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길리우스와 스타티우스의 대화, 생명의 나무에서 들리는 절제의 예
내 이마에 새겨진 P자를 지워준 천사를 뒤로하고 우리는 여섯 번째 둘레로 걷고 있었습니다. 이전의 계단보다 가벼워 날렵하게 올라가는 영혼들을 따르기가 수월했습니다.
베르길리우스가 스타티우스를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당신이 부지런히 가꾼 든든하고 선한 뜻이
마음에 가득할 텐데 어떻게
탐욕이 그 마음에 자리 잡을 수 있었소?
이 말을 들은 스타티우스의 입술에 이지러진 미소가 잠깐 스쳤습니다.
겉모습은 때로 잘못된 추정을 낳지요.
드러나야 할 진실이 우리 눈에
숨어 있을 때라면 더 그렇습니다.
당신의 질문으로 보아, 다섯 번째 단지에서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탐욕의 죄를 지었다고 믿고 있는데 그런데 내가 지은 죄는 부절제였습니다.
낭비의 죄에 반대되는 탐욕의 죄도
낭비의 죄와 더불어
이곳에서 참회를 하게 되지요.
비록 내가 탐욕의 죄로 통곡하는
영혼들 틈에서 지내며 참회를 했다 해도
내 죄는 그와는 반대의 것이오.
베르길리우스가 당신은 신앙이 없었는데 어떻게 그리스도인이 되었는지 물었습니다.
당신을 통해 나는 시인이 되었고 그리스도인이 되었소.
당신이 내 얘기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나
손을 펼쳐 더 많은 색으로 말을 칠하겠소.
나의 시(테바이스)에서 그리스인들을 테베의 강으로 데려가는 장면을 쓰기 전에 세례를 받았으나 두려움 때문에 숨은 그리스도인이 되어
오랫동안 이교도인 척하며 살았습니다.
이런 열성의 부족으로 난 네 번째 단지에서
사백 년도 넘게 벌을 받아야 했지요.
스타티우스는 그리스도인이어서 림보에 있지 않고 연옥산에 있는데 그리스도인이 아닌 척했던 나태의 죄(부절제로)로 이곳에서 사백 년도 넘게 참회를 했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모든 시인들이 벌을 받는다면 어느 고리에 있는지 말씀해 주라고 합니다.
그리스 시인들과 그리스 신화와 그 시대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모두 첫 번째 마당(림보)에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 여섯 번째 단지에 도착했습니다.
두 시인은 바위 턱에 올라서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두 시인을 따라 길을 가는데 향기롭고 보기 좋은 열매가 가득 달린 나무 한 그루가 나타났습니다.
이 생명의 나무는 위보다 아래가 더 가늘었는데 영혼들이 오르지 못하게 하려고 그렇게 된 것 같았습니다.
생명의 나무는 그리스도교에선 하느님이 에덴동산 한 가운데에 심은 영원한 삶을 주는 열매를 맺는 나무를 가리킵니다. 일명 '십자가 나무'이나 잎과 꽃, 열매 등이 달려있어서 살아있는 생명의 나무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에덴동산의 생명나무의 분신으로 폭식의 죄를 정화하는 상징의 나무로 이곳에 나타난 듯 합니다.
파치노 디 보나구이다의 '생명의 나무'입니다.
생명의 나무, 파치노 디 보나구이다, 아카데미아미술관, 피렌체
- 2012년 피렌체 여행 중에
오각형의 패널 한가운데에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가 있고 좌우로 나무처럼 가지를 뻗은 사이사이에는 성경의 내용을 묘사한 작은 그림들이 원 안에 그려져 있습니다. 중앙의 십자가가 안정되고 엄숙한 반면 작은 원 안의 그림에는 온갖 사건들이 들어있습니다. 문맹이거나 책을 살 돈이 없는 중세의 가난한 사람들이 신앙심을 굳게 유지하도록 '생명의 나무'에 이런 '가난한 자들의 성서'를 만들었습니다.
'생명의 나무'는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주제로 하여 상징화 하거나 형식화한 그림과 조각 작품이 있습니다.
프랑스 니스에 마티스가 아픈 몸으로 성당을 꾸민 '로사리오성당'이 있습니다.
마티스가 두 번이나 대수술을 하고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수녀님의 간호로 병이 완쾌되었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성당 내부의 설계와 제의까지 디자인하고 스테인드글라스와 그림으로 성당 내부를 혼신을 다해 장식을 했습니다.
로사리오성당입니다.
프랑스 니스 로사리오성당 지붕 십자가
생명의 나무, 마티스, 프랑스 니스 로사리오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 2008년 프랑스 니스 여행 중에
생명의 나무와 성모와 아기 예수. 마티스. 프랑스 니스 로사리오성당
로사리오성당 내부
햇빛이 비치면 스테인드글라스의 그림이 성당 바닥을 화려하게 꾸밉니다.
로사리오성당 내부
로마 바티칸의 바티칸 보르지오 아파트 현대종교미술관입니다.
종이 그림 생명의 나무. 마티스. 바티칸 보르지오 아파트 현대종교미술관
- 2012년 바티칸 여행 중에
프랑스 여행을 할 때 로사리오 성당에서 마티스의 그림과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얼마나 좋아했었는데 바티칸 미술관에 로사리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성모와 아기예수 그림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비겔란조각공원입니다.
생명의 나무와 인간, 비겔란, 노르웨이 오슬로의 비겔란조각공원
- 2009년 노르웨이 오슬로 여행 중에
노르웨이의 유명한 조각가 비겔란은 지구상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이란 처음도 없고 끝도 없이 무한히 반복되는 주기의 한 부분에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했다고 합니다. 즉, 죽음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이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예술가마다 자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를 생명의 나무에 상징적으로 표현한다는 이야기를 또 합니다.
우리가 가던 길을 막고 선
높은 바위에서 나무를 향해 맑은 물이 쏟아져 내려와
꼭대기의 잎들에 부딪혀 퍼져 나갔다.
두 시인이 나무 가까이 가니 “이 열매와 물은 너희들의 것이 아니다”라고 거부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탐식의 죄를 지은 자들아, 너희가 이 나무의 열매를 따 먹으면 정녕 다 죽으리라.)
그리고는 절제의 예를 들려줍니다.
마리아께서는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로 하여금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하는 기적을 행하여 혼사에 풍성한 은총을 내리는 일을 하셨고 로마 여자들은 마실 것이면 물로 만족했던 일, 그리고 왕이 주는 음식과 술을 사양하고 야채와 물을 먹고 살이 올라 보기에 좋은 다니엘을 예로 들어 이야기합니다.
메뚜기와 꿀은 광야에서 세례자를
먹여 살린 음식이었다. 그렇기에
그(세례요한)는 복음서에서 잘 드러나고 있듯이
가장 영광되고 가장 위대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