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대체 레포트
인문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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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진
중간고사 대체 레포트로 시나리오를 분석해야 했다. 시나리오는 본적도 없는데다 감상문도 쓰기 힘든데 분석이라니...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지만 이왕 하는 거 재미있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뱅크에 들어갔다. 거기서 어떤 시나리오를 읽고 분석을 할까 여러 시나리오 제목들을 보면서 그래도 영화로 봤던 것을 분석하는 게 쉽지 않을까 싶어서 봤던 영화들 목록을 뽑았다. 그 중에서 눈물을 주룩 흘리며 봤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우행시를 골랐다.
눈물을 흘리며 아주 열심히 봤던 영화였기에 시나리오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매우 궁금해 하며 파일을 열었다. 85쪽에 글만으로 된 시나리오를 읽으려니 막막했지만 읽을수록 빠져들었고, 영화 장면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영화로 본 것이어서 그런지 윤수, 유정의 캐릭터가 새롭게 떠오르지 않았고, 강동원, 이나영의 모습에서만 머물러 아쉬웠다.
주인공으로는 정윤수, 박유정이고 이들에 대해 말하자면,
정윤수 : 어릴 때 아버지의 폭력으로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아버지, 윤수, 은수 셋이서 살게 된다. 아버지가 동생 은수에게 농약을 먹여 눈이 멀게 되고, 자신은 자살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고아원에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탈출해 지하철역에서 앵벌이를 하며 돈을 모은다. 하지만 다른 앵벌이들에게 맞아 결국 동생은 지하철에서 죽는다. 후에 큰 윤수는 민옥이 자궁 외 임신을 하게 돼 수술비가 필요해서 태선과 함께 범행을 저지르게 된다. 태선이 윤수를 눈독 들이는 돈 많아 보이는 홍여인의 딸을 살해. 윤수가 홍여인을 살해하고 가정부아줌마도 살해했다. 결국 윤수는 친구의 죄까지 덮어쓰고 사형수가 되었다. 죽지 못해 산다던 윤수는 처음에는 모니카 수녀와 유정를 비롯해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냉담하게 대하지만, 유정을 계속 만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서 사람들과도 살갑게 잘 지내고 이제는 살고 싶어진다.
박유정 : 15살에 사촌오빠인 민석에게 강간을 당한다. 엄마는 그 상처를 보듬어 주지 않고, 오히려 어떻게 꼬셨냐며 오빠들에게 말하지 말라며 화를 낸다. 그래서 엄마에게 서운하고 미운 감정이 생겨 엄마와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다. 자살시도를 밥 먹듯 하던 유정에게 고모는 같이 교도소에 다닐 것을 권한다. 어찌어찌하여 다니게 된 교도소에서 만난 사형수인 윤수에게 유정은 사랑을 느끼게 된다. 윤수의 사형 집행일 날 유정은 자신이 엄마를 용서한다면 하느님 그 모습에 감동하여 혹시 윤수를 살려줄까 싶어 엄마를 용서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시 마지막 장면이다. 사형장에서의 모습. 유정에게 "고마웠습니다...사랑합니다. 누나." 하고 웃는 모습의 강동원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그러면 안되는 장면이것만 가슴이 설랬다. 그리고 올가미를 맨 후 정말 죽음 앞에 선 윤수의 "무서워요. 애국가를 불렀는데도 무서워요." 라고 했을 때 엉엉하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겨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살고 싶어졌는데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죽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
그리고 마지막 교도관이 버튼을 누르지 못 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도 참 안됐다는 생각을 했다. 2896이란 사형수의 사형을 집행한 날 교도관들은 그 슬픔과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술을 마시는데 그 술자리에서 서교도관은 10년째 아이가 생기지 않아 아내가 점을 봤는데 아버지 직업으로 인해 아이가 무서워해서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거기서 그는 살인해서 죽는 그들이 나쁜 것이지 그 사람들을 죽이는 자신은 나쁘지 않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누구든 사람을 죽인 것에 정당하고 정당하지 못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결과는 사람을 죽인 것이니 말이다. 나는 사형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이 무섭기도 하고 용서 할 수 없기 때문에다. 살인자들을 죽인다면 그 무서움에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행시를 볼 때는 윤수처럼 자신의 잘못을 정말 뉘우쳤고 새 삶을 살고 싶은데도 죽어야 한다면 그건 또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모순되는 말을 하고 있지만, 사형제도는 정말 복잡미묘한 것 같다.
이야기 구조는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거리며 주인공들의 어린시절을 보여줌으로써 현재 주인공들이 왜 이러한 처지가 됐는지와 그들의 심리상태를 더 잘 이해시켜 준 것 같다.
이 과제를 통해 시나리오의 재미를 알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인물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쏠쏠한 재미. 영화로 감독의 생각과 표현을 보는 것 외에 나 혼자만의 상상을 통해 영화 한편을 만들 수 있다는게 좋았다. 이번에는 비록 봤던 영화에 대한 것이었지만 기말이 끝난 후 내가 보지 못했던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으며 영화 한편을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