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제보다 흐름 불균형 해소에 초점
어깨·등 긴장 동반 증상에 '갈근탕'
전통의학에서 머리는 '제양(諸陽)의 회(會)'라고 하여 장부(臟腑)의 청양의 기, 혈기가 모두 통하여 양(陽)이 모이는 부위로서 두통은 양의 기운이 원인인 경우가 많고 음에 속하는 것은 적다고 한다. 육음의 외감이나 장부의 내상이 모두 두통을 발생케 한다.
전통의학의 편두통에 대한 치유요법은 두통을 억제하기 보다는 두통을 야기하게 된 인체 기(氣)·혈(血)·수(水) 흐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있다.
전통의학에서 편두통은 어혈, 담습 또는 풍(風)·한(寒)·열(熱)·습(濕) 등의 사기에 의해 기혈의 흐름이 막혀서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전통의학에서 두통의 원인
△편두통(偏頭痛)
머리의 한쪽만 아픈 것. 왼쪽이 아픈 것은 血虛(혈허)에 풍이 성한 것이고, 오른쪽이 아픈 것은 痰飮(담음)과 風(풍)과 熱(열) 때문이다.
- 처방례: 청상견통탕, 이진탕, 사물탕, 대승기탕
풍(風)에 속하는 경우는 머리와 눈이 어지럽고, 오풍, 땀이 난다. 열(熱)에 속하는 경우는 고열, 얼굴이 붉고 마음이 심란하고 답답하고 갈증이 나며 땀이 많다.
△열궐통(熱厥痛)
번열이 나면서 머리가 아프다가 찬바람을 쐬면 잠시 통증이 멎는다. 다시 주변이 데워지거나 불을 대하면 통증이 재발하므로 겨울에도 찬바람을 좋아한다.
- 처방례: 창상사화탕
△풍한통(風寒痛)
풍한의 병사가 외부로부터 경락으로 침입하여 두통이 나면서 춥고 떨리는 경우와 풍한의 병사가 양경(陽經)에 잠복하여 편두통과 정두통을 발작시키는 경우가 있다.
- 처방례: 궁지향소산
△화사통(火邪痛)
놀라서 생긴 두통. 땀이 나지 않으며, 조증(躁症)이 발현되어 잘 낫지 않는다.
- 처방례: 백호탕
습(濕)에 속하는 경우는 머리가 무겁고 정신이 맑지 못하다. 무엇으로 머리를 단단히 동여매거나 수건으로 싼 느낌이 들고 날씨가 흐릴 때 더하다. 열이나지만 갈증은 없고 몸이 쑤시고 누워있고 싶다.
△습열통(濕熱痛)
습과 열이 격중(膈中)에 있어서 심장과 비장 사이의 장격(障隔)이 막혀서 가슴이 답답하고 구토할 것 같으며 두통이 있다.
- 처방례: 방풍통성산
담(痰)에 속하는 경우는 머리와 눈이 어지럽고, 오심(惡心: 가슴이 불쾌해지면서 토할 듯한 기분이 들고), 토하고 싶다.
△담궐통(痰厥痛)
담이 막히고 사지가 냉하여 양 볼이 청황색으로 되며 어지러워 눈을 뜨기 싫고 말도 하기 싫고, 구역질이 나며 두통이 있다.
- 처방례: 반하백출천마탕, 궁신도담탕, 이진탕
기허(氣虛)에 속하는 경우는 면면작통(綿綿作痛, 은근하게 지속되는 통증)하고, 피로하면 가중되며, 권태기단(倦怠氣短 아무것도 하기 싫고 호흡이 얕고 힘이 없으며 숨이 차다)한다.
혈허(血虛)에 속하는 경우는 이마에 통증이 있고 오후에 통증이 심하며, 동시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불안하고, 어지러움이 있을 수 있다. 미간과 귀 옆의 이마의 머리카락이 난 언저리 사이로부터 치밀어 오르는 두통이다.
△기혈통(氣血痛)
기혈이 허하고 사기가 치밀어 두통이 나고, 귀가 울고, 구규(九?) 가 불리하는 것.
- 처방례: 순기화중탕
△혈허통(血虛痛)
혈허 두통은 어미(魚尾)로 부터 치밀어 통증을 만드는 것.
- 처방례: 당귀보혈탕, 궁오산
△음허통(陰虛痛)
음허로 인한 두통.
- 처방례: 육미지황탕
△양허통(陽虛痛)
양허로 인한 두통.
- 처방례: 이중탕, 이음전(숙지황, 당귀, 건강, 육계, 감초), 보중익기탕, 팔미지황탕
△미릉골통(眉稜骨痛)
눈두덩이 아플 경우.
- 처방례: 이진탕
△변조혈옹(便燥血壅)
대변이 조삽(燥滋)하여(대변이 바스러질 정도로 굳고 말라서) 혈행의 정체와 순환장애로 일어난 두통.
