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삘받은 김에, 평소 한 번 얘기하고 싶었던 Remember the Time 에 대해서도 글을 풀었어요. 쓰다보니 이것저것 생각나는 게 많이 그것도 꾸겨넣다보니 무척 산만합니다만, 아 후련합니다.~
---------------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가 언제였냐고 한다면 대부분 Thriller 를 얘기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Dangerous Era 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언제 보아도 우리를 어지럽고 쓰러지게 만드는 마이클의 이미지.. 흰 연기를 머금고 무대 아래서 뿜어져 나오는 소용돌이 속에서 긴 머리칼을 날리며 지긋이 눈을 감고 양팔을 한껏 벌린 채 관중을 향해 포효하는 절대독존의 메시아 !
이러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이미지가 확립된 것은 Thrillelr 가 아닌 Dangerous Era 였다. 바로 내가 마이클의 팬이 되었던 그 시기, 마이클의 커리어에 치명타를 입히게 된 더티한 모략과 소송이 시작되기 직전의 시기다. 구체적으로 말해 Dangerous 앨범 발매 이후 활발한 Short Film 을 내놓으면서 차트에 입성하고, Dangerous Tour 를 활기차게 진행하던 때까지의 시기. 최초의 공식화된 비디오 모음인 Dangerous : The Short Films 와 나중에 발매된 Dangerous Tour in Bucharest (루마니아) 로 상징되는, 나로서는 항상 기억하고 싶고, 현재의 naver와 daum 카페의 주축인 마이클의 사후 팬들을 반하게 만든 마이클의 바로 그 모습들로 가득한 시기다.
(그 시기의 마이클을 한국에서 직접 볼 수 있었던 걸 막은 게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지금의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당시 집권초기 '신한국 분위기를 저해'한다면서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을 대통령이 못 오게 막을 수 있었고, 실제로 막았고, 또 거기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던 것이 바로 200년 전도 아닌 20년 전의 한국사회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클 잭슨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대놓고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었고, 외국 C급 찌라시가 양산하는 루머를 무비판적으로 받아쓰는 미디어가 양산하는 '성형중독'의 이미지에 한국사회는 길들여져 있었다. 비디오시장은 VHS 위주였고 인터넷도 발달하기 전인지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엔터테이너인 마이클의 팬질을 한다는 것이 적잖은 구도자적 자세가 필요한 매니아적 취미였다는 아이러니는 당시 나우누리, 천리안, 하이텔 등 PC 통신 팬클럽을 했던 분들이나 지금은 없어진 오프라인 팬클럽 OPL(100% pure love 의 약자였음. 나름 마이클에게도 공인받은 공식 오프라인 팬클럽으로, 거기 회장이 마이클 내한당시 독대를 해 본 것으로 들었음.) 에 몸담아본 팬들이라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2012년에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이명박 대통령이 '요란하다'며 못 오게 하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는가? 이래서 내가 평생에 철천지 원수로 여기는 인간이 김영삼 전대통령하고 1999년 6월 MJ & Friends 내한공연 주관사인 제일기획 인간들(팬클럽 공동구매 회원들을 안 좋은 뒤쪽 VIP 석에 몰아넣고 안전요원들로 감싸서 고립시켰던)이다. 아휴 또 생각하니까 열이 뻗치는구만..)
Bad Era에서 프린스라는 또다른 천재 아티스트를 암암리 의식해야 했다고 한다면, Dangerous Era에서 프린스는 더 이상 마이클의 적수가 아니었다. 권력으로서의 왕정이 무너진 지 이미 오래인 20세기 대중시대에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King 으로 치장하고도 비웃음받지 않는 존재는 전세계에서 마이클 잭슨밖에 없었고, 이런 뻔뻔한 후까시는 Dangerous Era 에서 비로소 확립된 것이었다.
