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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바보]
하우스 메이트 - 부제 : 계약조건
"뭐라고요?"
"못 알아 들었어?"
"여기엔 분명히 하우스 메이트를 구한다고 써있잖아요."
"그거나, 이거나. 마찬가지잖아. 말 엄청 많네. 아 시끄러워."
갓 24살.
집안사정으로 대학까지 휴학하고, 난 아르바이트를 하고 버텼지만.
집세도 밀린채, 길바닥에 주저앉았어.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생각에 주저앉아 있던 순간, 내 앞에 전단지가 하나 눈에 들어섰지.
그건 바로 하우스메이트.
집세, 생활비, 전부 공짜.
거기다가 방까지 내어준다는 아주 좋은 조건. 하지만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남자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지.
"가정부라니요."
"밥,청소,빨래. 니가 해야 할 일은 그것 밖에 없어. 쉽잖아.
어떤 미친새끼들 처럼 일주일에 몇번씩 관계를 갖자는 것도 아니고, 내가 생활비 주면 그걸로 밥하면 되고.
내가 보기엔 아주 좋은 계약조건같은데."
"하지만 분명 하우스 메이트를 구한다고 했잖아요.
처음부터 가정부를 구한다고 했으면 이런 일 없었잖아요."
"가정부 구한다고 하면 아줌마들이 달려든다고. 나는 엄마 뻘 되는 사람과는 세대차이느껴서 못 살아.
아, 그리고 싫으면 나가도 좋아. 나랑 같이 살겠다는 여자들은 아마 널리고 널렸을테니까."
"나원,참."
하우스메이트의 주인공.
180쯤 되어보이는 큰 키, 하얗고 고운 얼굴. 살며시 들어가는 보조개까지.
그래.
이 남자의 말처럼, 이 남자와 같이 살겠다는 여자들은 아마 널리고 널렸을테지-....
"알았어요. 대신 진짜 약속해요. 절대 관계를 갖자고 하지 않겠다고."
"어이,꼬맹이. 나도 눈이 있는 사람이거든. 너 같은 어린애랑 같이 자고 싶은 마음 없으니까 마음 놓으라고."
부글부글.
나와 동갑인 이 남자의 이름은 유성하.
키가 작다는 이유로 나를 꼬맹이라고 말하는 이 녀석
.
당장 박 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내 마음이 끌린 것은 아주 예쁘게 꾸며진 방이 눈에 들어섰기 때문이지.
여자가 살았던 것 같은 방은, 그 어떤 하우스메이트라고 해도 꿀리지 않을 것 같았거든.
그래서 나는, 이 천방지축 왕 싸가지와 하우스메이트를 시작하려고 해.
"그래. 잘 지내보자. 동갑이니까, 나도 말 놓는다."
"그러던지. 아참, 계약서에 빼먹은게 있다. 니가 받아적어라.
'갑'과'을',한마디로 '갑'은 '을'을, '을'은 '갑'을 절대 사랑하지 말것. 명심해. 마지막 계약조건이다. 어길시엔 무조건
퇴장."
"어쭈. 걱정놓으시죠, 유성하씨."
"오케이"
유성하, 이자식. 처음부터 느꼈지만 완전 개싸가지였다. 개싸가지.
그리고 한마디만 더 하겠는데,
마지막 계약조건을 어길 일은 절대 없을꺼야. 너처럼 개싸가지를 좋아한다는 건, 완전 미친거니까.
[사랑하는바보] 하우스 메이트 , 천방지축. 이 둘의 지긋지긋한 동거가 시작된다. START .
part 1 - 첫번째, 너를 알아가기.
성하의 일과는 늘 똑같아.
아침 아홉시에 수업을 듣기위해 나가고, 다섯시 쯤에 집으로 들어와.
곧 대학 졸업을 앞두기 때문인걸까, 집에 들어와서 매일 공부를 하는 성하는 겉 모습과 달리 속은 말짱하더라고.
대신 나는 여덟시부터 일어나서,
성하의 계약조건에 따라서 아침밥을 차려야 하고, 저녁밥도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늘 우리의 아침식사와, 저녁식사는 전쟁이야.
"이게뭐야!!!!!!!"
"내가뭐!!"
"조기가 덜 익었잖아. 그리고 된장찌개는 왜 이렇게 짜 ? 젠장-...."
"그냥 먹어. 해주는게 어딘데?"
"너 자꾸 그러면 쫓겨날 줄 알아."
"잘못했어."
"그럴것이지."
반찬투정에 최고인 이녀석.
나름대로의 멋진 음식솜씨를 자랑하는 나를 매일 핀잔 주기 일쑤였고,그런 이유 때문인걸까.
우리는 일주일만에 미운정이 들어가기 시작했어. 정, 그중에 제일 무서운 미운 정.
"룰루 랄라, 오늘은 어디를 치울까요? 욕실, 침실, 거실. 전부 다 ♪"
성하가 없는 집안.
나는 계약조건에 따라서 일주일에 세번하는 청소를 하기 시작했어.
설거지 부터 시작해서, 집안을 쓸고 딱고. 막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면서, 베란다에서 커피를 한잔 마실 때 쯤.
성하가 집안으로 들어섰어.
"우당탕"
"성하야!"
"이게뭐야!!!!!"
"왜그래?"
내가 막 거실로 나가는 순간, 성하는 내가 깜빡잊고 바닥에 내려놓은 걸레에 미끄러 넘어지고 말았어.
푸하하, 내가 웃음을 터트렸어.
성하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걸레를 홱 집어 던지고 말았지.
"야!"
"청소를 하랬지, 사람 잡으라고 했냐!!!!!!"
"소리지르지마. 내기 일부러 그랬냐?"
"엉망진창이야,젠장."
"미안.미안."
"처음부터 그럴 것이지. 나가자. "
"왜?"
"나가자면 나가지, 말이 많냐?"
서둘러서 옷을 갈아입는 성하 때문에 난 아무것도 모른채 성하를 따라서 밖으로 나섰어.
한참을 말없이 걷다가 들어선 호프집이었지.