- 처방례: 대승기탕, 방풍통성산
편두통과 관련된 만성 두통으로는 혈압에 의한 두통, 만성부비강염에 동반하는 두통, 정신적인 피로에 의한 두통 등이 있다. 이번 주제에 대해서 동의보감에서의 치유요법과 고방의 처방, 편두통 관련 천연물, 그리고 현대적인 연구 등을 소개한다.
편두통 관련 약국 환경에 익숙한 처방(處方)들로 갈근탕, 갈근탕가천궁신이, 오수유탕,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 간기울결의 가미소요산, 시호가용골모려탕, 시호계지탕, 소시호탕, 대시호탕, 억간산, 간화의 용담사간탕, 심간화왕의 삼황사심탕, 시호가용골모려탕, 황련해독탕, 기역, 기체의 반하후박탕, 사역산, 어혈 처방인 계지복령환, 도핵승기탕, 혈허의 가미귀비탕, 혈허혈열의 온청음, 수독을 다스리는 오령산, 당귀작약산, 반하백출천마탕, 영계출감탕 등이 있다.
위와 같은 처방의 운용 시 환자의 상태와 원인, 냉증의 유무, 월경이상, 부종, 배뇨의 상태, 배변의 특징, 위장 증상, 수면상태 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몇몇 처방의 포인트를 알아본다.
오령산
수독이라고 하는 수분대사의 이상에 의한 편두통에 사용되는 처방이다. 오심·구토, 현기증을 동반하며 평소의 특징은 부종경향, 소변량의 감소, 물 및 음료수 등의 지나친 섭취 등이 있다.
오수유탕
소화기 냉증이 원인으로 생각되는 편두통에 대처하는 약이다. 손·발·아랫배가 차가운 체력이 중간 정도인 사람으로 두통 시에 구토 또는 강한 오심 경험이 있고 소화기계가 약하여 소화불량, 위장허약, 침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에 좋다.
반하백출천마탕
수독 또는 담에 의한 두통에 사용되는 처방이다. 체력이 중간 정도에서 약간 저하된 사람으로 식후의 졸음이 특징적이며, 위장허약, 두중감, 현기증, 저혈압, 전신권태감, 식욕부진, 오심·구토, 수족냉증을 동반하는 경우에 좋다. 두통은 발작성으로 구토를 동반하는 일이 많다.
대시호탕
체격이 좋고 비만 또는 근육질인 사람으로 어깨결림, 고혈압, 식욕부진, 변비, 설태를 동반하는 경우에 처방된다.
계지복령환료가대황
만성두통에 사용되는 일이 많다. 체격이 중간 이상인 사람으로 국소적인 열감, 월경이상, 냉증, 어깨결림, 현기증, 하복부팽만감, 치질환, 정맥류, 입속 건조를 동반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억간산
체력이 중간 정도의 사람으로 화를 잘 내는 성격이며, 안면경련, 입가 경련, 입술 경련, 신경질, 신경과민, 불면을 동반하는 두통에 사용된다.
당귀작약산
어혈 및 허혈, 그리고 수독에 의한 두통에 사용되는 처방이다. 체력이 저하된 허약한 여성으로 빈혈경향, 저혈압, 냉증, 월경불순, 현기증, 이명, 전신권태감, 동계를 동반하는 두통에 처방된다.
갈근탕
어깨, 등의 근 긴장을 동반하는 안면통, 두통에 사용하는 처방이다. 체력이 중등도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근육이 적은 사람에게는 부적합할 수 있다.
흔히 몸살감기약으로 알려진 갈근탕도 삼차신경통에 동반된 편두통에 활용할 수 있다. 삼차신경통이란 얼굴의 감각을 담당하는 뇌신경인 삼차신경의 이상으로 인해서 얼굴 한쪽에 칼로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나 전기 감전된 듯한 참을 수 없는 찌릿한 통증이 발작적,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갈근탕은 본래 발열, 오한 등을 동반하는 환자에게 적용하지만 삼차신경통으로 두통이 있을 때에는 발열이 없어도 목이 뻣뻣하고 목 주위 어깨나 등이 잘 결리고 불편한 환자, 턱 관절이 불편환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만성화된 축농증에 삼차신경통 및 편두통을 동반한 환자에게는 갈근탕 혹은 갈근탕가천궁신이에 계지가출부탕을 적용할 수 있다.
또 갈근탕에 마행의감탕도 적용할 수 있다. 단 두통이 항상 목 어깨가 심하게 아파오면서 같이 발병한다고 해도 두통이 오면 항상 속이 불편해지고 소화도 안 된다고 하면 다른 처방을 고려하거나 다른 처방과의 합방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소화기증상은 물론 안색이 좋지 않고 허약하고 힘이 없어 보이면 다른 처방을 고려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