프린스 얘기가 나와서 잠깐 또 새자면, 마이클과 프린스는 공식적으로 서로에 대해 언급한 적이 거의 없지만 Bad Era에 서로를 상당히 의식했다는 점은 맞는 것 같다. 특히 마이클이 프린스를 보고 Bad boy 이미지를 욕심냈다는 가설은 나름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마이클이 유명을 달리한 데 대해, 80년대 천하삼분의 한 축이었던 마돈나는 감동적인 일장연설을 했지만 프린스의 언급을 들을 수는 없었는데, 이후 신문기사에서 프린스가 자신의 공연에서 마이클의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으며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공연과 언급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마이클 관련 기사는 하도 찌라시가 많아서, 함부로 믿으면 안되고 항상 직접 Verify 를 해야된다. 성실한 텍스트 비평은 팬으로서 매우 중요한 자세임.) 사실이라면 무척 프린스다운 아름다운 추모라 하겠다.
또한 프린스가 한 인터뷰에서 Bad 를 원래 마이클과 듀엣으로 할 것을 마이클이 제안했음을 말하면서, 자신이 거절한 이유는 "Your butt is mine" (넌 나한테 게임이 안 돼. 넌 내 밥이야.) 라는 가사때문이며 이건 마이클이 프린스에게 해도 안되는 말이고, 프린스가 마이클에게 해도 안되는 말이 아니냐며 낄낄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건 인터뷰 동영상을 내가 직접 봤다.) 둘이 어떤 사이였는지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일화다.
그 둘이 공식적으로 한 자리에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단 한 번, 제임스 브라운의 공연에서 마이클이 무대로 부름을 받아 'I love you' 한 소절을 구성지게 부른 후 특유의 풋워크를 보이고, 뒤이어 프린스가 무대로 나와 당시의 분위기와 상당히 이질적인 기타 솔로를 조금은 썰렁하게 그러나 너무나 당당하게 마치고 내려가는 장면인데, 이 둘 사이의 라이벌 의식과 우정을 상당히 객관적인 고증을 통해 방송한 것이 2011년 10월 MBC가 방영한 '한밤의 TV 서프라이즈' 였다. 여기서는 마이클이 무대를 마치고 들어가면서 제임스 브라운에게 귓속말로 '프린스를 불러내라'고 했다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마이클이 프린스를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드러내는 결정적인 증거라 하겠지만 이에 대한 제임스 브라운의 확인은 내가 접한 바가 없다. 어쨌든 '한밤의 TV 서프라이즈' 방송내용은 웬만한 덕력높은 팬들도 잘 알기 어려운 수준높은 방송이었고, 방송국 내부에 마이클 덕후들이 적잖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바로 아래 영상이다.
마이클 사망 직후 무한도전이 엔딩 크레딧에 마이클의 공연장면을 내보냈고, MBC는 시청률 높은 저녁시간대에 Dangerous 부카레스트 공연을 공식방영했으며, 이것이 마이클 사후 팬들이 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마이클 살아계실 때 좀 더 많이 틀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니?)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와, Dangerous 앨범에서 마이클은 Thriller 와 Bad 에서 자신에게 정신적인 버팀목이자 일종의 부성상(father figure)이었던 프로듀서 퀸시 존스의 도움을 받지 않고, 그 자신이 음반의 메인 프로듀서가 되면서 Co-producer 를 두는 시스템을 확립하였다. 그리고 그 첫 주자는 당시 뉴 잭 스윙의 제왕으로 알려진 테디 라일리였다.
테디 라일리는 얼마 전 SM타운 소녀시대의 본격적인 미국진출 시도였던 The Boys 의 작곡/프로듀싱을 맡아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지게 되었는데 당시 세계 3대 프로듀서라는, 누가 붙였는지도 알지 못하는 근본없는 타이틀로 우리나라에 홍보되었다. 마이클과 테디 라일리의 동반작업을 최고로 치는 나로서는 테디는 너무나 고마운 사람이고, 마이클 사후 음반인 Michael 에서 Monster 라는 싱글에서 보여 준 믹싱/프로듀싱 능력은 여전히 환상적이었으며, 소녀시대도 무척 좋아하지만 (그녀들의 '훗(Hoot)' 은 정말 명곡이라능..) 소녀시대와 테디의 결합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본토에서 조금 한 물 간 테디 라일리가 K-Pop 과의 연대를 통해 재기를 도모한다는 인상에 좀 더 가까웠기는 했다.
