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니츠는 여섯 살 때 법학자이자 도덕철학 교수였던 아버지에게 당대 최고 수준의
인문학 서재를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그는 여덟 살 때부터 서재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서재의
책을 거의 다 읽었을 무렵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열네 살에 유럽 명문대학 중
하나인 라이프치히 대학교에 입학하고, 열여덟 살에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스물한살에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함과 동시에 법대교수직을 제안받고, 스물다섯 살에 런던왕립학회
회원으로 선출될정도로 지적 능력의 정점에 선 사람이었다. 이후 그는 레오나르도다빈치를
뛰어넘는 천재의 길을 걸었다. 그는 형이상학·철학·수학·물리학·논리학·정치학·문학·언어학·
역사학·법학·공학·신학등 당시의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를 진행했고, 특히
수학과 철학 분야에서 천재적인 업적을 남겼다.
라이프니츠에게는 특별한 인문학 독서법이 있었다. 훗날 그는 다름 아닌 이 독서법 덕분에
거의 모든 학문 분야를 정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것은 각 분야의 대표적인 고전들을
엄선해서 읽되, 책의 내용과 저자의 생각 시스템이 완벽하게 자기 것이 될 때까지 원전을
반복해서 읽고, 필사하는 방법이었다.
만일 당신이 서양 고대사 분야의 대표적인 책인 헤로도토스의 《역사Historia>를 읽는다고 하자.
당신은 저자와 책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즉 헤로도토스가 누구인지, 《역사》가 왜
쓰였는지, 《역사》의 시대적 배경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 무지하다. 그리고 그리스어를 전혀
모른다. 그런데도 당신은 <역사>를 원전으로 읽는다. 그것도 당신의 두 눈에서 나오는 에너지로
인해 책이 녹아 없어질 정도로 치열하게 읽는다. 책의 내용이 이해가 되고 안 되고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전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그냥 건너뛴다. 그렇게 당신은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필사를 한다. 그리고 당분간 《역사》를 손에 잡지 않는다. 일종의 숙성 기간을 갖는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거짓말처럼 어떤 순간이 찾아온다.책의 내용과 저자의 생각 시스템이
내 것이 되는 마법 같은 순간, 두뇌에서 지혜의 문이 열리고 가슴에 깨달음의 빛이 비치는 황홀한
순간, 그렇게 인류 지식과 지혜의 정점에 성큼 다가가는 순간 말이다. 실제로 라이프니츠는
리비우스의 《로마사History of Rome》ome>를 비롯해 각 분야의 대표적인 고전들을 이렇게
읽었다.
라이프니츠는 스물한 살이던 어느 날 키르허 Kircher의 《중국도설China Illustrata》을 읽고
마테오 리치 같은 선교사들의 중국 선교 활동에 대해 알게 됐다. 약 11년 뒤인 1678년에는
필리프 쿠플레(PhilippeCouplet)의 《중국인 철학자 공자 Confucius Sinarum Philosophus》를
통해 《논어》 《중용》 《대학》 《주역》 등 사서삼경에 대해서 알게 됐고, 21701년에는 예수회
선교사인 요하임 부배를 통해 북송의 소용이 그린 주역 64괘도를 만나게 됐다. 그리고 1703년에
장차 인류의 역사를 영원히 바꾸게 될 컴퓨터의 기본 언어인 이진법의 탄생을 알리는 <0과 1만을
사용하는 이진법 산술에 대한 해설: 이진법의 효용 및 그것이 고대 중국의 복희 <주역>의 근간인
팔괘의 창시자의 괘상에 대해 밝혀주는 의미에 대한 소견>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 이지성 저, ‘에이트 씽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