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다시 돌아오면서....
그동안 찾아보지 못했던 우리 아름다운 강산의 구석구석을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주말 불현듯 끼(?)가 발동을 해서 혼자 길을 떠나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부산을 갈까....아니면 호남선으로....
갑자기 오래전 한번 가봤던 여수가 생각이 났다.
알젠 보러 오산에 갈 때 무궁화호에 붙어있던 종착역....여수...
여수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때는 무려 25년전...1982년 겨울이었던가....
고3 시절을 마치고 학력고사도 끝내고나서 친한 친구녀석들 둘과 함께 기차를 타고 떠났던 여수...
그때 왜 여수를 갔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무작정...멀리 가고 싶었던걸까...
서울에서 여수까지 가는 기나긴 기차여행을 하며
기차안에서 우연히 만난 여수 아가씨들 세명에게 작업을 걸어(내 담당이었던 것으로 기억...)
성공하고 결국 여수에 도착한 첫날 그녀들 중 한명의 자취방에 6명이 한방에서
새우잠도 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순진했던 그 당시엔 낯선 처자들과 한방에서
같이 잠을 청한다는 것 만으로도 떨리고 진정이 되지 않아 거의 자는 척만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샜었지 아마....
내 친구 둘도 대강 비슷....아가씨들도 대략 밤새 불면의 밤을 보냈던 조금은 우스운 기억만
남아있다. 돌산...오동도 이런 곳들을 본 것도 같은데 정작 기억은 없다.
시간을 따져보니 무려 25년만의 재회....
새벽에 도착하는 무궁화 열차를 타고 여수로 떠났다.
부에노님이 여수와 무슨 인연이 있던 것으로 들은 것 같은데.....
여수역에 내려 주요 관광지를 표시한 지도를 보니.....
돌산도 저 끄트머리에 향일암이라는 암자에서 보는 일출이 절경이라고 하던데....
일단 저기부터 가볼까...
근데 아뿔싸.....
바로 눈 앞에서 향일암 가는 4시반 버스를 놓쳐버렸다.
역전앞 싸구려 여인숙에서 나그네를 위한 사랑을 유혹하는 아줌마가 날 부른다....
본론이 별 재미없게 끝나자 나를 위해 조언을 해준다.
다음 버스가 5시40분에 온다는 거다..
요즘 한국에 몇시에 해가 뜨는지 잘 알 수 없지만 저 버스를 타면 왠지 해가 떠버린 이후에
도착할 것 같았다. 하지만 별 도리가 없잖아. 가보고 정말 너무 좋다면 하루 더 묵어버리지 하고....
일단 택시를 잡아타고 돌산대교까지 갔다. 거기에 버스가 다 모이는 곳이라니 확률을 높이기 위해...
어스름한 새벽의 어두움이 걷혀가면서 이젠 자신의 시간이 다해가는 보름달이 처연한 빛을 발하고 있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향일암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날 새부렀다!
근데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발생했으니...
향일암 가는 길이 웬 계단이 그리 많은겨....
헉헉.... 바람이나 쐬러 나온 여행길이 극기훈련장이 되어 버렸다.
향일암은 역시 범상치 않았다. 암자로 올라가는 길이 사진에서 보듯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협로....
바위틈으로 어떻게 자재 같은 것들을 다 날라서 암자를 지었을까....
이런 협로가 여러 곳 있었다.
곧 다가올 부처님 오신날을 위해 연등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역시 또 다른 협로.... 양 옆은 움직일 수도 없는 거대한 바위들이다.
헬기도 없던 시절 어떻게 이런 협로를 통해 다 실어날랐을까
정말 신기했다.
향일암 대웅전 앞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거북이.....알젠~
오늘은 바다에 연무가 많이 껴서 시야가 좋지 않았다. 한반도 끝에 해당하는 돌산에서 바다와 어우러진 암자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천하의 절경이라 하던데.... 이런 상황이면 내일도 마찬가지일 듯..... 일출은 포기해야겠다.
돌산도의 자그마한 포구
돌산의 향일암 구경을 마치고 시내로 돌아오면서 여수수산시장에 들렀다. 누가 그랬던가....
회중의 회는 남해안 한려수도의 고기들이라고..
싸이즈는 그리 크지 않아도 아주 찰지고 감칠맛이 난다는 거다.
어시장을 두바퀴쯤 돈 이후 한 집을 점찍었다. 자매횟집이라고 하던데....
다른 집에는 주로 대형어들이 많아서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러웠는데 이 집에는 좀 자잘한 고기들도 많았다.
참돔을 먹어볼까 하고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이미 흔한 횟감이 되어버린 광어, 우럭을 양식하는 것은 다 알겠지만 참돔과 농어도 요즘은 거의 양식이다.
사료에 많이 포함되었으리라 생각되는 호르몬이나 항생제가 좀 찝찝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어떻게 먹고사나...
근데 이 예쁜 자매가 난데없이 나에게 권해주는 것이 혹돔이란다..... 사진으로는 봤지만 실물을 본 것은 처음이고
횟집에서 본 것도 처음이다. 안그래도 설명하기를 거의 안잡히기 때문에 횟집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맛은 강추란다.... 싸이즈도 아담해서 1Kg 조금 못되는 정도..... 회가 퍼석거린다거나 그러면 돈 안받겠다고...
인터넷에서 퍼온 혹돔 사진이다. 아마 내가 먹은게 저 정도 사이즈였을 듯... 이놈 이빨이 장난 아니다.