어쨌든 이후 HIStory 의 테리 루이스 (재닛 잭슨과의 인연을 통해 만나게 되었을), Invincible 의 다크차일드 Rodney Jerkins 로 이어지는 Co-producing 시스템, 쉽게 말해 마이클 잭슨과 꼬붕(?) 프로듀서 시스템이 '창조자이며 주인이신 마이클 + 그분을 보필하는 젊은 사도' 로서 하나의 공식이 되는데, 그 첫 프로젝트인 Dangerous 는 단연 백미라고 생각한다. Dangerous 는 당연히 마이클 잭슨이라는 명프로듀서가 있어야 가능한 음반이기도 했지만, 테디 라일리 없이는 불가능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Dangerous 의 첫 싱글인 Black or White 는 오롯이 마이클의 작품이다. Living with MJ 에서 마이클이 직접 밝힌 바, 네버랜드의 큰 나무 위로 기어올라가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썼다는 (아 정말 마이클답다~) 이 곡에서는 테디 라일리가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credit 에도 없고.
반면, 테디 라일리가 Dangerous 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었음을 역설하는 싱글이 있으니 바로 Remember the Time 이다. 펑키한 흑인음악을 마이클다운 세련미로 가공한 희대의 마스터피스.
Remember the Time 에서 들리는 독특한 드럼 사운드 (일반적인 북 두드리는 사운드와 다른, 신디사이저로 만들어 낸 듯한 전자음향에 가까우면서도 기계적으로만 들리지 않는) 가 Dangerous 음반에 깔려있어 음반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고 생각하는데, 테디 라일리가 참여한 트랙에서 이 리듬 사운드는 좀 더 도드라지고, 무엇보다 Remember the Time 에서 리듬 사이에 주기적으로 들리는 '쉉~'하는 독특한 사운드는 마이클과 테디 라일리가 함께 한 트랙에서만 나타나는 유니크한 추임새다. (Blood on the Dancefloor 에 테디 라일리가 참여했음을 이 추임새만 듣고도 알 수가 있다.)
마이클은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사운드, 참신하면서도 경박하지 않고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사운드'에 무지막지하게 집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마이클은 항상 자신의 곡이 '유행가'가 아닌 차이코프스키와 같은 고전이 되기를 원했다.) 그것을 위해 음반을 만들 때마다 천문학적인 돈을 아낌없이 쏟아부었고,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이러한 사운드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듣는 것은 마이클을 이해하는 대단히 중요한 단초가 되며, 마이클의 음악을 들을 때는 기왕이면 좀 좋은 오디오로 듣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Remember the Time 을 얘기하자면 Short Film 과 시상식 공연을 빼 놓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이클의 Short Film 을 꼽을 때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Remember the Time 의 Short Film 이다. 황금색과 황색을 바탕으로 한 고대 이집트 배경으로 낭인과 파라오의 왕비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스토리 텔링하며, 힙합을 연상시키는 절도있는 군무와 마이클이 모래에서 생겨나는 컴퓨터 그래픽, 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Film 이다. 남자가 봐도 멋지고 여자가 봐도 멋지고 호모섹슈얼이 봐도 멋질 오직 마이클만 연출할 수 있는 독특한 섹시함이 가득가득한 유니크한 영상.
