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하늘을 날다
윤 경 희
2015년 신년 벽두, 오래 전부터 만나오던 동료 교사들의 모임인 “토산회”에서 터키여행을 갔다. 교직생활을 통해 만들어진 모임이 4개나 되어 이 팀, 저 팀 구성에 따라 여러 곳을 여행했는데, 터키를 추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토산회에서 처음 시도하는 해외여행의 장소로 선택이 되었다.
새벽 이른 시간에 동대구역에서 기차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서 여행사 직원과 미팅을 하고 간단한 식사를 한 후 오후 1:00시 비행기에 탑승, 터키로 향하는데, 자그마치 비행시간이 12시간 이란다. 게다가 터키와 우리나라의 시차가 터키가 우리나라보다 7시간이 늦어 비행기를 타고 가면 갈수록 낮은 더 밝아진다. 잠을 청해도 밝은 대낮이라 오지않고 하염없이 창밖만 내다보자니 경치구경도 지겹다. 드디어 이스탄불의 아타투르크 공항에 도착했지만, 이스탄불에 내리지를 않고 국내선으로 다시 옮겨 탄 후, 지중해의 휴양지인 쿠사다시로 이동하여 호텔에 투숙을 하였다.
여행 이틀 째, 성서에 등장하는 에페소--에베소서--에 도착하여 약 3200여 년전에 건설되었다는 원형극장과 셀수스 도서관 및 유적들을 둘러보고 터키속의 그리스 마을로 불리우는 포도로 유명한 쉬린제 마을로 이동을 해서 포도주를 시음하고 선물로 와인들을 구입하였다. 터키 관광은 버스 이동시간이 많아 끝없이 펼쳐진 광야를 통해, 하얀 석회암 지대이자 온천 휴양지인 파묵깔레로 3 시간을 소요해서 도착을 했는데 나는 처음에 하얗게 펼쳐진 지표면을 보며 가이드에게 “암염으로 이루어졌느냐?” 고 물었다. 가이드는 “하얀 석회암이라서 그렇게 보이지만 암염은 아니다” 라는 대답, 내가 암염이냐? 라고 물은 이유는 터키의 음식이 상당히 짜고 소금에 절인 음식들이 많아서 처음에 우리 일행들이 음식을 잘 먹지를 못했기 때문이었다.
새하얀 눈이 덮힌 것 같은 파묵깔레의 온천지대를 관광하고 족욕 및 온천욕을 하고 있는데 노천 온천쪽에서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며 좋아하는 일행들이 눈에 띄었다. 나도 잠깐 노천온천에 나가 봤으나 내리는 눈의 량이 많지 않아 대충 씻고는 들어와서 잤는데, 웬걸???
다음 날 아침, 밖으로 나오니 온 천지가 새하얗다. 대구에서는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풍성한 눈을 보고 모두가 환호작약, 방방 뛰며 좋아했는데 그것이 화근이 될 줄이야? 짐작도 못했다. 대충 눈짐작 만으로도 5-60cm 정도로 내렸는데, 다음 일정을 위해 버스로 출발하여 얼마 쯤 가다보니 경찰이 버스를 세우고 스노우 체인을 감고 가라고 한다. 시간을 지체하며 체인을 감고 출발을 했는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버스로 한 참을 달려서 대형 휴게소 근처에서 멈췄는데 관광버스가 여러 대 발이 묶여 서 있고 가이드들이 서로 모여 정보를 교환하는데 한 시간 먼저 출발한 버스는 얼마 쯤 가다 도로위에 멈춰있고 우리 버스도 출발이 통제되었단다. 일단은 휴게소에 내려 점심식사를 한 후 통제가 풀리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저녁시간이 다가오도록 반가운 소식은 없다. 애가 타서 가이드에게 물으니, “이 근처에서 숙박을 해야 한다” 는 대답. 기가 막힌다. 예약되어 있는 일정 취소는 물론, 숙소까지도 없으니 이를 어쩐담? 다시 저녁식사를 휴게소에서 해결을 하고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우리 가이드가 와서 버스에 타라는 지시,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도 모르고 버스를 타니 “다행스럽게도 터키인 현지 가이드가 가까운 곳에 숙소를 마련하여 우리는 옮길 수가 있지만, 다른 차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지 마라” 라는 부탁 ,
어쨌거나 차를 타고 출발을 하여 30여분 가니, HOTEL 도 아니고, MOTEL 도 아닌 “OTEL" 라는 숙소가 보이고 차를 내려 들어가 보니, 열악하기가 짝이 없는 시설, 겨우 세수를 하고 발이나 씻을 수 있는 형편이었지만, 그래도 온수가 나오고 일단 발을 뻗고 이불을 덮을 수 있으니 그나마 감지덕지, 꿀보다 달디 단 잠을 자고 다음 날 나와서 소문을 들으니 ”남아 있던 차 한 대의 관광객은 인근 학교의 교실을 빌려서 자고 나머지 두 대의 버스 승객은 버스에서 잠을 잤다“ 는 후문, 예정 되었던 유람선도 못 타고 사원구경도 건너뛰었다.
