자들이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트위터에 올라온 가짜 메시지와 가짜 메시지 12만 6천여 건이 300여만 명에 의해 450만 번 넘게 퍼져나간 것을 조사했다. 세계적으로 3억 명 이상 사용하는 트위터는 페이스북 다음으로 중요한 소셜 미디어로서 개인을 비롯한 기업, 대중 매체가 최대 280자까지의 짧은 글을 인터넷으로 전파하는 미니 블로그 형태의 소통 플랫폼이다. 이 메시지들이 사실인지, 가짜인지는 95~98퍼센트의 정확성을 자랑하는 여섯 개 팩트 체크 전문기관이 판단했다. 그리고 트위터 메시지는 내용별로 ‘자연 재양’, ‘테러리즘’, ‘과학’, ‘허구적 일화’, ‘현대판 전설’, ‘경제 뉴스’로 분류했다. 2)
12년 동안 연구 결과, 그들은 가짜 메시지가 진실한 메시지보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깊이 전파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들은 “가짜 메시지는 …진실이 신발 끈을 동여매는 동안 벌써 지구 반 바퀴를 앞서간다.”고 ❮뉴사이언티스트❯서문에서 밝혔다.
진실한 메시지는 가짜 메시지에 비해 1,500명에게 전파되는 데 시간이 여섯 배 더 걸린다. 게다가 가짜 메시지는 다른 이용자들에의 공유될 확률이 70퍼센트 더 높다. 가장 빈번하게 확산된 가짜 메시지(상위 1퍼센트)는 보통 1,000번에서 수십만 번까지 전송된 반면에 진실한 메시지는 1,000번을 넘는 경우가 드물었다. 3)
우리는 세계적인 IT기업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가짜 메시지를 생성하고 확산시켜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돈을 벌고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이유로 가짜 메시지와 기꺼이 동반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IT 기업들의 공짜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그들은 우리가 무료로 이용하도록 판을 깔아주고 전 세계적으로 극단주의, 가짜뉴스 유포, 개인 정보 탐지, 정치적 조작을 체계적이고 자동적으로 강화하여 우리가 만드는 게시물에 광고를 하여 천문학적 숫자의 돈을 버는 것이다.
공짜로 인터넷 기업을 통하여 반 진짜 반 가짜로 포장된 거짓 메시지와의 지속적인 동반은 참으로 위험하다. 가짜의 범람, 거짓의 일상화는 우리 인격과 삶, 소통의 질을 극단적으로 저하시키며 우리 사회와 문명, 민족과 나라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 멸망과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거짓을 권하는 사회, 거짓을 진짜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과 사회가 어떻게 영구적으로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
1968년 10월 30일에 시작하여 12월 28일에 끝난 삼척 울진 무장공비사건을 일지를 대충 간추려 본다.
10월 30일, 2개조 30명이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리 해안으로 침투하였다.
11월 1일, 2차 2개조 30명이 울진군 북면 고포해안으로 상륙하였다.
11월 2일, 3차 4개조 60명이 삼척 원덕면 월촌리 고포해안으로 상륙하였다.
11월 3일, 울진 북면 고수동 나타남. 30명의 공비들이 주민들을 강제 집결시키고 사상교육,
북한 찬양, 노동당과 여성동맹 가입을 강요하며 대검으로 주민들을 찌르며 늦게
온 사람을 돌로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자 주민들이 릴레이식으로 군당국에 신 고함.
이로부터 12월 28일까지 군경과 예비군이 함께 수색대를 조직하며 공비토벌작전을 돌입.
11월 4일, 정부는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부지역에 ‘을종사태’를 선포하였다.
12월 9일, 공비들은 평창군 진부면 노동리에서 이승복과 그의 어머니와 동생들을 살해하였다.
12월 28일, 군경은 작전을 종결하였다.
결과적으로 남파된 공비 113명 사살되었고 5명은 생포, 2명은 자수하였 다. 작전 중에 사망한 민간인은 23명이었고 전사한 군경은 38명이었다.
이승복 사건 스토리와 조작설이 나오게 된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내용은 김정형저, ⌜20세기 이야기 1960년대⌟493~496 쪽을 참고하여 정리하였다.
당시 의문이 제기되어 이승복 사건이 조작이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을 때 나는 한국에 거주하지 않았다. 외국에서 그 사건이 조작이란 말을 들었을 때 당시의 시퍼런 반공교육을 생각하며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이야기까지 조작하는 지도자와 언론의 탐욕과 야비함에 기가 막혔다.
1968년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이승복은 평창군 진부면 노동리 계방산에서 할머니, 아버지,(이석우) 어머니(주대하), 형 학관과 남동생, 승수, 여동생 승자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12월 9일 오후 7시, 5명의 공비가 그의 집에 침입하였을 때 승복은 아랫방에서 숙제를 하고 있었고 형은 옥수수 알을 까고 있고 두 동생들은 옆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어머니는 윗방에서 혼자 메주를 쑤고 있었고 아버지와 할머니는 밤마실을 가고 안 계셨다.