딱 하나 NG 를 잡자면 중간에 마이클과 왕비역의 수퍼모델 이만(Iman)이 키스하는 실루엣 신에서 중간에 입술이 붙어있지 않고 떨어진다는 것 정도 ? (생각보다 잘 보이는데, 한 번 더 찍지.. 하는 생각이 볼때마다 든다. 감독은 NG를 냈는데 원체 shy 한 마이클이 얼굴 붉히며 다시 못 찍겠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Remember the Time 은 차트에서 아주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지만, Soul Train 에서 수상함으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Soul Train 은 말 그대로 소울뮤직에 대해 주는 상이고, Remember the Time 이라는 트랙은 Jazz 적인 뿌리를 가진 '깜둥이 음악'임을 공인받은 것이다. 다양한 음악사조를 Michael Jackson 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안에 끊임없이 녹여넣었지만, 그의 뿌리는 역시 Black Music 인 것이다. 마이클 잭슨이 성인으로서 발표한 세 앨범 Off the Wall / Thriller / Bad 를 프로듀싱한 퀸시 존스가 사실은 재즈 역사의 한 단락을 장식하는 재즈 뮤지션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음악적 뿌리 말고 정신적, 영적인 측면에서 마이클이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던 것은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흑인 인권단체인 NAACP에서의 수상장면을 잊지 않고 Dangerous : The Short Film 에 실은 것은 바로 그런 측면을 드러내는 단편이다. (백반증이라는 피부병과 그로 인한 얼룩덜룩함을 지우기 위해 그가 선택한 피부 탈색의 결과로 백색 피부를 갖게 되고 음악적으로도 흑인음악에 안주하지 않는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Afrian American 으로서의 정체성이 의심받기도 한다는 맥락에서, 이렇게 자신이 흑인임을 확인하는 구두점은 전략적으로 보아도 꼭 필요한 것이기도 했을 것이다.)
서론이 엄청나게 길었는데, Remember the Time 의 정점은 바로 이 Soul Train 시상식 공연이다. Short Film 의 복장과 분위기 그대로를 연출한 채, 마이클의 모든 공연을 통틀어 의자에 앉은 채로 진행하는 유일한 공연이다.
이 공연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교 1학년때(혹은 2학년때)였다. 당시 PC 통신을 중심으로 한 MJ 팬클럽이 모여 주최한 영상회(하이텔 팬클럽에서 주최했던 걸로 기억)에서 이 영상을 처음 접했고, 왜 이걸 이제 와서야 보게 되었는지 팬으로서 심히 부끄럽고 자책하는 마음과 '심봤다' 하는 마음이 함께 들었던 게 기억난다.
팬들을 그냥 미쳐버리게 만드는 특유의 씩 웃는 미소와 가만 앉아서도 좌중을 압도하는 마이클의 아우라가 가득한 공연. 단 한 번의 풋워크 없이 한 순간 한 다리에 의지히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관중을 경악시키는 팽팽한 긴장감. 관중들이 "Love Michael"을 연호하는 후반부에 이르자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글썽였던 것이 지금도 생생이 기억난다.
시상식 당시 신문기사에는 소울 트레인에서 수상한 마이클이 휠체어에 앉아 트로피 2개를 들고 씩 웃는 사진들이 실렸었다. (Dangerous Era 당시 객관적인 수치상 마이클의 인기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차트에서도 Bad 만큼의 싹쓸이는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마이클의 일거수 일투족에 미디어는 여전히 관심을 보였고, 마이클의 팬이 두텁지 않았던 한국에서도 신문에서 마이클의 사진은 종종 실려나왔다.) 그때 보도에 따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마이클 잭슨이 리허설 도중 다리를 다쳐서 앉아서 공연을 했다'는 것이었다. 마이클에 대한 가장 자세한 기록이라 할 Michael Jackson : A Visual Documentary (아드리안 그랜트라는 덕후가 써서 마이클에게 공인받은 책이다. 정말 덕스럽지 아니할 수 없는 덕의 기운으로 가득한 필수 복음서) 에도 공식적으로 리허설 도중 다리를 다친 것으로만 되어 있다.
다리를 다치지 않았으면 도대체 어떤 공연을 보여주었을 것인가?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 ! !
타라보렐리의 책 (원제 Magic & the Madness 번역판 제목 진실 혹은 거짓)에 따르면 마이클은 처음부터 앉아서 공연할 것으로 계획을 세웠고, 다리를 다쳤다는 것은 애초부터 쌩구라였던 것이다 ! !
비록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지만, 나는 타라보렐리의 책 내용이 맞다고 100% 확신하고 있는데, 공연을 잘 보면 아무리 보아도 리허설 중 다리를 다쳐서 며칠 남기고 바꾸게 된 급조한 연출이 아니다. 철저하게 처음부터 마이클이 앉아서 공연하고 그 주위를 댄서들이 보필하는 구성인 것이다.
