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좋은 곳에 펜션 하나 예쁘게 지어 좋은 사람과 간간이 어울려 노후를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하는데 그런 착각이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있다.
23일 공개된 8부작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손호영 극본 모완일 연출)다. 손호영은 jtbc드라마 공모작가 출신이며, 모완일은 '부부의 세계'로 낯익은 감독이다. 2000년 구상준(윤계상)이 어렵사리 제2의 인생 터전으로 만든 레이크뷰 모텔과 2021년 전영하(김윤석)가 퇴직금과 연금을 모아 부인의 인생 말년을 위로할 겸 장만한 고급 펜션에 연쇄살인범, 사이코패스를 들여 벌어지는 일을 8부작으로 녹여낸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가부터 '불편함 가득'이란 평이 있는가 하면 '주말에 정주행 완주' 같은 긍정적인 평가도 보인다. 부러 모든 상황을 흩뜨려놓고 혼란을 관객이 스스로 정리해가는 수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간이 넉넉한 이들에게는 괜찮은 시리즈이지만, 시간에 쫓겨 주말을 틈타 끝내려는 이들은 어지간히 짜증 부리다 포기할 법하다. 나는 시간이 넉넉한 편이라 느긋하게 작가와 연출자가 건네는 '요건 몰랐지?'를 느긋하게 받아내는 편이었다. 하지만 월요일 출근해야 하는 이라면 부아 깨나 돋았을 것 같긴 하다.
모든 편의 초반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 하나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느냐, 안 났겠느냐"고 여러 등장 인물들이 번갈아 묻는데 이 시리즈의 영어 제목인 'The frog'와도 연결된다. 모텔이나 펜션에 들른 연쇄살인범이 던진 돌에 머리를 맞은, 피해자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은 이를 "개구리"라고 표현하는데 이 개구리는 과연 어떻게 그 피해와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겠는가 묻는 듯하다.
혹평을 하자면 우리가 한 번도 피해자라고 생각해보지 않았을 법한 이들의 딱한 사정을 들어보기 위해 꾸민 설정 하나하나가 억지스럽다는 점이다. 차라리 불우한 환경에 막 자라 보이는 지향철(홍기준)보다 유력 정치인의 딸인데 막자라 인성이 밑바닥인 유성아(고민시)의 캐릭터가 정말 억지스럽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화부터 3화까지 모텔과 펜션이 어떻게 연결지어지는지 궁금해 계속 봤는데 여자 경찰 윤보민(이정은)으로 연결되고 중반 구상준과 그의 아들 기호(박찬열)를 매개로 전영하가 지향철 살해에 쓰인 총기를 손에 넣으며 후반 전영하가 유성아의 전 남편 재식을 끌어들여 유성아를 처단하는 과정 모두 억지스럽긴 매한가지였다.
근본적으로 일반적인 범죄 피해자와 이런 숙박업소 피해자를 동일 범주로 여기는 것이 얼마나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일치된 견해가 있을 수 없는데 그저 사람들 편견 때문에, 소문 때문에 폐업하고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는 식으로 과도한 일반화를 하는 것이 타당한지가 근본적으로 의문이었다. 구상준의 모텔이 훨씬 더 주민의 생활 근거지에 가깝다 보니 격렬한 싸움을 그리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고립된 전영하의 펜션에서 훨씬 잔인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유성아의 캐릭터가 납득이 되지 않고, 그의 행동은 더욱 동기를 이해할 수 없어 극단적인 성향을 그저 사이코패스란 판단으로 묻어버리려는 의도인 것 같아 위험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좋은 배우들 데려다가 뭔 짓을 한 거냐'는 댓글도 있었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관객의 의표를 찌르는 대목이 재미있게 다가왔지만, 약간 헛웃음이 나기도 하며 극의 긴장감을 단숨에 빼는 부작용도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긴장감, 문제의식, 하고자 하는 얘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은 다른 곁가지에 생각이 미쳤다. 메타세콰이아 나무가 들어선 전영하의 예쁜 펜션은 어디에 실재 하는가, 세탁소였다가 나중에 카페가 된 곳은 어디인가, 유성아가 전 남편의 아들과 순진한 경관 시신을 숨겨둔 옥수수 밭은 어디인가 등등이다. 이 시리즈가 공개되자마자 촬영지가 검색어로 떠올랐다.
전영하의 펜션 위치는 충남 논산의 온빛휴양림이란 곳인데 사람들 발길이 미친 듯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펜션 건물은 이 시리즈 촬영을 위해 지어진 세트니까 지금은 없다. 앞의 세탁소였다가 카페가 된 곳은 논산 연산면에 있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LP 음악은 바비 블루 블랜드의 'Aint no love in the heart of the city'다. 1974년 올드 팝인데 뜻하지 않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