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지나갔고 팬들의 주목을 끌만한 대형 딜은 없었습니다.
불스의 경우 가솔과 깁슨이 트레이드 블록에 올라있다는 루머가 돌긴 했지만 워낙 시즌 중 트레이드를 잘 안하는 구단이기도 하거니와 노아가 시즌아웃된 상황에 핵심 빅맨은 손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죠.
근데 웬걸... 전혀 예상치 않았던 캡틴커크가 트레이드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제 더이상 트레이드로 인해 팀간 전력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만한 선수도 아니고 타팀 팬들에게는 그냥 그런 일이 있었구나 싶은 정도로 지나가버렸죠.
근데요... 조던시대부터 20년 넘도록 쭉 불스팬을 고수해오던 입장에서는 이게 참 가슴 아픈 딜입니다.
정신적인 기둥이 하나 뽑혀나간 느낌이랄까...
2000년대 이후 시카고에서 뛰었던 선수들을 통털어 팬들과 칼럼니스트들이 '가장 불스 스러운 선수, 가장 시카고의 스피릿을 잘 나타내는 선수'로 꼽는 인물은 로즈도 아니고 버틀러도 아닙니다. 노아와 하인릭이죠. 노아는 부상으로 나가 떨어졌고 하인릭은 버려졌습니다. 허탈하네요.
2003년 시카고에 드래프트 된 이후 로즈가 입단했던 2008년 이전까지 명실상부 시카고의 얼굴이었던 선수이고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에서 팀을 건져낸 선수였으며 누구보다 팀에 대한 무한애정을 보여줬던 선수인데 너무나 헌신짝처럼 버려졌죠.
물론 2010년도 당시에 트레이드를 통해 워싱턴으로 이적할때도 많이 안타깝긴 했지만 그땐 충분히 예상되던 무브였고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던 일이었죠. 주전포가로 여전히 경쟁력 있고 팀의 캡틴이 될 수 있는 선수인데 언제까지 불스에 남아 로즈의 백업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랄 수는 없었으니...
당시엔 현지 분위기도 캡틴을 잃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불스의 미래는 로즈가 짊어지고 있으니 하인릭을 트레이드 해서 팀의 취약점인 2번포지션을 보강하는 게 낫다는 쪽이기도 했구요. 또 그땐 하인릭도 나름 고액연봉자였으니..
근데 지금은 그때와 얘기가 좀 다릅니다. 비지니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 어찌 팬들 원하는 대로 되겠느냐만은 하인릭을 트레이드함으로 인해 불스가 얻는 것도 별로 없죠. 사치세를 좀 덜내게 됐다는 점, 2라운드 드래프트픽을 하나 얻어왔다는 점(어차피 저스틴할러데이를 즉시 전력감으로 생각하진 않을거고..)
그에 반해 비록 전력에 큰 보탬은 안될 지언정 선수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고 훌륭한 리더쉽으로 높이 평가받는 선수를 하나 잃은 것은 좀 큽니다. 선수들 사이에서의 동요나 정신적인 마이너스 요소는 아무리 프로 선수들의 세계라 할지라도 적지 않겠죠.
여튼 올 시즌이 끝나면 당장 은퇴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커리어가 얼마 남지 않은 하인릭이니 만큼 다시 불스로 돌아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 현역선수이긴 하지만 은퇴 후 하인릭이 불스에서 영구결번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군요.
아시다시피 시카고의 영결은 총 4명입니다. 밥러브, 제리슬로언, 스카티피펜 외 1명.
피펜외 1명은 워낙 압도적인 퍼포머였기 때문에 하인릭과 비교 대상이 아닐거고 밥러브와 제리슬로언, 커크하인릭을 얼추 비교해보자면..
밥러브 : 리그3년차에 불스로 이적, 총 9시즌을 시카고에서 보냈습니다.
시카고에서의 9시즌동안 21.3P/6.8R/1.7A
제리슬로언 : 리그2년차 불스 입단, 총 10시즌
10시즌동안 14.0P/7.4R/2.5A/2.2Stl
커크하인릭 : 시카고 드래프티. 시카고에서 총 11시즌
11시즌 평균 11.4P/3.0R/5.1A/1.1Stl
이 외에 하인릭이 불스에 남긴 주요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기수 - 3위
1. 그분 - 930
2. 피펜 - 856
3. 하인릭 - 748
4. 슬로언 - 696
출장시간(분) - 4위
1. 쪼잔왕 - 35887
2. 피펜 - 30269
3. 슬로언 - 24798
4. 하인릭 - 23545
3점슛 - 1위
1. 하인릭 - 1049
2. 벤고든 - 770
3. 피펜 - 664
4. 그분 - 555
어시스트 - 3위
1. 신발장수 - 5012
2. 핍 - 4494
3. 하인릭 - 3811
...
