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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실연극복 로맨스
옛남친을 소리없이 죽이는 방법
침대에 누워 천장에 붙은 야광별을 보는 여리.
어김없이 성준과의 기억이 여리의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야광별을 좋아하는 여리를 위해, 북두칠성 모양으로 별을 붙여준다고
껑충껑충 뛰다가 아랫층 주인아줌마에게 혼이 났던 성준...
아줌마가 나가자마자 깔깔대며 웃는 여리의 입술에 키스를 해버리고 멋쩍게 웃던 성준..
모진 말을 듣고도 여리의 마음속에는 아직 성준의 자리가 크게 남아있다.
3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그 자리는 그 어떤 독한 말에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무너뜨리는 과정에서도 숱하게 울어야 할 것이고,
다 허물고 난 뒤 그 흔적마저 지우려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눈가를 지나 베개까지 흘러내리는 눈물을 재빨리 닦는 여리.
"자기야~ 가지 마~ 오늘은 같이 있자. 응?"
콧소리 섞인 다윤의 잠꼬대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최장 연애기간 3개월...
다윤은 언제나 남자를 쉽게 만나왔고, 그만큼 헤어짐도 쉬웠다.
팔뚝에 힘줄이 멋있다는 이유로 사겼다가,
콧털이 나왔다는 이유로 헤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하나를 사겨도 진득하게 사겨보라는 여리의 말에 코웃음을 치던 다윤...
차라리 다윤처럼 연애를 하면 상처 받을 일도 없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적어도 다윤은... 남자 때문에 이불 뒤집어쓰고 울지는 않으니까.......
우울 바이러스가 범접하지 못하도록 허공을 향해 손을 휘휘 젓는 여리.
오래된 여리의 습관 중 하나인 '허공에 손 젓기'는 모양새는 좀 그래도
확실히 기분전환에는 효과가 있었다.
"이참에 살도 왕창 빼자! 까짓 거, 가슴 수술도 해버려?"
자기가 말해놓고도 깜짝 놀라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는 여리.
순간, 고속버스 안에서 자신의 가슴팍을 눌러 지탱해주던 강지후의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
터무니없게도 왜 지금 그 인간의 생각이 나는걸까?
"나쁜 놈. 도와주는 척 하면서... 은근히 성추행한 거 아니야?"
강지후의 불안했던 눈빛이 떠올라 욕을 하면서도 기분이 썩 유쾌해지진 않았지만,
아무튼 토크쇼에서 강지후가 벌인 짓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어떤 복수가 가장 좋을까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켜는 여리.
"강지후 모자"가 인기검색어로 급상승하고 있는 것을 보자 손이 떨려온다.
검색창에 커서를 두고, '강지후 안티'를 치고 잽싸게 엔터를 누른다.
단 하나의 '강지후 안티카페'가 나온다. 회원수는 고작 12명.
"말도 안 돼.. 강지후 안티가 전국에 열 두명 뿐이야?"
어쨌든 들어가서 회원가입을 하고 카페를 훑어본지 5분 만에,
진짜 안티는 카페를 만든 사람 뿐, 나머지 11명은 안티를 욕하러 온 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국민을 상대로 어쩌면 이렇게 완벽한 사기를 칠 수 있는지, 팔에 소름이 돋는 여리.
이대로라면 인터넷에 강지후의 만행을 올린다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신상정보가 유출되어 하루만에 얼굴과 연락처가 뜨고, '모자녀'라는 애칭이 생길지도 모른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몸서리 치는 여리.
상대는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배우, 성급하게 복수를 시도하다가는 팬들에게 칼부림 날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쥐죽은 듯 팬사인회 날짜를 기다리며,
그 전에 '강지후 모자'가 인기검색어에서 빨리 내리기를 기도해야 한다.
어둠 속에서 모니터 가득한 강지후의 얼굴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실연 당한 여주인공에게 예기치않게 멋진 남자가 찾아와
사랑에도 곧잘 빠지더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 싶다.
이토록 깎아놓은 듯한 조각미남과 로맨스는 커녕, 토하고 토끼는 사이가 되다니.......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만 있는 강지후의 사진을 노려보는 여리,
뭣도 모르는 이 남자는 지금 도대체 무얼 하고 있을까?
