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강 서안의 바티르(Battir) 마을은 올리브와 포도 산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고대에도 천연 샘물로 관개가 이뤄졌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이스라엘 정착민들과 팔레스타인이 토지 소유권을 놓고 다투는 싸움터가 됐다고 영국 BBC가 27일(현지시간) 르포 기사로 고발했다. 이스라엘은 이곳에 유대인 정착지 건설을 승인해 정착을 원하는 이들이 개인 사유지를 침탈해 집을 짓거나 새 초소를 세우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가산 오일란도 토지를 빼앗긴 이 중의 한 명이다. 그는 “그들이 우리 땅을 훔쳐 우리를 재앙으로 밀어넣으며 자신들의 집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바티르 마을 근처 정착촌 계획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마을 뿐만아니라 모든 정착촌은 국제법 아래 불법으로 간주되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일란은 "그들은 국제법이나 현지 법, 심지어 하느님의 법도 신경도 안 쓴다"고 혀를 끌끌 찼다.
지난주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수장인 로넨 바르는 장관들에게 서안지구의 유대인 극단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테러에 준하는 공격을 감행하고 있어 이 나라에 "형언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경고 서한을 보냈다. 가자 전쟁이 발발했을 때부터 서안지구 점령지에서 정착촌이 빠르게 늘어났다. 정부 안의 극단주의자들은 이렇게 하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의 싹을 아예 자를 수 있다고 부추긴다.
그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자 전쟁을 무한정 끌고 싶어한다는 우려도 있어왔다. 정착촌 증가를 감시하는 이스라엘 시민단체 'Peace Now'의 요나탄 미즈라히는 서안지구의 유대인 극단주의자들이 이미 첨예해질 대로 첨예해진 상황을 부채질해 양측의 갈등을 종식시키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이스라엘 사회의 “분노와 공포의 뒤섞임”이 정착민들이 더 많은 토지를 장악하게 만들고 더 적은 사람들이 이들의 행동에 의문점을 품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스라엘인의 40%는 정착촌이 더 안전하게 만든다고 믿고 있는데 2013년 27%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반면 이스라엘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한 이는 35%로 11년 전 42%보다 크게 떨어졌다.
미즈라히는 “극히 위험하다”면서 “양측의 증오를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쟁 발발 이후 서안지구에서 정착민들과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충돌은 급증했다. 유엔은 지난 10개월 동안 1270건의 공격이 일어났다고 집계했는데 2022년 전체 856건보다 훨씬 많았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B’Tselem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정착민들의 괴롭힘 때문에 서안 18개 마을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떠났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이 되는 서안지구는 1968년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부터 이달까지 서안지구에서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인은 589명인데 이스라엘군에 당한 이는 570명인데 적어도 11명은 정착민에 목숨을 잃었다고 유엔은 집계하고 있다. 몇몇은 공격을 계획하다가 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이 당한 경우도 있었다. 같은 기간 팔레스타인인들은 정착민 5명과 이스라엘 보안군 9명을 살해했다. 이번 주 정착민들과 이스라엘 군인들이 베들레헴 근처 와디 알라헬에 들어갔는데 팔레스타인 40대 남성이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근처 차량에 돌이 던져져 그랬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지난달 수십명의 정착민들이 짓 마을에 들어가 난동을 부려 22세 팔레스타인 남성이 살해된 일이 국제적 공분을 산 일이 있었다. 이스라엘 보안군은 4명을 체포했고 이 사건을 "심각한 테러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런 사건은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곤 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Yesh Din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착민 폭력 사건의 3%만이 유죄 판결로 끝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바르의 서한은 이스라엘 매체에 유출됐는데 신베트 보안군의 수장조차 과격한 정착민들의 행동이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다.
'심히 위험스럽다'
많은 정착촌들이 이스라엘 정부의 법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초소로 알려진 다른 것들, 철조망을 치는 것조차 이스라엘 법 아래 불법인데 극단주의자들은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상관하지 않는다.
지난달 유엔 최고재판소는 처음으로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포함해 서안지구를 점령한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하며 모든 정착촌 활동을 중단하고 가능하면 철회하라고 밝혔다. 서구 우방들도 정착촌이 평화에 걸림돌이라고 거듭해 표명했다. 물론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은 자신의 땅에서 점령자가 아니다“고 유엔의 결정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현재 극단주의자들이 서안지구의 정착촌 건설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들려고 일한다는 우려가 있다. 그들은 이스라엘 역사에 가장 극우적인 정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재빠르게 영토에 대한 통제를 확장하고 있다. 이들 극단주의자들은 서안의 합병 계획을 진전시키고 있으며 일단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에도 정착촌을 건설하자고 공언한다. 정착자들은 이스라엘 정부, 주요 장관들의 중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지도자들이 정착촌에 반대하며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열정을 새롭게 목소리로 내는 이 시점에 모든 이들 토지가 합법적으로 이스라엘에 속한다고 믿는 이스라엘 종교 국가론자들은 팔레스타인 국가 독립의 꿈이 불가능하게 만들자고 다짐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몇몇 정치인들이 어떤 휴전 협상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정치부 기자 탈 슈나이더는 “그들이 갈등을 끝내거나 인질 협상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이스라엘은 가자 안에 머무를 수 있는 지점에 이를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들은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이데올로기가 훨씬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그들의 논리”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스라엘 당국은 바티르 것을 포함해 다섯 군데 정착촌을 새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적어도 23평방킬로미터를 국가에 채납하는 것으로 돼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점유한 영토인지 여부나 팔레스타인인들이 개인적으로 소유했는지, 아니면 둘 다와 상관없이 이스라엘은 이 땅을 이스라엘 것으로 고려하며, 그리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 된다.
