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곰 마냥 헤매던 날들이 무시로 지나갔다.
기억 어느 한켠에도 저장하고 싶지 않는 근 3주간의 날들은 미친 바람처럼 휘리릭 순간처럼 지나갔다는 말이다.
그 3주간 동안 고통과 아픔과 가려움이 수반되는 대상포진을 겪어냈다....이름만 들어도 치떨린다는 말이 실감난다.
암튼 그렇게 긴 터널 속을 빠져 나왔다.
이젠 날마다 긁어대야 하는 가려움이 손을 먼저 움직이게 하지만 참기로 한다.
견뎌야 하느니라 가 날마다의 주문이기도 하다.
빠져나온 터널 끝에 봄날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벌써 제 곁을 찾아와 은근슬쩍 봄이 왔을을 알렸을터이나 관심권 밖이었는지라 모르쇠.
눈으로만 쫓던 봄날을 위해 뜨락으로 나섰다.
밀쳐둔 꽃씨들을 화단 곳곳에 뿌리면서도 채 정리되지 않은 화단에 민망하기까지 했으나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해가며 간신히 그것도 숙제처럼 꽃씨들을 뿌리고 텃밭으로 걸어올랐다.
작년에 수확된 수세미가 여전히 배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걸려있다.
그 모습은 참으로 처량해서 갈 곳 잃은 겨울의 모습이기도 하다.
수확의 계절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비를하지 않고 정리해주지 않은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나 싶도록.
그만큼 황량한 들판같은 겨울의 문턱을 지나온 셈이다.
주인이 그럴진대 어느 곳인들 순리를 어기지 아니하고 왕성하게 봄 물을 올리겠는가 싶어도
호오 눈만 돌리면 어느새 빼꼼히 고개내민 새싹들의 모습이 푸릇푸릇이더란 말이지?
고마운지고가 절로 나오지만 그 마음 한쪽엔 방치 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어 이제 슬슬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려고 한다.
해서 바깥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보자니 에효라....멧돼지란 놈이 벌써 한 자락을 훑고 지나갔다.
나무 밑둥마다 벌레를 파먹느라 뒤집어놓고 헤집고 뭉개놓은 구덩이가 하나 둘이 아니다.
한 동안 잠잠하다 싶었더니 다시 멧돼지 군단들의 위세를 드러내는 중인 게다.
정말 이건 아니지 싶어 호들갑을 떨어보아도 이미 벌어진 일...앞으로의 대처가 심히 염려된다지만
어쩌겠는가? 산속 생활이라는 것은 공존 공생의 방법을 터득해야 누릴 수 있는 법이니
그나마 완전히 뒤집혀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마워 해야 할까?
어쨋거나 휴우 한 숨 한 번 내쉬고 벚꽃 나무 사이로 걸어들자니 봄날의 춘몽이다.
새삼스레 아직 피지도 않은 벚꽃나무 사이로 그리운 얼굴들이 휘리릭 지나가고
새삼스럽게 이어폰을 꽂고 골몰해본다..... "싱어게인 17회 한승윤"이 불러주던 "봄날"이 흘러든다.
애초에 "봄날"은 "BTS의 봄날"부터 시작되었지만 요즘은 다르게 재해석 된 "한승윤의 봄날"에 심취해 있다.
그리고 찾아든 봄날의 기억 저편....그 아스라한 기억 속에 남도 다원의 풍경이 겹쳐지면서 초록이 넘실대기 시작하고
그 다원에 함께 동행했던 친구가 아프다는 소식에 며칠 째 내 몸과 마음도 어쩌지 못하고 함께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이 즈음에 노랗게 활짝 핀 복수초를 좋아하던 그녀...무설재 뜨락에서 옮겨간 복수초를 얼마나 잘 키워냈는지
그녀의 뜨락을 물들인 채로 한 무리 군단을 이룬 그 공간 속의 노란 복수초는 웬만한 진귀함은 저리가라 였건만
그녀가 지금 아. 프.다
개인적으로 겪었던 대상포진과는 비교격이 되지 않는.
소식은 바람결에도 들리지 않고 다들 쉬쉿쉬잇이다.
얼굴도 목소리도 듣지 못한 채 카톡도 문자도 전화도 사절이다.
어째야 하나를 거듭 고민하다 그냥 모른 체 있는 걸로 지나가는 중이다.
봄날,
겨울을 뚫고 나온 복수초가 저리도 예쁘게 피었건만 우리는 늘 세월값에 허덕이는 중이다.
그 나이에 세월값은 당연할 일이다.
하지만 순서 없는 세월값이 사실은 아쉬운 거다.
막 순간적으로
그녀의 호탕한 웃음이 뜨락을 울리는 듯하다........환청?
첫댓글 에효 어째 이런식으로 나잇값을~?
딱하기도 해라 모두들 이 봄이 제 힘을
내는것처럼 모두 그놈의 징한 질병의 늪에서
가열차게 일어나기를~! 화이팅~~~!
그 친구가 어떻게든 견뎌내기를 바랄 뿐 입니다.
봄날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는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