널찍한 밴의 뒷좌석에서 긴 다리를 쭉 뻗고 누운 지후,
미동도 않은 채 매니저의 잔소리를 흘려듣는다.
"너는 어떻게 된 애가, 왜 생방만 나가면 대본에 없는 얘길 꺼내서 사람을 긴장시켜?
우리가 언제 밴에 멀미하는 여자애를 태웠냐? 거짓말도 작작 해야지,
그냥 농담으로 한 얘기도 구라라는 거 탄로나면 욕 먹는 거 몰라?"
"쌩구라는 아니잖아."
"뭔 소리야? 그럼 니가 한 얘기가 진짜라고?"
"못 믿겠으면 지금 강원도 가 보든지.... 흙파서 그 모자 보여줄 수도 있어."
생각할수록 우스워죽겠다는 듯 배를 잡고 웃는 지후.
"그럼 그 여자애는 어디다 두고, 너만 달랑 김태연이 차 타고 왔냐?"
"알게 뭐야~"
피식 웃으며 관심없다는 듯 대답하는 지후, 매니저의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아무데나 두고 왔으면, 얘기도 꺼내지 말아야지!
막말로 그 기집애가 화나서 인터넷에 글이라도 올리면 어쩌려고?"
"형이 처리하겠지"
간단하게 대답하고, 안대를 써버리는 지후. 더이상 말 걸지 말라는 암묵적인 신호다.
눈을 감고서도, 흙을 파서 모자를 묻어버리던 그 여자의 모습이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오는 지후.
자신을 늘 쫓아다니는 여배우 김태연의 스포츠카를 혼자만 타고
줄행랑 치듯이 그 자리를 빠져나왔지만, 그 뒤에 그 여자가 어떻게 집으로 돌아갔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늘 무시 당하면서도 줄기차게 대쉬하는 태연은 귀찮기만 했는데,
이름도 모를 그 여자의 상상도 못 할 반응과, 당황스러워 하는 눈빛은
꼭 초등학교 때 여자아이들 고무줄을 끊고 도망갈 때 마냥 짜릿한 느낌을 주었다.
이제는 여자에 관심이 없어지다못해.... 여자를 놀려먹는 재미로 살게 된 것일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오래전에 잃어버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차가워지는 자신의 모습에 씁쓸한 웃음마저 나온다.
배우 강지후는 늘 빛나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남자 강지후는 아직도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한 인간일 뿐이었다.
부스스한 얼굴로 잠에서 깨는 여리.
아침을 차리느라 부산하게 움직이는 다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눈을 비벼 본다.
늘 늦잠을 자는 다윤이 아침을 차리는 것도 쇼킹한데,
거기에 다윤의 복장은 헉,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기괴했다.
"헤이~요~ 정어리~요~ 일어났어~요?
속옷도 걸치지 않은 채 흰색 에이프런을 걸치고선 어설프게 랩을 하는 다윤.
"너......"
하도 기가차서 말도 못 하고 다윤의 앞치마를 손가락질 하자,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해보이며 방방 뜬 목소리로 재잘거리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누드 에이프런이라는 거야.
남자들의 로망 3위 복장이지~ 어때? 섹쉬해?"
"당장 옷 못 주워입어??? 사진 찍어서 느이 어머니한테 보내버린다?!"
여리의 협박에 마지못해 옷을 입기 시작하는 다윤.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말에 1위와 2위는 뭔지 살짝 궁금해졌지만, 애써 참는 여리였다.
괜히 물어봤다가 매일 아침마다 다윤의 기괴한 옷차림을 봐야할 지도 모를 일이니...
"어제 봤던 우리 자기있잖아. 생일 선물로 보여줄까 하는데... 어때?"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드는 여리, 괜히 자신의 얼굴이 붉어진다.
어떻게 된 게 다윤은 사랑을 표현함에 있어서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는 것인지...
"정어리, 너도 성준이한테 한 번 보여줘봐. 남자들은 이런거에 녹는다. 녹아."
"미...미쳤어?"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건 못 입겠다고, 설령 성준이 돌아온다 해도....
아니 어쩌면... 성준이 돌아온다는 보장만 있다면, 눈 딱 감고 입을 수도?
온갖 생각을 하며 멍하게 있다가, 다윤이 내민 계란말이 접시에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친다.
"나... 이제 계란말이 안 먹을거야!"
"왜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라는 다윤.