그리고, 마이클의 성격상 다리를 다쳐서 완벽한 공연을 보여주지 못할 상황이라면 당연히 공연 자체를 취소하고 수상만 했을 것이다. 그 완벽주의자가 '불완전한' 공연을 대중 앞에서 보였을까?
결국, 이 공연은 리허설 중 다리를 다쳤다는 구실로 앉아서 공연했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연출이었던 것이다. '마이클이 다리를 다쳐서 앉아서 공연한대.' '마이클이 리허설 하다가 다리를 다쳐서 앉아서 공연을 했는데도 무대를 꽉 채우고 사람들이 열광하더군.' '단 두 번 한 발에 기대어 일어났을 뿐인데 그 순간 사람들은 자지러지더군.' 바로 이걸 노린 것이다.
마이클은 앉아있어도 무대의 제왕 마이클 잭슨임을 역설적으로 과시한 것이다. 무대(Stage)는 마이클의 고향이었다. 마이클은 무대 위에서 태어나, 무대 위에서 하늘나라로 갔다.
그 누구보다 화려한 풋워크를 자랑하고, 문워크로 세상을 평정한 마이클은, 항상 무대 위를 두 발로 뛰어다니고 폭발시키는 것만이 관중을 열광시키지 않음을 알았다. 음악은 음표 못지 않게 쉼표가 중요하며, 긴장의 최고조에는 항상 여백이 존재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알고 있었다.
Soul Train 공연에서 마이클은 무대를 휘젓지 않는다. 왕의 자리에 여유롭게 걸터앉아 한 발로 가볍게 리듬을 맞추며 특유의 미소 가득한 표정연기(아 이 미소가 너무 좋아서 내가 호모가 아닐까 의심해 본 적이 여러 번 있다..)와 손동작, 군무에서 상체의 가벼운 리드만으로 무대를 완벽하게 장악한다. (다만, 원곡에서 다소 믹싱을 거친 트랙인지라 몇 군데 가사배열이 원곡과 다른 부분에서 마이클이 조금 혼동되는 듯, 자연스럽게 손을 입에 가져가 입을 가리는 것이 보인다. 립싱크의 달인이지만 가끔 가사가 꼬이거나 할 때 마이클이 써먹는 꼼수랄까? )
쓰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 다음 링크는 화질, 음질이 가장 무난한 것을 골랐다. 다만 앞부분 마이클을 소개하는 부분이 잘려있어 좀 아쉬운데, 소개하는 부분도 오롯이 담겨있는 영상을 찾기는 했는데 아쉽게도 음향과의 싱크가 좀 맞지 않는다. 두 개 다 링크를 걸었다.
추가로, 마이클의 무대에서 Remember the Time 을 공연한 것은 위의 Soul Train 이 유일하며 라이브 음원은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데, 비공식으로 유출된 Dangerous Tour Rehearsal 에 Remember the Time 이 있어서, 애초에 Dangerous Tour 에 이것을 공연할 계획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공연에서 빠진 것이 좀 아쉽지만 개인적으로 추측하건대 원곡 Short Film 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려면 의상, 화장, 무대설비가 따로 갖추어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공연에서 빠른 시간 내에 이를 갖추어 공연하기 어렵다는 점과, 공연의 기승전결 구성에서 Remember the Time 을 끼워넣을 위치가 애매했다는 점 때문에 탈락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Dangerous Tour 와 HIStory Tour 에서는 절반 이상을 립싱크로 진행했기에 마이클의 라이브 음원이 귀하다는 아쉬움이 있어왔는데, Dangerous Tour Rehearsal 은 리허설로 굳이 관중을 신경쓸 필요 없이 100% 순수 라이브로 부르는 마이클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영상이다. Remember the Time 역시 100% 라이브인 유일한 트랙인데, 리허설인데도 워낙 잘 부르기도 하고 곡 후반의 '뜨르르르르랍 땁땁땁 뜨르르르르랍 따브답' 하는 비트박스를 라이브로 듣는 것은 정말 팬으로서 귀한 신나는 체험이다.
