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세상을 비대면으로 가속화 시키면서 우리는 빠르게 디지털화를 겪고 있다. 그 가운데 자연스럽게 어르신 등 디지털 약자가 생기고 있다. 집 앞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차역·버스터미널에서 표를 예매하고, 택시를 탈 때도 모두 디지털로 가능하다. 물론 MZ세대는 빠르게 적응하고 있지만, 디지털 약자에게 이러한 변화는 너무 부담스럽다. 그래서 곧 포기하고 만다.
노년층의 경우 디지털화로 인해 상당한 불편을 겪는 계층이다. 발권기 이용조차 쉽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앱을 통해 택시를 예약하거나, 버스와 기차표를 예매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마땅히 물어볼 사람도 없다. 부끄러워서 포기하고 만다. 이들에게 키오스크를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은 거대한 장벽과도 같다.
필자의 할머니도 여느 어르신들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만, 잘 활용하지 못한다. 전화는 쉽게 받을 수 있지만, 그 외 앱을 활용할 때는 어려움을 겪는다. 택시를 잡으려 해도, 요즘에는 모두 앱을 통해 미리 호출하는 경우가 잦아 계속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내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호출해서 할머니께 알려 드리곤 한다.
서울디지털재단이 공개한 '어디나 5분 클래스' ©서울디지털재단
이러한 디지털 약자를 위해 서울디지털재단은 지난 5월 9일, '어디나 5분 클래스' 57종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디지털 교육, 기기, 소통, 키오스크, 소비, 행정, 금융, 챗GPT 등 총 57개 콘텐츠로 구성됐으며, 생활에 필요한 스마트폰 사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직접 몇 개의 콘텐츠를 시청해 봤다. 할머니에게 가장 유용할 거 같은 ‘디지털 교통편-카카오t를 타보아요’가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병원에 갈 일이 많은 어르신들은 택시를 필수적으로 이용하는데, 택시 이용법을 3분 내외의 영상으로 핵심만 담아냈다는 점이 돋보였다. 택시 앱을 통해 목적지를 입력하는 방법부터 ‘배차된 차량 번호를 꼭 확인하고 탑승해 주세요’라는 '어디나 꿀팁'까지 알려준다.
'어디나 5분 클래스' 중 교통편. 앱으로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서울디지털재단
택시 외에 지도 플랫폼 등 앱을 활용해 목적지까지 가는 법을 알려주거나, 아니면 탑승해야 할 버스의 시간을 확인하는 방법 등 교통 측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점들을 알려줘 상당히 좋은 콘텐츠라고 느껴졌다.
어디나 5분 클래스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대부분 디지털 교육 콘텐츠는 젊은 강사가 진행하는 데 비해, 어디나 5분 클래스 영상은 시니어 강사가 알려준다. 시니어 디지털 전문 강사인 ‘어디나지원단’이 직접 출연해 친구, 또래가 알려주는 듯해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짧은 시간이다. 상대적으로 노년층은 한 영상을 볼 때 집중하기 어렵다. 시력과 청각의 문제도 있고, 집중력이 떨어져 10분 이상의 콘텐츠를 소화하기 힘들다. 그래서 어디나 5분 클래스의 짧은 영상이 오히려 쉽게 다가온다.
어디나 5분 클래스 영상은 시니어 강사가 친구처럼, 또래처럼 편안하게 알려준다. ©서울디지털재단
셋째, 짧은 영상이기에 핵심만 담았다. 또한 실제 어르신들이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을 다뤄 당장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어 좋다. 택시 잡기 어려워 하시던 할머니가 택시 호출 앱 영상을 보면서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모습에 흐뭇했다.
올해 새롭게 공개되고 있는 어디나 5분 클래스는 2021년의 앱 활용 위주의 교육과는 다르다. 교통, 금융, 행정 등 일상생활에서 바로 적용하고 활용해 디지털 약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효과적이다.
어디나 5분 클래스를 본 뒤 할머니와 함께 택시 호출 앱을 사용해 봤다. ©조수연
어디나 5분 클래스는 5월 9일 ‘디지털 교통편’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업로드해 5월 말이면 모든 교육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디지털과 노년층이 단절되지 않으며, 차별 없이 모두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약자와의 동행(同行)’의 핵심 중 하나인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나 5분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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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스마트포용팀 02-570-4690