밥은 안 먹어도 계란말이는 꼭 챙겨먹던 여리였기에
주식인 계란말이를 안 먹는다는 말에 깜짝 놀란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냥.... 질렸어....."
"에이씨.. 아깝다.... 한달만 더 채우면 '세상에 이런 일이'에 제보할랬는데....."
김이 모락 모락 나는 , 노오란 계란말이를 젓가락으로 찔러보며....짧게 한숨을 내쉬는 여리.
이별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 마저도, 가장 떠오르기 싫은 기억으로 만들어버렸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밥 위로 툭 떨어진 눈물에
깜짝 놀란 다윤이 호들갑스레 달려와 안아준다.
"왜 그래? 계란말이가 그렇게 보기 싫었어? 미안 미안~"
따스한 다윤의 체온에 더 서러워져 소리내어 울기 시작하는 여리.
"........ 무슨 일 있지? 그렇지?"
장난끼 많던 다윤이라도,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여리의 표정을 살핀다.
"나........사실........"
"차였구나!"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
노련한 무당처럼 핵심을 꿰뚫는 다윤의 목소리에 여리가 움찔 놀란다.
"면회가서 차인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여리를 보고, 현기증이 나는 지 이마를 짚는 다윤.
"이유는 뭐라디?
니가 걔한테 오죽 잘했냐? 근데 그런 여자를 버려? 대체 이유가 뭔데?"
"계란말이만 먹는 게 싫대....."
"뭐?!!!!!"
뒷목을 잡고 어이없어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 다윤.
"나홀로 집에... 대사까지 외우는 것도 싫대....."
여리의 말에, 점점 굳어지는 다윤의 표정.
"손을 꽉 잡는 것도...... 싫대....."
"..... 한 마디로 다 싫다는 거잖아."
다윤의 말에 정곡을 찔린 듯 여리의 가슴이 찌르르 아파오기 시작한다.
애초부터 계란말이나 나홀로집에는 핑계였다.
하나만 먹고 하나만 보는 게 귀엽다며...
사랑도 일편단심일 것 같다며 고백해온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성준이었다.
식성이나 취향이 싫은 게 아니라,
그냥... 성준은... 정여리 그 자체가 싫어진 것이다.
그리고 여리가 베푸는 모든 친절과 사랑은, 성준에게는 부담과 귀찮은 일이 돼버렸다는 걸....
여리 자신도 알면서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기에는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아마 몇 초 뒤면......성난 다윤은,
쪽팔리게 군인한테 차이냐고 화내거나,
차라리 잘 됐다고 위로하거나, 부대로 전화를 걸어 성준에게 욕을 퍼부을 것이다.
다윤의 성격에 어쩌면 세가지 다 할 지도...
어떤 반응이 나올까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데, 다윤의 입에선 예상치도 못한 말이 흘러나온다.
"너 지금, 그 자식 사랑해?"
"으응?"
"대답해 봐. 너 차이고도 그 자식 사랑해?"
얼른 아니라고 대답해..... 눈빛으로 강요하는 다윤.
온갖 남자를 다 겪어 본 다윤이 봤을 때, 성준은 분명, '나쁜 놈' 부류에 속했다.
햇살 같은 여리로 인해 사람이 좀 되려나 싶었더니, 제대를 고작 한 달 남기고서........
성질 같아서는 당장 성준을 찾아가 후라이팬으로 따귀를 때리고 싶은 심정의 다윤.
가장 친한 친구가, 그런 나쁜 놈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라며...
또 다시 여리에게 묻는다.
"그런거야?"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여리.
"... 그런 것 같아."
* * * * *
요즘 너무 정신이 없어서 3편이 늦게 나왔죠?
매일 잠이 부족해서 자꾸만 미루다가, 댓글 다시 보고 힘을 얻었어요.
잘 봤다는 말, 재밌다는 말.... 하나 하나가 가슴을 설레게 하네요. ^ㅡ^
첫댓글 지후하고 아떻게 만나게 될지 궁금하네요....^^
맘을 정리 했으면....싫다고 멀어져 가는 사람 잡아봤자 좋을건 없으니까....ㅋ
마음이아프구나~ㅠㅠ
재미있어요!! 다음에는 조금더빨리오셔요~
ㅠㅠ이럴때확접어야하는건데ㅠ
빨리요~~
연재중단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