오케이.... 혹돔 한마리와 자그마한 쥐치 두마리를 골랐다. 물론 모두 자연산이다. 근데 가격은 잘 네고해서
몽땅 2만원.... 와우....자연산 회로 정말 저 가격은 바겐세일이다...
나중에 하는 말이... 저 혹돔은 좀 특이 어종이라 아는 사람만 아는데... 그나마 사이즈가 작아서 자기 아들
어죽을 해주려고 했었단다. 어죽을 끓이면 맛이 캡이라네.... 근데 임자가 따로 있었다고 머라고 머라고...
혹돔회를 한점 맛을 본 순간..... 와우.... 쇼킹하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흰살생선의 탄력....그것의 극대치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멕시코나 페루에서 먹어보던 흰살 생선 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거의 질긴 느낌이랄까....
역시 이래서 한국이 좋은거야....
횟집 자매들이 어드바이스를 했단다. 매운탕으로 끓이지 말고....지리로 하라고. 그리고 다른 생선이랑 섞지 말라고...
지리를 보는 순간 지리를 좋아하는 친구 생각이 났다. ㅋㅋ
근데 그 지리의 맛이 환상이다.
정말 끝내주는 맛....
아침부터 수산시장에서 회와 지리와 (당연히 소주는 따라왔겠지) 거하게 먹고나서...
여수를 떠나기전에 또 다른 여수의 특징적 먹거리를 찾아보고 싶었다.
중앙동에 있는 서대회무침집...삼학집이라는 곳이다. 아주 유명한 곳이라 하데.
양도 푸짐하다. 한접시에 11,000원인데 밥이랑 비벼먹으면 3명은 떡을 치고 먹을 양...
이렇게 나의 짧은 여수행은 끝났다.
역시 한국에 오길 잘했다.
첫댓글 잘 왔네.......나의 친구....지우.
멋들어진 우리의 지우님!...향일암 그 많은 계단을 숨차게 오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가 궁금하기도 하고... 낭만을 살아 숨쉬게 하는 멋쟁이 지우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전 그렇게 계단이 많을 것이란 생각도 못하고...남들은 죄다 등산복에 등산화신고 가는 길을 구두신고 좀 올라가다가....허걱....이거 아닌데.....하고 놀랐슴다....
아... 여수... 많은 추억과... 사랑과 배신이 어우러져...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 나를 한국에서 더 머물고 싶지 않게 만들고... 다시는 한국을 찾지 않을 거라는 예감을 갖게 한 나의 마지막 도시...
이 아침... 사슴이 아려온다... 지우 님... 미워~~~ ㅜㅠ
아....부에노님 여수의 추억이 말 그대로 애환이 서려있군요.... 2012년 엑스포를 한다니 도시 외관도 많이 변할 것 같아요.
여수는 내가 가본 도시 중 먹거리와 경관이 가장 훌륭한 곳 중 하나이다. 그러기에 내가 은퇴하면 살고 싶은 도시로 자리잡았었다... 그리하야 거기 갈 기회가 주어졌을 때 단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그곳에 가서 5년을 살았다... 너무 사랑했기에...... 마지막이 되었다니... ㅜㅠ
TOKYO MARINE의 케미칼 탱커를 탈 때 같이 타던 일본인 캡틴도 여수에 입항한다면 춤을 출 정도로 그곳의 해물 한정식은 가히 환상이었다... 지금도 그곳의 음식을 생각하면 입에 거품을 물고 칭찬해도 부족할 정도이다... 시내 중심가인 서교동 천변 포장마차에서 앤과 먹던 맛깔스런 바닷것들... 가격도 착해서 그곳까지 왕복 택시비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곳... 들... 들...
외항선원들이 자주 찾던 항구도 신항만인가 뭐로 위치를 옮긴다고 하더군요....
지우 님... 사진만 잘 찍는 줄 알았는데 글도 참 잘 쓰시네... 감사해요... ^^
아니이동넨 왜이리 겹치기재주 가진분들이 많아......사진에다가 글솜씨까지 겸비한...현대판 재색을 겸비한....기생은 아니겠지......흑돔살점이 모니터밖으로 튀어나오겠다...
지우의 봄나들이..우와~ 낭만쟁이 지우~ㅋㅋ 향일암에서 일출을 보았더라면 한국에 오길~에..정말 내지 참! 이라는 말이 더 붙었을텐데..아쉽지만 그래도 흰살생선과 지리에 폭 빠졌다니...음 아주 행복하네염. 부에노님 너무 아려 하지 마세요, 다 인연이 그런것이니까요^^
언제든 '참~' 자 붙이러 다시 한번 가봐야 되겠슴다....ㅋㅋ
금풍쉥이 라고 부르는 작은 도미가 저 사진의 흑돔과 비슷할런지... 구워 내오면 부위별로 맛이 다 다르던 기억이 납니다. 요즈음이 제철인가 봅니다.
마음의 고향을 보는듯...한국 소주에 횟...미각의 고향...지우님^^.. 횟 한점에 소주한잔 라틴 카페방 가족들에게도 주실께죠.
지우가 페루에 있을 때, 줄곧 소주 한 잔 하자고 했고, 늘~한국의 음식 사진을 올렸는 데, 유전의 법칙인가.....? 지우가 까페회원들에게 멋진 사진과 글을 남겼네.
부산도 갈곳이 많은데요... 함 오시죠...
부산도 좋죠... 부산엔 많이 가봤지만 또 가고 싶네요. 함 갈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