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잠을 자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부턴가 생각지도 못할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익숙한 방안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침대에 하루종일 밖에서 시
달려야 했던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하여 깊숙히 파고 들며 내 몸을 기댔고 곧이어 쏟
아지는 피곤함에 못이긴 척 금방 꿈속에 빠져 들었다. 그런데 아주 깊은 수면을 취
하고 있던 나는 문득 어느 순간부터인지 몰라도 찬바람이 아닌 서늘한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이였다.
난 너무 놀란 나머지 움직이지도 못하고 눈을 감을 채 번쩍든 정신만으로 당혹함
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포근하고 달콤함 잠에 빠져 있었는데
지금 느끼고 있는 이 서늘함은 무엇인가!
꿈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너무나 생생한 느낌.. 온 신경이 예민해지며 혹시 지금 내
가 누워 있는 곳이 정말 내 방이 맞는 지 확인하기 위해 예민해져 있는 신경을 모
두 귀로 집중하였고 침대 머리 맡에 있는 탁장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나 언제나 내
가 잠을 자고 있을 때 심심치않게 들어야 했던 천장에 쥐들의 인기척 소리가 들리
지 않나 귀기우려야 했다.
..... . .
들리지 않는다.. .
어째서 들리지 않는거지? 적어도 항상 아침마다 날 깨우던 규칙적인 탁장시계소리
마져 들리지 않는다!! 나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감고 있던 눈을 한번 찌끈 감았다
떳다. 그러자 아주 잠깐동안 눈앞이 새하얗게 아무것도 안보이더니 누군가 내 뒷통
수를 향해 약간의 힘을 넣은 채 퍽 치며 말했다.
"야! 무슨 놈의 새끼가 지가 술먹자고 해놓고 오자 마자 자냐!!!"
난 뒷통수에 오는 힘으로 인해 의지와 상관없이 앞으로 젖혔고 그런 내 모습을 보
며 옆에 있던 내 친구 관식의 한심하다는 듯 혓끝을 쯧쯧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정신차려 임마!! 너 때문에 주문도 못하고 다 기다리고 있잖아!"
다시 한번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정신 못차리고 있는 나를 향해 관식은 메뉴판으
로 목 부분을 콕 찍었고 그제서야 난 어리둥절 얼빵한표정을 지으며 소주 3병과 마
른 안주 몇개를 시켰다.
"이진태. 갑자기 왜그러냐? 어디 아프냐?"
이번엔 반대편에 있던 현진이 걱정된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그런 현진을 보며 난
아무일 없었다는 듯 넉살 좋은 웃음을 흘리며 자연스래 행동했고 정말로 방금 내가
왜 그러고 있었는지 생각 나지 않아 고개를 살짝 갸우뚱 거리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서로 주거니 받거니 했고 한잔 두잔 간간
히 안주를 먹어가며 떠들다 2병 가까이 들어가면 기분 좋게 취할 때 쯤 아랫도리에
찌릿 찌릿해지며 소피가 매려운걸 느꼈다.
"야 형님 잠깐 화장실 갔다올께 모자른거 있음 시켜 놔라~ 알았냐 큭큭.. ."
"지랄하지 말고 빨리 오기나 해"
나는 살포시 친구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남녀공용표시가 붙어 있는 화장실
로 향했고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 한 후 들어가 이미 빳빳하게 불룩해진 그곳
을 잡고 변기통을 향해 누런 물을 뿌렸다.
'쏴아아아아아~~~~~~'
생각보다 양이 많은지 끊길 기미없이 나오는 물대포를 보며 한번 히쭉 웃어 준 뒤
별 생각없이 옆으로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바라 봤다. 동시에 날 향해 고개를 돌리
는 또하나의 얼굴..
그곳에 걸려 있던 거울은 무심결에 바라 본 내 얼굴을 비췄고 난 또 한번 히쭉 웃고
는 붙잡고 있던 그것을 두어번 털고 자크을 올리고 나왔다.
다시 자리에 돌아 왔을땐 이미 빈병이나 다 떨어진 안주접시들은 싹 사라지고 소
주 대여섯병과 찌개와 기본안주를 시켜 놓고 흐뭇한 얼굴로 날 향해 웃고있는 두녀
석.. 이것들이 오늘 먹고 죽을려고 나왔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며 나 또한 체념한
채 기분좋은 마음으로 내 자리에 앉았다.
"진태야 우리 오늘 한번 죽어보자고~ 으흐흐흐.."
소주를 바라보며 관식은 왠지 변태가 생각나는 웃음을 나즈막히 흘렸다.
'후.. 오늘 집에 다갔군.'
저녀석이 저런 표정을 지을때면 언제나 셋은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고는 이틀동안
은 고생한다는 걸 아는 나로써는 좀 전에 날 향해 웃음질때 미리 알아 채고는 체념
한 듯 한숨을 쉰것이다.
"그래 죽자~ 어짜피 내일은 주말이니 말야. 마셔~ 마셔~"
현진도 관식을 한번 보고 날 바라보며 내 잔에 소주를 따랐고 곧 자기들 끼리 잔
을 채우더니 완샷을 외치며 잔을 꺽었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겠지.. .
어느새 우리 테이블은 한병 두병 더 추가 되더니 10병을 훌쩍 넘었고 전부 눈은
다 풀리고 얼굴을 다 시뻘게져서 몸도 내몸같지 않은게 이제 더이상 마실 사람은 없
어 보였다. 그나마 셋 중에 가장 술을 잘 먹던 내가 애들 지갑에서 돈을 챙겨 술값
을 지불하고 제 정신이 아닌 두놈을 챙겨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끌어 내는 도
중 어찌나 중얼 되던지 도중에 길바닥에 던져 놓고 갈려고 했지만 그래도 후에 보복
이 두려웠던 난 근처 아무곳이나 방을 잡아 둘 다 던져 놓고 집에 향했다.