거기엔 성하 또래의 남자들이 엄청 많았어. 내가 멍하니 서있자, 성하가 나를 질질 끌어서 자기 옆에 앉히더라고.
"오우, 유성하. 누구냐?"
"그냥. 됐고, 술이나 마시자."
"웬일로 여자를 데리고 왔어? 여자친구구나. 푸하, 축하한다. 형수님, 한잔 받으세요."
"네? 그런거 아닌데"
아무것도 모르는 성하의 친구들이 나를 형수님이라고 놀렸지만,
성하는 아무런 말 없이 술만 마시기 시작했어. 이녀석, 지금 뭐하자는 거야. 날 여기에 왜 데리고 온거야.
성하에게도 친구가 있긴 있구나.
나는 의외로 친구가 많은 성하를 이상한 듯 바라봤지만, 녀석은 아무런 말없이 술만 마실 뿐이었지.
"성하야. 그만 마셔."
"신경꺼라, 잔소리쟁이야."
"아, 마시던지. 너 집까지 데리고 가려면 내가 더 힘드니까 그렇지."
"오오~~둘이 동거까지 해?"
"아니라니까, 새끼야."
계속 장난을 치던 친구가 또 한번 입을 놀리는 순간, 성하가 순간 정색을 하고 일어났어.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앉아있을 뿐.
성하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들어오질 않는거야. 이거뭐야. 난 어쩌라는 거야.
앉아있다가 걱정이되서 막 일어서는 순간이었어.
"정진소씨?"
"네?"
"성하가 술에 취해서 그러는데. 집이 어디죠? 밖에서 계속 담배만 피다가 완전 쓰러졌어요."
"네.성하 괜찮아요? 얼마나 마신거에요? 저 쪽 골목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모르겠네요. 오늘은 웬일인지, 계속 술 마시더니. 결국엔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지만.
녀석이 워낙 고집이 쎄서, 못 말리거든요."
"아-....."
말없이 성하의 곁에서 성하와 술잔을 기울이던 성하의 친구였어.
나는 성하를 부축하는 그 친구를 보면서 새삼 부럽기 시작했어.
좋은 친구가 있는 성하가, 그리고 성하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그 친구가. 도대체 왜 부러웠을까? 하하.
"녀석, 겉으로 강해보이고. 싸가지없지만. 하하. 그래도 속은 엄청 여린녀석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에요. 제가 뭘-...하하"
"정말-...많이 닮았네요."
"네?"
" 아니에요. 다 왔네요."
골목으로 들어서자 바로 집이 나왔어.
대충 집을 알고 있던 그 남자가 집 앞 까지 성하를 데려다줬어.
웃으면서 돌아서던 그남자가 돌아서서 말하더라고.
'저는 윤하원이에요. 다음에 또 뵈요.' 이렇게 말이야.
자꾸 남자가 했던 말이 귀에 거슬렸지만, 나는 무거운 성하를 들고 집까지 데리고 들어오느라 힘을 다 뺀 바람에
잊어버리고 말았어.
"물"
"아-..진짜 귀찮아, 유성하."
나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서, 성하에게 가져다줬어.
녀석은 굴꺽꿀꺽, 목이 말랐나. 물 한잔을 다 비우더라고. 피곤한 듯 충혈된 눈으로 날 바라보는 성하가 슬퍼보였어.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에 내가 한걸음 물러났어.
"이렇게 못된 나랑 왜 같이 살려고 결심했냐?"
"니가 뭐가 못됐다고 그래."
"너 처음에 나 엄청 못됐다고 생각했잖아. 안 그러냐?"
"................"
"언제든지 나가도 좋아. 내가 싫다면 언제든지 나가도 좋다. 대신 나가려면 하루 빨 리 나가."
"아니. 난 니가 나를 밖으로 밀어내지 않는다면, 절대 나가지 않아."
슬픈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면서 언제든지 나가도 좋다는 이녀석,
웬지 끝까지 곁에 있어주고 싶었어.
그냥. 너무 슬퍼보여서.
그냥. 내가 떠나면, 혼자 외톨이가 될 것 같은 생각에. 그래. 나는 녀석을 동정하고 있는거야, 그런거야.
"난 널 보고 있으면, 너무 힘든데."
성하의 혼잣말 섞인 말에, 내가 그대로 멈춰섰어.
하지만 나는 잠이 든 녀석을 바라보다가, 담요를 꺼내서 녀석에게 덮어줬지.
아프지마.
그리고 다시는 그렇게 슬픈 눈으로 날 바라보지마. 마음 약한 나라서, 꼭 안아주고 싶었잖아. 성하야.
"잘자,유성하."
part 2 - 두번째, 우리사이는 ?
"일어났어?"
"으응. 아, 머리가 깨질 것 같애. 헤이, 꼬맹이. 꿀 물."
"그러죠."
"웬일이냐, 말도 고분고분 잘 듣고."
아침부터 일어나서, 인상을 찌푸리는 성하.
나는 꿀 물을 타서, 녀석에게 건냈어. 성하는 짜증 한번 내지 않고, 내가 꿀 물을 건내는게 이상했던지.
계속 나를 바라보지만, 어제 느낀건데 성하에겐 누군가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상처가 있는 것 같았어.
그래서 그런거야, 지금은.
"아,수업늦었다."
"아저씨. 오늘은 쉬는날, 한마디로. 수업이 없는 날 이거든요?"
"아-맞다.맞아. 뭐야. 괜히 일찍 일어나서, 잠 다 깼잖아."
"티비나 보고 놀아."
"안심심하냐? 나가자."
"내가 너랑 왜? 계약조건엔 데이트 하는 건 없는데."
"야! 내가 언제 데이트하쟤? 마트가서 장 봐 ! 장이나 보자 !"
"나혼자 가도 되."
"시끄러!!!!! 준비하고 나와."
오늘따라 괜시리 밖으로 나가자는 성하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옷을 챙겨입고 나왔어.
캡모자를 하나 눌러쓰고,
나를 기다리고 서있는 성하를 보고 느꼈어. 우린 지금 도대체 무슨 사이일까 ?
친구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동거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더군다나 좋아하는 사이도 아니고.
