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바람에
박두진
칼날 선 서릿발 짙푸른 새벽,
상기도 휘감긴 어둠은 있어,
하늘을 보며, 별들을 보며,
내여젓는 내여젓는 백화(白樺)의 손길.
저마다 몸에 지닌 아픈 상처에,
헐떡이는 헐떡이는 산길은 멀어…….
봉우리엘 올라서면 바다가 보이리라.
찬란히 트이는 아침이사 오리라.
가시밭 돌사닥 찔리는 길에,
골마다 울어 예는 굶주린 짐승…….
서로 잡은 따사한 손이 갈려도,
벗이여! 우린 서로 불르며 가자.
서로 갈려 올라가도 봉우린 하나,
피흘린 자욱마다 꽃이 피리라.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의지적, 상징적, 미래지향적
◆ 표현
* 부정적인 현재와 희망적인 미래 상황이 교차하는 시적 구조를 나타냄.
* 대조적 분위기의 시어 사용
◆ 중요 시어 및 시구 풀이
* 칼날 선 서릿발 짙푸른 새벽 / 상기도 휘감긴 어둠은 있어
→ 날카롭고 어두운 이미지로, 시련과 고난 또는 부정적인 현실 상황을 나타냄.
* 하늘, 별 → 이상, 희망
* 봉우리엘 올라서면 바다가 보이리라. / 찬란히 트이는 아침이사 오리라.
→ 화자가 지향하는 시 · 공간인 '바다'와 '아침'으로 대표되는 미래 상황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함.
* 서로 불르며 가자
→ 유대감과 연대감 형성에 대한 간절한 바람. 서로에 대한 따뜻한 연대감을 형성해야만 미래의 목표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이 담김.
◆ 화자 : 부정적 세력이 지배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며 서로에 대한 연대감을 형 성하여 이를 극복하기를 갈망하고 있다.
◆ 주제 : 유대감의 형성을 통한 목표 실현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시련과 고난의 지속
◆ 2연 : 이상과 희망에 대한 갈망
◆ 3연 : 도달해야 할 목표가 많이 남음.
◆ 4연 : 미래에 대한 기대감
◆ 5연 : 고난과 시련의 심화
◆ 6연 : 유대감과 연대감에 대한 기대
◆ 7연 : 목표 실현에 대한 확신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부정적인 현재의 상황을 보여주는 연과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연이 교차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화자는 '산길'을 걸어가며 '어둠'으로 대표되는 부정적 상황을 만나기도 하고, '바다'와 '아침'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도 한다. 마지막 두 연에서는 '벗'과의 연대감을 통한 목표 실현에 대해 강한 확신을 보여 주고 있다.
[작가소개]
박두진[ 朴斗鎭 ]
<요약>
박두진은 시대의 부정적 가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다루면서, 이념적으로는 절대적 가치의 추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출생 – 사망 : 1916년 ~ 1998년
출생지 : 국내 경기도 안성
호 : 혜산(兮山)
데뷔 : 1939. 문장에 시 「향현(香峴)」, 「묘지송(墓地頌)」 등을 발표
916년 경기도 안성 출생. 1939년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에 시 「향현(香峴)」, 「묘지송(墓地頌)」 등을 발표하였다.
이화여대, 연세대 교수를 역임하였고, 1998년 타계하였다. 『청록집[공저]』(1946), 『오도(午禱)』(1953), 『거미와 성좌』(1962), 『인간 밀림』(1963), 『하얀 날개』(1967), 『고산식물』(1973), 『사도행전』(1973), 『수석열전』(1973), 『야생대』(1981), 『포옹무한』(1981) 등의 시집을 발간하였고, 1984년에는 범조사에서 『박두진 전집』을 간행하였다. 이외에도 수상집으로 『생각하는 갈대』(1970), 『언덕에 이는 바람』(1973), 『그래도 해는 뜬다』(1986)와 시론서 『한국현대시론』(1970), 『현대시의 이해와 체험』(1976) 등이 있다.
아시아자유문학상(1956), 서울시문화상(1962), 3‧1문화상(1970), 예술원상(1976) 등을 수상하였다. 박목월‧조지훈과의 공저인 『청록집』은 일제 말기 한국인의 겨레 인식과 저항적 자세를 주로 자연을 제재로 하여 시화하고 있다. 「향현」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침묵 속에 지내온 산에서 힘차게 치솟아 오를 저항과 창조의 불길을 예기하는 시상을 드러내어 일제 치하의 암울함을 의기(意氣)로써 이겨내는 분노의 서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미의식은 일제에 의해 민족주체성이 훼손되었다는 인식과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저항 의식에 기반한 것이다. 「묘지송」에서도 죽음의 의식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삶을 예견하는 햇빛을 노래하여 조국의 미래를 소생케 하는 늠연한 기상을 종교적 의미까지 함축하면서 드러내었다. 또 「푸른 하늘 아래」에서는 부정적 힘에 대한 정면 대결의 시상을 펼쳐보여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평화 공존을 형상화한다.
박두진의 초기시는 이처럼 전통적인 여성적 정한(情恨)에서 벗어나 남성적인 기개(氣槪)를 시화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작품에 수용된 자연은 근원적으로는 순응과 화합의 지혜를 추구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창조적 결단성이나 생성의 의미를 내장하고 있다. 해방 후에 쓰여진 「해」는 신생 한국의 창조적 의지를 형상화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후 『하얀 날개』에 이르기까지 박두진은 시대의 부정적 가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다루면서, 이념적으로는 절대적 가치의 추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치 추구의 정신을 바탕으로 그의 후기 시편들에서는 세속적 삶을 순화하며 혁신하는 자세가 더욱 심화되어 갔다. 즉 『고산식물』, 『사도행전』, 『수석열전』, 『야생대』, 『포옹 무한』 등에 걸쳐 시대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며 그것을 희생적으로 극복해 가는 시적 자아의 의기와 함께 구도적 정신의 높은 표적을 향한 시심의 심화를 보게 된다.
<경력사항>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연세대학교 교수,
<수상내역>
1956년 아시아 자유문학상, 1962년 서울시문화상, 1970년 3‧1문화상, 1976년 예술원상
<작품목록>
청록집, 해, 현대시집 Ⅲ, 오도, 박두진시선, 시와 사랑-자작시 해설, 거미와 성좌
인간밀림, 한국현대시론, 고산식물, 사도행전, 수석열전, 속‧수석열전, 현대시의 이해와 체험
야생대, 예레미야의 노래, 포옹 무한, 해, 박두진전집, 박두진 시집
박두진-한국현대시문학대계 20, 그래도 해는 뜬다, 별들의 여름, 돌과의 사랑
돌의 노래, 불사조의 노래, 성고독, 일어서는 바다, 가시면류관, 들의 노래, 서한체
빙벽을 깬다, 폭양에 무릎 꿇고, 고향에 다시 갔더니, 숲에는 새 소리가
시적 번뇌와 시적 목마름, 한국 현대시 감상, 낙엽송, 도봉, 청산도, 향현, 묘지송, 비
[네이버 지식백과] 박두진 [朴斗鎭]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