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가 왕을 찾아가 보려던 참에 마침 왕이 사신을 시켜서 말을 전해 왔다.
"과인이 직접 찾아가 보려고 했으나 마침 감기가 들어서 바람을 쐴 수가 없구나.
조정에 나와 준다면 만나볼까 한다. 과인이 만나볼 수 있는지 없는지 알려 달라."
"불행히도 병이 나서 조회에 들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맹자는 동곽씨(東郭氏) 집으로 문상을 떠나려 했다.
공손추가 뜻밖이라는 듯이 말렸다.˙
"어제는 칭병으로 사양하시더니, 오늘은 문상을 나가시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 아닙니까?"
"어제 아프던 병이 오늘은 나았으니 어찌 문상을 못 갈 이유가 있느냐."
하고 뱅자는 굳이 문상을 가 버렸다. 그 후 왕이 다시 사람을 시켜 문병도 하고 의사도 보내 왔다.
맹중자(孟仲子)가 대궐에서 온 사람에게 말했다.
"어제 조회에 들라는 명령이 계셨으나 병으로 가 뵙지 못했었습니다.
오늘 조금 병이 나아서 급히 조회에 드시고자 집을 나가셨는데, 과연 잘 도착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는 사람들을 시켜 맹자의 돌아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집으로 오시지 말고, 곧 대궐로 드십시오."
하고 이르게 했다. 맹자는 그래도 듣지 않고 경추씨를 찾아가 머물게 되었다.
경추씨가 다소 불만스럽게 말했다.
"집안에서는 아비와 자식, 밖에서는 임금과 신하가 인륜(人倫)중에 가장 큰 것입니다.
부자 사이는 은혜를 위주로 하고, 임금과 신하 사이는 존경하는 것을 위주로 합니다.
내가 보는 바로는 임금께서는 선생님을 존경하고 계신데,
선생님께서는 아무래도 임금을 존경하고 계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맹자가 대답했다.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오.
제나라 사람은 임금과 더불어 인(仁)과 의(義)로써 말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것이 어찌 인의를 불미(不美)하다고 여기기 때문이겠소.
마음으로 중얼거리기를, 그가 인의를 더불어 말하기에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임금에 대한 불경이 이보다 더 클 수 있겠소.
나는 요·순의 도(道)가 아니면 감히 왕 앞에서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제나라 사람들은 나보다 더 임금을 공경하지 못하는 것이오."
"아닙니다. 그런 것을 일컬음이 아닙니다.
예기(禮記)에 보면 '아비가 부르면 대답하고 곧 가 뵙고,
왕이 명으로 부르면 수레에 말을 달기를 기다리지 말고 달려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원래 조회에 드실 계획이었는데,
왕의 명령을 듣고도 수행치 않았으니, 아마도 예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소.
증자(曾子)는 말하기를 '진( 晉 )·초(楚)의 부(富)는 내가 미치지 못한다.
그들이 부를 자랑한다면, 나는 인(仁)을 자랑한다.
그들이 벼슬을 자랑하면, 나는 의(義)를 자랑한다. 내가 무엇을 꺼리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증자가 어찌 의롭지 않은 것을 말하겠습니까. 이것도 하나의 도인 것입니다.
세상에서 공통적으로 존경되는 것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지위와 나이와 덕(德)입니다.
조종에서는 벼슬만한 것이 없고, 시골에서는 나이 만한 것이 없고,
세상을 구제하고 백성들의 규범이 되는 데는 덕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 하나를 가지고 나머지 둘을 태만히 말 수가 있겠습니까?
장차 큰 일을 하려는 임금에게는 반드시 앉아서 부르지 않고 가서 만나는 신하가 있기에,
의논하고 싶으면 그렇게 합니다.
덕을 존중하고 도를 즐기기가 이와 같지 않으면 더불어 일하기가 부족합니다.
그런 까닭에 탕왕은 이윤伊尹)에게 가르침을 받은 다음, 그를 신하로 삼았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탕왕은 힘 안들이고 왕이 되었습니다.
제(齊)나라의 환공(桓公)도 관중(管仲)에게 가르침을 받은 뒤에 그를 신하로 삼았습니다.
그러기에 힘 안들이고 패자(霸者)가 되었습니다.
지금 천하의 제수들이 영토에 있어서나 덕에 있어서나 다 비슷해서
서로가 크게 뛰어나지 못한 이유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임금이 자기만 못한 사람을 신하로 두고,
가르침을 받을 만한 사람을 신하로 두려 하지 않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렇게 탕왕은 이윤에 대해서, 환공은 관중에 대히서 감히 불러오거나 한 일이 없었습니다.
관중 같은 사람도 마음대로 부를 수 없었는데,
더구나 관중의 흉내 같은 건 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겠소?"
맹자의 생각도 높은 것이지만, 자존심 또한 높다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