한마디로 참 복잡한 사이같아. 그렇지, 성하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 그거 끌고 오라니까."
"이기주의. 무한 이기주의. 완전 박명수야."
"어디다 대고 비교하냐, 확 그냥."
"쳇"
카트를 끌면서 내가 성하를 졸졸 따라다니지, 10분째.
우리의 카트 안에는 온통 군것질거리로 가득해.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바라보지만, 성하는 카트에
콜라를 넣고, 그 순간 결국엔 나는 폭팔해버렸지.
"진짜 뭐야!!!!! 장 보러 오자면서, 고르는게 그깟 과자랑 음류수 뿐이야?"
"왜 소리를 지르냐, 넌 참 시끄럽다."
"유성하!!!!!!!"
"헤이, 꼬맹이. 니가 돈 내냐? 내 돈 내고 내가 먹겠다는 건데 왜 이러실까?
마누라처럼 꼬박 꼬박 참견할래? 하하"
"아, 짜증나. 그럼 니가 끌고, 니가 혼자 장 보고 와 !!!! "
"정진소!"
내가 막 돌아서서 한걸음 땐 순간, 내 눈 앞에 누군가가 서있어.
고개를 천천히 들어서 얼굴을 보자 참 예쁜 여자였어.
눈도, 코도, 입도. 아니. 전부 다, 그 어떤 연예인에게 비교도 되지 않게 예쁘고 고운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내가 아닌 성하를 바라보고 서있었어.
성하의 짜증섞인 목소리가 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어. ' 아,씨발.' 이라는 작은 욕설까지도.
"성하야-...."
"야. 정진소. 같이 가자. 니가 먹자는 거 먹을테니까, 니가 카트 끌고 와."
그여자는 성하를 알고 있는 듯.
한걸음 성하에게 다가갔지만, 성하는 나와 그 여자를 스쳐서 지나쳐갔어.
순간 굳어버린 여자가, 정신을 차렸는지 빠르게 달려가서 성하를 잡아세웠어. 나는 멀뚱 멀뚱, 서있을 뿐.
"성하야. 오랜만이야. 잘지냈니?"
"이거 놔, 유인영."
"성하야-....."
"그렇게 떠나놓고, 이제 와서 왜 나타났냐 ? 그리고, 잘지냈냐고? 하하"
"내 얘기 들어봐. 그때는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유학이라는 욕심이 너무 생겨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그러니까"
"어쩔수없었다는 그 이유로, 아니. 그딴 핑계로 도대체 뭘 원하는건데? 유인영. 그냥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나 지금 너 보고 있기 엄청 힘들거든 ? 아, 씨발. "
성하는 거칠게 여자가 잡고 있던 손목을 풀어버리고, 나를 보고 빨리 오라는 말 만 전하고 그대로
마트를 빠져나갔어.
그때, 그제서야 그 여자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해졌어. 도대체 이 상황, 뭘까?
"성하랑, 무슨사이죠?"
"네?"
"성하랑 어떤 사이냐고요. 혹시, 사귀는 사이에요?"
"아니-....그런 거 아닌데요."
"그럼요?"
"네-.....네, 전 그냥. 하-......."
할말이없었어.
그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성하와 무슨사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라서 한참을 그냥 멍하니 서있었어. 여자도 그렇게 나를 보고 서있었어.
"내 여자친구다, 왜?"
화들짝 놀라서 내가 고개를 들었어.
거기엔 성하가 서있었어. 잔뜩 화가 난 표정을 하고선, 성하가 그여자를 노려보고 있었어.
나는 입이 얼어버린 듯, 아무말도 하지 않고 서있었지.
"성하야-... 너 어떻게?"
"이제와서 니가 무슨상관이야? 왜? 후회되냐?"
"성하야-... 그러지마. 그런 표정 짖지마. 우리 행복했었잖아. 응?"
"한번만 더 지껄이면, 진짜 가만안둔다. 진소야. 빨리 나와."
당당한 그 여자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어.
나와 성하의 사이에 갑자기 끼어 든 이 여자, 도대체 뭐지?
아니. 끼어들었다는 표현이 조금 우스운걸까?
그 여자의 말투는 아무래도 내가 성하와 자기의 사이에 끼어들었다는 듯 했어. 유인영, 이 여자의 출연. 도대체 뭘까?
part 3 - 세번째,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뭘까?
"같이가."
"내가 그러니까 빨리 나오라고 했잖아."
"성하야"
"뭐 물어보려고 하지? 물어보지마. 대답못해준다."
"응"
아까 성하가 했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지만,
난 더이상 아무런 말도 꺼낼 수 가 없었어. 술에 취해서 들어오던 그날처럼, 성하의 표정이 너무 슬펐기 때문이야.
계산을 마치고 나왔을 때, 성하는 연달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어.
바닥에 널려있는 담배가 족히 다섯개쯤은 되어 보였지. 나는 낑낑 - 거리면서 봉지를 들고 녀석을 따라가고 있었어.
순간 녀석이 멈춰섰어.
나도 자연스럽게 녀석을 따라서 멈춰섰지. 훽 - 뒤를 돌아보더니, 두 손 가득 들려져 있던 봉지를 가져가는 녀석.
"오오~유성하, 너도 꼴에 남자라고 매너있구나."
"난 박명수가 아니니까."
"하하- 또 소심하게, 그런거 잊지도 않고 기억하고 있냐? 장난이었는데"
"소심하다니!!!!!"
"너 에이형이지? 그치? 딱 봐도 눈에 보이거든."
"확 다 집어던지기 전에, 입에 자물쇠 달아놓기 전에. 입 닫고 따라와라, 응?"
아 저 녀석, 말하는 것 좀 봐. 마음에 안들어, 진짜.
때릴 수도 없고.
궁시렁 대면서 도착 한 집, 성하는 들어서자 마자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어.
"베란다에 나가서 피면 안되? 나 간접흡연으로 일찍 죽고 싶지 않거든?"
"완전 잔소리쟁이. 짜증나 진짜. 니가 내 마누라냐?"
"하우스메이트."
"정진소"
"난 니 하우스메이트야. 나도 알고 있어."
난 그대로 방으로 들어섰어.
