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g짜리 심장 주치의, 규제자유특구에서 영글었다
원주(강원)=최우영 기자
2021.07.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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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eyToday 8g짜리 심장 주치의, 규제자유특구에서 영글었다화투장만한 마름모꼴 플라스틱 조각을 스티커형 패치와 함께 가슴팍에 붙였다. 1초도 안돼 스마트폰 앱과 내 체온과 심박동수가 나타났다. 다행히 정상이었다. 대형 모니터에는 나를 포함해 8명의 심박동수와 현재 위치가 표시됐다. 뜀박질을 시작하자 '활동 모드'라는 표시와 함께 올라가는 체온과 심박수가 실시간으로 체크됐다.
지난 9일 강원 원주기업도시에서 체험한 ㈜메쥬의 패치형 심전계(심전도 측정기계) '하이카디(HiCardi)'는 의료계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제품으로 꼽힌다. 간단하게 심전도를 체크하고, 비정상 여부를 가려낸다. 응급상황 발생시 원격으로 즉시 이상을 파악하고 의료진을 투입할 수 있다. 원래는 원격의료에 해당돼 의료진 없이 쓸 수 없었으나, 강원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에서 실증 특례를 받은 덕분에 개발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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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몸에 주렁주렁 매달렸던 심전도 체크, 무선으로 간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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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eyToday 8g짜리 심장 주치의, 규제자유특구에서 영글었다'하이카디'는 10여분만 충전해도 24시간 심전도를 체크할 수 있다. 작은 크기에 8g이라는 가벼운 무게 덕분에 몸에 붙여도 부담이 전혀 없다. 그동안 무거운 유선 심전계에 시달렸던 아동, 노인 환자에게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최대 4000만원씩 하던 외국산 심전계보다 훨씬 저렴한 100만원 가량이면 구매할 수 있다.
㈜메쥬는 최근 기술력과 시장성을 인정 받아 9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5월 EU의 CE 인증을 획득해 유럽과 동남아,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도 닦았다. CE 인증에 제출한 하이카디 플러스는 30분 충전에 최대 5일간 작동하는 16g 무게의 완전방수형 심전계다. 이달 중 미국 FDA인증도 신청하고 획득하는 즉시 미국 시장에 뛰어들 준비중이다.
송미혜 ㈜메쥬 CTO(최고기술책임자)는 "강원규제자유특구에 들어온 덕분에 소금산 출렁다리 등반객 등 일반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규제에 구애 받지 않고 실증에 착수해 하이카디로 응급상황에 분석·대처하는 원격 모니터링을 하고 성능을 검증할 수 있었다"며 "원격 심전계를 불신하던 의료진도 실제로 효과를 체험하고, 원격 의료기기 규제 철폐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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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만 풀어줘도 혁신이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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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쥬의 하이카디 사례는 규제자유특구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다. 규제자유특구는 신사업 관련 덩어리 규제를 패키지로 완화해 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지역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의 혁신성장과 균형발전을 만드는 게 목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0월 8일 국무회의에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신기술과 신산업이 싹도 피지 못하고 사라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규제자유특구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2019년 7월 1차 특구를 지정한 이래 지난해까지 24곳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특구에 들어온 357개 사업자는 코로나19(COVID-19) 경제위기 속에서도 2년간 1813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었다. 18개의 공장을 새로 짓고 804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특구에서 112건의 특허 출원과 5건의 핵심부품 국산화가 이뤄졌다.
㈜메쥬가 있는 강원 특구 외에도 눈에 띄는 신산업 육성이 이뤄지고 있다. 경북 배터리 리사이클링 특구는 555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전북 친환경자동차 특구는 148명을 고용하며 한국GM 철수 이후 침체에 빠진 지역 일자리 회복을 돕는 동시에 초소형 전기특장차의 배터리팩 등을 국산화하며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의 기술력 향상에도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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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숙제 '규제 완전 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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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eyToday 8g짜리 심장 주치의, 규제자유특구에서 영글었다당초 규제자유특구의 취지는 실증 특례를 통해 신산업을 검증하고, 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다는 근거를 확보하면 법개정 등을 통해 규제를 완전히 풀어주자는 것이었다. 하이카디 심전계는 현재 의료진이 상주하는 병원 등에서는 활용할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의료인의 모니터링 없이 몸에 달고 다니며 건강을 체크하는 건 불법이다.
규제자유특구에서 안전성이 확보됐다 하더라도 당장 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기존 직능단체 등에서 이해관계를 이유로 반대하기 때문이다. 당장 하이카디에 대해서는 의사협회에서 '원격 의료'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마찬가지로 강원 특구에서 실증을 한 이동형 엑스레이장비 '포터블 엑스'도 의료 전문가들에게 안전성을 인정 받았으나 방사선사들의 반대로 일반인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송미혜 ㈜메쥬 CTO는 "건강 점검이 항시 필요한 구급대원이나 소방관, 의료진의 손길이 당장 미치지 못하는 선원분들이 하이카디와 같은 원격 심전계를 사용하려면 규제 철폐가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