6. 데릭로즈 - 2422
스틸 - 3위
1. 또 그아저씨 - 2306
2. 핍 - 1792
3. 하인릭 - 857
그 외 : 총 득점 8위, 필드골 성공수 8위, 수비윈셰어 7위, 누적윈셰어 10위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시카고에서 꽤나 괜찮은 족적을 남겼네요. 토탈 기록으로 보면 슬로언이나 밥러브보다 앞서는 항목들이 꽤나 많습니다.
여튼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백넘버 12번을 결번시키는게 옳다고 생각하는데, 가능할까요?
부정요소 :
1. 평균 스탯이 좀 딸립니다. 시카고 복귀 후 4년간 많이 깎아먹긴 했습니다만 커리어하이 시즌도 평득이 16점대죠.
2. 수상실적이 초라합니다. 루키1st팀과 수비2nd팀이 수상내역의 전부입니다. 미국 국대 커리어가 있구요. 올스타전 출장 경력도 없습니다.
3. 괄목할만한 팀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하인릭이 불스에서 뛰는 동안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죠. 조던 시대 이후에 시카고가 컨파에 진출한건 단 한번인데 공교롭게 하인릭이 애틀란타에 있었던 로즈의 MVP 시즌이었습니다.
긍정요소 :
1. 시카고에서 영구결번되지 않은 선수 중 명예의 전당 멤버가 두 명 있습니다. 아티스길모어와 쳇워커. 선수로서 훌륭한 커리어를 보냈지만 시카고에서 보낸 시즌이 각각 7시즌과 6시즌이죠. 반면 영결된 밥러브와 제리슬로언은 그에 못미치는 선수 커리어를 보냈지만 (밥러브는 명전 X, 제리슬로언은 명전에 등록됐지만 선수커리어보다는 감독커리어로 헌액됨) 각각 9시즌 10시즌을 시카고에서 보내고 영결됐습니다. 구단 차원에서 스탯보다는 시카고에 머문 기간에 더 가중치를 주는 것 아닐까 추측됩니다.
2. 프랜차이즈 누적 스탯이 훌륭합니다. 위에 열거돼있다시피 PG 포지션에서 거둘 수 있는 기록은 대부분 순위권 안에 있죠.
3. 평균 득점이 저조하긴 하지만 하인릭의 가치는 수비력에 있습니다.. 수비 2nd 팀 1회 수상에 지나지 않지만 수비팀 가드 자리를 놓고 코비, 웨이드, 프린스, 키드, 론도 등과 경쟁했던 선수죠. 깡마른 체구의 포인트가드였음에도 상대팀의 포워들과 스위치 되는 경우에도 절대 물러나는 법이 없었습니다. 스탯으로 나타나지 않는 수비 기여도는 어마어마했으며 수비력만으로 보자면 시카고 역대 포가 자리에 놈반라이어와 함께 탑2에 꼽힐만 한 이름입니다..
4. 구단에 대한 애정이 어마어마한 선수이고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선수입니다. 코트 위에서의 적극적인 허슬 플레이어로서의 터프함과는 다르게 실생활에서는 매우 겸손하고 성실한 사람이죠. 한번도 코트 밖에서의 언행이나 행동으로 구설에 오른 적이 없습니다. 그런 성실함이야 캔자스대학시절부터 정평이 나있었구요.
하인릭의 불스에 대한 애정도가 어느정도였는지 살펴보자면
- 시카고 태생이 아님에도 어릴적 장래 희망 란에 시카고불스의 주전포인트가드 라 적을 정도로 불스의 골수팬이었음.
- 2006년도에 RFA가 됐을때도 별 고민 없이 불스에 잔류
- 수비가 약한 벤고든의 구멍을 메꾸면서 상대팀의 에이스 스윙맨들을 주로 수비함.(그것도 무려 스윙맨들의 전성시대였던 2000년대...)