녀석에겐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아닌게 당연한데.
왜 녀석이 건내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느새 내 가슴속에 박히고 박혀있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어.
더러운 기분이 그저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 보는데 방문이 열렸어.
"왜그러냐? 니가 더 소심하잖아. 니가 에이형이냐."
"나가."
"맥주마시자."
"그럴 기분 아니거든."
"나와. 까불지말고, 꼬맹아."
늘 자기멋대로, 이기주의 유성하.
나는 어쩔 수 없이 녀석을 따라서 거실로 나왔어.
맥주를 어느새 마시고 있는 성하를 보고, 나도 캔 맥주를 한모금 마셨어. 가만히 앉아서 말 없이 맥주를 한 캔 쯤
비웠을까?
"아까 봤던 그여자, 어떠냐?"
"물어보면 대답도 안 해줄것 같았으면서. 왜 갑자기 니가 물어봐? 맥주에 벌써 취했냐?"
"졸라게 사랑했었다.
대학 동기로 만나서, 연애하다가. 그애 집안 사정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거를 시작했다.
1년을 같이 살면서, 정말 난 행복했었다. 너무 너무 행복했고, 내가 이 여자를 평생 책임지겠다고 생각도 했었어.
그러던 어느날, 그애가 변하기 시작했어. 집에도 자주 들어오지 않고, 퍽 하면 술에 취해서 들어오고.
그러던 어느날 그러더라고. 헤어지자고.
돈 많은 우리학교 과 선배랑 사귀기로 했다고. 같이 유학을 가기로 했다고. 놓아달라고. 하하"
조금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의 성하의 목소리가 떨려오기 시작했어.
나는 성하의 곁으로 다가가 녀석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았어.
힘들어하는 녀석의 눈을 보고 있으면 내가 더 펑펑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거든.
"성하야. 힘들면, 얘기하지 않아도 좋아. 그러니까"
"아니. 하고싶어. 위로받고 싶어. 너한테 기대고 싶어 !!!!!!!!!
그래서 보내줬다. 자존심 더럽게 상했고, 그애 떠나보내고 매일 술로 밤을 지샜지만 그런대로 견딜 수 있었어.
그딴 년 없이도 난 살 수 있었고, 지금도 살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났네, 씨발. 하하. "
"미련이-......남은거니?"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순간 완전 바보 멍청이가 된 기분이야."
한동안 말이 없던 성하의 어깨가 조심스럽게 떨려왔어.
내 어깨가 촉촉히 젖어가기 시작했어. 아마도 녀석의 투명한 무언가 때문이겠지?
성하야.있잖아,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물어보면 안되겠지. 그렇겠지. 안되는거니까.
"일어나. 밥먹어,유성하!!!!!!!!"
우리의 일상은 변함없지.
늘 아침부터 성하의 밥을 챙겨주는 내가 있고, 늘 아침부터 밥상머리에서 투정하는 성하가 있고.
방청소를 하고 요즘 하고 있는 영어번역 알바로 그런대로 성하없는 시간에 돈을 벌고 있고.
오늘도 변함없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어.
- 띵동
"성하야?"
문을 활짝 열자, 보이는 사람은 성하의 친구였어.
성하가 잔뜩 술에 취해서 같이 집에 들어온 날, 아마 한달 전 쯤이었을껄.
그때 나에게 인사를 건내면서 다음에 또 만나자던 그남자, 이름이 뭐였더라. 그래 윤하원이었어.
"성하 없네요. 들어가도 되요?"
"네? 들어오세요. 그리고 성하랑 친구면, 저랑도 동갑이니까 말 놔요."
"그럴까? 성하가 지금 있을 줄 알고, 맥주 사들고 왔는데. 이거 어쩌지."
"성하가 오늘은 좀 늦나봐. 뭐, 나랑 같이 마시자."
성하의 친구는 성하와 다르게 아주 착했어.
싱글싱글 웃는게, 너무 이뻐서 나도 괜시리 마음이 놓여지더라고.
하원이와 같이 맥주를 둘이서 다섯캔 쯤 비웠을까. 취기가 그제서야 올라 온 우리 두사람의 얼굴이 아주 빨갛게
달아올랐지.
"아참. 근데 내가 진짜 궁굼했는데, 물어봐도 되?"
"뭔데?뭔데ㅇ_ㅇ"
"니가 저~~번에 했던 말인데, 기억할까? 니가 그랬잖아. 내가 누구랑 많이 닮았다고."
"그게 궁굼해? 알고싶어? 그럼 하나만 말해줄래."
"뭔데?"
"너 성하, 좋아하는 거. 아니지?"
"................... 좋아하다니. 우린 단지 하.우.스.메.이.트. 일 뿐이야."
하원아. 사실 말이야, 나도 겁나.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혹시나 내가 성하를 좋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닐까.
늘 걱정이 돼. 우리의 계약조건, 마지막 사항. 난 아직도 잊지 않았거든. 잊을 수 없거든.
나 진짜 미쳐버린걸까?
내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원이가 하하 웃으면서 내 머리를 헝크러트렸어.
"심각하긴. 그럼 말해줄게.
성하가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있어. 인영이가 성하 배신하고 떠났지만."
"그여자-...너도 알아?"
"너 인영이 만났었어? 걔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그럼 알겠네. 얼굴 봤으면. 너랑 인영이, 참 많이 닮았어. 성하 녀석이 늘 술 마시면 그 얘기하더라고.
그리고 그 날, 한달전에 술집말이야. 내가 너 좀 보자고 데리고 나오라고 했었어."
"나랑 유인영이란 여자랑 닮았다고? 하하-.. 말도 안돼. 그 여자 엄청이쁘던데."
"정말이야. 참 많이 닮았어."
"니 둘, 다정하게 술이 떡이 되게 마시면서 무슨 수다를 그렇게 떠냐?"
하원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성하의 목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어.
피식- 웃음을 터트리는 성하와 성하를 반기는 하원이, 하지만 난 그대로 굳어버렸어.
이상하지. 정말 이상하지, 성하야. 나 겁이나. 왜 겁이나는지 내가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 그 이유는.
