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GE STORY [#06] ; 커맨드와 딜리버리
본 글은 티바 및 탁구닷컴의 스폰으로 작성되었으며, MIRAGE STORY는 티바스폰 미라쥬의 탁구에 관한 모든 이야기와 고민을 수필식으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글입니다.
스터프형과 커맨드형
IMF. 그 기억은 저에게도 많은 시련과 감내의 과정을 겪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숨이 막히던 시절, 어깨가 축 쳐진 대중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던 스포츠스타가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99마일의 불같은 강속구를 꽂아넣던 박찬호입니다. 아시아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STUFF를 지닌 영웅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형FA 계약이후 부상여파에 시달려 그 짜릿했던 강속구는 사라지고 90-93마일의 평범한 직구를 던지며, 거의 투 피치 선발투수에 가까웠던 우리의 영웅이 마치 조계현처럼 팔색조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로 변모하게 됩니다.
은퇴 전 한화에서의 선수생활에서도 보았듯이 직구마저도 변화가 심한 테일링 투심을 던지며 영웅의 복귀를 학수고대한 팬들에게 적지 않은 기쁨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사실 메이저 데뷔 때의 99마일 라이징 패스트볼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저로서는 많이 안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결국 커맨드형 피처로 변신해서 124승이라는 대업적을 남기는데 성공했지만 무언가 아쉬운 부분은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류현진의 제구력은 정말 경이롭습니다.)
최근에는 류현진이 MLB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며 포스트시즌을 치루고 있습니다. 물론 류현진도 최고 95마일 정도의 강속구를 던지고는 있습니다만, RYU의 가치는 스피드보다는 커맨드와 딜리버리에 있습니다. 루키존이라는 메이저리그의 암묵적인 관행에 일부 손해를 보면서도 제구력 하나에서만큼은 정말로 뛰어남을 보여줬고, 결국 큰 무대에서의 성공은 그의 커맨드와 로케이션 능력을 볼 때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습니다. 류현진의 성공을 기반으로 윤석민과 오승환 등 한국야구를 호령하는 선수들의 진출이 러쉬를 이룰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만, 류현진 만큼의 성적은 절대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걸 확신합니다. 커맨드보다는 STUFF 즉 구위로 승부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큰 무대에 가서 활약하게 된다면 열심히 응원할 생각입니다.
제구가 안되다
최근에는 전에 없던 이상한 현상이 저에게도 나타나서 상당한 고민에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대상기술이나 포백 드라이브 및 별다른 임펙트없이 안전하게 상대방의 테이블에 넣을려고 하는 타구까지 약간의 콘트롤 미스가 너무나 눈에 띄게 잦아졌다라는 것입니다.
서두에서 류현진의 제구력이야기를 꺼낸 것은 탁구라는 운동에 있어서도 커맨드(*)와 로케이션, 딜리버리(**)와 같은 것이 이렇게 슬럼프에 빠지다보니 너무도 중요하게 생각되더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동안은 일시적으로 잠시 그런 적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2주이상 길게 간 적은 없었는데, 이번은 기간이 너무 길다 싶습니다. 그래서 커리어 상으로 특별히 슬럼프라고 할만한 기간이 없었는데, 현재의 상태는 정확하게 “슬럼프”라고 지칭할만한 정도의 저조한 컨디션입니다. 분명히 어떤 구질이 넘어오는 줄도 알고 어느 박자인지도 알고 대응하여 기술을 구사하는데, 막상 당연히 들어갈 줄로 알았던 볼은 엔드라인이나 사이드라인을 살짝살짝 벗어나거나 네트상부를 건드리면서 아웃되거나 하는 볼들이 너무 많아져서,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지경에 까지 와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임펙트를 강하게 하지 못하고 소위 건드리는 정도로 넘기게 되고 컨트롤에 자신감이 없다보니 코너워크도 많이 무디어져서 결국 상대방에게 다루기 쉬운 볼을 선물하게 되는 나비효과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즉, 스트라이크존을 폭넓게 활용하지 못하다보니 심리적인 문제까지 동반하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탁구가 몇 배는 더 어렵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커맨드 : 제구력를 뜻하는 야구용어로 탁구로 치환하자면 탁구대를 넓게 활용한 코스공략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딜리버리 :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투수의 능력을 말하는 야구용어로 탁구로 이야기하면 상대방의 박자를 무너뜨리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되려 담담해지다
본 글을 작성하는 기간 내에 부천시장배 오픈대회를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서 최선을 다해야할 시점에 오히려 슬럼프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감각은 최하로 떨어져있어서 이만저만 고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예선통과라는 1차목표는 이룬 채로 대회는 마무리했지만, 대회장에서 선수부, 최상위권 1부, 그리고 3,4부 들이 펼치는 멋진 플레이를 보면서 그들의 강한 임펙트에도 물론 감동했지만, 안정적으로 코너워크를 하는 컨트롤 능력과 상대방의 박자를 흐트러뜨리려하는 타이밍조절 즉 딜리버리 같은 것들을 눈앞에서 체감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왔습니다.
