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저는 디시인사이드 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약자로 코갤) 전성기였던 2007~2008 사이에 정말 열심히 코갤을 들락거렸던 사람인데요. 변명하자면 주로 눈팅과 댓글만 했지만. 코갤이 좋은 점은 기상천외한 드립들이 너무 재밌었다는 겁니다. 지금 코갤은 많이 죽었지만 한때는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드립(고인드립 패드립 포함...)들이 코갤에서 양산됐죠. 당시에는 디시도 일반인(?)들은 잘 모를 때라서 코갤을 아는 분은 아마 드믈 겁니다. 자기가 코갤러라는 걸 숨겨야 했던 시기죠.
회원분들 중에 아마 구 코갤러분들이 있다면 당시에 유행했던 수많은 드립들을 기억할 겁니다.,
'암욜맨'같은 코국가(코갤 애국가:코갤에서 밀어주는 병맛..나는 노래들)들이나, '유키스요' '식객민우'같은 의미를 모르고 무조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를 쳐야하는 드립들, 연말 대상들이나 '꽃보다 남자', '공부의 신'같은 코갤드라마(코갤에서 밀어주는 병신..드라마)를 아프리카에 있는 코갤방송이란 데 모여서 코갤러들 드립보면서 시청하는 게 생활의 낙이었습니다.
그 시기에 디시에 일간 베스트라는 추천순위가 생겨서 해당 게시판에서 추천받은 게시물이 브라우저 오른쪽 메뉴에 등록되는 시스템이 생겼는데 코갤에서 주로 올라간 게 야짤(..)들이라 알바가 광속으로 삭제를 했는데, 삭제되기 전에 일간 베스트 게시물을 갈무리해서 모아놓을 목적으로 생긴 사이트가 몇몇 있었죠. 일간베스트라는 사이트도 있었고, 지금의 악명 높은 '일베'가 된 일베스트저장소도 있고, 기타 다른 사이트도 몇 개 더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삭제된 게시물들 확인하려고 그런 사이트들을 많이 알아 뒀었죠.
일베스트 저장소의 시작을 지켜본 사람으로 지금의 일베 모습은 그 떄와 너무나 달라진 게 사실인데요. 그러나 한편으로 애초에 유희 유머 사이트 목적으로 시작됐던 일베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도 기본적으로는 같다고 봅니다.
애국 극우 보수 민족?
일베에 대해 진영 논리나 이념을 덧 씌우려는 사람들은 저런 걸 들고는 하는데,
제가 보기에 일베는 극단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사이틉니다. 일베 사람들의 기본적인 행동 목적은 '재밌어서'가 가장 큽니다. 자기들끼리의 재미 코드를 만들고 거기에 참견하는 외부 사람들을 배척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자기들만의 드립 문화를 만들었던 코갤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차이는 코갤은 정치색은 강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치색은 정사갤이나 막장갤같은 곳이..) 일베도 초기에는 정치색이 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로 '슨상님, 노알라, 홍어'같은 특정한 정치색을 재밌는 드립으로 인식시키려는 노력들이 나타났고 그런 비하 발언들이 재밌는 드립이 되어버린 거죠.
아마 그런 특정한 정치색을 의도를 갖고 유행시킨 세력은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일베 사람들 특히 어린 학생들은 재밌어서 그러는 게 가장 큽니다.
최근에 몇 달 정도 모 공고에서 수업을 했는데 저만 보면 인사 대신인지 '노무현운지'를 입에 달고 다니는 학생이 있어서 그게 무슨 뜻인지나 알고 하는 말이냐고 했더니 자기가 일베를 한다고 하고 반에서 1/5 정도는 일베를 한다더군요. 그반은 환경미화로 뒷쪽 칠판에 일베마스코트인 베충이를 그려 놓았더라고요... 딱히 일베를 안하는 얘들까지 일베용어들을 알게 되고 개콘 유행어를 쓰듯이 일베 용어들을 씁니다. 얘들이 특별히 정치나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얘들도 아니며, 니가 하는 말이 왜 잘못인지 어떤 법적인 문제가 있으며 사회생활을 할 때 그런 말을 하면 어떤 곤란을 겪게 되는지를 차근차근 알려 주면 그걸 알아는 듣는데 별로 고쳐지지는 않죠. 재밌으니까 그냥 쓰는 거에요.