"정진소. 많이 취했다. 방에 들어가자."
막 나를 일으켜 세우는 성하의 스킨향기가 내 코 끝을 스치고 지나갔어.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내가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어.
녀석은 또 다시, 시원스러운 웃음을 터트리고는 나를 일으켜 세웠지. 어느새 술에 취한 하원이는 잠이 들었어.
막 내 방, 침대에 나를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는 성하가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내가 성하의 손을 잡았어.
"성하야."
"하하-.. 얘가 진짜 오늘 왜 이러냐? 술 많이 마셨냐?"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뭔데? 헛소리하면 죽는다."
"흔들렸니?"
"무슨소리하는거냐?"
"흔들렸어..........ㄴ.....보면서"
"무슨 소린지 진짜 못 알아 먹겠다. 내일 얘기하자."
그래. 그런거였어.
나는 사실 너와 헤어질까, 그게 겁이났던거야. 너를 사랑해버리는 순간, 그건 우리에겐 이별이니까.
너를 사랑해버리면, 그 순간 계약조건을 어기게 되는거잖아.
그래서 그런거였다.
그런데 궁굼해. 혹시 흔들렸니. 나를 보면서, 그 여자가 떠올라서 순간 흔들렸었니 ?
아니면 지금 그 여자가 떠올라서 흔들리고 있는거니 ?
근데 어쩌니?
나 아무래도 벌써 우리 계약조건, 어긴 것 같은데. 지금 내가 너에게 느끼는 감정, 이거 아무래도 사랑인 것 같아.
part 4 - 사랑하는 순간, 이별이다.
"병신. 그러니까 웬 술을 그렇게 쳐먹고 지랄이냐."
"시끄러워."
"자, 마셔."
아침부터 일어나지 못하고, 결국엔 아침밥도 못 차려줬는데.
성하는 웃으면서 나에게 꿀 물을 건냈어.
조금 의아했지만, 성하의 보기드문 친절에 나는 넙쭉 꿀 물을 받아먹었지 .
"근데 어제 나한테 뭐 물어볼꺼 있다고 하지 않았냐?"
"내가 언제?"
"기억도 안나냐. 됐다, 됐어. 난 학교간다. 청소 열심히 하고, 저녁은 맛있는 걸로 준비해. 안 그럼 진짜 죽어."
후다닥, 토스트를 하나 챙겨들고 밖으로 나가는 성하를 보고 가만히 서있었어.
성하야.
나 있잖아, 너랑 헤어지기 싫어. 그래서 말 하지 않을래.
차라리 계속 숨기고 또 숨기면서, 너 사랑하지 않는 척 하면서 니 곁을 지킬래. 그게 더 편할 것 같애.
너를 볼 수 없다는 건, 지금 생각만해도 아주 끔찍한 일이잖아. 우리 절대 헤어지지말자.
"네. 정말요? 감사해요.
알바비는 통장으로 입금 시키셨다고요? 네, 다음편도 번역 부탁한다고요 ? 감사해요."
영어번역알바의 수입이 꽤 좋은 편이라서, 벌써 통장에 돈이 모아졌어.
부모님께 생활비도 보태고, 몇달만 더 노력하면 대학도 다시 다닐 수 있겠어.
일이 술 술, 풀리니까 청소를 해볼까.
막 일어나서 청소기 스위치를 올렸을까. 그때, 초인종소리가 울렸어.
"성하.....가 지금 올 시간이 아닌데. 누구세요?"
세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성하가 오지 않을 시간.
내가 문을 열었을 땐, 아주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어. 아니, 불청객이었지.
유인영, 그여자가 서있었어.
"동거하는 건가요?"
"무슨일이죠? 성하 없는데."
"없은 거 알고 온거에요.
그래야지 문 열어주기가 더 쉬울테니까. 변한 건 없네요. 여기에서 계속 살고 있을 줄 몰랐는데.
아마도 성하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나봐요."
들어오라는 말도 없는데, 무작정 집안으로 들어서는 유인영이었어.
막 내 방으로 들어 선 그여자의 미간이 좁혀졌어.
아무래도 자기가 살던 방에, 내가 있는게 불쾌했던 모양이지만. 난 여기, 그러니까 성하와 나의 집에 당신이라는
불청객이 더 불쾌했어.
"술 있어요? 갑자기 짜증이 밀려오면서, 맥주가 마시고 싶은데."
"어제 먹다 남은 맥주 있을꺼에요."
"성하가 잘 해줘요 ? 녀석이 워낙 무뚝뚝하고 소심해서, 힘들텐데."
"............"
"정진소씨죠? 성하랑 만난지 얼마나 되셨어요? 깊은 관계인가?"
"보면 모르시겠어요? 동거까지 한다면, 깊은 관계겠죠. 궁굼한거 있으면 성하 곧 올테니까, 직접 물어봐요."
"훗. 날 속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난 믿지 않아요.
성하가 나를 두고 다른여자와 동거를 할 정도로 바닥은 아니니까."
나는 맥주와 땅콩만 인영에게 건내고, 방안으로 들어와버렸어.
짜증이 밀려오면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이유가 뭘까?
그래. 난 아마 그 순간 느꼈나봐.
저 여자한테 나는 이길 수가 없다고. 저 여자한테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성하가 그토록 사랑했던 여자니까.
한시간 쯤 흘렀을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 아마도 성하가 왔겠지. 성하야,제발.
"니가 여기에 왜 있는거냐. 진소야. 니가 문 열어준거야!!"
"자기야. 내 말 부터 들어.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 응?"
"유인영. 내가 그 입, 저번에 다물라고 했을텐데."
"내가 이렇게 무릎꿇고 빌을게. 내가 2년동안 너한테 몹쓸 짓 했다면, 니가 4년으로 갚아도 되.
그래도 용서가 안되면 10년이라도 좋아. 그러니까 나 이렇게 버리지마. 내가 돌아왔잖아. 다시 니 곁으로 가고 싶어."
"뻔뻔하다,진짜."
우리가 오랜시간 같이 살지는 못했지만 난 느낄 수 있어.
순간 순간 떨려오는 성하의 목소리, 그리고 흔들리는 말투까지.
