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함박눈이 쌓이기 시작하고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나무가지에 까치가 울음을 터트려 아침을 깨운다.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을 안고 출근길에 올랐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동주냐, 나야. 굵직한 남성의 음성이었다. 꾀꼬리 음성이 아니라 약간을 실망을 했지만 정색을 했다. 누군지 알 수가 없어서 머리를 굴렸다. 아 그래 어제 집에 잘 갔니?
임마, 나 그저께 서울에 왔다. 어제 모임했니? 모스크바에서 온 친구로부터 온 전화였다. 나를 잊지않고 전화를 해주다니 너무 감격했다. 술 한 잔을 약속했고 장소는 대학로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 번에는 칼국수가 아니고 안동닭찜으로 할 예정이다. 왜냐 소주를 다량으로 마셔야할 가능성 때문에 위장을 보호해야지.
대학로의 만남은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인생앨범 속에 가장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서로 주고받는 덕담 속에 진정으로 서로를 아껴주려는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고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면 꼬방을 통해서 많은 친구들을 얻게됐다.
모두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구축한 친구들로써 여로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동주를 친구로 받아준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꼬방개 일년에 스탭을 밟는다고 친구들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부단히 노력은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늘었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은 나의 이상형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그럼 대학로로 가보자...............
갈수록 치열해져 가는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길은 차별화 밖에는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인식하고 내가 누구누구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강북을 장악하고 있는 나로서는(혼자 생각) 유리한 점을 십분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도봉구에 거주하는 O양의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왜냐 그녀가 주선하면 기본 20명이 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지. 시내에 거주하는 ㅂ양에게도 SOS 구조 신호를 보냈다. 긍정적 신호를 포착한 다음 수소문 끝에 몇몇 여꼬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런!!!!!!!!! 열 명이나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을 받아내기는 했는데 나말고 참석할 남꼬들에 대한 리스트 공개를 요구했다. 반대로 내가 질문을 했다. 보고 싶은 남꼬가 누구니? 응 나는 걔가 정말 보고 싶어. 그리하여 나의 이상형들이 누구를 좋아하는지 전부 확인을 했는데 정작 나를 보고 싶어하는 여꼬는 없었다.ㅠ.ㅠ
(지금 창밖에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 아!!! 오늘 모임을 할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번 모임은 O양이 주선하는 모임인데 모임공지를 내가 올려준다고 얼버무리고 내가 주선하는 모임이라고 올렸다. 이 번 일로 법정으로 사건이 비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 O양은 지금 쏟아지는 함박눈보다도 더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로를 향해 출발을 하면서 동행하기로 한 여꼬에게 전화를 했는데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못가게 됐다고 커피나 한 잔하고 가라고 해서 그녀 집 근처에 갔다.
@@............ 커피숍에 들어서는 그녀 모습에 경악을 했다. 내가 너무 영계라 신경이 쓰였는지 검은색 타이트 원피스를 입었고 스커트 아래로 무릎이 보였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데 눈을 바로 쳐다 볼 수가 없어 눈을 감고 속으로 중얼거렸다.(여자가 아니야, 우리는 친구야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게 아니야)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평상심을 유지하려니 어쩔 수가 없었다.
시간은 여섯 시를 넘어 7시를 향해가는데 일어서기가 싫었다. 둘이 데이트를 할까 생각도 해보고 그녀의 눈빛도 그런 것 같은데 대학로에 올 친구들을 배신할 수 없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대학로에 도착하니 7시 벌써 많은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손을 흔들면서 인원수를 재빨리 채크를 했다. 20명이 넘었다.아!!!!!!! 내가 이런 성공적인 모임을 주선할 수 있다는 믿을 수가 없었다.
남자가 3명 더 많았고 사실은 31을 초대할 생각이었다. 남자 15 여자 15 그리고 나는 깍두기로 예약을 했고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30명 이상은 수용할 수가 없다는 식당주인의 의견을 존중해서 참석인원을 선별하기로 했다.
참석하러 온 친구가 50명인데 20명은 정중히 돌려보냈다. 미안하다 참석할려고 왔다가 문밖에서 기다리다 간 친구들은 다음 기회에 다시 모임을 주선해줄께. 다음부터는 일찍 와라 선착순이니까.(돌려보낸 친구들은 내 청춘사업에 장애가 될 것 같은 친구들만 돌려보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참석을 거부한 친구들이 있는데 판문점에 근무하는 친구는 무슨 연말 특별경계에 들어가서 올 수가 없다네. 그래서 정중히 거절했다. 이유는 최근 호박씨 논쟁의 핵심인물이라서 제외를 했다. 그리고 의정부 사는 ㅎ 양 노원구 사는 ㅅ 양 ㅈ 양 특별히 부탁을 했는데 ......(내년에 두고 보자).
대학로서 처음 본 친구가 남자 3 여자 2 인데 남자는 기억에 없고 여자는 화곡동 사시는 분
닉처럼 아름다운 심성의 소유자처럼 보였다(외모는 ???) 그리고 역곡에 사시는 분 가창력이 강남의 ㅅ 양과 막상막하였다.(2002년 나의 새로운 이상형 ???)
모임 진행중에 처음 보는 남자가 들어와서 누굴 찾는 것 같았는데 30대 청년처럼 보여서 한마디했다. 여기는 40대 모임인데 30대가 여기 오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면서 누굴 찾으시냐고 물어보니 이강유를 찾아왔다고 해서 그런 사람없다고 하는데 ㅅ 양이 다가와서 자기 친구라고 소개를 했다.(앞으로는 친구들 이름을 기억하도록 노력을 하겠다)
정우성이라는 아이디로 꼬방에 온 적이 있는 친구였는데 나보다 젊게 보였다. 곰곰히 생각을 했다 영계가 왜 연상을 좋아할까? 모임이 끝날 때까지 ㅅ 양을 자세히 봤는데 얼굴이 미인형이었다. 전에는 그냥 날카롭다고 생각을 했는데 미인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어제 모임에 오신 분들은 꼬방을 빛내는 사람은 없었지만 꼬방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이었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연말에 갑자기 주선한 모임이라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미리 공지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리고 바쁜 연말 일정을 쪼개서 흔쾌히 참석해주신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처음 주선하는 모임이라 노래방을 미리 예약하지 못해 칼국수만 먹고 헤어진 친구들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다. 다음에는 꼭 노래방을 예약하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