- 본인보다 덩치가 크고 무거운 선수들을 수비하면서 여기저기 잔부상을 많이 얻었으나 수비형 스윙맨의 영입을 주장하는 대신 본인이 벌크업을 하면서 몸을 키움
- 결국 무리한 벌크업의 여파로 스피드와 기량 하락.
- 2008년 데릭로즈의 영입으로 로즈와 하인릭의 공존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 생겨났으나 아무 불만 없이 초짜 로즈의 백업 역할을 수행.
- 기량 하락과 로즈의 성장세에 맞물려 결국 워싱턴으로 트레이드
- 로즈가 ACL로 나가떨어진 이후 구멍난 1번 자리를 메꾸기 위해 시카고에서 하인릭에게 SOS를 보냄. 당시 밀워키에서 더 높은 액수의 계약액을 제시했으나 아무 고민 없이 시카고로 복귀
- 로즈의 공백을 훌륭히 메꾸며 팀을 꾸준한 강팀으로 이끔.
- 지난 시즌부터 잦은 부상과 급 노쇠화가 이어지며 애틀랜타로 트레이드됨
- 이 모든 일을 겪으면서 구단에 대한 불만의 코멘트는 단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릴적부터 팬이었던 불스에서 대부분의 커리어를 보낸 것은 축복이었다는 멘트만 녹음기처럼 읊었죠.
이러니 불스팬들이 하인릭을 어찌 안좋아할 수 있을까요? 현지 팬들의 반응 역시 하인릭을 내보낸 것에 대한 성토 분위기입니다. 차라리 포먼과 팩슨을 해고하라는 의견도 있구요.
이 정도로 팀에 헌신하고 무한 애정을 쏟아 부으면서 코트 위에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공헌하던 선수이니 만큼 그가 은퇴한다면 스탯을 떠나 영구결번을 하는 것이 구단으로서 응당 보여줘야 할 예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예전에 피펜이 그러했던 것 처럼 마지막으로 불스로 돌아와 불스의 유니폼을 입고 은퇴경기를 치르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테구요.
첫댓글 좋은 글이네요! 꼭 영결되었으면 하네요
글솜씨가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보니 하인릭은 사랑이네요
불스 구단관계자들이 이 글을 읽으면 무조건 시켜줄것 같습니다.
2222 그러게요 좋은 글입니다
팀에 대한 애정도만 보면 시켜주는게 마땅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 분은 별명도 참 많네요.
오래 전 게임에서만 써보고 어떤 선수였는지는 잘 몰랐는데, 훌륭한 선수였네요.
시카고의 운영이란 참...
하이브리드 자동차같은 선수가 아닐까요... 잔잔하게 오래가는ㅎㅎ 레간자같은. 암튼 동네형같은 친근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리그 통틀어서 가장 이미지 좋은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 왔을 때 풀코트프레스로 양동근 하프라인도 못넘어오게 하는거 보고 참 대단하다 생각던 기억이 있네요. 꼭 영결 됐으면 좋겠습니다.
스탯이나 수상실적이 별로좋지않고 드래프트 동기들에 워낙 괴물들이 많아서 그렇지 시카고의 심장같은 선수였는데... 또 리딩도 굉장히 안정적이엿고... 됐으면 좋겠네요
불스는 하인릭한테 너무 했네요.
솔직히 에이 아무리 그래도 영결은... 이 생각으로 들어왓다가. 글보고 하인릭... 영결 될만 하네로 바꼈습니다.
추천 꽝 누르고 갑니다 !! ㅎㅎ
네이트 맥밀란이나 브루스보웬처럼 스탯이 화려하지 않아도 영구결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하인릭이라면 충분히 영구결번 줘도 반발이 없을 것 같네요.
로즈 입단 전 하인릭 보면서 진짜 괜찮다..
로즈 백업일 때 아 후보로는 아까운데
트레이드 이후 불스가 대체 왜?
다시 왔을 때 오오오오 드디어!
라며 혼자 조용히 응원했었죠..불스야 제발ㅠ
22222 저랑 같으시네요
하인릭의 어릴적 꿈 : 불스의 포인트가드 ... 를 보고 그것을 이룬 하인릭을 보았을때 정말 멋진선수고 불스가 잘어울린다 생각했는데 한번 떠나고 다시 불스로 돌아왔건만 이렇게 떠나니 아쉽네요 ... 불스의 팬은 아니지만 불스가 정말 잘어울리는선수라 생각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