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발표된 2월랭킹에서 개인 최저인 62위로 떨어진 이창호 9단이 개인 최고인 20위로 오른 박하민 8단을 꺾고 팀 승리에 결정적 수훈을 세웠다.
2020-2021 KB바둑리그 11R 2G
정관장천녹, 한국물가정보에 3-2
신민준 9단이 중국바둑의 자존심 커제 9단을 눕히고 LG배를 제패한 다음 날, 신민준 9단이 낮에 열린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날의 저녁에 열린 KB리그에는 4명의 메이저 챔피언이 등장했다.
이창호 9단, 강동윤 9단, 백홍석 9단과 신민준 9단이다. 메이저 세계대회 정상을 한 차례 이상 밟아본 국내 기사는 15명. 드물게도 그 중의 4명이 같은 경기에 출전한 것이다. 중국 최강 커제를 꺾고, 한ㆍ중 결승에서 거둔 6년 2개월 만의 승리를 축하하는 퍼레이드인 것처럼.
▲ 백홍석 9단(오른쪽)과 허영호 9단의 35세 동갑내기 대결. 힘바둑으로 끊임없이 공격하면서 기회를 주지 않은 백홍석이 10라운드에서 신진서 9단을 꺾은 데 이어 연속 결승점.
5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1라운드 2경기는 메이저 챔피언의 위엄을 보여준 결과들이 나왔다. 4명의 우승 경력자들은 맞대결 없이 네 판에 분산배치되어 모두 승리했다.
두 라운드를 결장한 후에 출전한 이창호 9단은 23세 아래의 젊은 강자 박하민 8단을 꺾었다. 중반 들어 잡은 우세를 무난하게 골인시킨 쾌승보. 이창호의 랭킹이 개인 최저인 62위로 떨어진 날이었다. 반면 박하민은 이번에도 올라 개인 최고인 20위를 찍은 날이었다.
▲ 정관장천녹은 10라운드에서 셀트리온을 잡고 한국물가정보를 1위에 올려주었고, 11라운드에서는 한국물가정보를 잡고 셀트리온을 1위로 만들었다.
"오랜만에 이겼는데 팀도 같이 이겨서 기쁘다. 최근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이번에도 못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어떻게 넣어준 것 같다"는 국후 소감. 이창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17번의 메이저 제패 기록을 갖고 있다.
2012년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우승자인 백홍석 9단은 동갑내기 대결에서, 2009년 후지쯔배와 2016년 LG배를 우승한 바 있는 강동윤 9단은 2지명 대결에서 각각 허영호 9단과 김명훈 9단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 "지는 것은 상관없는데 무기력한 모습은 보이지 말자는 와이프의 조언을 받아서 자가반성도 하고 괜찮아진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백홍석 9단)
"아내분의 조언이 이렇게 좋은 모습을 만들어 주셨군요." (문도원 진행자)
"앞으로 대부분이 집사람 조언을 많이 들어야 되겠습니다." (유창혁 해설자)
"혹시 이창호 9단은 어떤가요?" (문도원 진행자)
"저는 특별한 조언을 안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이창호 9단)
그리고 국내 기사의 15명째 메이저 타이틀 반열에 오른 신민준 9단은 한 살 위의 '신인왕' 문유빈 4단을 꺾었다. "큰 승부 이후에 궁금했는데 약간 마음이 풀어졌는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유창혁 해설자의 평이 있었다.
7위 정관장천녹은 3-2 승리로 한국물가정보를 2위로 끌어내렸다. 서로 세계 챔프들이 두 판씩 가져갔고, 정관장천녹의 주장 이동훈 9단이 동문선배 안정기 6단을 눌렀다. 크라운해태배 4강, 명인전 본선, 용성전 본선 등 안정기의 전체기전 10연승은 중단됐다.
▲ 신민준 9단(오른쪽)이 세계 타이틀을 차지한 직후의 대국에서 신승. 전기 신인왕이자 지난해 신예기전 우승자인 문유빈은 결정적 순간에 실수가 나오면서 부진이 계속됐다. "수읽기의 정확도에서 차이가 났다"는 유창혁 해설자.
매 경기가 벼랑 승부인 정관장천녹은 10라운드에서는 당시 1위였던 셀트리온을, 11라운드에서도 1위에 올라있던 한국물가정보를 연거푸 잡고 탈락 위기를 넘겨 가고 있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오를 네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6일 바둑메카의정부와 킥스가 11라운드 3경기에서 맞선다. 개별대진은 설현준-안성준(0:2), 박상진-한상훈(1:1), 김지석-박영훈(10:10), 이원영-김정현(3:2), 백찬희-백현우(0-0, 괄호 안은 상대전적).
▲ 이동훈 9단(오른쪽)이 1지명의 힘을 보여주며 안정기 6단의 전체기전 11연승을 저지.
▲ 메이저 2회 우승자 강동윤 9단(오른쪽)이 2지명 대결에서 김명훈 8단을 맞아 시종 리드했다.
▲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정관장천녹.
▲ 타력에 의해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듯한 한국물가정보.
▲ "인공지능 공부는 직접적으로는 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사람이 둔 바둑을 많이 보고 있다. 인공지능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고 프로기사들이 두는 바둑을 보는 게 재미있다"는 이창호 9단, "좀더 집중하고 질 때 지더라도 내 바둑을 두자고 한다"는 백홍석 9단.
▲ 커제 9단을 꺾고 첫 메이저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신민준 9단. "겨우 한두 시간 자고 나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