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이면 늘 그리워지는 풍경이
섬진강을 내려다보며 익어가는 항아리가 담긴 이 풍경일 게다
물론 화사한 팝콘이 소복이 앉은 것 같기도 하고
성기게 내린 눈이 살짝 덮은 것 같기도 한 매화나무와 어울리는 항아리들 말이다
해마다 이상기온 현상이 두드러져 이젠 개화시기를 예견하기란 쉽지 않다
중순에 자칫하다 보면 놓치기 쉬웠던 매화꽃도 3월 말이나 4월 초가 되어야 활짝 필 것 같다
어쩌면 매화에 이어 피게 될 벚꽃과 함께 만개한 모습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해마다 이렇다면 2주 후에 다시 와 쌍계사 벚꽃을 봐야 하는 감질나는 시간들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매화와 벚꽃을 한꺼번에 보는 것은 뭔가 낭만이 줄어드는 것 같아 서운한 생각도 들고
매화와 벚꽃은 잎이 피기 전에 볼 수 있는 화사함이 있는 꽃이지만
각각이 주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
시차를 두어 감상하는 게 맞다
홍매화는 거의 만개한 상태지만 흰 매화는 20~30% 핀 상태다
그래도 매실아이스크림은 먹어줘얍니다
역시 1개를 다 먹기엔 무리가 있어
작년에 1개만 사서 나눠먹기로 그리도 다짐했건만 또 1인 1 아이스크림을 해버렸네
아이스크림은 꽃그늘 아래에서 먹어야 맛이죠
아이스크림 먹기에 아주 좋을 정도로 햇살이 따사로와요
감질나게 핀 꽃으로 온 동네 꽃동네의 느낌은 없지만
그래도 마을 산등성이를 돌아 매화마을 한 바퀴는 돌아봐야지
이 정자에 앉으면 화사한 꽃이 산 언저리를 다 덮어 봄눈이 내린 것처럼 보였었는데
홍매화만 화사하다
전에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가져왔다
바로 이런 모습이어야하는데 아쉬움이 컸다
기사에 쓸 사진을 찍으러 나온 홍쌍리 여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일하다가 준비 없이 불려 나오신 차림새다
정갈한 한복에 시그니처 같은 머릿수건을 쓰고 인터뷰하는 모습이나 사진촬영을 하는 모습을 몇 번 봤는데
몇 년 안 본 사이 허리가 구부정한 모습이 영 생경스럽다
고운 자태와 맑은 얼굴이 참 좋았는데
한때는 멸종위기에 있었다는 희귀종 <히어리> 꽃을 만날 수 있었다
이 꽃 참 특이하고 예쁘다
이 히어리꽃의 꽃말은 <봄의 노래>라고 한다
매화마을을 떠나 화엄사의 오래된 홍매화를 보러 갔더니
거기도 아직 봉오리만 조금 나왔다
사찰을 빙 돌아 나왔는데
역시 덩치 큰 절은 나에게 큰 감흥을 일으키진 않는다
덜 핀 매화로 허기진 마음을 달래려 구례 산수유마을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오래전 고즈넉한 산수유마을을 기대하고 갔다가
떠들썩한 축제장(3.22일부터 축제가 열린다 고한다)에 혼비백산하고
얼른 탈출하듯 나왔다
내비게이션에 산수유축제장으로 입력하고 간 것이 실수였다
그냥 산수유마을로 입력하고 갔으면
저 멀리 보이는 산아래 동네길 산책이라도 했으련만
산수유는 전체적인 색감과 느낌만 보이지 자세히 꽃을 들여다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이 조형물이 꽃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것 같아 도움이 된다
점심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올라오는 길에 갑자기 전주 고궁에 가서 비빔밥을 먹기로 하고 고속도로를 벗어났다
예전엔 휴일에 갑자기 비빔밥이나 먹으러 갈까 하고 전주까지 휘리릭 달려갔던 적도 있었는데
참 오랜만이다
지금은 이 고궁이 공항에도 입주해 있고, 천안의 갤러리아에도 입주해 있어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왠지 이곳에 와서 먹는 맛은 아니다
늦은 점심 흡족하게 먹고 봄꽃여행을 마무리했다
남편이 하루 동안 운전한 시간이 약 8시간이다
어느 날부턴가
숙소에서 자는 여행보다는 새벽에 나서서 늦게라도 집으로 오는 여행을 선호하게 되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남도여행은 1박 2일 코스였었다
예전보다 도로가 많이 뚫려 시간이 단축되다 보니 남도의 꽃구경은 1일 여행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