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전부청사 매입 여부 결정 2년째 표류 이대로 철거되나요.
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2022. 11. 8.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문화재적 가치가 큰 것으로 나타난 옛 대전부청사가 조만간 철거될지도 모를 상황에 놓였다.
11월 8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부청사 부지·건물 소유주가 지난 3일 건물 철거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내용증명을 시에 보내왔다.
구체적인 시기는 못 박지 않았지만, 소유주는 내용증명에서 '대전시가 언론 보도를 통해 부청사에 대한 매입의사가 없음을 밝힌 바, 적법한 절차·방식에 따라 건축물 해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물 해체는 신고 사안이기 때문에, 소유주가 적법 절차와 방식에 따라 진행하면 행정기관에서 이를 제재할 방법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시는 지난해 8월부터 부청사 매입을 검토 중이라며 소유주가 제출한 개발계획 심의를 보류해왔다. 하지만 1년여에 걸쳐 수십차례 협의를 진행한 도시주택국과 문화관광국은 매입 결정을 서로 미뤄왔다.
문화국 관계자는 "지금 이 건물이 문화재도 아닌데다 우리는 활용계획이 없어서 매입의사가 없다는 방침을 오래전부터 주택국에 전달했다"며 "한두 푼도 아니고, 활용계획 없이 매입 비용 예산을 세우면 의회는 물론 시민들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택국은 "부청사를 매입하면 문화재로 등록한 후 활용하고 관리할 부서가 어디냐"며 "당연히 문화국에서 맡게 되니 최종 결정을 (문화국이)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문화국이 매입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단 개발계획 심의는 조만간 재개할 예정"이라며 "그런데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나온 부청사가 그대로 철거되면, 대흥동 뾰족집(1929년 지어진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 주거 건축물)이 2010년 아파트 재개발 공사로 철거됐을 때 받았던 것 이상의 시정 비판은 누가 책임질 거냐"고 덧붙였다.
소유주 측은 "대전시가 부청사를 매입하겠다고 해 추진하던 개발 절차를 중단하고 기다렸지만, 부서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1년 넘게 지나버렸다"며 "그동안 발생한 매달 1억여원씩 수십억원의 금융·관리비용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발표된 용역 결과에는 대전부청사의 문화재적 가치가 커 적절한 보존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일반건축물인 부청사를 매입해 문화재로 등록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용역을 수행한 목원대 산학협력단은 대전부청사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직후 재건기를 거쳐 산업화 시기에 이르는 대전의 변화상을 잘 보여주고, 건축 자산 관점에서도 경관·예술·사회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목원대 이상희 교수는 "1990년대 외부를 새로 단장해 겉에서 보기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내부에는 건립 당시 건축 형태와 요소들이 잘 남아 있다"며 "역사적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건물"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중구 은행동에 있는 옛 대전부청사는 대전이 1935년 읍에서 부로 승격한 뒤 1938년 건립한 청사다. 1959년 대전시청(1949년 대전부에서 대전시로 변경)이 대흥동으로 이전할 때까지 1층은 부(시)청, 2층은 상공회의소, 3층은 공회당 등으로 사용됐다.
youngs@yna.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