일베 얘기를 하면서 왜 디시 코갤 얘기를 장황하게 했냐면 특정 집단 내에서 유행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어떤 문화에 대해서 외부에서 뭐라고 한다고 바뀌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왜 그런 말들이 문제가 되는지 아마 깊은 속 사정을 모르고 쓰는 사람들도 있을테지만, 만일에 알게 된다고 해도 그 집단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쓰는 말이기 때문에 또 재밌기 때문에 바꿀 생각은 못할 겁니다. 저런 문화 자체는 어느 시기 어느 공간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잖아요.
다만 문제가 되는 사자 모욕이나 지역 비하, 허위 사실 유포, 명예 훼손같은 것들은 진짜 법적인 문제에 걸리는 일들인데 이런 건 법적으로 잘 처리를 하면 자체 내에서도 조심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일베라는 조직 내에서 숨어서 그럴지언정, 지금처럼 대외적으로 시끄럽게 사회 문제화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정권에서 오히려 일베의 이런 패륜적인 면을 조장하려는 느낌마저 드는 게 문제네요. 더러운 일에 손 안대고 코푸는 용도로 일베를 이용해 먹는 형국이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베 문제의 본질은 오히려 이런 부분이 크다고 봅니다.
그러면 일베를 평화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건 그냥 제 생각이지만 똑같이 재미로 맞서 보면 어떨까요? 딱히 정치나 진영 논리 섞지 않고, 순수하게 재미로.
박사님 도망, 박사님 몰표, 박정희 좌빨, 마사오짱 친일, 전땅크 학살, 전대갈 29만원, 자원왕 이명박, 가카의 사대강(적어도 여기 나온 얘기들에 허위 사실은 없네요) 드립치면서 모두 다같이 일베에서 어울려 노는 겁니다.
원래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기들이랑 같이 어울려 노는 거 싫어하잖아요.
아마 이렇게 하면 적어도 어린 학생들이 일베에서 재미를 찾는 일은 많이 줄지 않을까 하고... 진심으로 진지하게 혼자 고민해 봤습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일베를 진영 논리로 이해하거나 정치적인 집단으로 생각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겁니다.
마지막 댓글이 될 거 같네요. 어떤 분의 쪽지에 대한 답입니다. 저도 일베라는 전체가 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할 존재들이죠.
다만 일베라는 조직을 정치적으로 극우나 보수라고 외부에서 단정하기에는 스스로 정치적 포지셔닝을 분명히 하지 않은, 또는 어리고 잘 몰라서 그걸 할 수도 없는 사람들도 일베에 많다는 얘기를 한 거에요. 자기가 보수나 극우라는 의식 없이 그냥 재밌어서 일베 용어 쓰고 일베를 들락거리는 어린 학생들도 있다는 얘기를 한 거죠.
물론 그런 데서 재미(?)를 느끼고 낄낄거리는 건 반사회적이고 비정상적인 짓이죠. 그래서 일베가 문제가 되는 거죠.
제글에 부정적 댓글을 단 분들은 아마"어리고 철없는 얘들"이란 제 말을 뭘 모르고 한 짓이니까 용서하자 뭐 이런 식으로 받아들인 것 같은데, 저는 그런의도로 쓴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우파나 보수로 인식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무지한 아이들'이라는 뜻으로 쓴 거에요. 그런 얘들을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세력이 이용해 먹는다는 거죠. 그 부분은 저도 명확하게 표현 하지 않았으니 오해하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
마지막 댓글이 될 거 같네요. 어떤 분의 쪽지에 대한 답입니다.
저도 일베라는 전체가 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할 존재들이죠.
다만 일베라는 조직을 정치적으로 극우나 보수라고 외부에서 단정하기에는 스스로 정치적 포지셔닝을 분명히 하지 않은, 또는 어리고 잘 몰라서 그걸 할 수도 없는 사람들도 일베에 많다는 얘기를 한 거에요.
자기가 보수나 극우라는 의식 없이 그냥 재밌어서 일베 용어 쓰고 일베를 들락거리는 어린 학생들도 있다는 얘기를 한 거죠.
물론 그런 데서 재미(?)를 느끼고 낄낄거리는 건 반사회적이고 비정상적인 짓이죠. 그래서 일베가 문제가 되는 거죠.
제글에 부정적 댓글을 단 분들은 아마"어리고 철없는 얘들"이란 제 말을 뭘 모르고 한 짓이니까 용서하자 뭐 이런 식으로 받아들인 것 같은데,
저는 그런의도로 쓴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우파나 보수로 인식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무지한 아이들'이라는 뜻으로 쓴 거에요. 그런 얘들을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세력이 이용해 먹는다는 거죠.
그 부분은 저도 명확하게 표현 하지 않았으니 오해하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