나는 방문에 기대어 성하와 인영이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어. 내가 끼어들 틈이 없잖아, 두사람 사이에.
"미안해. 너무 미안해.
가난하고 돈 없는 우리집도 싫었고, 그래서 돈 많은 기훈오빠 따라간 건 사실이야.
하지만 니가 싫어져서 떠난게 아니였어. 공부도 하고 싶은데 돈은 없었고, 그런데 갑자기 오빠가 유학을 제의했어.
난 흔들릴 수 밖에 없었어. 그래서 너도 기다려줄꺼라고 믿었다고!!!!"
"그럼 말하지!!!!! 처음부터 말하지 그랬어. 기다려달라고. 그러면 내가 1년이든,5년이든. 10년이든 못 기달렸겠어!!!"
"자신이 없었어.
니가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하면, 난 진짜 미칠 것 같았어.
그래서-.......흐흑. 제발 성하야."
"피곤해. 너 지금 술 취했으니까, 내일. 내일 얘기하자."
"나, 니 옆에서 자도 되? 내 방은, 이미 다른 여자가 쓰고 있잖아. "
"그래. 내 침대에서 자."
이미 얼마인지 모를만큼에 눈물이 흘러내려서, 촉촉히 내 두 뺨을 적시고 있었지.
기도하고 또 기도했어.
성하가 아주 잔인하게 그 여자를 밀어내기를, 그여자에게 흔들리지 않기를.
하지만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었던 걸까.
겨우 겨우 버티고 있던 성하는, 결국 인영의 눈물 어린 호소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더라고. 역시, 난 안되겠지.
성하와 인영, 두사람 사이에 낄 틈 조차도. 나한텐 없는 거겠지.
"미안하다. 갑자기 인영이가 찾아와서 불편하게 한 거."
"괜찮아. 계약조건에 누군가를 집에 데려오지 말라는 조건은 없었으니까."
"곧 인영이 데리고 나갈게. 진짜 미안하다."
"괜찮다니까? 뭐가 미안해? 우리가 무슨사이라고? 신경쓰지마. 난 괜찮으니까."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화장실 앞에서 나눈 우리의 대화였지.
미안하다면서 계속 안절부절 못하는 성하가 미워서, 차갑게 말을 건내고 방안으로 들어왔어.
안되겠어.
나 이제 더이상 견딜 수가 없겠어. 애써 사랑하지 않는 척 하면서 니 곁을 지키고 싶었는데 안되겠어.
나 그여자랑 너랑, 하하 호호. 웃는 꼴, 곁에서 지켜 볼 자신은 없어, 성하야.
"응. 진짜 미안한데, 부탁하자 지영아."
"괜찮아. 니가 오면 내가 더 좋지. 걱정말고, 당장 우리집으로 와. 너 처음에 하우스메이트 한다고 했을때.
얼마나 걱정했는데. 별 미친 놈 만나서, 고생한 건 아닌가 했다고. 오늘 당장 와. 알았지?"
"응. 진짜 고맙다."
왜 처음부터 지영이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처음부터 지영이 자취방에서 지냈다면, 내가 하우스메이트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성하를 만나서, 이렇게 내가 가슴아플 일도. 눈물흘릴 일도. 없었을텐데.
성하와 인영이 나간 빈 집, 나는 조용히 성하에게 해 줄, 마지막 저녁식사를 준비했어.
거실부터 시작해서, 방청소. 욕실청소. 주방청소. 베란다까지. 전부 청소를 마쳤지.
하하. 이게 집 떠나는 사람의 심정일까?
- 띵동.
막 찌개가 끓어서 식탁 위에 내려놓는 순간이었어.
초인종이 울렸지. 성하가 왔나봐. 우리의 마지막 날이 찾아온거야.
문을 열자, 성하가 들어섰어. 하원이에게 얼핏 들어서 준비한 건데. 성하가 좋아한다는 꽃게탕.
"이게 무슨 냄새야? 오늘 저녁메뉴. 꽃게탕이야? 최고다."
"응. 어제 아침도 못 해주고, 미안해서 마지막으로 준비했어."
"마지막이라니? 아무튼 우선 밥 부터 먹자. 나 진짜 꽃게탕 엄 ~~ 청 좋아하는데."
성하는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었어.
그래. 이렇게 우리의 마지막 날, 웃으면서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
꽃게를 벌써 여섯개 째, 해치운 성하를 보면서 내가 웃음을 터트렸어.
"야. 진짜 맛있다. 처음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맛있게 요리를 했으면 진짜 너 이뻐했을꺼다, 하하."
"그렇겠지."
"그런데 넌 왜 이렇게 못먹냐? 자. 이거 먹어."
게 살을 발라서 내 밥 위에 올려놓는 성하를 보는데, 주책맞게 목이 매였어.
처음부터 니가 이렇게 잘해줬으면 좋았을꺼라는 생각, 버린지 오래야.
만약에 그랬다면 난 너에게서 정말 벗어날 수 없었을테니까. 고맙게 생각해. 나한테 늘 쌀쌀 맞았던 건.
"성하야."
"왜?"
"아프지마. 술 많이 먹지말고. 꿀 은, 주방 서랍장 첫번째에 있으니까, 타 먹어. 아니다, 누군가가 해줄테니까."
"쌩뚱맞게, 웬 헛소리냐."
밥을 다 먹은 성하가 식탁 위에 숟가락을 내려놓았어.
나는 내려놓기 무섭게 입을 열었어.
밥 다 먹고 얘기하는게, 만약에 니가 조금 나와의 이별이 섭섭하다면 채하지는 않을테니까 말이야.
"나 여기서 나갈게."
"정진소."
"미안. 하하! 친구가 같이 지내자고 오늘 연락이 왔어.
사실 두 달 동안 지내면서, 하우스메이트로 완전 가정부로 지냈지만 눈치 보이긴 했어.
생활비 한 푼, 안내는게 조금 눈치가 보이긴 했어."
"무슨소리 하는 거냐,너."
"나갈려면 하루 빨리 나가라고 했던 니 말, 기억해.