밑바닥의 팩트를 바꾼다는 것이 정착민들의 표현이었는데 그들은 충분한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 땅에 이주해 와 그들의 존재를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만들길 희망하고 있다. 그들의 오랜 희망은 이스라엘이 공식으로 그 땅을 합병하는 것이다.
국가가 통제하는 토지 장악 방법 밖에서, 극단주의자들은 재빨리 정착촌 초소를 기정사실로 만들고 있다. 헤브론 북부 알카눕을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 개전 이후 새로운 캐러밴들과 도로들이 들어선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팔레스타인 공동체 전체는 이곳에서 밀려나고 있다.
우리는 이브라힘 샬랄다(50), 그의 삼촌 모함메드(80)와 함께 알카눕까지 차를 몰고 갔는데 두 사람은 자신들의 집이 지난해 11월 정착민들에 의해 파괴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다가가자 한 극단주의 정착민이 자신의 차로 도로를 막았다. 무장한 이스라엘인이 곧장 왔다. 몇몇 이스라엘 방위군(IDF) 병사들과 정착촌 안전 관리라고 밝힌 한 사람 등이 우리를 불심 검문했다.
정착촌 경ㅂ원들은 두 팔레스타인 농민을 차에서 내리게 한 뒤 수색했다. 2시간 뒤 IDF 병사들은 정착민들을 흩어지게 한 뒤 BBC 차량은 떠나게 허용했다.
이스라엘은 50여년 전에 요르단으로 서안지구를 탈환해 점령한 뒤 곧바로 정착촌을 짓기 시작했다. 대를 이어 정부는 소름끼치는 정착촌 확장을 허용했다. 오늘날 300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이 합병한 동예루살렘을 제외하고 유대 이스라엘인 50만명 가량이 130여 정착촌에 살고 있다.
그러나 2022년 임기를 시작한 극우 정부는 정착민 숫자를 곱절인 1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는 유대인들이 그 땅에 대해 신이 부여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2022년 총선 결과를 받들어 구성한 연립정부에 들어간 두 극우 친정착촌 정당 중 하나의 의장이다.
스모트리치는 재정부 장관으로 일할 뿐만 아니라 국방부 직위도 갖고 있는데 서안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정책을 확 바꿀 수 있게 한다.
그는 새 도로와 인프라를 포함해 정착촌에 국가 재정을 대규모로 투자했다. 그는 또 군으로부터 권한을 가져와 새로운 관료제를 창안해 정착촌 건설을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 지지자들에게 발언한 스모트리치의 녹취록에는 자신이 그 시스템의 “DNA를 바꾸기” 위해 일하고있다며 사실 합병이야말로 “국제적, 법적 맥락에서 삼키기 쉽게 허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삶의 사명’
종교 국가주의자들은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 정책의 언저리에 눌러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데올로기는 점점 인기를 끌어왔다. 2022년 선거에서 이들 정당은 이스라엘 의회 120석 가운데 13석을 차지, 네타냐후의 우파 연정에 킹메이커가 됐다.
전쟁 기간, 베잘렐 스모트리치와 동료 급진주의자 이타마르 벤그비르 현 국가안보 장관은 사회 분열을 획책하고 이스라엘의 서구 동맹을 도발하는 발언을 거듭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 구금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예비군 병사들을 체포하자 벤그비르는 "우리 최고의 영웅들을 체포한 것은 수치스럽다”고 반발했다. 이달 스모트리치는 가자 사람들을 굶기는 것은 “정당하고 도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극우는 영원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베테랑 언론인이며 이코노미스트 기자인 안셸 폐퍼는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의 아랍 이웃과는 어떤 타협도 반대하는 이스라엘인 집단이 있다”고 말했다.
가자 전쟁으로 극우는 신선한 기회를 만났다고 본다. 스모트리치는 팔레스타인 거주민들이 떠나 이스라엘인들이 "사막의 붐을 만들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의 유대인 정착촌을 재건하는 방안을 배제했지만, 하마스가 현재 억류하고 있는 이스라엘 인질들을 집에 데려오기 위해 무자비한 휴전 협상에 서명하면 연정을 붕괴시키겠다고 위협하는 극우 정당들을 여전히 품고 있다.
극단주의자들의 논리는 아마도 이스라엘인들 가운데 소수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전쟁을 장기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서안지구의 지형을 극적으로 바꾸고 있으며 평화의 기회에 장기간 손해를 초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