그러다 집으로 가는 도중 하얀 불빛에 빨간 마크를 빛내고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
고 쓰린 속을 달랠 겸 일회용 꿀물을 사다 마시고 다시 집으로 가기 위해 편의점의
유리 문을 열고 나왔다.
근데.. .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머리 속이 새하얗게 변하더니 누군가 내 뒷통수를 퍽하고
친다.
"야! 무슨 놈의 새끼가 지가 술먹자고 해놓고 오자 마자 자냐!!!"
난 뒷통수에 오는 힘으로 인해 의지와 상관없이 앞으로 젖혔고 그런 내 모습을 보
며 옆에 있던 내 친구 관식의 한심하다는 듯 혓끝을 쯧쯧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정신차려 임마!! 너 때문에 주문도 못하고 다 기다리고 있잖아!"
곧이어 현진이 걱정된 투로 얘기한다. 난 넉살좋게 웃으며 친구들을 대하고 눈 앞
에 놓여진 소주 3병과 마른 안주 접시들을 바라봤다.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 .
'신경이 예민해진건가.. .'
나는 다시 자연스래 친구들과 웃으며 떠들었고 화장실을 갔다오고 시간이 흘러 전
부 잔뜩 취했을때 그나마 술에 들 취한 내가 애들 지갑에서 돈을 끄내 계산을 하고
근처 여관에 둘을 던져 놓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편의점에 들렸고 다시 나왔을
때 난 또 친구들과 술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계속 낯설지 않은 이상한 느낌을 받으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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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잘사는 놈들이 있을 법한 원룸.. .
이짓으로 모은 돈이 꽤나 짭짤하다. 그렇기 때문인지 좀 처럼 그만두지 못하고 마
치 약물에 중독된 것 마냥 오늘도 난 잘난 놈들의 돈을 노리고 꽤 살아보이는 원룸
에 잠입했다.
운 좋게도 술냄새와 찌든 담배냄새를 풍기며 한놈이 골아 떨어져 있고 이것 저것
값 좀 나가 보이는 물건을 챙긴 뒤 나갈려고 하다 언뜻 뒤척이던 그 놈의 손목에 채
워져 있는 시계를 보았다.
'오~ 어린 놈이 꽤 비싼걸 차고 있군..'
난 입맛을 다시며 슬슬 놈에게 다가 갔고 그 손목에서 시계를 끌르는 순간 신음소
리를 내며 벽쪽을 바라보던 얼굴을 내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길래 반사적으
로 반대 쪽에 들고 있던 칼로 목을 그어버렸다.
"헉헉.. 헉.. . "
곧 목에서 분수처럼 피가 품어져 나오고 생각보다 비명이나 거치른 몸짓없이 놈은
금방 한번 커컥 거리고 죽어버렸다. 너무나 어이없이 말이다.. .
"하.. . 하하하하.. . ."
너무나 놀란 내 입에선 의미없는 웃음소리가 저절로 나왔고 분명 새하얗게 질렸을
얼굴을 한 채 잡고 있던 시계를 떨구고 그자리를 도망 나왔다.
서서히 온기를 잃어가며 목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진태를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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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_= 너무나 간만에 쓰는 소설.. . 다른 작업을 하느라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가
글을 올리고 싶다는 욕구를 더이상 참지 못하고 회사에서 시간에 쫏기며 제대로 다
듬지도 못하고 올린 단편 소설입니다. 정말 허접하져 ㅠ_ㅠ 1시간 반 만에 쓴거라..
이쁘게 봐주이소~ http://cafe.daum.net/yubkifoxs
- 인형의영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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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잠을 자고 있었다.
인형의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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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12 15:37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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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슨뜻일까-_-
해석 부탁-_-;
주인공은 친구들과 술을 먹고 집에 와서 잠을 자고 있었죠 그런데 집에 도둑이 들어오고 주인공의 손목에 있는 시계를 노리다 무심결에 죽인거에여 (그것 때문에 서늘한 느낌을 받음) 그후 죽은 주인공은 마치 사차원 세계에 들어간 사람처럼 죽기 전 상황을 계속 반복한다는. 뭐 그런.. 으... .. .. .
아하 그러쿠나 -_-
범인이..말하는데..골아 떠어져->골아 떨어져...으흐흣...^^..재밌네요
전 마지막 부분에 '피를 흘리고 있는 진태를 두고'라길래 친구가 주인공을 죽인건줄 알았어요. 님 넘 잘 읽었어요.건필하세요!
아아아...지금 상황만 계속 반복한다면 오싹하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겠다..난 그런게 싫어요...잘읽었습니다!
역시 그랬군..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반복의 삶이 계속되는..
복잡복잡 해설이없었으면 무슨내용인지 몰랐을뻔 ;
이궁~ 죽어서도 계속 저런식이라니~ 불쌍하네요~잘 읽었습니다~
...지박령이 된건가요?
와~ 짧지만 소름끼치고 무섭네요. 소설 잘 읽었어요 ^^*
지박령이라.. 뭐 그렇게 됫다고 하면 될까요.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죽기 전 일을 계속 반복하는.. 그런거니까요.
뭐지? 앞부분은 그렇다고 치고 뒷내용은 무슨의미인지 도저히 이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