다음 일정인 ‘친절하고 사랑스럽다’ 는 뜻의 이름을 가진 신비의 땅 갑바도키아로 이동을 하여 여러 계곡 및 바위산을 구경하려 하였으나 눈 때문에 진행을 못하고 동굴 구경을 한 후 터키 여행의 백미--열기구 탑승을 했다. 열기구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못 타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우리는 정말 “다행하게도 2015년 들어 처음 타는 팀이 되었다” 고 가이드가 자랑이 대단하다. 넓은 광야에 헬륨가스를 넣은 커다란 풍선을 띄우고 계속 불을 피우며 약 45분간을 비행을 하며 아래의 계곡과 산들을 살펴보는데 정말 추워서 얼굴이 어느 것 같았지만 경치가 정말 볼 만하고 아찔한 기분이다. 수 십개의 열기구가 띄워져서 서로가 구경을 하고 환호를 나누는 시간이 정말 황홀할 지경이다. 비행기를 타며 하늘을 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를 직접 호흡하며 이국의 하늘을 날아 보니, 열기구 타는 것이 왜 터키 여행의 백미라고 일컫는지? 가 헤아려 진다

갑바도키아 일정을 끝내고 이스탄불로 다시 돌아 와, 그랜드 바자르에서 쇼핑을 하고 오스만 제국의 술탄들이 세계 곳곳에서 거둬들인 진기한 보물과 아름다운 헌상품들이 있는 톱카프 궁전, 연속된 아름다움이 있는 술탄 아흐메트 사원인 블루모스크, 그리스 정교와 이슬람교가 공존하는 아야소피아 성당, 오벨리스크와 뱀기둥이 서 있는 히포드럼 관광, 그리고 옵션으로 선택한 돌마바흐처 궁전--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지 않아도 궁전안의 벽화나 시설이 너무나 정교하고 빼어나서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보다 오히려 내부는 더 훌륭하다고 느껴졌다. 눈 때문에 빠트린 일정을 보충하고자 마지막 일정을 빠듯하게 채우고 귀국하는 비행기에 탄 이후 시체처럼 잠을 자고 도착한 인천 공항, 대구로 오는 리무진을 연계하여 탄 후 집에 도착하니 종아리와 발등이 퉁퉁부어 꼼짝하기가 싫었지만 무사귀환을 반기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샤워를 한 후 자리에 누우니 “역시 내 집이 편하구나” 하는 생각....

터키는 면적이 우리나라의 3,5배에 달하고 인구는 8000만 정도인데 사는 형편은 우리나라의 8--90년대의 모습과 비슷했다. 대도시인 이스탄불에도 대형 아파트 단지 같은 것은 없었고 빌라나 다세대 주택형태의 집들이 많았고 그 넓은 대지위에 철로가 가설되지않아 기차가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 사람들이 친절하고 여유로우며 우리나라에 대한 친근감이 많았다. 어렵게 기회를 잡아서 열기구를 타고 날아 본 터키의 하늘은 오랫동안 내 뇌리에 남아 있을 듯하다.
2015.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