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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남이 해 주는 밥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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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닦으려면 여자로 살아봐
그런데 수많은 도인들이 대접을 못 받는 이유는 뭘까? 천대받는 이 땅의 농사꾼이 지어서 시시한 여자들이 밥을 하니까 우습게 아는 거겠지. 우리나라는 쌀 자급률만 90%이고 나머지 식량은 30%쯤 된다. 그러므로 모든 먹거리의 70%는 수입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요즘처럼 밥을 소홀히하고 저절로 굶기(다이어트라나?) 많이 하고 농사가 줄어들면 식량 무기화 시대가 오면 어찌 살아 남을까 걱정된다.
논이 밥줄이여
그러나 반찬하기가 꾀가 나 콩나물 한번에 왕창 삶아 놓고 한번은 콩나물국, 무침, 또 한번은 콩나물 비빔밥으로 잔머리를 굴리는 나인지라 남이 해주는 밥은 무조건 황송해서 감지덕지다. 요즘은 육아공, 한의공, 호폐공만 해도 힘겨워 다른 밥도사들의 힘을 빌어 전국을 떠돌며 해주는 밥 즐거이 얻어 먹고 살아간다. 게다가 점입가경으로 일요일에도 따끈한 아침밥을 주는 집, 밤 열두시 넘어 새벽에도 고기나 안주가 아닌 달걀찜에 백반 한상을 차려주는 집을 알아 놓으니 흐뭇하고 든든하다.
강화의 아침밥
에이 그게 바다인지 시시하고 길막혀 짜증난다는 사람은 복잡한 외포리나 전등사앞에 가서 비싼 꽃게탕이나 물컹한 벤댕이회 먹고 바가지 쓴 사람일 테니 그냥 집에 있기를... 놀고 먹는데도 정보와 부지런함이 받쳐주지 않으면 비싼 술 쏟고 바지 젖는 꼴인걸 누굴 탓하랴. 강화읍에 가면 중앙시장 옆 BYC골목안에 우리옥이란 밥집이 있다. 재작년 수재나기 전까진 낡은 한옥이었는데 여름 물난리 때문에 수리를 해서 옛날 맛이 덜하다.
메뉴는 단순한데 맛은 고향의 맛이고 가격은 대만족이다. 새우넣어 끊인 대구매운탕이 소자가 3000원-3명이 먹을 수 있다. 5명 먹으려면 5000원짜리면 된다. 이 매운탕을 먹고 나면 일식집 만원 짜리 탕은 비싸고 싱거워서 못 먹는다. 물에 퉁퉁 불지 않은 짭잘한 작은 굴 한접시가 9000원. 몽땅 자연산인 병어회 한접시도 9000원인데 둘다 두꺼운 무채 방석 따윈 깔고 나오지 않는다. 생선회라면 광어나 도미밖에 모르는 사람은 병어의 낯설음때문에 외면하지는 말자. 아직 항생제를 먹여서 병어키운다는 소리 못 들어 봤으니까. 나는 늘 둘다 먹고 싶어서 반반씩 한 접시 달라면 기꺼이 주신다. 궁금한 것은 일요일도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시고 언제 주무시냐는 것이다. 늦은 저녁시간에 들렀더니 한가한 틈마저 손녀딸 스웨터를 뜨고 계시는 걸 보고 '으읔! 사부. 졌습니다!' 하고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모님 같은 우리옥 밥 보살님들은 평생 남의 입 호강시켜 주시는 큰 복을 짓고 계시는 도인들이다. 틀림없이.
강건너 북한땅
선전문구와 철책만 없다면 미루나무가 서있는 평화로운 백사장 강마을인데 저길 못넘어와서 중국에 팔려가고 굶어 죽는구나. 그동안 만나 보았던 탈북 여성들 생각도 나고...
마음을 두는 곳.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억새밭도 낙조대도 거기 있다. 넉넉한 저수지를 지나 돌고돌아 화도면 마니초등학교 앞에서 우회전 하면 선수리, 장화, 동막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이다. 선수횟집촌에는 넓은 유리창으로 바다가 확 펼쳐 보이는 해수탕이 있다. 해운대나 완도 보성 속초는 너무 머니까 작다고 불평하지는 말자. 탕속에 앉아 목만 빼고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면서 작아지고 겸손해지는 것만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붉은 노을
이 곳은 어머니가 어쩌다가 양식이 드시고 싶다 시면 모시고 오는 곳이다. 우리 모녀는 손바닥만한 스테이크보다 닭다리, 생선, 햄벅 스테이크가 조금씩 골고루 있는 정식을 좋아한다. 종달새같이 명랑한 목소리에 아름다운 주인 아주머니는 달라기도 전에 빵은 물론 와인 한잔에 밥과 김치까지 알아서 주신다. 양식집인데도 기름진 밥에 김치도 맛있어서 퍼먹다 보면 완벽한 한 양식 퓨전 후드가 되어 버린다. 이래서 머리로는 우아하게 양식을 먹고 싶지만 뱃속은 세계화가 안되고 허전해서 집에 오면 밥 한술에 김치 얹어 먹고 개운해 할 필요가 없어진다.. 단골이라서 알아서 준다고? 아니. 처음부터 그랬으니까 단골이 된거지. 햇살이 가득하고 정갈한 조단의 공기속에서 갯벌을 바라보며 갓 뽑은 커피를 먹을때의 여유가 소중하다. 갯벌에 빠지고 싶으면 조단 아랫길로 내려가면 된다. 용감하면 전신 머드팩을 할 수도 있고 바지 걷고 맨발로 빠지면 그대로 체험 삶의 현장이 되는 거지. 바위에 걸터 앉아 낙조를 기다리다 보면 서울에서 윤기를 잃고 까칠해져 빨간 충전 경고등이 깜박이던 몸과 마음에 물기가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Battery full!
<괜찮은 곳>
2. 강화 성당
3. 고려산의 낙조대, 억새밭.
출처 : 이유명호 한의원/ 한방칼럼 http://yakchobat.com/ |
첫댓글 강화도... 저 곳 유명하다고 밥먹으러 가는 사람들 봤습니다....ㅎㅎ....따라갈 껄 그랬끈여....ㅋㅋㅋ...최짱님 잘봤습니닷......^^
난또/남이 해주는 밥을 마도사님이 드시고 싶다는줄 알아쪼/
저도 남이 해주는 밥이 좋습니다. 글을 쓴 명호샘과 같지여. 강화에 밥 먹으러 다니진 못해도요... 왜 내가 하면 먹기 싫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