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2년차 조리종사원입니다.
처음 학교에 입사할 때에는 공공기관이라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줄 알았습니다.
주변분들도 학교가 일찍 끝나 아이들도 돌볼 수 있고, 방학도 있으니 부럽다 고들 하셨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면접을 볼때 행정실장님이 그 여리한 몸으로 힘든 급식을 하실 수 있겠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잘 할 수 있다고 답하고 입사된 게 너무 기뻤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허울좋은 모습일 뿐이었습니다!
막상 현실은 닥쳐보니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급식실은 매 순간순간이 전쟁터나 다름없는 곳이었습니다.
매일매일 약으로 버티며 살아야했습니다.
식재료 검수로 출근은 새벽 6시 30분까지 해야했습니다.
미친년 널뛰듯이 해야만 아이들 점심시간에 맞추어 음식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늘 시간에 쫏기다 보니
화장실 한번 가지 못하고 참고 또 참아야하니 걸핏하면 방광염에 걸리기 일쑤입니다.
혹여 덤웨이터가 고장이라도 나면 우리 조리원들은 각 교실로 나르기위해 1층부터 4층까지 계단마다
주욱 늘어서서 릴레이로 날라야했고... 긴장상태에서 다 올리고나면 다리가 후들후들 온몸이 녹초가 되고
점심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밥맛이 없어 찬물에 말아 억지로 입안에 밀어넣어야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 식사가 끝나자마자 찬통과 식판들이 급식실 바닥부터 출입구까지 빼곡하게 내려옵니다.
체감온도 80~90도 온몸과 속옷이 땀으로 범벅되고 탈진상태까지 오게 됩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학교 급식실입니다.
학교장이나 행정실조차 아무리 우리가 힘들게 일해도 너희들이 할 일이라며 관심조차 가지지 않습니다.
급식실은 별당마님 아니면 머슴, 유령으로 생각하나 봅니다.
교장선생님이나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가져온 상추, 고추를 먹으려고 가져와서는 쌈장은 우리보고 만들라합니다.
학교내 행사가 있을때는 고기를 삶아 썰어서 대령해야합니다.
우리는 아이들 먹거리를 위해 맛난 급식을 만들러 온 것이지 학교 교직원들 심부름꾼으로 온 것이 아닙니다.
호칭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남자선생님이 ‘아줌마’라고 부르더라구요. 학생들이 ‘아저씨’라고 하면 그분은 과연 어떤 마음이 들까요?
너무나도 마음이 상했고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비정규직이라고 교직원들조차 차별과 무시를 하며 이런 홀대를 하나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그러던 중, 노동조합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관리자들에게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잘리지나 않을까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신비함을
느꼈습니다. 모임도 나가보고 집회도 나가고 파업까지 나가면서.. 한번씩 뭉치면서 처우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초봉이 일당제로 56만원가량이었는데 지금은 2~3배 이상 임금이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교사, 공무원은 알아서 월급을 올려주는데 우리는 투쟁을 해야만 쥐꼬리만큼 올려줍니다.
급식실 배치기준은 서울이 전국 꼴찌수준입니다.
우리는 인격을 갖춘 사람이지 기계가 아닙니다!
정말로 아파죽겠습니다. 임금이 조금씩 오르면 뭐합니까? 병원이 내 집인걸요.
학교, 교육청 관료들 한여름에 급식실에 와서 단 30분만 서 있어 보십시오.
우리가 얼마나 힘들고 숨통 막히고 고달프게 일을 하는지.
우리가 정규직이었으면 과연 우리 요구를 무시하고 들은 체도 안할까요?
교육청의 이런 만행을 두고 볼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정규직이 되어야만 이런 대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번 6월 총파업!
힘모아 또한번의 승리를 맛보지 않으시렵니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똘똘 뭉쳐서 정규직 가는 길에 함께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조리종사원 신인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