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미어리그 중계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며칠 전 영국에 건너와 특별한 경험을 했다.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전통적인 TV 방송국이 아닌 곳에서 중계되는 모습이다. 지난 주중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는 TV 방송국이 아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중계되었다. 영국 내 일이었다. 사상 최초의 일로 관심을 크게 모았다.
프리미어리그 중계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까지 듣고 있는 주인공은 미국 IT 기업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이번 시즌을 시작으로 3시즌 동안 매 시즌 20경기를 영국 내 독점 중계하는 계약을 프리미어리그 측과 체결했다. 해당 20경기는 TV 방송사가 중계할 수 없는 완전한 독점 중계권 계약 체결이었다. 영국 내에선 아마존 플랫폼 말고는 이 경기를 볼 수 없다.
아마존 독점 중계 해당 경기가 지난 주중 경기들이었다. 아마존은 지난 주중과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박싱 데이 주에 펼쳐지는 경기 해서 총 20경기를 독점 중계한다.
영국 내에서 아마존 프라임이 중계하는 경기들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아마존 UK 프라임 회원에 가입해 모바일이나 태블릿으로 시청하거나 TV로 연결해 보는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 기존 회원은 경기를 그냥 볼 수 있고, 비회원은 연간 79파운드(약 12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회원 가입을 한 뒤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 79파운드엔 축구를 보는 비용만이 아닌 구매 무료 배송, 독점적 쇼핑 거래, 음악 스트리밍 등이 포함돼 있다. 영국 내에선 비회원의 경우 한 달 무료 보기 후 탈퇴하는 서비스가 있어 아마존의 중계를 ‘간 보는’ 임시 가입자가 많다고 한다.
아마존의 온라인 독점 중계권 ‘역사적 사건’

생방송 도중 시청자가 원할 때 언제든 라인업, 실시간 통계, 주요 장면 확인이 가능하다
지금껏 한 번도 없었던 전 경기 온라인 생중계가 진행된 지난 한 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영국의 대표적 정론지인 BBC는 “전통적인 TV가 아닌 전 경기가 아마존 프라임이라고 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계된 역사적 순간이다. 스카이스포츠와 BT스포츠의 지배력을 무너뜨렸다”라는 평가와 함께 “집에서 축구를 보는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단 전망까지 내놓았다.
아마존 측도 “영국 내 가장 큰 규모의 스트리밍 이벤트”라며 “2007년 영국에서 프라임 서브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아마존의 신규 가입이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영국 내 시청자들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호평을 받은 서비스는 경기 도중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라인업, 실시간 경기 통계, 하이라이트 등이다. 경기가 치러지는 도중 언제든 시청자가 원할 때 터치 한 번으로 라인업과 실시간 통계, 주요 장면 다시 보기가 가능하다. 이는 전통적인 TV 중계 시대에는 불가능했던 것들이다.
가장 호평을 받은 것으로는 경기 도중 중계진의 코멘터리를 끄고 현장 경기장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서비스다. 관중들의 응원과 벤치의 주문 등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가 화제를 모았다. 아마존은 중계의 퀄리티를 의식해 앙리, 베르바토프, 크라우치, 해리 레드납,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등 프리미어리그 선수와 감독 출신들을 대거 패널로 초청해 방송하기도 했다.
집에서 축구 보는 미래 모습

이번 아마존 스트리밍 서비스 중계에서 가장 걱정됐던 것 중 하나는 화질과 끊김의 문제였다. 여러 경기를 동시 또는 잇따라 중계해야 해서 아마존 스트리밍 서비스가 트래픽을 견뎌낼 수 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중 경기들이 문제없이 중계되면서 아마존의 인터넷 중계는 일단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아마존은 이미 NFL과 테니스 등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중계해 일정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와 아마존의 결합은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의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사람들은 점차 TV 앞을 떠나 다채로운 플랫폼에서 영상과 정보를 소비한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기존 미디어가 힘을 발휘하는 나라로 평가받았던 영국조차 비켜 가지 않고 있는 시대적 추세다.
프리미어리그 측은 이러한 미디어 생태계 변화에 발맞춰 중계 플랫폼의 확대를 계속해서 도모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측은 아마존을 비롯해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등 다양하면서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모여 있는 공간에서의 중계 확대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도할 구상을 하고 있다.
아마존과 같은 뉴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도 충성도 높은 소비자(팬)들을 일정 시간 머물도록 할 수 있는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콘텐츠는 매력적인 매개다. 아마존은 지난 주중 10경기를 프라임 비디오 플랫폼으로 본 숫자가 수 백만 명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마존은 중장기적으로는 영국 내 900만 명의 프라임 비디오 구독자 숫자를 프리미어리그 중계를 통해 넷플릭스 영국 내 회원 1110만 명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사업자들의 이해와 미디어 생태계 변화가 맞물리면서 프리미어리그 중계 환경에도 크나큰 변화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변화이기도 하다.
출처 - 박문성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