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 진입 꿈꿨건만, G7과 격차 더 벌어진 韓
“한국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뒤지는 게 뭐냐.” 올해 5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이 옵서버 국가로 초청받았을 때 고위 외교당국자들은 공공연히 이런 자신감을 내비쳤다. 친서방 선진국들의 클럽에 한국이 8번째 회원국이 되는 ‘G8 편입’ 가능성이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경제력과 군사력 외에 혁신능력, 영향력 등이 세계 6∼8위권에 든다는 내용의 경제단체 보고서도 나왔다.
▷최근 한국의 경제 성적표는 불과 5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껏 부풀어올랐던 기대감을 무색하게 한다. G7 국가들과의 1인당 국민소득(GNI)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목 GNI는 3만5900달러. 1위 국가인 미국과는 차이가 두 배를 넘어섰고,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다른 G7 국가들과도 차이가 더 벌어졌다. 2020년 우리가 앞질렀던 G7의 꼴찌 국가 이탈리아에도 2년 연속 추월당했다.
▷달러로 표시되는 GNI는 환율과 물가 변수가 반영되기 때문에 국가 간 순위에서 착시 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이 GNI 순위에서 밀려난 것은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유로보다 많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계산시 변수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듯한 조짐이다. OECD가 추정한 한국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은 처음으로 1%대로 추락한 상태다. 전례 없는 저출산 위기로 인구 규모에서도 점차 순위가 밀려나고 있다. G7 국가들의 대체적 공통점인 ‘30-50 클럽’(GNI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기준에서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에 한때 추월당했던 이탈리아는 빠른 속도로 G7 회원국의 체급을 회복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가 반등하면서 지난해 1인당 GNI가 한국보다 1710달러 이상 많은 3만7700달러까지 올라왔다. ‘인더스트리 4.0’이라고 불리는 경제 구조 개혁과 기업 투자가 일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던 이탈리아의 변화에 고무된 현지 경제 전문가들은 “개혁은 계속될 것”이라고 큰소리치고 있다.
▷국제사회의 규범과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선진국들의 영향력은 경제 규모에 바탕을 둔 강한 국력이 뒷받침한다. 한국 경제의 활력이 이대로 떨어져 버린다면 G8 편입의 기본 조건인 경제력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격 미달 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엮여 있는 국제 이슈들은 점점 늘어나는데 막상 목소리를 내야 할 국제무대에서는 점점 밀려나게 될 것이다. “꿈 깨”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지지부진한 ‘3대 개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여전히 높은 중국 의존도와 낮은 생산성 등의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
이정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