느닷없이 나타난 공비들은 승복에게“ 너는 북한이 좋으냐? 남한이 좋으냐?”를 물었다. 승복은
상황을 파악하고 겁내거나 망설일 시간도 없이 학교에서 배운 대로 순수하게 “북한은 싫어요. 공산당은 싫어요,”라고 대답을 하였다. 주입된 이념은 승복에게 너무 단순하고 명료하였다. 이에 화가 난 공비가 그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고 다른 공비가 발버둥치는 그의 입 안을 칼로 쑤셨다. 승복은 입에서 귀까지 찢겨졌고 비명과 고통 속에서 그대로 숨 졌다. 잠을 자던 두 동생도 이내 패대기쳐졌고 어머니는 대검으로 가슴을 찔렸고 학관도 36곳이나 칼로 난도질당하였다. 아랫마을에서 돌아와 마당에서 공비를 만난 아버지는 격투 끝에 대퇴부에 상처를 입었으나 도망을 쳤다. 아버지를 놓친 공비들은 서둘러 도망을 쳤고 그 사이에 정신을 차린 학관이 조금 멀리 떨어진 친척집으로 도피하였다. 학관은 사흘 만에 깨어나서 그간의 경위를 진술하였다. 특별히 동생 승복의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저항과 죽음에 대하여 증언하였다. 4)
당시 학관의 증언으로 알려진 이승복의 최후의 저항과 죽음은 감동적으로 영웅적으로 보도되었다. 국민들과 우리 사회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였으며 공비들의 만행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그는 반공 교육의 상징으로 우리 앞에 가까이 친숙하게 다가왔다. 아무도 그의 저항과 죽음을 의심하지 않았다. 9세 소년 승복은 분단된 조국의 희생양이었고 반공의 기치 위에 세워진 남한의 반공교육의 산 영웅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25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에 승복의 저항은 어느 자유기고가에 의해 조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는 1992년 ‘저널리즘 가을호’에서 이승복 신화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을 하였으며 이어서 ‘미디어 오늘’과 ‘월간 말’지에 기고를 통하여 기사 조작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 후 ‘언론개혁시민연대’가 1998년 8~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부산역 광장에서 ‘언론 오보 50선’을 열어 조선일의 이승복 보도 기사를 오보라고 몰아갔다. MBC 또한 자유기고가가 제기한 의문을 검증도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를 하였다.
이승복의 가족과 조선일보는 자유기고가와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을 1998년 11워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하였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이승복의 “공산당이 싫어요.”는 사실로 밝혀졌다. 그러자 자유기고가는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에 가지 않고 작문을 하였다고 논점을 바꾸었다. 그는 ‘이승복이 말을 안했다’에서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에 없었다.’로 바꾸었다.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심사를 거쳐 2006년 11월 24일 대법원이 “이승복이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한 것이 분명하고,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모두 사실”이라고 판결하면서 8년에 걸친 오보 논쟁은 종지부를 찍었다. 5)
그러나 문제는 자유기고가와 ‘언론개혁연대’에게 의심과 조소를 당하며 비민주적인 수상한 사람들로 매도당한 이승복의 가족이 당한 상처이다. 분단된 나라로 인하여 하루에 가정이 무너진 그들이 조작과 음모의 사람으로 대중에게 맨 몸으로 벗겨져서 구타를 당할 때 얼마나 외롭고 치욕스러웠을 것인지!
또한 문제는 부정적인 뉴스는 소식이 빠르게 전해지고 확산되지만 긍정적인 뉴스는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가짜 뉴스가 수십 만회를 찍으며 세계 구석구석으로 전달될 때 진실은 1,000번도 못가서 발병이 나고 주저앉는 다는 것이다.
이승복사건의 부정적인 조작설에 대하여는 몇 명의 친구들에게 전해들었지만 어느 누구도 8년의 긴 재판 끝에 2006년에 모든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지 않았다. 굳이 전해줄 필요가 없었겠지만 이는 사람들이 부정적인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긍정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으므로 전해주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하면 진짜 이야기는 설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재판에서 이승복사건이 조작이 아닌 사실로 판명이 났어도 여전히 조작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으로 말미암아 거짓 소식, 가짜 뉴스가 하루에 온 세상에 퍼질 수 있는 무서운 시대적 환경에서 이를 이용하여 악을 꾀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선을 도모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이 가져온 급속한 변화와 편리, 자유와 다양한 소통의 기회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 인터넷 소통은 고의적, 악의적, 폭력적, 배타적, 인종적 조작이 가능하므로 경계에 경계를 하지 않으면 원자폭탄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될 것이다. 인터넷 중독 사회는 앞으로 IT사업이 말하는 무료 이용이 얼마나 무서운 함정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다.
2022.5.12.목
우담초라하니
미주
1) 안데르스 한센 저, 김아영 번역 ⌜인스타 브레인, 몰입을 빼앗긴 시대, 똑똑한 뇌 사용법 ⌟ ,228쪽, 동양북스, 2020
2) 만프레드 슈피처 저, 박종대 번역 ⌜노모포미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274,275쪽, 더난콘텐츠, 2020
3) 만프레드 슈피처 저, 박종대 번역 ⌜노모포미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275.276쪽, 더난콘텐츠, 2020
4) 김정형저, ⌜20세기 이야기 1960년대⌟495 쪽, 답다, 2012
5) 앞의 책, 495쪽
참고서적
안데르스 한센 저, 김아영 번역 ⌜인스타 브레인, 몰입을 빼앗긴 시대, 똑똑한 뇌 사용법 ⌟, 동양북스, 2020
만프레드 슈피처 저, 박종대 번역 ⌜노모포미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 더난콘텐츠, 2020
김정형저, ⌜20세기 이야기 1960년대⌟, 답다,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