이상했던 것은 막상 대회에 들어가니 오히려 심리는 담담해지고 편안해졌습니다. 콘트롤 불안의 슬럼프에 빠져있다고 해서 심리적인 부분까지 무너지면 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에선지 오히려 마음은 편안해진 상태로 게임에 임했습니다. 다급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하필 이런 시기에 스폰이름을 걸고 출전하는 오픈대회와 승급이 가능한 마지막 지역대회가 열리는 바람에 운명의 장난처럼 섭섭하기도 하지만, 지금으로선 급한 마음은 버리고 1구 1구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제구불안의 또 다른 부작용
마음대로 생각대로 게임이 안풀리다 보니 심리적으로 담담해지면서 생긴 또 다른 부작용은 용품에 탐닉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미 텍소올라운드와 인페르노를 영입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테스트 중이며, 요새는 스트라투스파워우드가 계속 마음에 걸리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스트라투스파워디펜스를 하나 장만해서 전면 롱핌플 트위들링 전형으로 색다른 실험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싹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전에 한참 용품병에 빠져있을 때도 동시에 10개 이상의 블레이드를 보유했던 적은 없었는데, 어느새 저의 책상 밑에는 위험수위에 다다른 개수의 블레이드들이 유혹의 눈길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늘고 길게 간다
종합적으로 판단해보건데, 제가 가야할 길은 결국 스터프형이 아니라 커맨드형이라는 것은 명백합니다만, 아직 임펙트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 또한 명백한 저의 숙제입니다. 기본적인 지향점은 커맨드와 딜리버리형 플레이를 전략으로 하되 전술적으로는 임펙트부터 기본적인 스터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에도 지속적인 연습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조언해주십니다. 잠깐의 제구불안과 콘트롤 불안은 오히려 길게 보았을 때 필연적인 성장통일 수 있다고.
(선두 반보! 선두반보!)
끝도 보이지 않는 행군길을 나아갈 때 제 선임들은 이런 노하우를 알려주곤 했습니다. 앞사람 발뒤꿈치만 보면서 마음을 비우라고. 그렇게 걷다보면 어느새 끝에 다다르게 된다라고. 지금 저에게는 이런 마인드밖에 달리 해결책은 없어보입니다. 그저 1구1구 연습하고 또 집중하는 수밖에는.
제 연습구장에 걸려있는 문구를 되새기면서 마무리합니다.
노력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의 재능이다.
첫댓글 죄송합니다만, 야구에서 '딜리버리(delivery)'라는 용어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딜리버리는 단순히 투수의 투구동작을 의미합니다.
공을 등 뒤에 숨겼다가 던진다거나, 릴리스 포인트가 몸에서 먼 곳이라거나,
투구동작이 전반적으로 자연스럽다거나 혹은 딱딱하다거나
이런 모든 요소들이 딜리버리가 되는 것입니다.
어떤 투수의 특정한 딜리버리 습관으로 인해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딜리버리라는 용어가 그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네 정확한 지적 감사합니다. 제가 가는 커뮤니티에서는 그런 비슷한 뉘앙스로 딜리버리를 자주 언급해서 차용했었는데 좀 무리였던가 봅니다.
야구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투수의 투구동작을 의미하는 '딜리버리'로 인해 타자의 타이밍이 뺏긴다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할수는 없겠네요. 애초에 딜리버리의 목적이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것은 아닐 수 있지만 그로인해 타자가 어려움을 겪는다면 서로 원인과 결과에 해당하는 관계가 될텐데요.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기대하시는 command 형 뿐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공을 라켓으로 찍듯이 드라이브하는 날이 오면서 stuff 형도 가능해 지시기를 바래요~^^
스터프형이 될려면 웨이트 같은 기초훈련도 병행해야될 것 같습니다. 저는 근육이 많지않아서 탁구로만은 힘들 듯. ㅠㅠ
저하고 비슷한고민을 하고 계시네요
저도 용품에 탓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덤덤하게
최선을 다하려고합니다
제발 성장통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정점이 아니길...
잘 읽고 갑니다
네 저도 성장통이라고 믿고 그냥 열탁할려고 합니다.
저같은경우 러버의 성능저하가 시작되면 제구력이 떨어지더라구요^^
러버경우 대략 40일정도 수명을 가진것같습니다.
저는 여러 라켓을 써서 그럴 일은 적지만 한번 점검해볼 필요는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는 벌랜더같은 Stuff형이 좋아요. 류 승민처럼 화끈한 한방 좋잖아요? ^^
벌렌더 멋있지요. 어찌보면 강한 스터프는 모든 남자들의 로망일테니까요. 마롱의 시원시원한 포핸드드라이브. 보기만해도 즐겁습니다.
어휴 정말 글을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ㅎㅎ슬럼프는 언젠가 지나가겠죠?더 열심히 노력하는게 슬럼프를 벗어나는 길이라고 생각 됩니다.편법은 없는거 같습니다.우직하게 소처럼 나아 가세요.ㅎ
감사합니다. 편법은 없다라는 말이 깊은 울림이 있네요. 다음 정모 때 뵈요. ^^;
재밌게 잘 봤습니다~저도 요즘 비슷한 현상으로 탁구가 잘 안풀리네요ㅎㅎ
1구1구 집중하고 연습하다보면 극복되리라고 믿습니다. ^^;
슬럼프 극복에 스쿼트 / 싯업이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