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 한옥마을'엔 꽤 여러 번 갔었다.
그 넓은 남산자락에 다소곳한 앉음새를 하고 있는 '남산 국악당'은 밖에서 보면 아담하고 작다.
그런데 이번에 '國樂 페스티발'에 초대받아 처음으로 그 안에 들어가 보았다.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지하에 굉장히 큰 公演場이 있었다.
'크라운해태홀'이었다.
윤영달 회장님의 각별한 국악 사랑으로 사재를 들여 만든 공연장인데
國樂人들에겐 그야말로 꿈의 공간이었다.
고향친구, 재관이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악 동아리, '소리마루'의 회장이다.
지금까지 그 친구의 신앙같은 국악사랑과 열정에 감동할 때가 많았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친구가 이끌고 있는 '소리마루'엔 100여 명의 회원들이 있는데 모두가 순수 아마추어들이다.
하지만 우리의 文化와 傳統 그리고 민족의 얼을 계승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뜨겁고 간절했다.
무대에서 펼쳐진 병창, 춤사위, 사물놀이, 창극, 소리들이 하나같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특히 친구가 열창한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에선 애절함을 넘어선 눈물겨운 共感으로
사람들의 애간장이 녹아내렸다.
봉사 아버지의 딸을 향한 그 절절한 절규를 무엇에 비유할 것인가?
친구의 완성도 높은 창은 내 가슴을 후벼팠다.
그랬던 까닭에 끝나는 시간까지 내내 가슴이 울컥거렸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느꼈지만, 무대를 단숨에 휘어잡고
관객들의 감정샘을 쥐락펴락하는 김회장의 깊은 내공이 그대로 전해졌다.
친구에 대한 감동과 향기가 그렇게도 좋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엔 역시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重要하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人文學과 敎養이 우리네 삶에서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안목과 시야를 넓혀주기 때문이다.
위대한 문학작품을 읽으면 다른 곳에선 만나지 못할 사상, 경험, 철학의 깊은 울림을 맛볼 수 있다.
역사학에선 과거 인물들의 승리와 패배, 경험과 지혜로부터 교훈과 省察을 배울 수 있다.
또 물리학이나 생물학에선 우주와 생명의 신비로움과 경이가 끈끈하게 녹아 흐른다.
음악, 미술, 영화, 창극 등 다양한 예술장르들은 理性과 論理 밖의 새로운 지평으로 우리의 영혼을 이끈다.
교양이나 인문학을 향한 배움과 경험들이, 먹고 사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인간의 삶과 가치관에 옳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기 때문에 인류가 생존하는 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믿는다.
나도 나이가 들어간다.
삼 주 후면 벌써 쉰다섯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소리와 唱劇의 묘한 매력에 내 영혼이 흠뻑 젖어들곤 한다.
공연을 함께 관람했던 사랑하는 竹馬故友들과의 만남도 행복했다.
각 분야에서 열정적인 노력과 도전으로 나름대로 건실한 일가를 이루어가는 고향 친구들.
그런 사람들이 있어 자랑스럽고 또한 감사할 따름이다.
자신의 사업을 열심히 하면서도 지난 이십여 년간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시간과 돈을 아낌 없이 투자했던 친구.
국악분야 한 방향에 일로매진하여
오늘날 한국 最高水準의 '소리마루'로 키워 낸 내 멋진 친구의 집념과 서원에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를 전하고 싶다.
더불어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낸다.
'소리마루'의 무궁한 발전과 성장을 위해 한번 더 기도하는 밤이다.
진정과 순정으로 많은 땀을 쏟아주신 소리마루 단원들에게도 다시 한번 심심한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세상은 정말 아름답고 향기롭다.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첫댓글 국악 전문가도 친구분으로 두셨네요. 형님 덕분에 참으로 다양한 선배들을 뵙는것 같습니다. 국악의 흥과 애잔함이 마음을 흔드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하나의 동아리를 형성하고 있는줄은 몰랐네요. 우리것 참으로 소중한것이니 잘 지켜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