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포, 서울 편입’ 연내 입법 추진… 野, 찬반 안밝히고 여론 주시
[‘김포, 서울 편입’ 파장]
與, 몇 달 전부터 ‘메가시티’ 구상… ‘수도권 총선 전략’ 감추지 않아
고양-하남-구리 등도 편입 관심
野 “포퓰리즘 방식” 비판하면서도… “총선 앞 쉽게 반대하겠나” 촉각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에 대해 “지역민들의 여러 가지 전국적인 요구사항들을 정부(여당) 입장에서 응답하는 게 의무”라고 말했다. 뉴시스
“서울 경계 도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문제는 소위 ‘질러야’ 하는 사안이다. 논의부터 하면 아무것도 진행하지 못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31일 ‘메가시티 서울’ 구상이 수도권 총선 전략이라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로의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한 김포시를 포함해 서울에 인접한 하남 광명 구리 과천 성남 고양시 등 경계 도시의 지역구 의석 대부분을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서울 편입 기대감을 키워 내년 총선에서 반전을 꾀하겠다는 것. 서울 경계 도시의 의석수는 총 29석으로 민주당이 27석, 정의당이 1석, 국민의힘이 1석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이 유일하다.
국민의힘은 일단 김포시의 서울 편입부터 의원입법 형태로 연내에 발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입법은 관련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국회에서 의원입법 형태로 처리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국정 현안을 무책임하게 던졌다”면서도 이틀째 공식적인 찬반 반응을 내놓지 못하고 지역 여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 “지역번호 02 지역서 서울 편입 호응할 것”
윤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하남 광명시 등도 서울 편입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현재는 김포시가 우선”이라면서도 “다른 지역은 지역민들의 요구가 있을 때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 대해 “당 지도부에 수도권 전략이 없다는 비판이 많아 1호 전략을 선제적으로 띄운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포를 시발점으로 하남 광명 구리 과천 성남 고양시 등 다른 경계 도시에서 편입 여론이 불붙길 기대하고 있다. 김포시처럼 주민 여론이 서울 편입 요구로 기울면 내년도 총선에서 ‘서울 편입론’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당 관계자는 “서울과 생활권, 문화권이 사실상 같은 지역번호 02를 쓰는 지역에서 호응이 올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 편입이 확정되면 집값이 오를 수 있어 폭발력이 큰 이슈”라고 말했다. 과천 광명시 전체 지역과 고양 하남시 일부 지역이 지역번호 02를 쓴다. 이곳 8석 중 7석이 민주당 의석이다.
당 지도부에는 일부 지역이 서울 편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고양시 국민의힘 당협위원회는 서울 편입을 요구했다. 하남 당협위원회는 서울 편입 문제에 대한 주민 대상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구리 당협위원회와 광명 당협위원회도 여론조사를 검토하는 등 당 물밑부터 서울 편입 여론전에 시동을 걸고 있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열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수개월 전부터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이철규 전 사무총장이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중량급 인사를 투입해 주목도를 더욱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서울 민심은 고려하고 진행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 野 “검토 가능하지만 제안 방식 포퓰리즘”
국민의힘이 연내 특별법안 발의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총선 전에 특별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여당 주도로 관할구역 변경 관련 법안을 제출하면 김포시 주민들로부터 의견 수렴을 하는 과정을 거친 뒤 국회 상임위 등에서 법안 표결 절차를 진행한다. 169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김포시 편입 절차가 총선 전에 결론 나긴 어렵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솔직히 총선 전에 편입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면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내년 총선용임을 드러냈다.
야당은 “총선 대비용 지역 갈라치기”라고 비판하면서도 서울 편입 여론을 의식한 듯 공식 반대 입장은 내지 않았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KBS 인터뷰에서 “(김포의 서울 편입) 제안 자체는 검토해볼 만하다”면서도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안을 충분한 검토 없이, 구체적 안 없이 던졌다. 제안하는 방식이 뜬금없고 포퓰리즘 방식으로 지역갈등을 촉발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포 지역민들의 요구사항인데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 쉽게 반대한다는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김준일 기자, 조권형 기자, 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