그런데 니가 밀어내면 나가려고 했는데. 하하. 어떻하냐. 친구가 같이 살자고 하는데. 언제까지 우리가 계속
같이 갈 수는 없잖아. 나름대로 난 하루빨리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
"진심이냐."
애써 고개를 숙이면서, 눈물을 참고 있는 나에게 니가 물었어.
진심이냐고.
진심같니? 너를 너무 사랑해서, 널 더 사랑하게 되면 상처받는 건 순전히 나일테니까.
그래서 겁이나서 도망가는건데, 진심인 것 같아?
"마지막 저녁식사,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잘지냈으면 좋겠어."
나는 막 일어났어.
성하가 미쳐 보지못했던 짐가방을 챙겨들었어.
녀석이 나를 따라서 일어섰어. 내가 현관으로 나설 때, 녀석이 나를 막아세웠어.
나 더이상 거짓말 할 힘도, 눈물참을 자신도 없어. 제발 잡지마, 성하야.
"거짓말하지마."
"성하야."
"내가 너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너 거짓말하면 눈동자도, 손가락도. 발가락까지도. 안절부절못해."
"하하. 이상황에 농담이 나와?"
"말해. 딴대로 말 빙빙 돌리지말고, 말하란말이야!!!!"
"하하,미안해. 끝까지 숨기려고 했는데, 우리의 마지막 계약조건을 어겨버렸어."
"진소야-......."
이것봐.
결국엔 애써 참았던 눈물, 들키고 말았잖아.
한방울, 두방울씩 떨어지는 눈물들.
성하는 말 없이 잡고 있던 내 손목을 천천히 놓아줬어. 그래. 잡을 수 없겠지. 정말 대단한 이유니까.
"애써 아닌 척 했는데, 나 너 사랑하는 것 같다.
니가 마지막에 써 넣으라고 했던 계약조건이니까, 니가 더 잘 기억할꺼야.
그러니까 내가 나가는거야. 그러니까 더이상 잡지마."
"...... 왜.... 사랑하지 않는 척 하지, 말하지 말지. 왜....도대체 왜 말하는거야!!!!!!!!!"
"미안해. 계약조건을 어겨버려서. 그래서 이렇게 나가잖아.
하하- 그렇다고 사랑한다고, 매달리지 않으니까 편하잖냐. 안그래?
연락은 못 할꺼야. 내가 성격 상, 친구로는 잘 못 지내. 이기적이거든. 이해하지?"
"나쁜년. 못된년."
"못된건 너잖아. 마지막까지 웃고 싶었는데, 눈물보여서 미안해. 그럼-...... 보고싶을꺼야."
"만약에, 만약에 그 계약조건을 없앤다면. 그러면 안나갈꺼냐?"
"성하야-...... 그러지마. 나 너무 힘들어지잖아. 나 니 곁을 지킬 수가 없다는 소리야."
".............젠장."
"성하야, 진짜 안녕."
성하는 나를 잡지 못했지.
아마, 그도 그럴것이. 이젠 곁을 지켜 줄 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겠지.
성하가 말하기 전에, 나가달라고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와서 참 다행이야. 나도 그래도 꼴에 자존심은 있거든.
그런데 그거 알아?
나 그날, 지영이한테 가지도 못하고 혼자서 술집에서 술을 얼마인지도 모르게 퍼 마시고 혼자 펑펑 울었어.
청승맞게. 사람들의 시선도 잊은 채, 아주 펑펑. 대한민국이 눈물에 잠길 정도로 울었던 것 같아.
아마 넌 모를꺼야. 모를테지.
"지영아. 그런적있어?"
"뭐?"
"꿈을 꿨는데, 잊혀지지가 않는거야.
원래 꿈 꾸면, 하루이틀. 어쩔 땐, 눈 뜨는 순간에 바로 잊혀지는데. 너무 꿈이 달콤하고 황홀해서, 잊혀지지 않는 것.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문득 문득 떠오르는 그런 꿈. 그런적있니?"
"진소야"
"성하가 꼭 그런 꿈 같아.
아무리 잊으려고 지우려고 해도, 너무 달콤하고 황홀했던 꿈 처럼 잊혀지지가 않고 더욱 더 선명해지고 있어.
내일은 잊혀지겠지, 또 내일은 잊혀지겠지 했는데. 그렇지가 않아.
나 진짜 바보다, 그렇지?"
나는 여전히 너를 잊지 못해.
너라는 이름 세글자, 니가 좋아했던 그 음식. 니가 자주 먹던 술 이름.
니가 자주 쓰는 말투. 니가 쓰는 스킨 로션, 샴푸까지도. 그리고 니가 마지막에 조그맣게 혼자했던 그 말도.
'진소야. 안 가면, 안되는거냐. 너 잡으면 나 진짜 나쁜놈이겠지.'
그말,있잖아.
하하. 괜히 기대하고 착각하고, 오바하는 건 줄 아는데. 혹시 너도 나를 잠시동안은, 아니 0.1초쯤은 여자로 생각했다고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니.
성하야, 여전히 보고싶어.
성하야, 여전히 사랑해.
잘지내고 있겠지. 성하야, 행복하지?
"그래서 생각했어.
차라리 잊지 않겠다고. 그렇게 달콤하고 황홀했던 꿈, 잊지않을꺼야.
왜냐하면 너무 달콤했으니까. 너무 황홀했으니까. 그래서 다시 꾸고 싶은 꿈이니까. 그런데 그럴 수 없으니까."
나의 너무나도 달콤했던 사탕같았던 하나뿐인 사랑, 성하야.
정말 보고싶다.
하우스메이트
THE END
안녕하세요.사랑하는바보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고요, 여러분의 한마디 한마디가
다 저에겐 행복이란걸 아시죠? 좋은하루보내세요.