(마이클이 연주가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주문할 때 입으로 그 소리를 내서 알려주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그 단편이 사후앨범 Michael 에 실린 The Way You Love Me 첫부분에 전화통화음성으로 실려있다. 마이클의 빕빡실력을 뽐낸 것은 아마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Who Is It 사운드를 비트박스로 선보인 것이 시초였던 것 같다. (아예 이걸 오프닝으로 넣어서 편집한 Who Is It 믹스는 내가 좋아하는 버전이기도 하다.) 비트박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트랙은 HIStory Volume 2 앨범의 Tabloid Junkie )
(라이브 음원의 측면에서 This Is It 이 귀중한 것은, 거의 유일하게 Black or White 를 쌩 라이브로 부르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This Is It 을 영화관에서 보면서 Black or White 를 라이브로 부르는 것을 보면서 거의 울어버릴 뻔했다. 이전에 HIStory 투어 공연 일부 영상에서 라이브 음원을 표방하며 돌아다니는 영상이 있기는 했었는데, 이것은 립싱크 트랙과 뒤섞인 불완전한 트랙이었다. HIStory Tour Rehearsal 도 분명히 존재할텐데, 머지않아 꼭 유출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Remember the Time 의 리허설 영상은 아래에 링크하였다.
떠오르는대로 마구마구 쓰다보니 글의 구성도 이상하고 애초 생각보다도 넘 길어졌지만 어차피 이렇게 쓰려고 만든 게시판이라 대체로 만족한다. 내가 앞으로 다시 이 글을 볼 때 이 글을 쓸 당시의 기분을 언제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만났던 마이클을 함께 만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겠다.
|
첫댓글 너무 생생하고 귀중한 글을 읽게 되어 얼굴이 홍시처럼 달아오르는군요
님!!! 감사합니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생겨날 마이클 신생팬들이
이곳 문워키즈를 찾아와 팬심을 키울수 있게 이곳이 잘 보존되고 발전해 나가길
기원합니다
입이 떡벌어지는 해설,
그 가수에 그 팬이라는 말을 해도 괜찮을 듯.
넋놓고 읽었습니다.
99년에 공동팬클럽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써 정식 공연이 열리기전과 공연당일 너무나 많은 사항이 변경되어 제일기획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많은 고성이 오갔으며 소송까지 가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까지 찾아가는등 노력을 했지만, 결국엔 돈 문제로 무산되었습니다.
당시에 정말 힘들고 이런저런 일도 많이 있었고 군대가기전에 마지막으로 평생들을 욕을 다 들은 2~3개월이였고 변명할것도 많지만 그냥 당시 팬클럽 임원들도 너무나 많이 고생했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공동구매 진행하면서 학교도 근 2달을 제대로 다니지 못해 F학점만 3개 먹었습니다.
정말 그때당시를 회상하면 .................
더엇, 위에서 내가 저주한 사람들은 절대로 당시 팬클럽 대표들이 아닌, 제일기획 사람들임. 팬클럽 시삽 및 대표님들은 돈 버는 것도 아닌데 정말 수고들 많으셨지. 오해 없으시길~
오해의 소지 없게 표현을 고쳤슴~
제일기획 횡포중에 가장 열받는 것은 한국팬클럽이 있는 위치를 마이클에게 좌석 바뀌기 전으로 잘못 알려주었다는 거죠 -_-;;
귀중한 글 공유해 주셔서 감사해요~~~
긴 글이지만 귀에 쏙 쏙 들어옵니다 ㅎㅎ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런 글 진심으로 사랑합니다....저도 자루함 없이 한번에 귀에 쏙쏙 감사한 마음으로 없어갑니다.... 종종 올려 주세요~!^^;
뜨르르르르랍 땁땁땁 뜨르르르르랍 따브답
집에서 넉넉한 마음으로 길게 올려주신 글 정말 잘 읽어 보았습니다. 논문이라 하여도 부족함이 없는듯 합니다.
설명과 함께 영상을 보니 더욱더 감흥이 더합니다. 고맙고요 다음편도 기다립니다....
긴 글이지만 글 읽으면서 중간중간 마이클 목소리,행동들이 떠오르면서 아주 잘봤어요...
저는 테디가 소녀시대와 작업한 것 자체가 그냥 정말 행복했달까요...저도 데인저러스 앨범을 가장 좋아하거든요.
읽는내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