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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별난 박쥐
[길놀이]
얼쑤! 덩기덕 쿵! 덩기덕 쿵!
얼씨구 절씨구 좋다!
자~ 들어보소! 들어보소!
귀도 열고 마음도 열어보소!
오늘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희한한 재주를 가진
별난 박쥐 한 마리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소.
도대체 어떤 재주인지 함께 들어보소!
[제1마당]
원래 박쥐란 놈은 밤이면 먹이를 찾아 날아다니고
낮이면 동굴 천장에 매달려 쿨쿨 잠만 자는 법이라오.
그런데 이 녀석만은 남들과 영 딴판이라오.
남들은 밤에만 사냥하는데 이 녀석은 낮에도 슬그머니 돌아다닌다오.
새들이 모여 사는 숲으로 날아가
"여러분, 보시오! 나도 날개가 있으니 틀림없는 새라오."하며
참새와도 어울리고, 까치와도 어울리고, 비둘기와도 어울린다오.
새들도 처음에는 감쪽같이 속았더라.
"날개가 있으니 우리 식구가 맞구나."
먹이도 나눠 주고 둥지도 내주었더라.
그러더니 해가 지고 달님이 둥실 떠오르자
이번에는 슬그머니 들짐승들 굴로 기어들어가
"보시오! 내 몸엔 털도 있고 부리도 없으니나도 짐승이라오."하며
들쥐와도 어울리고,족제비와도 어울리고,오소리와도 어울린다오.
짐승들도 또 속았더라.
"털이 있으니 우리 식구가 맞구나."
먹이도 나눠 주고 굴도 내주었더라.
새들 앞에서는 새가 되고 짐승들 앞에서는 짐승이 되니
그 변신 재주 하나만큼은 천하제일이라오.
[말뚝이]
허허허! 참 희한한 박쥐로구나!
몸은 하나인데 모양은두 개요.
입은 하나인데 말은 두 가지로다!
[제2마당]
박쥐는 속으로 껄껄 웃으며 "허허! 세상살이 별거 있나.
이쪽에 가면 새가 되고저쪽에 가면 짐승이 되면
가는 곳마다대접받는구나.
손해 볼 일도 없고 미움받을 일도 없으니
이보다 좋은 재주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러자 말뚝이가 눈을 흘기며 말하더라.
"박쥐야! 너는 대접을 받는 게 아니라 남을 속이고 있는 게다.
속이는 재주가 평생 갈 것 같으냐?"
박쥐는 코웃음을 치며
"세상은 눈치 빠른 놈이 이기는 법이라오.
한 우물만 파는 놈은 굶기 십상이고
이리 붙고 저리 붙어야 세상살이가 편한 법이라오."
그러자 말뚝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허허...편한 길은 있을지 몰라도 바른 길은 아닌 것 같구나."
[제3마당]
세월이 흐르자 이상한 소문 하나가 숲속에 퍼지기 시작했더라.
새들은 말했네."희한한 일이로다.
낮에는 우리 식구라던 박쥐가밤이면 짐승들과 어울린다더라."
짐승들도 말했네.
"우리 식구라던 박쥐가 낮에는 새들과 함께 난다더라."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더라.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하지만 거짓말은 오래 못 가는 법.
어느 날 새들이 몰래 지켜보고
또 어느 날 짐승들도 몰래 지켜보니
아니나 다를까 낮에는 새 흉내
밤에는 짐승 흉내를 내고 있더라.
새들이 소리쳤네.
"여보시오! 어제는 우리더니 오늘은 저쪽이라?"
짐승들도 외쳤네.
"낮에는 새라더니 밤에는 짐승이라?"
박쥐는 이 말도 못 하고 저 말도 못 하고 식은땀만 줄줄 흘렸더라.
[말뚝이]
박쥐야! 이제야 꼬리가 밟혔구나.
두 다리 걸치고 오래가는 놈은 내 평생 한 번도 못 봤다.
[제4마당]
그때 숲속에서 가장 나이 많은 부엉이 한 마리가 천천히 날아와 말했더라.
"얘야. 남을 속이는 재주는 재주가 아니란다.
잠깐은 이익을 얻을지 몰라도 결국 잃는 것은
돈도 아니고,지위도 아니고,사람들의 믿음이란다.
믿음을 잃으면 새도 네 편이 아니요,짐승도 네 편이 아니니
결국 혼자 남게 되는 것이란다."
[대미]
그날 이후 새들도 등을 돌리고 짐승들도 등을 돌렸더라.
갈 곳 잃은 박쥐는 예전처럼 이쪽저쪽 드나들지 못하고
깊은 동굴 천장에 외롭게 매달려 긴 한숨만 쉬더라.
얼씨구!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귀하고
재주 많은 사람보다 한결같은 사람이 귀하다네.
오늘 들은 이야기가 박쥐 이야기로만 들린다면 그저 옛날이야기일 뿐이요.
혹시라도 내 마음속에도 이쪽에서는 이 말 저쪽에서는 저 말을 하는
작은 박쥐 한 마리가 살고 있다면
오늘 그 녀석부터 조용히 내보내 보세.
얼씨구!
정직한 걸음은 느려도 끝까지 가고
잔꾀 많은 날갯짓은 높이 나는 듯해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네.
덩기덕 쿵!
얼씨구 절씨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