★쏩이님.안녕하세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왜 울고 그래요 ㅠ_-! 번외편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 헤헤 ! 하루빨리 번외편을 올려드릴게요. 그러니까 감기 조심하시고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번외올리실꺼죠?? 요새 학교생활힘들어요ㅠㅠ 선생님도 잘 못 걸린것 같아요ㅠㅠ
★기분저아님.안녕하셨어요?힘드시면 안되죠. 선생님한테 잘못걸리면 사실 좀 힘들기도 하고 짜증도 나요! 전 졸업을 해서 이젠 >< 수업은 안 듣습니다 헤헤~~ 늘 좋은하루보내세요.제가 번외편을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흐흐흣..ㅠㅜㅠㅠ넘불쌍해여 ㅠㅠㅠ 번외 올려주실꺼죠??ㅠㅠ안그럼 저 울꺼에염 히힝 ㅠㅠㅠㅠ
★파란고무신님.안녕하세요?너무 불쌍해요? 누가요?진소가요?성하가요?아니면..인영이?막이래요 헤헤~~ 번외 안 올리면 우실꺼에요? 꼭 올려야 겠네요. 울리면 안되니깐요 헤헤~~ 그럼 번외편 기다려주시고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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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깔깔깔★님.안녕하셨어요?헤헤~ 번외편 올려드릴꺼에요. 금새 올릴테니까 기다려주세요. 해피엔딩이 아니라 화나신 것 아니죠? 헤헤 ㅠ_- ! 그렇다고 저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 히잉 그럼 좋은하루보내세요
사랑하는바보님소설 엄청 열심히 보고 있어요 ㅎㅎ 앞으로도 많이 써 주셨음합니다 ㅋㅋ 아! 그리고 번외는 꼭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ㅠㅜ ㅋㅋ 기다릴게요~~♡
★반다야님.안녕하세요?하하 이렇게 저를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기에, 제가 이렇게 좋은 소설로 찾아뵐 수 있는 것이겠죠? 앞으로 많이 사랑해주시고요, 후다닥! 번외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헤헤 ! 좋은하루
해피엔딩이길 바랬는데.. ㅠㅠ 소설 정말 잘 쓰십니다! 눈물이 나올 정도.. ㅠㅠ
★콘니치와.님.안녕하세요? 해피엔딩을 바라셨군요. 하하! 그래도 번외편으로 찾아왔습니다. 후다닥- 번외편을 읽어주세요>< 그럼 감기 조심하시고 늘 좋은하루 보내세요. 더욱 더 발전되는 모습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너무재미있어요!ㅠㅠ 그래두해피엔딩이었으면좋을텐데... ㅎㅎ 잘보고가요~ㅎㅎ 이제번외보러갈게요!>_< ㅎㅎ
★SP:) 초롱님.안녕하셨어요? 헤헤! 감사합니다// 해피엔딩이 아마도 번외편에 준비 되어 있을텐데, 히히 ! 잘 보셨나요? 번외편 후다닥 일어주시고요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아자아자
요즘 학교땜시 인소닷에 잘 못오네요 ㅠ 모처럼 만에 와서 바보님꺼 제일먼저 클릭 ㅋㅋㅋ 번외 읽으러 고고싱
★맛난ⓘ쮸크림♬님.안녕하셨어요? 학교때문에 잘 못오셨군요. 그래도 이렇게 찾아주신거 너무 감사해요. 늘 제소설 사랑해주신거 알고 있답니다. >< 이렇게 늘 제소설 사랑해주세요 헤헤 ! 감사합니다 아자아자
아아..ㅜㅜ 너무 슬퍼요.ㅜㅜ 전 빨리 번외보러 고고싱 하겠습니다!!
★아코에님.안녕하셨어요?헤헤! 감사합니다>< 히히! 너무 슬픈가요?전...빨리 다음 소설을 준비하고 싶어요 ! 어서 후다닥 써서 가지고 올게요 ><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용용 ~~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너무 늦게 왔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에이 잠수좀 타고 있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언능 번외로 고고싱할게요
★반류은님.안녕하셨어요?헤헤! 에이~~ 잠수 타셔도되요. 이렇게 다시 찾아주시고..헤헤! >< 번외편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꺄꺄 ! 다음 소설로 찾아올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용 ~~
우앙 너무 슬퍼~~ 번외가 있길래 이거 먼저 보고 그거 볼려구요~~ ^^
★콩그레츄레이션님.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번외편만 읽으면 이해가 안되니까 본편을 읽어주는게 좋겠죠? 그럼 번외편 보셨다니, 번외편 소설로 또 찾아가야겠네요
정말 멋쪄요.. 보면 볼수록... 번외까지 읽으러가야지.. 왜 이런 좋은소설 있는걸 몰랏을까요..ㅎㅎ 계속 연제 힘써주세여 + _+
★소설광입니다님.안녕하세요?헤헤 감사합니다>< 번외편 읽어주시면 좋죠 ! 왜 이런 소설을 몰랐을까...? 헤헤~~ 지금에라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소설이라...하하! 그건 사실 생각을 좀 많이 해봐야 할듯 >< 연재는 자신이 없어서 ! 그럼 좋은 하루보내세용
으억!!!!!!!!!!1다행스럽게 내가보는건 좀많이 늦어서 번외가 바로있다! 진짜 쩔어!!!!!!!!!!!!!!!!!!!!!!
★촐랑촐랑님.안녕하셨어요!!!!!다행스럽게도 늦게 보셨지만, 번외가 준비되어 있답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찾아와 주셔서, 꼬박 꼬박 리플 달아주시고. 역시나 제 소설을 너무 사랑해주십니다. ㅠ_- 감동스럽습니다. 감사하고요, 좋은 하루보내세요
대박 !!!!!!!!!!!!!^,.^ 사랑하는바보님킹왕짱>< 잘읽엇뜹니닷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낶... 님.안녕하세요? 하나하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ㅇ_ㅇ 하하! 이렇게 제 소설 사랑해주시고, 읽어주시니까 제가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전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늘 좋은하루보내세요
재밌어요..근데 둘이 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제가 해피엔딩을 좋아해서..슬픈 건 넘 싫어요.
★커피만땅님.안녕하세요?하하! 저는 사실 해피엔딩보단 새드엔딩을 좋아해서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그 두사람이 영원히 그 시간에 멈추진않잖아요. 언젠간 헤어질테니까, 소설 속에 해피엔딩은 영원하지 않다고 봐요. ㅇ_ㅇ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