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시인의 독백
고정현
글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나고 싶다
길 위에
동그라니 자리 잡고 있는
글을 주어 담고 싶다
산이 부르는 노래와
들이 부는 휘파람 소리를
강이 휘휘 휘저어
이리 돌고 저리 도는 춤사위와
파도의 群舞(군무)를
보고 듣고 만지고 싶다
오솔길 스쳐 지나가는
다람쥐의 재롱과
두려움으로 물에 뛰어드는
개구리의 몸짓을
새록새록 돋는 생명과
바람과 구름의 僧舞(승무)를
산허리 넘으면 변하는 방언들
강하나 건너면 바뀌는 풍습들
황소와 쟁기로 하나 된 농부들
호미에 하루를 맡긴 아낙들
상상의 날개 접고
視(시) 聽(청) 覺(각)으로
글을 얻기 위해
길을 떠나고 싶다
*제 1시집 “붉은 구름이고 싶다”에 수록
카페 게시글
◈ 시, 시조, 동시
가난한 시인의 독백
고정현
추천 0
조회 28
21.03.07 06:40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간절하게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입니다~
그러게요, 코로나 무시하고 길을 나설까 고민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