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첫주일에 '훈장은 무거워' 라는 제목으로 하날새에서 이야기 한편을 올립니다.
동물나라의 사자왕은 훈장 달기를 좋아하였습니다. 사자왕은 훈장으로 앞가슴을 도배 한듯하였습니다. 사자왕이 걸을 때면 훈장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투탁 투닥 거렸습니다. 훈장들이 햇빛에 번쩍번쩍하고 빛을 반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럴 때면 동물나라 백성들은 눈이 부셔서 사자왕을 바라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사자왕의 자녀들도 자기들의 아버지이지만 두 눈 뜨고 바라보기가 어려웠답니다.
훈장이란 것이, 단추처럼 시장에서 구입하여 내 기분대로 내 마음대로 쓱싹 달 수 있는 물건이 아니잔습니까? 훈장이란, 국가를 위하여 훌륭한 일을 하였거나 국위를 선양하였을때 국가가 수여하는 것이잖습니까? 그러면 우리의 사자왕께서는 동물나라를 위하여 어떤 훌륭한 일을 그렇게 많이 하셨길래 그토록 많은 훈장을 달게 되었을까요? 사자왕이 들으면, 저의 목이 온전할 리 없겠지만 목숨 내걸고 바른말을 하겠습니다. 사자왕은 '훌륭하다'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사자왕의 그 많은 훈장은 어떤 연유로 달게 되었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사자왕이 하루는 "우리나라에서 입이 제일 큰 동물에게는 훈장을 주겠노라, 내일 정오까지 자신 있는 동물들은 광장으로 모이기 바란다" 하고 동물나라에 광고를 하였습니다. 동물들은 하마가 단연코 훈장을 받을 것이리라 생각하였습니다.
다음날이었습니다. 동물나라에서 입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하마는 어떻게 된 건지 아예 얼굴조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하마 다음으로 입이 큰 사자왕이 일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자왕은 훈장 하나를 자기 가슴에 달았던 것입니다. 하마가 참가하지 않은 것이 궁금하십니까? 시합 전날이었습니다. 하마는 내일 있을 시합에 참가하기 위하여, 이를 닦고, 수염도 다듬고 준비를 부지런히 하고 있었는데 사자왕이 보내서 왔다면서 여우가 찾아왔습니다. 여우는 하마에게 사자왕이 시합에 참가할 하마에게 특별히 하사하신 것이라면서 이름 모를 기름 한 병을 주면서 이 기름 반병은 마시고 반병은 입가에 바르면 입술이 미끄러워서 입이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면서 주고 갔답니다.
하마는 사자왕에게 감사하면서 그 기름을 꿀꺽 꿀꺽 마셨습니다. 그리고 반병은 입술에 발랐습니다. 여우가 준 기름을 마신 하마의 뱃속은 우글 우글 부글 부글 꾸룩 꾸룩 거리더니 급기야는 설사가 났습니다. 하마는 밤새도록 화장실을 들락거렸습니다. 시합 날 아침에 하마의 팔과 다리는 쑥버무리처럼 뒤엉켜 일어나지도 못하였습니다. 여우가 주고 간 기름은 식용유가 아니라 기계에 치는 피마자기름이었던 것입니다. 비겁하고도 치사하게도 이런 계략을 짠 것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도 자기가 훈장을 달고 싶었던 사자왕이 꾸민 짓이었습니다.
사자왕이 달고 있는 훈장들은 전부 시합을 통해 달게 된 것들이었습니다. 시합이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목소리가 제일 큰 동물 선발대회' 또는, '발톱이 가장 강한 동물 선발대회'라든지 '갈기가 제일 멋있는 동물 선발대회'등과 같은 대회를 열었는데 하나같이 사자가 유리한 것들만을 골라서 대회를 열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일등은 항상 사자왕이 차지했습니다.
한번은 이런 대회도 사자왕이 열었습니다. '사자왕과 가장 닮은 동물 찾아내기 대회'라는 대회였습니다. 그 대회에서 사자왕은 "나를 닮은 동물이 하나도 없구나. 아쉽게도 나를 닮은 동물은 나 밖에는 없구나,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내가 일등이구나" 하고는 훈장을 또 하나 자기 가슴에다가 다는 것이었습니다. 참 말도 안되는 소리지 않습니까? 그러나 사자왕의 말에 이유를 다는 동물은 없었습니다. 괜히 이러쿵저러쿵 하면서 따져들다간 그날이 저세상에 등록하는 날이 되고 만다는 것을 동물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맹문등이가 아니고서야 이런 사자왕을 좋아할 동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동물들은 사자왕 앞에 모두 머리를 숙였습니다. 왜냐하면 사자의 석권지세 앞에 감히 대들 엄두를 그 누가 내겠습니까? 동물나라에서는 사자왕보다 힘이 센 동물이 없었기 때문에 사자왕은 자기 마음대로였습니다.
사자왕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동물나라 백성들이 자신의 가슴에서 번쩍이는 훈장을 보고는 존경스러워서 자기 앞에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동물나라 백성들은 사자왕의 가슴에 달린 훈장들이 역겨워서 보지않으려고 고개를 숙인다는 것을 사자왕만 몰랐습니다. 이것도 모르고 사자왕은 백성들이 훈장을 달고 지나가는 자기에게 머리 숙이는 것을 좋아하고는 훈장을 가득단 옷을 입고 동물들 앞에 패션모델처럼 바그작대면서 지나가는 것을 즐거워하였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사자왕은 그날도 백성들 앞에나가 거들먹거리고 싶어서 훈장을 전부 달고는 동물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을 찾아갔습니다. 한껏 가슴을 내밀고 보란듯이 걸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사자왕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났습니다. 거들먹거리며 걷다가 미처 돌부리를 보지 못하고 돌부리에 발이 걸리면서 앞으로 쿠당탕하고 넘어진 것이었습니다. 넘어졌기로서니 무슨 엄살인냐싶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자왕이 비명을 지른 이유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훈장을 달려면 훈장 뒤에 옷핀이 있잖습니까. 사자왕이 넘어지면서 땅에 부딪쳤을 때, 훈장의 핀들이 전부 풀어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고요? 바늘처럼 생긴 옷핀들이 사정없이 사자왕의 가슴살을 후벼 팠던 것입니다. 사자의 가슴은 여기저기 후벼파는 바늘에 찔렸습니다. 사자왕은 그날 코풀고 버린 휴지처럼 체면이 완전히 구겨지고 말았습니다. 일어나는 사자왕을 보니 피죽도 못 얻어먹은 것처럼 비틀대며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온몸에는 피로 얼룩진 것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사자왕의 가슴을 살펴보면, 수많은 핀에 찔려서 생긴 자국들이 쏭쏭쏭 쑹쑹쑹 구멍처럼 나있는 것을 볼수 있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